자전거의 거의 모든 것 - 진해 해안도로, 벚꽃 향기 맡으며 ‘삼포로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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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jy9713
2024.05.10. 07:02조회 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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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의 거의 모든 것
진해 해안도로, 벚꽃 향기 맡으며 ‘삼포로 가는 길’
진해는 벚꽃이 만발하는 군항제로 유명하다. 그러나 통합 창원시의 진해구로 재편된 인구 16만 명의 이 아름다운 항구에 군항제와 벚꽃만 있는 것은 아니다. 시가지는 높은 산으로 완벽하게 둘러싸여 다른 도시들과는 분위기가 확연히 다른 고립감을 준다. 남쪽으로 트인 바다도 거제도와 가덕도가 저 멀리 막고 있어서 군사항구로는 천혜의 입지다.
진해가 최근 상전벽해의 대 변신을 하고 있다. 동남쪽 바닷가에 어마어마한 규모의 신항만이 들어서고 있기 때문이다. 2006년 1월 일부가 개장했는데, 2015년까지 총 30선석(船席)의 컨테이너 부두가 들어선다. 기존 부산항의 선석이 22개인 것을 감안하면 부산항보다 더 큰 항구가 또 하나 생기는 셈이다. 거대한 컨테이너선이 접안하려면 선석 하나가 수 백 미터는 되어야 하니, 30개 선석이면 얼마나 큰 부두인지 짐작이 갈 것이다.
진해와 부산 강서구 앞바다를 매립해서 만들어지는 신항만은 항만 배후부지를 포함해 약 2천 800만m2(약 845만 평)으로 서울 여의도의 10배나 된다. 서해안의 간척사업 못지않은 새로운 국토가 생겨나고 있는 것이다. 신항만은 ‘부산 신항’으로 불리지만 실제 영역은 진해가 훨씬 넓다. 부산 가덕도와 거제도를 잇는 길이 8.2km의 거가대교도 진해 앞바다를 가로지르고 있어서 이제 진해는 비밀스런 군항이 아니라 세계로 열린 무역 기지이자 관광지로 떠오르고 있다.
쓰레기소각장을 기발하게 재활용한 에너지환경과학공원
해안도로가 지나는 소죽도 옆에 있으며, 거북선을 닮은 태양열 온수시설과 범선 모양의 태양광발전소는 마치 SF영화의 무대 같다.
도심 해안도로
벚꽃이 필 때를 제외하고는 잿빛 군사도시 분위기가 짙던 진해 시내도 확연히 바뀌었다. 군사시설과 공장뿐이던 해안을 따라 해안도로와 자전거도로가 조성되어 생기발랄한 전천후 관광도시로 완전히 거듭났다.
진해 중심가 해변에 장중하게 선 대규모의 2층 누각인 진해루는 항구의 웅장함과 역사성을 한껏 드러내고 있다. 주변에는 무료 주차장과 광장, 휴식시설이 갖추어져 있다.
2006년 완공된 진해루를 중심으로 새롭게 조성된 해안도로는 경치와 시설, 분위기에서 도시를 낀 전국의 해안도로 중 최고로 꼽을 만하다. 수많은 섬들이 수평선을 가로막은 데다 깊고 좁게 들어온 진해만은 바다가 아니라 호수 같고, 장복산에서 불모산, 웅산, 천자봉까지 병풍처럼 둘러친 빼어난 산세는 산악공원을 떠올린다. 편의성은 물론 미학적으로도 세련된 해변길은 마냥 달리고 싶은 충동을 일게 한다. 이런 해변길에 장중한 규모로 들어선 진해루는 도시의 기품과 역사적인 깊이까지 더하고 있다.
해안도로 어디서건 털썩 주저앉으면 훌륭한 쉼터이자 전망대가 된다. 뒤쪽으로 장복산이 길게 능선을 드리운 아래로 진해 시가지가 펼쳐져 있다.
봄이면 시내 전역에서 일제히 꽃망울을 피우는 벚꽃은 이 멋진 항구를 온통 벚꽃의 물결로 뒤덮고 거리는 사람의 물결로 북적인다. 다른 지역에도 벚꽃은 많지만 진해의 벚꽃은 색감이 한층 아름답고 꽃망울도 풍성하다. 벚꽃을 식재한 역사가 오래되고 기후도 벚꽃 생장에 가장 알맞기 때문일 것이다.
특히 제황산과 장복산 조각공원 주변, 안민고개, 해군진해기지사령부 구내도로가 아름답다. 그렇다고 진해가 군항제만 보러가는 곳은 더이상 아니다. 벚꽃이 없어도 일 년 내내 이 특별한 항구의 바다는 푸르고, 해변길은 매혹적이며, 산은 기운차다.
로맨틱한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소죽도 아래의 나무데크 길
나무데크 끝에 서면 진해항이 한눈에 들어온다.
삼포 가는 길
진해와 부산 가덕도 사이에 진행중인 신항만 공사는 단순히 바다 매립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항만 시설을 뒷받침할 주거와 상업 단지가 조성되어야 하고 도로도 닦아야 하니, 신항만을 낀 진해 해변은 온통 공사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렇게 말하면 이곳의 해변은 무질서하고 흙먼지가 풀풀 날리는 살풍경만 가득 할 것 같은데, 그렇지 않다. 도시가 가깝고 대규모의 공사가 진행중인 바닷가에 이처럼 한적하고 차분한 풍경이 남아 있는 것이 놀라울 따름이다.
진해와 부산을 잇는 국도(2번과 77번 중복노선)는 내륙으로 다소 들어가 있고, 신항만 공사는 바다 안쪽에서 진행되기 때문에 바다를 끼고 나란히 달리는 해안도로는 엄청난 격동을 겪는 주변 환경에도 아랑곳 않고 착 가라앉은 아늑함을 유지하고 있다.
진해루에서 남쪽 행암해변 방면으로 뻗어 있는 해안도로
소실점으로 모아드는 아득한 길은 눈과 다리를 동시에 매혹한다. 산책로와 구분된 해변의 자전거도로는 길 자체만으로도 아름답다.
이 길은 2000년대 초부터 행암동에서 안골동에 이르는 약 20km의 해안도로에 자전거도로가 조성되면서 알려지기 시작했다. 작은 포구가 있는가 하면 수십만 톤급 유조선이 만들어지는 굴지의 STX 조선소가 있고, 군함 내부를 볼 수 있는 해양공원, 임진왜란 때의 왜성, 신항만전망대 등 볼거리가 다양하다.
진해해양공원 입구에 있는 동섬은 썰물 때 길이 드러나고 밀물 때는 잠기는 작은 ‘모세의 기적’이 일어나는 곳이다. 밀물 때도 물이 얕아 발을 걷고 걸어갈 수 있다.
행암해변에서 고개를 넘어 수치마을을 지나면 눈이 탁 트일 정도로 거대한 STX 조선소가 드러난다.
이 길에서 특히 긴 울림을 남기는 것은 2개의 노래비다. 1967년 발표된 〈황포돛대〉는 이 해안도로에 자리한 남양동 영길마을 출신의 이용일 씨가 전방에서 군복무 중에 고향을 그리며 노랫말을 지었다. 1983년 발표된 〈삼포로 가는 길〉은 아직도 애창되고 있는데, 작사를 한 이혜민 씨는 실제의 삼포마을에 잠시 머물 때 경치가 무척 애틋하고 아름다워 노랫말을 만들었다고 한다.
“바람 부는 저 들길 끝에는 삼포로 가는 길 있겠지. 아아, 뜬 구름 하나, 삼포로 가거든, 정든 님 소식 좀 전해주렴, 나도 따라 삼포로 간다고.”
그 삼포가 여기 있고, 이 해안도로는 실로 ‘삼포 가는 길’이다.
현실세계에는 없을 것 같던 삼포가 바로 여기 있다. ‘삼포로 가는 길’ 노래비 뒤로 움푹 들어간 작은 포구인 삼포가 보인다.
추천 코스
진해루 → 해안도로 → 소죽도 → 해안도로 → 평화마을 아파트 앞 우회전 → 원진빌리지 끼고 우회전 → 행암해변 → 수치 → STX 조선소 → 진해해양공원 → 〈삼포로 가는길〉 노래비 → 세스페데스공원 → 흰돌메공원 → 〈황포돛대〉 노래비 → 영길 포구(총 20.5km, 2시간 30분 소요)
쉼터 & 맛집
안골동 굴구이 거리
〈황포돛대〉 노래비에서 부산 방면으로 해안을 따라 5km 정도 더 간 안골동 해변에는 비닐하우스로 지은 간이 굴구이집이 줄지어 모여 있다. 김치과 고추, 마늘, 초장을 섞은 굴구이가 별미다.
황포돛대
〈황포돛대〉 노래비 맞은편에 여객선 모양의 운치 있는 식당으로, 노래비와 바다를 즐기며 분위기 있는 식사를 할 수 있다. 갈비를 곁들인 영양밥이나 오곡밥의 점심특선 세트를 추천한다.
(055) 551-4290~1
소죽도 찜질방
시내의 해안도로 중간에 있는 소죽도 옆에 있다. 찜질방은 바다 경치를 즐기며 쉬기에 최적이고, 구내식당의 쇠고기국밥이 일품이다.
(055) 551-1538
[네이버 지식백과] 진해 해안도로, 벚꽃 향기 맡으며 ‘삼포로 가는 길’ (자전거의 거의 모든 것, 2014. 4. 15., 김병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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