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0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하향 안정세를 보여온 서울 강남권 등 주요지역은 최근 하락세를 멈춘 상태에서 반등조짐을 보이고 있다. 수도권 외곽지역도 급매물이 거의 빠진 상태에서 ‘사자’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집값이 이미 바닥을 쳤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10일 서울 강남구 개포동의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세금이나 대출금리 부담 때문에 이미 집을 팔 사람은 다 팔았고 이 때문에 최근 가격이 다소 조정을 받았지만 추가 하락을 예상하는 사람은 없다”고 말했다.
경기 남양주시 한 중개업소 사장도 “휴가철이 끝난 지난달 말 이미 저점을 찍었다”면서 “지금도 늦지 않았다는 생각에서 전세가격을 올려주기보다는 아예 대출받아 집을 사려는 전세입자들이 최근 부쩍 늘고 있다”고 전했다.
거래시장도 점점 활기를 찾고 있다. 국민은행이 지난 8일 발표한 주간 아파트가격 동향 조사 자료에 따르면 전국 매매거래 동향분석 결과 ‘활발함’이 1.7%(4일 기준)로 지난해 2월21일 시점(2.4%) 이후 가장 높게 나타났다.
특히 서울 등 수도권의 ‘활발함’은 4일 기준 2.2%로 올해 1월23일(2.8%)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부동산정보업체 관계자는 “여름 비수기가 지나면서 매수 문의 등 상담 건수가 크게 늘고 있고 재개발 투자에 대한 문의도 증가하고 있다”며 “시장에서는 올해 하반기∼내년 상반기가 ‘투자적기’라는 인식이 빠르게 퍼지고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주택뿐 아니라 상업용 건물과 오피스빌딩, 상가 등 고가 투자상품 투자에 대한 고액 자산가들의 관심도 서서히 늘고 있다는 게 금융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전세시장은 더욱 불안한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실제 서울 강남지역은 이사와 결혼시즌을 맞아 소형아파트 임차 수요는 크게 늘고 있다. 지난 2004년까지만 해도 1억6000만∼1억8000만원 하던경기 성남 분당신도시 32평형 전세는 올해 5000만원을 더 줘야 재계약이 가능한 상태다. 경기 김포·파주 일대 신도시 예정지 주변도 휴가철 이후 최근 보름새 30∼40평형대 전세가격이 2000만∼3000만원 뛰었다. 이런 현상은 구리와 남양주 등 외곽지역도 마찬가지다.
부동산정보업체에 따르면 지난 2004년 9월 대비 올해 현재 전세가격 상승률이 높은 곳은 그동안 각종 호재로 매매가 상승 폭이 컸던 경기 화성(28.38%), 평촌(25.61%), 용인(23.99%), 산본(23.7%), 분당(23.7%), 서울 양천(20.26%), 경기 안양(19.6%) 등으로 2년 새 전세가격만 무려 20∼30% 정도 올랐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최근의 집값 불안현상은 단순히 계절적 요인이라기보다는 ▲집값 저점 인식과 회복 기대감 ▲고가 분양 등 분양가 상승 ▲전세 수급 불안 ▲집주인의 세금 증가분 전세가격으로의 전가 ▲정권말기의 부동산 규제완화에 대한 기대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하지만 이런 현상을 상승기의 시작이라고 보기에 성급하다는 견해도 있다.
조주현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최근의 전세가격 오름세는 상반기 매매가격 상승에 이은 추격 현상”이라며 “하지만 각종 규제에 따른 매물이 앞으로도 꾸준히 나올 것으로 예상돼 집값이 크게 하락하지는 않더라도 당분간 안정기조를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