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타깝게도 우리나라 테니스는 2023년 7월 30일 현재 세계 프로 100위안에 남녀 한명도 없다.
남녀 여러 선수들이 국제대회에 부지런히 출전해 고군분투하지만 100위안에 들기가 쉽지 않다. 일단 유럽과 미국 선수들을 상대하기가 버겁다. 체력, 체격, 서브,코치 등등 부족하다.
그런 측면에서 이형택, 정현, 권순우, 조윤정이 100위안에 든 것은 기적이고 신비롭기만 하다. 이들에 이어 100위안에 들 선수는 누가 있을까.
100위안에 대다수 든 유럽 선수들의 공통점은 어려서부터 유럽의 클레이코트에서 훈련을 하고 한명의 뜻있는 코치의 지도를 받아가며 꿈을 현실로 만드는 일이 많다.
그런 의미에서 스페인 클레이코트에서 자라고 실력을 키운 스페인계 한국국적의 18살 제라드 캄파냐 리가 100위내 들어가는 한국인 투어 선수로 주목된다. 우리나라 선수들의 100위 진입 과정과 순간을 지켜본 바로는 다음 100위내 들어갈 선수로 제라드 캄파냐 리를 꼽을 수 있다. 프로입문 첫해 성장 곡선이 가파르다.
제라드 캄파냐 리는 7월 30일 오스트리아 크람자흐 국제대회(M25,클레이코트) 결승에 진출해 경기한다.
지난 6월 중순 안성 국제대회(M25)에서 우리나라 국가대표들을 잇따라 이기고 우승한 뒤 유럽으로 건너가 다시 결승에 올랐다.
안성대회 출전 당시 랭킹은 767위지만 200계단이나 뛰어 현재 562위에 올랐다. 18살 나이에 ATP 61점을 갖고 있다. 권순우(104위,당진시청) 홍성찬(205위,세종시청) 정윤성(307위,의정부시청) 이재문(464위,KDB산업은행) 신산희(554위,세종시청) 다음으로 실업팀없는 제라드 캄파냐 리(562위)가 국제랭킹 순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번주 국제대회 결승에 한국 국적으로는 유일하게 진출해 우승에 도전하는 18살의 선수다.
세마스포츠에서 매니지먼트를 맡고 있는 제라드 캄파냐 리는 주니어때부터 한국 국적을 갖고 테니스 선수 생활을 하고 있다. 국내 실업팀 입단도 타진하고 국내 기업들의 후원도 기대하고 있다. 또한 주니어때부터 국가대표로 활동을 기대하고 있지만 아직 뜻은 이루지 못했다.
안성대회 출전하면서 국내에서 내로라 하는 실력있는 선수들을 이겨 자신의 진가를 드러냈다. 제라드는 실업팀의 연봉이나 계약금 하나없이 자력으로 항공료와 호텔비를 마련하고 상금만으로 다음 대회 여정을 이어가는 선수다. 상금이 없으면 빵도 없고 잠자리도 없는 절박한 선수다.
제라드는 안성에서 우승상금 3600달러(470만원)를 획득했지만 세금과 코치 포함 왕복항공료, 호텔비를 제하면 손에 쥐는 것은 거의 없고 오히려 적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지런히 포인트 쌓아 챌린저 선수, 투어 선수, 그랜드슬램 출전 선수로 자급자족을 시도하고 있다.
큰 뜻과 목표가 있기에 누구를 만나도 쉽게 게임을 내주지 않는다. 코트에 들어가면 이길 생각만 하고 들어간다. 제라드는 오스트리아 크람자흐대회 1회전에서 7번 시드 후안 바우티스타 오테기를 6-4 6-3으로 이기고, 2회전에서 체코의 요나스 포레텍을 6-0 6-1로 가볍게 제쳤다. 8강에선 역시 체코의 유명선수 루카스 로솔에 4-6 6-4 6-3으로 역전했다. 38살인 로솔은 대회 3번 시드로 2014년에 26위까지 랭킹을 찍은 클레이코트 선호하는 선수다.
제라드의 정신력은 오스트리아대회 4강에서 빛났다. 제라드는 대회 1번 시드인 미국의 올리버 크로포드(286위)에 7-6<4> 6-3으로 이겼다. 600위 선수가 200위권 선수를 이기기 쉽지 않은데 제라드는 해냈다.
제라드는 결승에서 2004년생 동갑나기인 북 마케도니아의 카린 이바노브스키를 만난다. 이바노프스키의 랭킹은 335위.
18살 나이에 한국 국적 선수 가운데 같은 또래에서 가장 높은 ATP 랭킹을 갖고 있는 제라드는 아시아가 아닌 보다 험난하다고 평가받는 유럽대회에서 자신의 실력과 내공을 키우고 있다. 그것도 프로 첫해에. 첫 단추를 제대로 꿰고 있는 셈이고 대회선택때 '닭의 머리보다 용의 꼬리'라는 방향성도 맞다.
이 선수에게 아시안게임 국가대표 기회가 주어지고 안정적 투어 경비가 마련되는 실업팀의 입단이 허락된다면 정현, 권순우에 이은 그랜드슬램 출전선수, 100위내 선수가 탄생하게 될 것이다.
우리나라 실업팀은 팀당 연간 10억원을 사용하는 곳이 많다. 팀에서 10%인 1억원을 떼어 제라드에게 먼저 제공하는 팀이 있다면 그 효과는 100억 이상을 거둘 것이다. 변변한 코치없이 아버지와 다니는 제라드에게 그 1억원 투자는 코치 비용으로 충당될 것이고 M25에서 이제 챌린저 예선에 출전해 본선에 도전하는 선수로 성장할 것이다. 그러면 한국챌린저 3개에서 두둑히 점수를 쌓아 성공한 알렉산더 부키치처럼, 크리스토퍼 유뱅크스처럼 기회를 잡아 순식간에 30위, 70위에 들 것이다.
클레이코트를 선호하는 제라드가 클레이코트 챌린저대회와 투어대회 그리고 그랜드슬램 프랑스오픈대회에서만 성적을 내도 100위안에 너끈히 든다.
클레이코트대회 데이비스컵 경기때 제라드에게 기회를 주면 톱 50위, 30위 선수들과 경기해 경기력을 높이고 담력을 키워갈 것이다.
권순우가 속한 당진시청처럼 실업팀 연봉과 계약금 포함해 연간 최소 1억원을 제공하면 그 실업팀은 100위내 투어 선수를 배출하는 팀이 된다.
네이민 마케팅 방식으로 제라드 캄파냐 리의 셔츠 왼쪽 팔뚝에 그 실업팀의 이름이 붙여져 전세계에 그 팀의 이름이 알려진다.
권순우의 경우 ATP TV에서 해설자들이 상주 출신이고 상주는 곶감(Persimmon)이 유명한 고장이라고 소개한다. 외국인에게 곶감은 생소한 것인데 상주로서는 권순우를 통해 홍보비 제로로 특산품을 전세계에 알리고 있다.
CJ든 안동시청이든 의정부시청이든 KDB산업은행이든, 김포시청이든 제라드를 잡는 순간 팀 이름은 세계만방에 날리게 된다.
유럽에서 안성대회 하나만 뛰려고 '모험' 귀국한 제라드는 안성에서 우승하고 비행기 이코노미석에서 쉬고 오스트리아 텔프스(인스부르크 인근)로 날라가 4강에 진출하더니 오스트리아 크람자흐 결승에 진출해 프로입문 첫해에 국제대회 두번째 우승에 도전한다. 이어 체코 리베레츠챌린저 본선에 태극마크와 함께 이름을 올렸다. 지난해 주니어 톱10에 들어 프로 챌린저대회 8개 출전권을 가졌는데 제라드는 그 기회를 활용했다.
제라드는 체코 북쪽 인구 10만명의 섬유공업으로 유명해 '보헤미아의 맨체스터'라 불리는 리베레츠에 한국을 알리는 홍보대사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국가의 이름을 매주 알리는 테니스 선수에게 기업이 아니면 국격 높이는 일에 국가라도 나서야 하지 않을까.
제라드는 세계 테니스 1위 카를로스 알카라스처럼 스페인 시골 클레이코트에서 테니스를 배운 선수다. 제라드가 알카라스가 되지 말라는 법도 없다. 전 세계 1위 후안 카를로스 페레로가 붙고 팀이 붙고 고향 소시지 기업이 후원하듯이 뭔가 붙으면 올라간다. 제라드가 믿을 구석이 무엇이 있겠는가. 태어난 스페인에서 국가대표, 집안 경제, 부모님 등등은 아닐 것이다. 오로지 대한민국이다. 주니어때부터 어머니의 나라 대한민국을 택했고 국적 선택을 대한민국으로 해 군 복무도 생각하고 있는 대한민국 청년이다.
지난해 한국을 찾은 제라드는 "처음에 랭킹이 없고 스폰서가 없을 때도 한국을 위해 뛰고 싶다고 생각했고 한국 국기를 달고 한국을 위해 뛸 수 있어서 행복하다"며 "매일 더 좋은 플레이를 하고 매일 성장하기 위한 생각을 하려고 노력했다.스폰서는 플러스되는 요소일 뿐이다. 중요한 건 좋은 플레이를 하고 성장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 7월 31일부터 체코 리베레츠 대회 본선에 태극 마크를 달고 출전하는 제라드 캄파냐 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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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코대회 본선 출전자 대진표 태그 중에 한국의 제라드가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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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년 1승2패, 2023년 7월 30일 현재 16승 13패로 500위권에 든 제라드 캄파냐 리 |
▲ 국내 선수들 ATP 라이브 랭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