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정 4년7개월 만에 대폭 축소 부산진·영도구 각각 22곳 감소 애초 사업성 고려 않고 지정 재산권 침해 등 갈등 부추겨 부산시가 주택정비구역 중 125곳을 지정한 지 5년만에 해제하기로 해 한 치 앞도 보지 못하는 주택정책을 펴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 때문에 부동산 투기와 땅값 상승만 부추겨 주민간 갈등을 촉발하는 것은 물론 정당한 재산권 행사를 막는 결과까지 초래했다는 것이다. 부산시는 2005년 9월 지정된 487곳의 주택정비구역 중 125곳을 해제(40곳은 뉴타운에 편입)하는 내용의 "2020년 부산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 기본계획(안)"을 확정해 28일부터 주민공람공고에 나선다고 26일 밝혔다. 부산 중구 영주동 시민아파트를 비롯한 18곳은 새로 지정돼 전체 주택정비구역은 380곳으로 줄었다. 유형별로는 재개발이 190곳에서 157곳으로 33곳 감소했고 도시환경정비도 49곳에서 21곳으로 축소됐다. 주거환경개선과 재건축 지구도 각각 21곳과 84곳으로 줄었다. 어디가 어떻게 해제되나 지역별로는 부산진구와 영도구가 각각 22곳씩 감소했다. 뉴타운 사업이 진행되고 있는 서구와 사하구도 나란히 13곳씩 줄었다. 연제구는 망미주공아파트 재건축을 비롯한 4곳이 신규 지정되면서 예전보다 3곳이 늘었다. 수영구도 수영현대파아트 재건축이 새로 지정되면서 2곳이 증가했다. 부산시는 앞으로 정비사업구역 신규 지정을 억제하기 위해 재개발 정비예정구역 최소면적을 3만 ㎡ 이상으로 대폭 확대하고 노후불량건축물 비율을 현행 40%에서 80%로 강화하기로 했다. 또 재건축 기준연한도 종전 20년에서 20~40년까지 조정할 예정이다. 주택정비구역이 4년7개월 만에 대폭 해제된 원인은 애초 사업성을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2001년 111곳이던 주택정비구역은 2005~2006년 무려 376곳이나 추가됐다. 반면 현재까지 정비사업이 마무리된 구역은 4.7%인 23곳에 불과하다. A건설사 임원은 "부산에서 수익성이 담보되는 지구는 10% 남짓하다"며 "결과적으로 조합원들의 환상만 키워 투기와 땅값만 부추겼다"고 말했다. 실제 주택정비구역 487곳의 면적은 부산 전체 시가화 구역(199.5㎢)의 13%(25.8㎢)에 달한다. 첫 단추 잘못 꿰 주민들 피해 정비구역으로 묶인 상당수 주민들은 그동안 재산권 침해를 받아왔다. 부산시도 정비구역으로 지정되면 도로를 비롯한 공공기반시설 투자를 꺼려왔다. 관리인가처분를 받고도 건설사와 조합이 갈등을 빚거나 소송을 진행 중인 곳도 30곳이 넘는다. 특히 정비구역 지정 이후 장기간 추진위원회 및 조합이 설립되지 않은 구역에서는 "정비구역을 해제하라"는 민원이 빗발치기도 했다. 새 아파트 입주를 위해 최소 1억~2억 원 이상의 추가 분담금이 필요하고 원주민 재입주율 역시 20%에도 미치지 못하는 실정을 감안한 것이다. 주택정비구역이 과다하게 지정된 원인 중 하나는 "장미빛 도시계획"이라는 지적도 많다. 부산시는 2020년 계획인구를 410만 명(±10%)으로 설정했다. 통계청이 추정한 325만 명과는 85만 명이나 차이가 난다. 현재 부산시 인구는 350만 명 수준이다. 부풀려진 인구에 맞춰 도시계획을 수립하다 보니 주택정비구역이 남발되고 뉴타운 역시 과잉 개발될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동의대 강정규(재무부동산학과) 교수는 "확장일변도였던 재건축·재개발 사업에 제동을 가한 것은 늦었지만 방향은 옳다"면서도 "정비구역에서 해제된 지역은 더욱 슬럼화될 수 있는 만큼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