믹서트럭 운전자 기피 대상..............시내공장 폐쇄땐 상황 악화
업계 "협정단가 이원화 힘들어..........할증 폭 현실화가 합리적 방안"
극심한 교통체증 여파로 운송시간 3시간 이상 걸려
서울 도심 건설현장이 레미콘 확보에 애를 먹고 있다. 극심한 교통체증 아래 운송시간이 3시간 이상 걸리는 경우도 잦아 믹서트럭 운전자들은 물론 추가 운송비를 지급해야 하는 레미콘 업계도 기피하는 탓이다.
2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믹서트럭의 8ㆍ5제 근무 아래 골조공사가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까지만 가능해지면서 서울 등 도심의 아파트 단지마다 서너 곳의 레미콘공장에 납품을 의뢰하지만 레미콘이 제때 들어오지 않는 경우가 잦다. 이로 인해 속칭 ‘끊어치기’가 횡행한다는 우려다.
특히, 레미콘 구매량이 적은 중소건설업체의 오피스텔이나 연립주택 현장의 경우 웃돈을 줘도 레미콘을 구하기 어렵다는 게 업계 지적이다.
서울 도심의 건설현장에 레미콘을 공급할 공장은 4곳뿐이다. 삼표의 성수공장과 풍납공장, 그리고 탄천을 사이에 두고 강남구와 송파구로 나뉜 천마콘크리트공업의 강남공장과 신일씨엠의 송파공장이다.
건설업계로선 가까운 경기권 공장에 물량을 의뢰하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다. 믹서트럭 운전자들로선 2∼3회 운행할 시간에 한 차례도 운송하기 힘든 도심현장 특성상 2배 운임을 보장해도 꺼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레미콘업계 관계자는 “왕복 이동시간 70분, 대기 및 하역시간 10∼20분을 합쳐 80∼90분 내에 운송을 마쳐야 하루 6~7번 운행해 평시 수입을 올릴 수 있다”며 “반면 차가 막히는 서울 도심에서 서너 시간을 뺏기면 운전자도, 추가 운반비를 줘야 하는 공장도 싫어할 수밖에 없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서울 도심의 건설현장은 재건축 열기 속에 급증세다. 올해 하반기 서울의 아파트 분양물량만 해도 임대단지를 제외하고 46곳, 2만1086가구(닥터아파트 집계)이고 7월 한 달 분양물량은 전년 동월보다 240%가 늘어난 1만547가구(부동산114 집계)다.
앞으로의 상황은 더 나빠질 가능성이 높다. 작년 서울 서부권의 건설현장에 66만㎥의 레미콘을 공급한 한일시멘트의 영등포공장이 폐쇄된 데 이어 삼표의 풍납공장과 성수공장도 주민 반발과 문화재 문제가 얽혀 더 버티기 어려워지고 있는 탓이다. 서울에 남은 4개 공장의 공급량은 작년 337만㎥(성수 126만㎥, 풍납 72만㎥, 천마 강남 77만㎥, 신일 송파 62만㎥)였지만 2개 공장이 사라지면 139만㎥로 급감한다.
노동호 건자회장은 “서울은 물론 부산 등지의 도심 정체지역에 건설현장을 둔 회원사들의 어려움을 완충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수렴해 대안을 찾고 있다”며 “수도권 전체로 묶인 레미콘 협정단가를 과거처럼 서울과 경기로 이원화하자는 등의 의견이 나오고 있지만 파트너인 레미콘업계의 동의가 우선”이라고 말했다.
레미콘업계도 도심 건설현장의 레미콘 공급 원활화를 위한 대안의 필요성에 공감하지만, 서울ㆍ경기로 단가가 이원화될 경우 경기권 단가가 떨어질 가능성이 있어 걱정이다. 이로 인해 건설현장별 레미콘 계약 때 운반여건을 감안해 할증 폭을 현실화하는 접근책이 합리적이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중소레미콘업계 관계자는 “수도권의 단가가 이원화돼도 플러스섬이면 괜찮지만 아랫돌을 빼서 윗돌을 괴는 방식으로 흐르면 수용하기 어렵다”며 “내년 이후 레미콘 공급난이 완화될 경우 경기권 레미콘 가격을 낮추는 빌미로 악용될 수 있기 때문이며, 레미콘사들로선 쉽게 동의하기 어려울 것 같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