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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지메
아라카와 료코는 민감하게 반의 분위기를 눈치챘다.
아무래도, 이지메가 행해지고 있는 것 같았다.
료코가 처음으로 들어간 반이 1학년2반, 아이들이 그대로 진급하여 2학년2반을 맡게 되었다. 1학년때는, 아직 엄마품이 그리워 우는 아이나, 오줌을 지리는 애들도 있었지만, 2학년이 되면서 현저히 그런 일이 사라졌다.
그 대신에 이지메가 시작되어 버린 것 같았다.
이지메를 당하는 아이는, 반에서도 제일 작은 여자 아이인, 요시자와 미치루였다.
이지메라고는 해도, 아직 초등학교 2학년들인지라 폭력적으로 가진 않았지만, 아무도 미치루를 상대해 주지 않았고, 쉬는 시간에도 마치 없는 아이처럼 취급 하는 것 같았다.
급식시간에는 선생들끼리 의견을 교환하는 시간 등이 있기 때문에, 식사는 교직원실에서 했지만, 서둘러 끝마치고 교실을 들여다보러 가니, 역시 미치루만이 남아서 혼자 밥을 먹고 있다.
게다가, 빵이나 반찬을 잘게 썰어서 먹기 때문에, 비정상적으로 먹는 속도가 늦고, 점심시간에 놀러 나가는 애들은 쳐다볼 생각도 않고, 계속 먹고 있었다.
적어도 이 학교에선, 음식의 호불호를 개성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싫어하는 음식을 무리해서 먹이진 않는다. 그런데도 너무 필사적으로 계속 먹고 있다.
료코는, 교실에 홀로 남아 급식을 조금씩 먹고 있는 미치루에게 말을 걸었다.
“미치루야”
미치루는 얼굴을 들어 씨익하고 웃음을 보였다. 윗니, 유치 두 개가 빠져 있는 게 확연히 보일 정도로 활짝 미소짓는 얼굴이었다.
“싫어하는 음식이 있으면, 먹지 않아도 좋아요.”
미치루는 슬픈 표정을 보이며 말없이 고개를 저었다.
“친구들하고 놀고 와도 괜찮단다.”
그렇게 말하자 미치루는 더욱더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친구... 없니?”
미치루는 쓸쓸한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모두와 이야기하다보면, 친구들 쯤이야 금방 생긴단다. 미치루가 요즘 공부시간에 전혀 손을 들지도 않고 해서, 선생님 걱정이야”
미치루는 말없이 뚝뚝 눈물을 흘렸다.
“울지마라. 선생님 화내고 있는 거 아니란다.”
무심코, 미치루를 껴안는 료코.
그러자, 화들짝 미치루의 몸이 굳어졌다.
“끼이~”
하는 묘한 비명소리를 낸다.
료코는 급하게 미치루의 옷깃을 젖혀보았다.
거기에는 너무 아플 것 같은 반점들이 눈에 띄었다.
“미치루, 잠깐 같이 갈 데가 있어.”
료코는 그렇게 말하며, 미치루의 손을 끌고 양호실로 향했다.
양호실에 들어가 양호선생인 사에구사 마미에게 자초지종을 말하자 사에구사는 곧 양호실의 문을 잠그고, 커튼을 치며 미치루에게 말을 걸었다.
“보기만 할테니까.. 아프게 하진 않을거야. 옷 속을 좀 보여 주겠니?”
그렇게 말하며, 미치루의 가디건과 추리닝을 벗기자 거기에는 뚜렷한 상처가 몸속에 퍼져있었다.
“이..이건....”
료코는 너무 심한 상처에 말문이 막히고 말았다.
“누가 그런거니?!!!”
사에구사 선생이 미치루에게 물었지만, 미치루는 말없이 고개를 저을 뿐이었다.
“여, 여하튼!! 부모님에게 연락하지 않으면....”
그러면서 료코가 일어나려 하는 순간, 사에구사 선생이 날카롭게 말하며 저지했다.
“그건 안돼!!”
“어..어째서...?”
“이 아이를 학대하고 있는 것은 부모야! 틀림없어!”
“어째서 그렇게 단정할 수 있어?”
“이러니까 선생님에게 말을 할 수 없게 된거라구!!”
사에구사 선생이 미치루의 입술을 살짝 들어 올렸다.
자세히 보니, 미치루의 이빨은 위아래가 순간접착제로 강하게 붙여져 있었다.
끝
2. 나오는 호텔
도시전설이라고 생각했다...
사루와타루 마나미는 공포 속에서 그렇게 속으로 중얼댔다.
비즈니스호텔의 싱글룸.
마나미는 그저 장난치는 기분으로, 침대 머리맡 벽에 걸려있는 액자를 쳐다봤던 것이다.
그러자, 거기에는 분명히 부적이 붙어 있었다.
장방형의 종이에, 무언가 한자인지 상형문자인지 모를 기묘한 문자가 춤을 추고 있었다.
마나미는 당황하여, 침대 밑을 들여다 보았다.
그러자, 거기에도 부적이 붙어 있었다.
TV 뒤에도, 냉장고 뒤에도, 테이블의 아래쪽에도...
있을만한 모든곳에 부적이 붙어 있었다.
이 방.. 나온다...
거기다 이 부적들의 수가 장난이 아니다. 무지막지한 것이 나온다...
마나미는 온몸의 털이 거꾸로 서서, 털 끝에 기분 나쁜 기척이 만져지는 듯 한 감각을 느꼈다.
곧바로 프런트에 전화를 넣었다.
“저기 여기 305호실인데요. 여기, 귀신 나오죠? 방 바꿔줘요!!”
험악한 어조로 수화기를 향해 말하자, 프런트에선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이
“예에??”
하며 대답했다.
“하여간, 방을 바꿔줘요. 층수도 다른 층에 있는 방으로요!”
“네... 그러면 다른 방을 준비해 드릴테니, 힘드시겠지만 프런트로 키를 바꾸러 와주시겠습니까?”
“금방 갈께요!”
마나미는 부숴뜨릴 듯 수화기를 놓고, 짐을 챙겨 도망치듯 방을 빠져나와 엘리베이터에 올라 1층의 프런트로 내려갔다.
‘비즈니스 호텔 호라이’의 1층 프런트 앞은 비즈니스호텔이라고 하기엔 상당히 커다란 로비였다. 역에서 꽤 먼데도 불구하고 손님도 많고, 로비에는 스무명 이상의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그 활기찬 모습에 안심하면서도, 서둘러 프런트로 향했다.
프런트맨이 바로 일어났다.
“305호실의 사루와타리님이시군요. 이쪽으로 오시지요.”
곧바로 다른 키를 건네받은 마나미는 불평할 타이밍을 놓쳐 그대로 키를 가지고 5층으로 올라갔다.
이렇게 순순히 건네주는 걸보니 역시 그런 이유일 것이다...
마나미는 508호실의 열쇠를 가지고 엘리베이터에서 내렸다.
복도를 한 번 꺾어지니 바로 508호였다.
키를 따고 방에 들어가자마자, 침대위의 액자를 확인한다.
좋아, 부적은 없다.
침대밑, TV뒤, 냉장고 뒤, 그 외 다른 곳에서도 발견되지 않았다.
아니, 저 침대매트의 끝에 보이는건 부적인가??....
마나미는 침대의 시트를 걷고 매트를 뒤집었다.
"히익 !!“
자기도 모르게 비명을 질렀다.
거기에는 한 면 전체가 부적으로 덮여 있었다. 짐을 들고 다시 방을 나와서, 엘리베이터에 올라 탔다.
1층에 도착해서, 화가 난 걸음걸이로 프런트 앞에 가서 섰다.
“이봐요, 적당히 좀 하라구요. 그딴 방으로만 날 돌리고 있잖아!!!!”
프런트맨은 영문을 모르겠다는 모습으로 멍하니 서 있는다.
“아까 방도, 지금 그 방도 부적투성이 잖아요!!!! 기분 나쁘다구요!!! 부적이 없는, 깨끗한 방을 준비해 주세요!!”
“...예에.. 그럼 준비해 드릴테니 , 그쪽 로비에서 기다려 주십시오.”
그렇게 말하곤 프런트맨은 안쪽 사무실로 들어 갔다.
마나미는 녹초가 되어서, 로비에 설치되어있는 소파에 짐과 함께 무너지듯 쓰러졌다.
두 번씩이나 그런 방에 들어가게 된 것은 상당한 충격이었다.
그 기분 나쁘게 꼬여 있는 문자의 부적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았다.
역에서 20분이나 걸어서 겨우 발견한 비즈니스 호텔이였지만, 다른 곳을 찾아 봤으면 좋았을지도 모르겠다...
여기만 역에서 떨어져 있었지만, 로비에는 많은 손님이 있다. 잘 찾아보면 다른 데도 호텔은 있지 않을까?
문득, 눈 앞의 테이블에 커다란 유리재떨이가 눈에 띄었다.
아아, 여기는 담배를 필 수 있는 곳이구나...라고, 조금 기분이 나아진 마나미는 웃옷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냈다.
근처 소파에는 아무도 앉아 있지 않았다.
마나미는 재떨이를 끌어당겼다. 그러자, 유리재떨이를 통과해서, 뒷 쪽에 하얀 종이가 붙어 있는 것이 보였다.
서, 설마...
등짝에 돌연 찬물을 끼얹은 것 같은 기분이 되었다.
천천히, 천천히 재떨이를 뒤집어 보자, 거기에는 아까의 그 부적이 붙어 있었다.
“헉!!”
비명조차 나오질 않았다. 목구멍 속에 공포의 덩어리가 막혀있는 것 같았다. 숨을 쉬기가 힘들었다. 자기도 모르게 소파로부터 미끌어져 떨어질 듯 주저 앉으니, 테이블 아래에도 부적이 붙어 있는 것이 보였다.
마나미는 소파 밑으로 시선을 돌렸다. 거기에도 부적이.
소파의 쿠션을 들어보았다. 역시 거기에도.
당황한 몸을 일으켜 로비를 돌아보니, 여기저기에 부적 같은 것이 붙어 있는 것을 처음으로 눈치 챌 수 있었다.
이 호텔은....
“사루와타리님”
아까 그 프런트맨이 로비의 사무실 출구에서 나오는 것이 보였다.
그 뒤에는 하얀 기모노에, 머리를 깎은 노파가 함께 나온다. 팔십은 족히 넘어 보이는 주름투성이의 원숭이 같은 노파였다.
그 노파가 가지런하지 않은 이빨을 내놓고, 새빨간 입을 열어 소리를 질렀다.
“스소님의 인도를 업신여긴게 네 년이냐??!!!!”
순간, 로비에 긴장감이 흘렀다.
그다음 순간, 로비에 있던 모든 사람이 벌떡 일어서선 전원이 목소리를 맞춰,
“나마쿠기리기리 인게쯔가라라오 아아소바카”
“나마쿠기리기리 인게쯔가라라오 아아소바카”
“나마쿠기리기리 인게쯔가라라오 아아소바카”
“나마쿠기리기리 인게쯔가라라오 아아소바카”
“나마쿠기리기리 인게쯔가라라오 아아소바카”
마나미는 짐을 집어 들고는, 출구로 달렸다.
“잡아라!!!!”
라는 노파의 소리와 함께, 로비의 전원이 일제히 덤벼왔다.
“나마쿠기리기리 인게쯔가라라오 아아소바카”
“나마쿠기리기리 인게쯔가라라오 아아소바카”
“나마쿠기리기리 인게쯔가라라오 아아소바카”
“나마쿠기리기리 인게쯔가라라오 아아소바카”
“나마쿠기리기리 인게쯔가라라오 아아소바카”
주문을 합창하면서, 차례로 손을 뻗어 잡는 것을 뿌리치며, 마나미는 출구의 자동문 앞에 섰다. 그러나, 어디선가 전원을 끊어놓았는지 열리지 않았다.
가방이 뒤로 끌려간다.
마나미는 필사적으로 자동문 사이로 손톱을 쑤셔넣어, 손톱이 부러지는 것도 상관 않고 온힘을 다 해 양손으로 문을 열었다.
뒤에서 뻗어온 손이 목을 졸랐다.
뒤돌아 보는 형상이 된 마나미는 목을 조르고 있는 중년남성의 낭심을 힘껏 걷어찼다.
“으악!”
하는 비명을 올리곤, 그 자리에 주저 앉는 중년남성.
마나미는 가방을 잡아뽑듯이 끌어내면서, 겨우 열린 자동문 사이로 필사적으로 도망쳐 나왔다.
그제서야 몸에 붙어 있던 손들이 일제히 떨어졌다.
구르듯이 출구의 계단을 내려온 마나미는 재빨리 뒤를 돌아 보았다.
“나마쿠기리기리 인게쯔가라라오 아아소바카”
“나마쿠기리기리 인게쯔가라라오 아아소바카”
“나마쿠기리기리 인게쯔가라라오 아아소바카”
주문은 계속 되고 있었지만, 로비에 있는 손님들은 마치 결계라도 쳐 놓은 것처럼 자동문 바깥으로는 나오려고 하지 않았다.
훗날 알게 된 얘기지만, 그곳은 어떤 신흥종교단체의 보양시설 같은 것 이였다.
3. 사우나
타나하시 쥰야가 사우나 룸의 목제 도어를 당겨 열었을 때, 불쑥 묘한 열기가 몸을 감쌌다.
사우나이니까, 열기에 둘러싸이는 것은 당연한 것이지만, 어쩐지 일반 사우나와는 다른, 묘한 분위기였다.
그것은, 열기라기보다는, 시선에서 느껴지는 느낌일지도 모른다.
문을 들어선 순간, 안에 있던 열명정도의 남자들이 일제히 이쪽을 쳐다봤지만, 전원이 잔뜩 찌푸린 눈을 하고 있다.
죽은 동태 눈깔..
일순간, 그런 인상이 머리를 스쳤다.
타나하시가 잔업으로 새벽1시를 넘겨, 역전에 도착했을 때는 당연히 마지막 전철은 떠난 후였으므로, “할증”. “빈차”등을 켜놓고 보란 듯이 택시가 줄을 지어 서선 사냥감을 기다리고 있었다.
은행원이라곤 하지만, 외근직 평사원으로선 택시로 집에 돌아간다는 것은 있을 수도 없는 일이였다.
내일도 하루종일 외근 할 생각을 하니, 피시방 같은데서 하룻밤을 샐 수도 없다.
역전 전화박스의 업종별 전화번호부에서 캡슐호텔을 찾아봤지만, 모두가 만실, 폐점등의 자동응답 메시지가 흘러 나올 뿐이였다.
사우나라면, 수면실은 있을 것이다...
타나하시는 간절한 마음으로 “사우나 뉴욕”이라는 빌딩 앞에 섰다.
3층짜리의 작은 빌딩으로, 1층에 유리문 입구가 보였으나, 거기는 “금일 전세냄”의 표가 붙어있었다.
맥이 풀려 버렸지만, 유리문 저 쪽에서 점원같이 보이는 사람을 발견한 순간, 영업직 사원의 밀어붙이는 힘이 불끈 솟아 올랐다.
자기도 모르게 유리문에 달려들어, 주먹으로 두세번 유리문을 두들겼다.
“미안합니다. 하룻밤만 묵게해 주세요!”
오십줄의 점원은 고개를 숙이면서 이쪽으로 와 주었다.
걸렸다!
적어도 말을 붙이게 되면, 어떻게든 되리라. 묘한 영업사원의 자부심이 용솟음쳤다.
“죄송합니다만, 오늘은 전세를 내서요..”
라는 점원.
“아니요, 수면실 구석에 눕게만 해주셔도 괜찮습니다.”
“전세라도, 한 가족들에게 전세낸거라.. 다른 분에게는....”
”그러시다면, 모포 두세장만 빌려주신다면 복도에서라도 괜찮습니다. 노숙하는 것 보단 낫습니다. 어떻게든 부탁드립니다.“
연령대로 봐서, 피시방이나 24시간 노래방의 존재가 머리에 빨리 떠오르진 않을 것이라고 생각해서, ‘노숙’이라는 말을 사용해 보았다.
과연, 점원의 얼굴에 동정의 표정이 떠오른다.
“그렇게까지 말씀하신다면....”
점원은 눈치를 보며, 유리문 밑의 자물쇠를 열어 주었다.
“정말 감사합니다.”
타나하시는 점원의 양손을 잡고는 감사의 뜻을 나타냄과 동시에 점원의 명찰을 보았다.
‘점장 키무라’
“엇, 점장님이셨군요? 정말 죄송합니다. 날이 밝는대로 떠나겠습니다.”
“아닙니다. 따로 여유있게 계셔도 상관없습니다. 한군데만, 가족이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나머지 관내의 시설은 다 이용할 수 있으니, 천천히 쉬다 가세요”
“네, 정말로 감사합니다.”
택시요금의 몇분의 일에 불과한 요금을 먼저 계산하고, 타나하시는 무거운 몸을 끌다시피 하여 바로 수면실로 향했다.
아무도 없는 수면실.
일단, 제일 구석자리에 모포를 깔고, 취침준비를 했다.
주름지지 않도록 옷을 정리해서 행거에 걸고, 와이셔츠도 정성껏 접었다.
그러고 보니, 사우나라면 가운이나 뭔가가 있을 것이다.
타나하시는 그렇게 생각하며, ‘욕실 . 사우나→’의 간판대로 통로를 지나, 엘리베이터로 2층으로 올라갔다.
아니나 다를까, 로커가 있고, 가운이 발견되었다.
그렇다면, 잠깐 욕실을 이용하여 땀을 빼는 것이다. 땀을 내면, 사우나에도 욕심이 생긴다.
이렇게하여, 타나하시 쥰야는 처음에 얘기하던 그 사우나 룸에 들어갔지만.....
‘가족’이라고 하기에는, 어느 누구 한사람도 말을 하지 않고 있다. 남성이 밑으로는 20대로부터 위로는 40대정도가 열명. 가만히 조용하게 땀을 흘리고 있다. 가족이라도, 친척에 불과하다고 말할 수 밖에 없을 지도 모른다.
타나하시는 모두의 앞을 자세를 낮추고 지나, 제일 구석에 앉았다.
그 행동을 죽은 동태 눈깔 같은 열 명의 남자가 조용히 지켜본다.
무겁다...
타나하시는 묵직한 공기의 무게를 느꼈다. 사우나에 들어가면 다소 숨쉬기가 힘들게 된다지만, 공기의 무게감이 더욱 숨쉬기 어렵게 박차를 가하는 것 같다.
조금 공기를 가볍게 하고자, 타나하시는 누구에게랄 것 없이 말을 걸어 보기로 했다.
“여러분, 동행들이시라고 들었는데...”
... 대답이 없다.
그저, 허옇게 탁해진 20개의 눈동자가 이곳을 멍하니 바라볼 뿐 이였다.
확실히 자신은 다른 분위기를 풍기고 있나보다.
게다가, 사우나의 열기도 어중간해서, 상당 시간을 들어가 있지 않으면 땀도 나올 것 같지 않은 느낌 이였다.
그것보다, 무엇보다, 쌓여오는 호흡곤란.
가벼운 현기증까지 날 것 같다.
이제 나가자....
“죄송합니다. 먼저 나가겠습니다.”
가만히 쳐다보면서 사우나 룸을 뒤로 하고 나왔다.
마치, 목을 졸리는 상태에서 해방된 것 같은 상쾌한 기분이 되었다.
어서 한번 욕실에 들어가고 나서 자자.
타나하시는 목욕탕에서 몸을 씻고, 천천히 욕조에서 몸을 일으켜, 수면실 구석에 누웠다.
사우나 룸 말고는 한사람도 만나지 못했다. 마치 자신이 전세를 낸 것 같은 묘하게 이득을 본 것 같은 기분이 되었다.
그리고, 천천히 잠에 빠져 들었다.
다음날 아침, 누군가 가볍게 손바닥으로 얼굴을 때려서 잠이 깼다.
당황해서, 눈을 뜨니, 감색 모자에 하얀 마스크를 한 남자가 쭈그리고 앉아서, 이쪽을 보고 있다.
“뭐, 뭡니까, 당신은?”
라고 물으니, 감색모자의 남자는 저쪽을 향하여 누군가에게 소리쳤다.
“여기 살아 있어요!”
그러자, 양복을 입은 인상이 별로 안 좋은 남자가 다가왔다.
“당신도, 그거? 자살사이트 오프라인 모임 멤버?”
“예? 전.. 그냥 손님인데요?”
“휴- 큰일 날 뻔 했군. 당신, 사우나에 들어갔었으면 큰일 날 뻔 했수다.”
“예?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여기 점장 포함해서 11명 전원이 죽었습니다. 연탄 사우나로.”
1. 인파(人波)
역에서 나와 뒷골목으로 들어서자 사람들이 많이 몰려 있었다.
뭐하는 사람들이지?
신경은 쓰였지만, 강한 카메라 플래쉬가 터지고 있었는데, 피로했던 몸으로 인파속에 끼어들기도 귀찮고 하여 그 사람들을 그냥 지나쳤다.
다음날 아침
뉴스를 보니, 괴한이 한 남자를 해머로 때려죽인 사건이 나왔다.
무서운 생각이 들었지만, 평소와 같이 회사에 출근했다.
퇴근길.
야근이 있어서, 마지막 전철에서 내리니 길에는 사람이 하나도 없었다.
서둘러 개찰구를 나와, 역사를 나오자 언제나 그랬듯 골목이 기다리고 있다.
빠른 걸음으로 골목을 잽싸게 빠져 나오고 있었다.
거기서 머리에 충격이 왔다.
머리가 어질거리며 쓰러져 뒷통수를 만져보니 기분나쁘게 부어있었다.
끈적거리는 것은 출혈 탓이리라.
죽을지도 모른다!
생존본능에 필사적으로 핸드폰을 꺼냈지만, 곧 누군가에게 걷어차여 날아가고 말았다. 언제인지 모르게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있었다.
사.. 살려줘.
가까스로 목소리를 내어봤지만, 그 누구도 듣고있지 않은 것 같았다. 아까부터 핸드폰의 찰칵하는 기계음과, 플래쉬광이 번쩍였다.
구.. 구.. 구급차를... 구급차를 좀....
플래쉬 빛
찰칵 하는 소리
플래쉬 빛
찰칵 하는 소리
마침내 힘이 다해 죽어버린 시체에는 아무런 흥미도 못 느끼겠다는 듯 사람들은 황망히 시체를 놔둔 채 흩어져 갔다.
“엥? 구급차? 누가 불렀겠지 뭐....”
끝
2. 엘리베이터
띵!
유리는 눈을 감은채로, 단숨에 어두운 복도를 달려, 엘리베이터안으로 뛰어들었다.
오후 10시
이 시간까지 야근을 하면, 경비절감을 위해 복도의 전기는 모두 꺼진다.
유리는 극도의 어둠공포증이 있었다.
어두운곳이 무섭고, 잘 때 조차, 불들과 전기를 켜놓은 채로 잘 정도였다.
뒤쪽의, 엘리베이터앞의 전신 거울도 공포를 증대시켜 주는 원인이다.
어둠속에서, 거울을 보면 뭔가 이상한 것을 보게 될까봐 무서웠다.
눈을 감은채로, 1층 버튼을 누루고, 닫힘 버튼을 누른다.
엘리베이터 문이 완전히 닫히고 어둠이 물러났다고 느껴져 이윽고 유리는 눈을 떴다.
겨우 안심이다.
1층은 항상 전기가 들어와 있어 밝다.
그 바깥은 지하철 입구가 바로 있고, 그 곳으로 뛰어 들면 이제 어둠과는 작별.
유리는 문위의 층수표시를 보았다.
이 시간에 남아 있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엘리베이터는 순조롭게 내려간다.
8층..... 7층..... 6층..... 5층.....
그런데, 그 괴한은 체포되었던가.
유리는 문득 tv에서 봤던 뉴스를 생각했다.
이 근처에 부엌칼로 사람을 찌르는 괴한이 나타난다는 사건이였다.
4층..... 3층..... 2층..... 1층.
층수표시가 1층을 알리고, 띵! 하고 소리를 내며 엘리베이터가 멈췄다.
문이 열린다.
검은 옷의 남자가 서있다.
후드를 뒤집어 써서 얼굴은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그 손에는 부엌칼이 쥐어져 있었다.
그 부엌칼이 천천히 올라온다.
괴한이얏!!
유리는 서둘러 엘리베이터의 닫힘 버튼을 연타했다.
부엌칼이 남자의 머리위까지 올라갔다.
빨리!!! 빨리 닫히란 말야!!!!!!!!!!!
유리는 닫힘 버튼을 연달아 누르면서 남자를 쳐다 보았다.
남자는 머리위에서 부엌칼을 바꿔 쥐었다.
긋는게 아니야, 찌를 생각이야!!!
빨리!!! 빨리!!!
더욱 초조하게 만들려는지, 엘리베이터 문은 천천히 닫히고 있었다.
남자가 천천히 한걸음 이쪽으로 발을 떼었다.
문은 완전히 닫히기 까지 5센티정도 남아있었다.
4센티... 3센티.... 2센티.... 1센티....
결국, 문은 완전히 닫혔다.
서둘러, 원래 있던 층인 8층을 연타했다.
천천히, 엘리베이터가 움직이기 시작하고, 층수표시가 1층에서 2층으로 바뀌었다.
사, 살았어....
유리는 곧 핸드폰을 꺼내어 경찰에....
손가락이 멈췄다.
이 빌딩의 구조는 각층이 모두 똑같다.
즉, 엘리베이터 앞에는 거울이 있다.
유리는 천천히, 아주 천천히, 뒤를 돌아보았다.
그 미간에 부엌칼이 꽂혀있었다.
끝
3.냄새
세이비는 비오는 날의 통근전철이 너무 싫었다.
공기가 축축하니 습했고, 긴 머리부터 옷까지 몽땅 왠지 모르게 젖어 버린다.
그리고, 짐승의 냄새 같은 사람냄새가 몸에 스며드는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것이다.
그 냄새는 기분탓이려니 했다.
그 날이 오기까진...
어느 비오는 날의 통근전철 안.
만원의 전철 안에서 세이비는 창밖을 바라보며, 빨리 역에 도착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다 전철이 어떤 빌딩의 그림자 속으로 들어갔다.
세이비는 멍하니, 창문에 비추인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뒤에 바짝 서있는 남자의 얼굴도 보였다.
그 남자는 입에서 검은 덩어리를 뱉어내고 있었다.
잘 못 본건가 생각한 세이비는 창문에 비치는 모습을 자세히 들여다 보았다.
남자의 입에서 튀어나온 시커먼 덩어리는, 축 늘어져서, 세이비의 머리에 연결되어
있었다.
남자는 세이비의 머리카락을 입안 가득 넣고 있었던 것이다.
세이비의 시선을 눈치챈 남자는 재빠르게 혼잡한 속으로 사라져 갔다.
세이비는 비명을 집어삼키며 한발짝도 움직일 수 없었다.
끝
4.냄새(2)
“그 애의 냄새가 난다구”
나의 앞에서 사야가 말했다.
그 애라면 누구를 말하는지 알고 있다.
사야에게 애인을 빼앗긴 미타니 유키다.
그 여자는 강한 향수를 써서, 방을 떠나 돌아간 후에도 그 여자의 존재를 느낄 정도다.
그러나, 지금은 그럴 수가 없다.
그런 냄새가 날 리가 없다.
왜냐하면, 그 애는 자살 했기 때문이다.
사야는 그애의 남자를 빼앗은 후, (일부러) 사야와 남자가 관계를 갖는 장면을 보게 만들어 유키는
그대로 방을 뛰쳐나가 건널목 차단기 밑으로 뛰어들었다.
시체는 산산이 부서져, 철도원들이 삽으로 시체조각을 떠 모으고 있는 것을 목격했다.
“설마, 같은 향수를 바르고 있는거 아냐??”
사야가 말했다.
“그럴 리가 있니?”
내가 말했다.
“그렇지....”라고 말하면서도, 사야는 킁킁거리며 내 몸의 냄새를 맡아간다.
“너무 예민한거 아냐? 그럴 리가 있냐구?”
“아냐. 정말로 냄새가 난다니까. 모르겠어?”
나는 잠시 코를 위쪽으로 향해 방안의 공기를 들이마셔 보았다.
사야의 샴푸 냄새, 벽과 마루의 도료 냄새, 그리고 사람의 냄새...
“그애 냄새 같은건 없어”
“그럴 리가 없어! 이렇게 강하게 나는데도??!!”
사야는 개처럼 킁킁 거리며 방안의 냄새를 맡으며 돌아다닌다.
“여기도. 봐, 여기도, 여기도 냄새가 나. 여기도 여기도, 여기도!!”
나는 조금씩 사야에 대해 이해를 할 수 없게 되었다.
유키가 죽고 3개월, 사야와 만나면 계속 “그애의 냄새” 이야기만 한다.
“잠깐!!”
사야가 부엌에서 소리쳤다. 어느새 오른손에 식칼을 거머쥐고 있다.
“찾았어!! 찾았다구!! 냄새의 근원!!”
그렇게 말하면서, 사야는 자신의 얼굴에 식칼을 쑤셔 넣었다.
비명과, 꿀럭꿀럭하는 액체의 소리와, 우드득거리는 둔탁한 소리가 사야의 양손가운데서 들려왔다.
나는 비명을 지르면서도, 사야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사야의 양손이 새빨갛게 물들어 손가락 사이에서 질퍽하게 피가 뿜어져 나오기 시작하더니, 옷을 붉게 물들여 갔다.
그리고 투둑하며
작은 살덩어리가 마루에 떨어졌다.
시뻘건 고기 덩어리가..
그것은 사야의 코였다.
일주일후.
병원에 문병을 간 나에게, 사야는 얼굴을 감싼 붕대 속에서 나에게 미소 지어 보였다.
“코에서 냄새가 났어. 냄새를 풍겼다구”
병원에서, 두 번의 자살미수를 벌인 사야는, 지금은 향정신성 약제로 인해 언제나
밝은 모습이다. 병실에는 거울이 하나도 없었다.
끝
5. 공중 화장실
심야의 귀가 길.
후미에는 오줌이 마려워, 어쩔수 없이 공원의 공중화장실로 뛰어들었다.
한밤중이라, 모든 칸마다 문이 열려 있었다.
서둘러 적당한 칸으로 들어가선, 문을 걸어 잠그고 치마를 들춰 올렸다.
그 순간, 위로부터 무언가에 덮어씌어진 느낌이 들었다.
아니, 액체다.
머리부터 액체를 뒤집어 쓴 것이다.
게다가, 그건 분명히 휘발유 냄새였다.
더구나, 문 바로 바깥에서 칙... 칙... 하고 라이터를 켜는 소리까지 났다.
후미에는 공포에 질려, 문을 열고 나가려 했지만, 누군가가 문을 막고 있는 듯 문은 열리질 않았다.
“머니... 머니....”
돌연, 문 바로 저쪽에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머니... Money...."
후미에는 순식간에 갖고 있던 지갑을 문너머로 던졌다.
“감사합니다.”
라고 하는 목소리와 함께, 누군가가 달려가는 발소리가 들려왔다.
끝
6. 앨범
류이치는 튀김요리를 다먹고 젓가락을 놓았다.
“이제 됐겠지?”
부엌에서 가나코의 목소리가 들린다.
“기다려요”
“아무리 기다린다고 해도, 이제 우리 사이는 끝났어!”
“부탁이야, 기다려요!”
부엌에서 가나코가 달려왔다.
“두사람의 추억을 보고 싶어요. 그걸로.. 그걸로.. 만약에, 마음을 바꿔준다면..”
“난 우리사이를 다시 돌릴 일은 없어”
“그럼, 추억의 앨범이라도!”
가나코는 옷장 서랍에서 앨범을 꺼내 왔다.
류이치는 한숨을 내쉬며, 마지못해 앨범을 열었다.
류이치와 가나코가 만난지 얼마 안됐을 때의 사진이 줄지어 있다.
다음 페이지를 넘기니,
류이치와 가나코가 데이트할 당시의 사진이.
다음 페이지를 넘기니.
첫날밤의 사진이.
그러고보니, 가나코는 언제나 카메라를 가지고 있었다.
다음 페이지를 넘기니
데이트 할 때의 사진이 차례로 나왔다.
다음 페이지도, 그 다음 페이지도.
그리곤, 갑자기, 엄청난 수의 바퀴벌레의 사진이 나왔다.
“으악!”
류이치는 앨범을 덮으려고 하였다. 그 손을, 가나코가 저지했다.
“다음. 다음을 넘겨봐요.”
류이치는, '이 앨범만 끝나면, 이 여자와 헤어질 수 있다.'는 생각으로 다음 페이지를 넘겼다.
접시위에 짓뭉개져 있는 바퀴벌레 무리.
“다음, 다음!!”
다음 페이지를 넘겼다.
엉망으로 으깨어진 바퀴벌레 요리.
그 다음 페이지를 넘겼다.
바퀴벌레 으깬 요리에 섞여 들어가는 당근과 양파.
마지막 페이지.
거기엔, 바퀴벌레를 으깬 요리로 만들어진 튀김요리가 튀겨지고 있었다.
류이치는 격렬하게 토하기 시작했다.
그 옆에서, 가나코는 깔깔거리고 웃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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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너무김
안읽을래 수고했음
레알 못읽겠어~
다읽음
다읽고난게 댓글땜싴ㅋㅋ 난 뭐햇나 싶내
이것도 다읽음 아 시발 개무섭네 ㅡㅡ
ㅇㅅㅇ 첫번째가 제일 볼만하고 나머지는 그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