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
나는 경장, 경사 계급을 전부 심사승진하였다. 딱히 심사로만 승진하겠다는 생각이 없었다. 단지 좋은 근평을 위해 일을 했고, 좋은 근평을 받아 시험을 쳤고, 그리고 낙방. 운 좋게 심사 승진으로 구제받았다. 2014년 12월에 입직하여 17년에 경장, 21년에 경사 승진하였으니 그리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은 속도였다. 속으로 시험승진에 한 번도 성공 못 했다는 아쉬움을 늘 가지고 있었다.
2023년 2월 인사발령이 있었다.
인원 현황을 보고 많은 좌절감을 느꼈다. 이곳은 내가 근평을 받을 수 없는 곳이었다. 같은 팀에 선배 경사가 2명, 다른 팀도 모두 19~20 경사가 즐비했다. 경사 14명 중 올해 갓 승진한 23년 경사를 제외하곤 내가 막내였다. 근평 양을 기대할 수밖에 없는 현실에 매우 우울했다.
근평 관리
첫 출근 후 퇴근한 뒤 많은 생각을 했다. 처음엔 “나는 왜 이렇게 재수가 없나?”, “올해는 그냥 재낄까?”라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초시 합격을 노리고 노력해서 전년도 근평은 우를 확보해놓은 상태였는데, 근무 기간이 단축되면서 당해 근평으로 시험을 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렇다고 1년을 그냥 아깝게 보내긴 너무 억울했다.
그렇게 고민하다 조금씩 생각을 바꾸기 시작했다.
“이곳은 바쁜 지구대다”, “어차피 일을 해야 하는 곳이다. 일을 하다 보면 근평도 확보할 수 있지 않을까?”, “일단 해보고 포기하자.” 그리고 결심했다.
“내가 제어할 수 없는 부분은 버리고 일단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나 최선을 다하자.”
일단 일을 하는 데까지 해보고 근평 요구를 한번 해보자.
혹시나 근평 양이 나와도 합격할 수 있을 만큼 공부를 하자.
그렇게 마음먹으니 불안감은 사라졌고 출근해서는 일에 전념하고, 집에 와서는 공부에 집중할 수 있었다.
근평을 위한 노력
한 가지 목표를 세웠다. 서장님이 교통 사망사고에 관심이 많은 분이다. 그렇다면 “교통단속을 많이 한다면 나를 어필할 수 있는 한 가지 요소가 되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다.
출근하면 일단 스티커 5장 이상 끊고 일과를 시작한다.
그렇게 한 달 두 달이 지나고 지방청에서 교통단속 우수직원으로 선정되었다. 그때 팀장님이 말씀하셨다. “자기 밥그릇은 자기가 챙기는 거지”. 많은 의미가 담겨 있는 말이었다. 아무튼 그렇게 계속 목표를 이어갔고 약 8개월간 300건의 단속을 하였다. 그 뒤로도 계속해서 교통단속 우수 팀으로 3회 더 선정되었다.
물론 교통단속 만 한 것은 아니었고 현장 검거, 우수사례 등 팀과 지구대 실적이 되고 팀장님과 지구대장님이 신경을 쓰는 사안에 대해서 빠짐없이 실적을 챙기도록 신경을 썼다.
그 결과 1차 수, 2차 수 2번, 최종 우의 근평을 얻을 수 있었다.
1년간의 공부의 시작
매번 시험의 준비를 했다고 하지만 항상 10월쯤에 공부를 시작했다. 배명덕인지, 아니면 운이 좋았는지 경사 때까지는 항상 근평 수를 챙길 수 있었고, 시험에 그렇게 간절하지 않았던 그것 같다. -12, –14, -15, 항상 그렇게 시험승진과는 거리를 두고 있었다.
이번에는 달랐다. 매우 간절했다. 그래서 1월부터 공부를 시작했다.
스스로 궁지에 몰아넣기
배수의 진이란 말이 있다. 발을 뺄 수 없는 극한의 상황으로 자신을 몰아넣어 사력을 다하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승진 단톡방을 만들었다. 내가 스스로 학습을 주도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나는 합격한다는 것을 공표함으로써 스스로 족쇄를 걸었다.
이렇게 큰소리 떵떵 치고 떨어지면, 1년이나 준비하고 떨어지면 쪽팔려서 고개 들지도 못할 상황을 만들려고 했다. 그래서 더 노력할 수밖에 없게 만들었다.
물론 처음엔 그런 목적으로 만들었지만 내가 수험생활하는 내내 큰 힘이 된 채팅방이기도 하다. 비슷한 사연과 고통을 겪는 사람들끼리 서로 위로가 되어주고 서로 질의, 응답하면서 많은 공부가 되었다.
1월~4월 말 형사법
형법, 형소법 기초가 매우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차근차근 기본강의부터 수강하였다. 선택한 강사는 신광은이었다. 그동안 알아보고 이 책 저 책 보았는데, 구성이 매우 깔끔하고 보기 좋았으며 무엇보다 신광은이라는 강사의 이름에 신뢰가 갔다. 교재는 신광은 형법 기본서와 신호진 형법 1000제를 선택하였다. 형사소송법은 신광은 형사소송법 기본서와 신호진 형사소송법 1000제를 선택하였다. 기본강의는 1배속으로 수강하며 최대한 집중하면서 들었고 하루치 강의를 들으면 그날 바로 기본서를 다시 정독하고 문제집을 풀었다. 이 과정이 이번 시험 기간 나에게 큰 힘이 된 것 같다.
5월에 형법과 형사소송법 기본강의와 신호진 1000제 문제집까지 모두 풀고 나서 23년 승진시험 기출을 풀어보았는데 만점이 나왔다. 물론 강의를 수강하며, 또 1000제 포함된 문제들이니 그랬을 테고, 또 23년 형사법이 워낙 쉬웠기 때문에 그렇기도 하겠다.
하지만 문제집은 교체하였다. 1000제가 양이 너무 많기도 했고, 조금 더 컴팩트하게 보고 싶기도 했다. 그래서 기본서는 그대로 두고 문제집만 신광은 형법 OX, 형소법은 신의 한 수 기출문제집으로 바꾸었다. 이 부분이 내가 조금 후회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책이 나빠서가 아니라 공부 경험이 없어서, 반복하다 보면 소화된다는 것을 잘 모르고 한 선택이었기 때문이다.
시험 준비할 때 꼭 참고하였으면 하는 말이 있다. 한 번 정한 책은 바꾸지 말고 쭉 끝까지 수십 회 반복해서 보자. 그럼 내 것이 된다.
5~8월 실무종합
교재를 선택하지 못해 방황했던 시기이다. 마침 박용증 강사의 아두스 실무종합강의가 개강해 수강하게 되었다. 실무종합 책이 나오기 전이라 작년 교재로 수업하였는데, 책이 깔끔하고 외우기 쉬운 두문자가 많아 암기도 쉽게 다가왔다.
그러던 중 오함마 요약서와 강의를 듣게 되었다. 정말 좋은 책이었다. 두 가지 책 중에 어떤 교재를 선택할지 많은 고민이 있었다.
최종적으로 나는 아두스 실무종합을 선택하였다. 이유는 간단했다. 나는 근평을 잘 받을 자신이 없었기 때문에, 공제회 책에 없는 불의타까지 다 챙기고 싶었고 양을 좀 더 늘리더라도 최근 기출까지 모두 반영한 아두스 쪽이 더 전략적으로 맞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아두스 실무종합 요약서 강의를 듣고 정독하는 식으로 공부하였다. 그리고 공제회 실무문제집이 출간되었을 때 이론 부분은 읽지 않고 실무문제집을 읽으면서 출제 포인트를 아두스 기본서에 가필하는 식으로 단권화하였다. 그 후 오함마 응용, 아두스 기출문제집, 오함마 실전 모의고사, 김재규 모의고사 등을 풀었다. 끝에 마무리는 아두스 실무종합 기본서를 계속 회독하였다.
어렵고 자꾸 까먹는 실무종합을 암기하기 위한 노력들
9~10월
형법은 계속 신광은 기본서를 회독하면서 문제를 풀면서 틀린 것은 기본서에 단권화하였다.
형소법은 신의 한 수 공판파트가 도저히 소화되지 않아 조금 전략을 바꾸었다. 기본서를 버리고 네친구를 무한 회독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렇게 네친구로 교재를 바꾼 뒤 최종 시험 날까지 20회 정도 반복해서 보았다. 그것이 탁월한 선택이었던 것 같다. 시험장에서 모르는 지문이 하나도 없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네친구에는 이미 기출지문이 주의나 팁형식으로 들어가있고 그 외에 기출되지 않은 중요 부분도 다 있기 때문이다.
실무종합은 계속해서 아두스 기본서를 회독하였다. 문제를 많이 풀지 않았다. 그냥 문제를 한번 풀고 틀리게 내는 포인트를 기본서에 옮겨 적거나 오려 붙이며 단권화했고, 계속 기본서 회독을 늘렸다. 그리고 어려운 숫자나 꼭 암기해야 할 것들은 스스로 그림을 그려가며 암기법을 개발하고 반복해서 암기하였다.
11월~시험 당일
한 달을 삼등분하였다. 11월동안 각 1회 독 목표를 잡았다. 더 빠르게 볼 수 있었지만, 나의 목표는 시험 전 3일에 형법, 형소법, 실무 각 1회 독씩하고 가는 게 목표였기 때문이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12월엔 보름 만에 각 1회독, 7일만에 1회독, 3일만에 1회독, 각 1일만에 1회독. 계속해서 회독주기를 줄여 나갔다.
기본서에 단권화해서 가능했던 것 같다.
다른 공부법 보면 아는 것은 지우고, 모르는 것만 체크해서 그것만 본다라고들 많이 한다. 그게 효율적인 것은 맞는 것 같다.
근데 이번 1년 동안 공부하면서 느낀 것은 모르는 것은 체크하고 한 번 더 보고, 아는 것도 모르는 것을 볼 때 한 번씩 더 빠르게 계속 봐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지 않으면 까먹는다.
결론은 전부를 다 보되, 자주 틀리는 것은 한 번 더 보고, 회독 수를 늘려서 전체를 익숙하게 만들어 짧은 시간 안에 모두 볼 수 있게 만드는 게 최종 목표인 것 같다.
공부시간
나는 4부제 근무를 하는 지구대에서 공부하였다. 신고 많은 지구대고 근평 확보를 위해 교통단속, 현장 검거 등을 병행해야 했기 때문에 출근해서 공부하는 건 생각하지 못하였다. 그리고 집에 돌아오면 너무 피곤해서 잠을 자야 했다.
21시에 퇴근해서 집에 도착하면 곧장 잠을 잤다. 그리고 새벽 4~5시쯤에 일어나 공부를 시작했다. 그리고 낮잠을 조금자도 다시 출근하기 전까지 계속 공부하였다. 야간 근무를 마치고 오면 15시쯤 일어나 공부를 시작하였다. 그리고 밥 먹고 다른 것 하는 시간 외에는 새벽 1시까지 공부하였다. 그리고 아침 6시에 일어나 다시 그날 00시까지 공부하였다.
물론 중간에 딴짓하는 시간도 많았을 것이고, 일이 있어서 공부하지 못한 때도 많았을 것이다.
정리하면 주간 날 공부 X, 야간출근 전 6~8시간, 휴무 날 8시간 이상, 비번 날 10시간 이상 공부했던 것 같다.
시험 결과
근평 중간 또는 낮은 우, 형법 –3, 형소법-2, 실무 –2 총 7개 틀리고 합격하였다.
변명이긴 하지만 형법과 형소법에 문제를 제대로 풀고도 답을 잘못 적어 틀린 문제가 2문제가 된다. 시험 끝나고 너무나 억울했지만 어쨌든 내 실력이고, 결과적으로 한 문제에 등락이 갈릴 수 있었는데 참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공부량
형법: 신광은 형법기본서 10회독, 기출 OX 3회독, 신호진1000제 1회독, 윤경근 모고, 속전속결모고 + 1개년 최신기출 + 최판
형소법: 신광은 네친구 20회독 이상, 기본서 2회독, 신의한수 3회독, 신호진 1000제 1회독, 윤경근 모고, 속전속결모고, 1개년 최신기출 + 최판
실무종합 ; 아두스 기본서 18회독, 공제회 문제만 2회독, 오함마요약서 1회독, 응용문제집 3회독, 아두스 반반문제집 2회독, 김재규모의고사, 오함마 직전모고. 아두스 모고
시험 준비 기간 얻은 나름 노하우
0. 책은 처음 정한 것 딱 2권만 반복하자
양이 많은 기출문제집 1권이든, 기본서 + 기출이든 딱 그것만 최소 10~20회독하자. 책이 어렵거나 소화가 안 되는 건 진짜 그래서가아니라 회독이 부족해서이다. 같은 것을 계속 보다 보면 익숙해지고, 익숙해지면 주요 키워드 이외에도 다른 것까지 보이기 시작한다. 그렇게 한 권을 하루에 1회독할 정도로 많이 보고 나면 다른 문제는 너무나 쉽게 풀릴 것이라 확신한다.
김재규 모고 등 어려운 모의고사를 풀어도 과목당 0~-2개 내외로만 틀렸었다.
1. 잠이 올 땐 버티지 말고 15~30분 정도 꼭 자라. 그게 훨씬 도움이 된다. 자기 전에 커피나 카페인 음료를 먹으면 도움이 된 것 같다.
2. 모르는 것은 절대적으로 이해하려고 노력해라. 이해하지 않으면 다시 또 까먹는다. 시험이 코앞에 왔을 때는 그냥 무조건 암기해야 하겠지만, 기간이 충분하다면 하나하나 이해하려고 노력하자.
3. 외부요인에 일희일비하지 말자. 나는 처음부터 근평 양을 예상하고 공부를 시작했다. 근평이 1년 치로 바뀔지도 몰랐다. 그냥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냥 일하고, 공부하는 그것밖에 없었다. 그래서 티오가 줄든 말든, 근평을 누가 주든 말든 오롯이 공부에 집중할 수 있었고, 카페도 거의 방문하지 않을 수 있었다.
4. 에너지 드링크의 힘. 단톡방에서 추천받아서 시험 10일 남았을 때 먹기 시작했다. 카페인, 타우린 함량이 말도 안 되게 들어있는데 효과가 무지막지하기에 좋다. 다만 너무 남용하면 몸에 안 좋은 것 같으니 시험 10정도 남았을 때 써보니 좋은 것 같다.
@흰둥님 네 ㅎㅎ 맞습니다.
근데 아마 청이 교통단속에 크게 관심 없는 청인가보네요? 저희 청은
흰둥이님처럼 그렇게 한달에 300건씩 안해도, 분기별로 지방청장 표창주고, 우수단속팀 표창추면서 장려하는 분위기거든요.
그냥 서 1등 표창주고 긑인거 보면 참 서랑 청의 분위기라는게 중요한거 같네요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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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행정법은 어케준비하실생각이세요
와...그림 진짜잘그린다하고 작성자보니 찍찍사마 시군요.
경사 재시때나 많은 후기보고 힘냈는데
이제 경위님이 되셨네요!!!
축하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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