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후감ㅡ명카이브496
#더트롯쇼<밤안개> 23.4.10
'아유~~ 고리타분~~'
'아휴~ 노인네~~'
울엄니가 가요무대를 애청할 때 내가 속으로 한 말이다. 녹슬은 기찻길 같은 구닥다리뮤직에 당췌 공감대를 형성할 수가 없었다. 지금도 안본다, 울 가수님 출연 말고는.
그러니,
가수님의, 나와는 차원다른 취미가 지금까지도 백퍼는 이해가 안되니 나의 이 탐구생활이 끝이 날 수가 있나?
난 지금도 옛날곡은 울 가수님이 불러야만 미치지 그러지 않고서는 안듣는다.
그저 가수님이 좋다하니 좋은가보다 하고, 그가 부르면 그제서야 뺑 돌아버리는 나의 무심한 음악역사에 한 획을 그은 것이 #밤안개 이다.
정확하게는 #조명섭이부른밤안개 .
물론, 이 곡을 좋아했다.
이 곡을 어찌 사랑하지 않으리요.
대중가요에 무심했던 나는,
내가 이 곡을 왜 좋아했는지도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막 그렇게 음악을 좋아하는 편도 아니었다.
좋아하는 편은 아니라고 했지 모르지는 않았다. 영화나 음악이나 문학이나 그냥 교양필수 정도만...
문학개론 수업을 듣는다고 해서 문학을 좋아하는 건 굳이 아니듯이.
조명섭으로 인해 지구가 달라지고 있다고 몇번이나 썼고 오늘도 쓴다.
단한번도 일어나지 않았던 일들이 내게 막 일어나는 건 정말 짜증(?)나면서도 막 신기하다.
매일 새로운 세상을 산다는 건 얼마나 근사한 일인가!
지금은 안가지만 오래전 노래방에서 나의 18번 중에 #꿈속의사랑 #베사메무쵸 가 리스트에 있었다.
듣는 곡과 부르는 곡은 다르다.
듣기는 김건모나 발라드를 들었지만 노래방에서는 부르기 쉬운 옛곡을 부르는 것이 국룰.
이 두곡이 그나마 끌렸는지 아무 생각도 이유도 없이 자주 불렀는데 이제 이 지경(?)에서 생각해보니 두 곡이 다 외국곡.
(그때는 몰랐다)
역시 나의 피는 외국계에 끌리는지
이봉조 작곡가의 노래는 다 경이롭게 좋아한 이유도 이제서야 파악한다.
재즈 기반이란 거.
밤안개, 안개 (그러고 보니 다 안개네.여태 인지하지 못했다.) 이런 곡은 정말 들어도 들어도 끝나는 게 아쉬운 명곡들인데 왜 좋은지 생각할 겨를도 없이 세월이 막 흘러왔다.
몰랐다, 관심없었다.
밤안개가 재즈라서 고리타분하지 않았고,
전통가요들이랑 구분되게 들리니 내귀가 끌렸다는 것도 인지하지 못했다.
현미님도 목소리가 '일반적인 꾀꼬리가 아니네' 정도였지 특별히 팬도 아니었다.
내가 누굴 특별히 추앙할 정도로 내 시간들이 그리 여유롭지도 못했다.
그런데 어언 4년째 조명섭이란 가수가 온통 내 세상을 지배하다보니 전통가요를 관심두지 않을래야 않을 수가 없는데
대구콘서트의 만요에서 나의 투철(?)했던 계란껍질이 깨졌다.
드디어 알에서 깨어났다.
옛가수들에게 관심이 가기 시작한 건 현미님의 별세와 맞물리고, 그가 별세했다고 해도 내가 무슨 큰 연관 심정이 들겠냐 마는 가수님이 더트롯쇼에서 추모곡으로 #밤안개 를 부르니
그제서야 현미, 밤안개에 대해 검색하고 나보다 윗세대들께 여쭤보니 도통 관심없던 우리나라 가요역사에 대해 이제서야 "아하~~~~!" 감이 좀 잡혔다.
역사란 것이 맨날 단편단편 쪼각쪼각 단어로만 알다가,
다니고, 보고,듣고, 읽다보면 어느날 나름 통찰이 되는 순간이 오듯이
가요역사도 마찬가지다.
가수님이 옛곡을 부를 때마다
그 세대가 아닌 나로선 비하인드를 공부해야 했지만 그 때뿐, '그랬다는구만' 정도였고 현미님을 티비에서 볼 때면 자주 듣던 #미8군쇼 도 맨날 흘려듣기 일쑤였다.
그러다가 가수님으로 인해 손석우작곡가도 알게되고 그가 스탠다드팝을 추구했고 주옥같은 코리언재즈곡을 만든 분이시라는 것도 알게되고, 박시춘님이야 뭐 한번씩 자막에서 이름을 자주 접해도 그냥그냥이었는데 이제 그의 자료영상을 보는 것도 설레는 이 황당한(!)일도 어제오늘자로 일어나는 일이다.
시상에~~ 고운봉선생이 왜그리 반갑고, 그의 면모를 주의깊게 보다니요!
가수님이랑 가장 닮았다고 장유정교수께서 그러더라고 콘서트에서 가수님이 알려준 이후로 말이다. ㅎㅎ
그렇게 자주 들었지만서도 #미8군쇼 를 검색한 일도 최근일이지만
내 일이 아닌 건 쉬이 흘려지는 법,
현미님 타계 소식에 그의 일생을 다시 되짚어 볼 만큼 내가 그리 팬은 아니지만 <밤안개>가 그리도 힛트였다고 하니
시대를 풍미한 한 아티스트의 일생을 뒤늦었지만 관심깊게 들여다 보는 것도 예술에 대한 예의다 싶어서 자료를 보느라 덕후감이 늦어졌다.
그리도 대단하게 힛트였다고 하는데도 내가 피부에 못느끼는 건 이 곡이 62년도 발매되었네.
내가 태어나기도 전이니 내가 들었을 땐 이미 <옛날 곡>으로 접하게 되었다.
그러니 힛트곡이었다더라 정도로만 내내 알고 오고, 그가 이산가족 실향민이라는 것도, 이봉조님과도 그런 아픈 사연이 있다는 것도 그냥 그런가보다 하고 지나쳤었다. 내 사는 게 더 바쁘니.
이번에야 좀 제대로 그의 일생을 훑어봤다.
평양이 고향이고 13살, 1.4후퇴 때 두 동생만 남겨두고 남으로 피란왔고 원래는 무용가가 꿈이었다가 덕성여대 재학 중에 미8군에 무용수로 알바했다고 한다.
당시(50년대 말) 미8군은 30여개의 쇼단이 있었고 출연자 대부분이 대학생이었다고 한다. 악단도 대학생 가수도 대학생.
성악하는 이대 학생이 펑크를 내자 당시 김명선(현미 본명)이 대타로 무대에서 베사메무쵸, 아 목동아 를 불러서 대힛트를 치고 가수가 되었다고 한다.
가수님도 대구콘에서 멘트했다시피
일제시대 동안에는 제대로 우리의 음악을 만들 수가 없었다. 그러니 만요같은 곡들만 허가가 되다가 해방 전후로 우리나라 음악계는 앨범제작을 할 여건도 안될만큼이었으니 죽어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후 6.25전쟁이 터지고 미8군이 한반도에 주둔하게 되면서 50년대 말 부터 미군쇼단이 만들어지게 된다.
그러니 우리나라 대중가요의 산실이 바로 이 미8군인데 그동안 어찌나 귓등으로 들었던지...ㅠㅠ
여기서 중요한 건,
미군들을 위한 쇼이기 때문에 다 영어로 된 팝송이어야 했고 당시 미국에서 유행하던 곡들을 그대로 카피해서 불러야했다.
카피 잘하는 가수가 실력자였다.
당시가 재즈의 호황기였으니 한국에도 그대로 재즈의물결이 범람할 수 밖에.
한국에서 대가로 인정받는 작곡가는 다 이 미8군에서 음악적 기반을 다졌다고 한다.
손석우, 이봉조, 김인배,김강섭,신중현,박춘석,길옥윤...
가수는 한명숙, 현미,패티김, 윤복희, 최희준, 위키리, 윤항기,조영남, 조동진,조용필, 임창제... 등등
미8군 출신이라하면 실력은 인정받은 것이 매주 오디션을 봐서 등급을 매겼다고 한다.
그러니 공부도 많이 하고 특히나 영어발음을 완벽하게 해야했다고 한다.
이후 방송국들이 개국하면서 방송국 전속가수로 활동하고
현미님은 이봉조님과 환상의커플을 만드노니 발표하는 족족 힛트를 치고 당시가 그랬듯이 노래가 힛트하면 영화를 만들고, 영화가 힛트하면 주제가가 힛트했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처럼 다양한 매체가 있었던 것이 아닌 시대였으니 직접 lp판을 사야 음악을 들을 수 있었고 극장쇼를 하면 구름운집이 당연했고 라디오도 귀했으니 영화극장이나 가야 영화와음악을 접할 수 있었던,
대중가요를 접할 기회가 아주 희소했던 시대였다.
티비시대가 열리면서 쇼쇼쇼 같은 뮤직프로를 통해서 티비에서도 가수들을 볼 수가 있었고
미8군 출신들이 하는 스탠더드 팝 그리고 그 이후로 이어지는 포크송 붐과는
소위 트로트분야는 그 라인이 좀 달랐다고 한다.
이 쪽으로는 전혀 나의 세대가 아니다 보니 얼키고 설킨 복잡한 가요계의 대서사가 이제서야 정리가 된다.
미8군쇼단이 거의 다 대학생이었다고 하는데서 시대의감이 뽝 오지않는가.
송민도여사가 이런 非트롯트 계열에서 1세대였으니 당시 학생, 지식인들 사이에 그 인기는 독보적이었고 그런 다음 세대가 현미님이었다고 어르신들이 말씀해주셨다.
당시 어느 정도였냐고 하니깐
"밤안개가~~" 하면
"끼약~~~!" 환호성이 대단했다고 한다.
허스키한 보이스에 흑인 feel의 창법이 참 개성있고 멋지다 했더니 아니나 다를까
#마할리아잭슨 창법을 따라했다고 하는데 찾아서 보니 현미님 초창기 가창력이 내귀에는 훨씬 멋졌다.
62년도 밤안개 앨범 수록 창법은 참으로 경이롭다.
어떻게 인간이 보이스로 색소폰 연주를 하냐?
이 곡은 가수님이 #떠날때는말없이 부를 때, 연관해서 검색해보니
밤안개 원곡이 냇킹콜이 부른 'It's a Lonesome Old Town' 이래서 안개낀 거가대교 영상에 담아서 업로드 해놨는데,
그래서 냇킹콜 곡 번안곡인줄 알았다.
그런데 이번에 다시 검색하니 이미 54년에 #프랭크시내트라 가 불렀고 냇킹콜은 62년도에 불렀다네.
현미님 말로는 이봉조님이 늘 일본방송을 들었는데 거기서 이 곡을 테너색소폰 솔로곡으로 듣고 감동 받아서 현미님께 들려주니, 딱 듣는 순간 밤안개 이미지가 떠올랐고 즉석에서 "밤안개가 하염없이~" 가사를 흥얼거렸다고 한다.
손석우씨가 제작하는 <Tender Voice>앨범에 이봉조씨가 편곡한 이 곡이 수록 되었으니 현미씨나 이봉조씨나 데뷔작품이라고 한다.
시민회관에서 이 곡을 불렀는데 리버티뉴스를 통해서 대중들에게 알려지면서 가수 데뷔하기도 전에 힛트곡이 되었고 평생을 통한 그의 대표곡이 되었다.
은혜받는 가스펠송처럼 아주 크고 우렁차게 부르는 현미님의 밤안개만 듣다가
가수님이 극도의 추모 표정으로
정말 tender 하게 부르는 밤안개를 들으며 난 당연히 냇킹콜의 분위기를 떠올렸다.
아마 추모 무대가 아닌 콘서트였다면 "밤안개애해애~ 가하아~" 하면서 째지한 스리쿠션(?) 엄청 주면서 또 우릴 기함(?)하게 만들껄로 상상하면서
원곡이 가진 이미지, 밤안개가 주는 감성에 딱 맞아서 이 날 밤산책을 하면서 계속 흥얼거렸다.
내용이 길어져서 뺄뻔 했는데
가수님은 이 날따라 어찌 이리도 더 잘생겼는지
미모갱신의 이유가 뭔지?
츠암내~~
하나만 하자규요,
보이스냐 페이스냐.
그냥 잘생기면 말도 안해
뇌살적인(?) 귀여움은 또 뭐냐구요~~~
이런 복합성 매력
정말 삶의 적이야 적!
치명적~~~~
이제서야 자료를 보니
흉내도 잘 내고
타고난 예능끼로 함께하면 연신 웃기고 자리를 밝게 빛내는 천상 연예인,
입가가 샐쭉 올라가는 귀여운 매력이 있는
밝은 에너지의 이 여인이
후배들에 남기는 마지막 당부가
고개숙일줄 알아라.
예의범절 있고 당돌하지 말아라는 것이
마지막 당부였다.
첫댓글
넘 멋진 덕후감에 감사드립니다
가수님은 미모 갱신 !!!
그미님은 필력 갱신 !!!
거듭되는 두 분의 갱신에
에밀스의 안목도 거듭 갱신!!!
고 현미님을 추모하며
가수님께서 부르신
재지한 밤안개 넘 넘 감사드립니다.
그미님 덕분에 공부 많이 합니다 이렇게 쓰기까지 노고에 박수를 보냅니다
그미님 독후감 너무 감동 받았어요 감사합니다 고생하셨습니다 ~
쉽게 쓸수없는 덕후감
항상 수고많으시고
감동입니다
대단하십니다 어찌 이리 다 조사하시고 현미님이 부른 밤안개 찾아 들어보니 그냥 유명한게 아니드만요 울가수님 얼마나 대단해 지실지 가늠이 안됩니다 대한민국 모두가 인정할 날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그미님글에감동해서고개숙여지네요
한참을한글하나하나에정성이담겨있어감탄이저절로나오내요
그미님의해석이아주뜻래해서뭐라설명을할수가없내요
정말감동있게봐습니다💫💫💫💥💥
헉ᆢ저는 대콘에 비가 내리네 를 듣고 뇌살적이라는 표현을 썼는데 ᆢㅎㅎ.
역사에 묻힌 이야기를 찾아보면 옛가요를 절대
무시하거나 폄하해선 안된다는 결론. 옛노래는 시대환경에 따라 그 시대 정서를 대변하는것이기에. 며칠전 독일사는 친구가 잠시 나왔는데 퇴직후 독일아이들과 교포아이들에게 장구를 가르친다고 하더라고요. 예전엔 넌 독일가서 하필이면 장구 배우냐 하면서 핀잔을 주었는데ᆢ
한류 덕분에 지금은 인기직종이 되었다니 우리 문화 만만한것이 아닙디다. 가장 한국적인것이
가장 세계적이다 실감나더군요. 덕후감 크게 공감합니다. 수고하셨어요.
오늘 그미님 덕후감 밤안개 정말 감동으로 읽었어요
많은 공부가 되고 이해가 되었어요 그미님 필력에 항상 존경을 표합니다
감사합니다
숨이 차네요 세상에나 대단하셔요 수고많으셨어요 잘읽었습니다 응원합니다
그미님 쓰신글읽으며 공부 많이 하였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잘읽어습니다 감사합니다
쏟아 부었던 에너지 재충전 되셨기를 바랍니다
그미님 고맙고 감사합니다
지성의 폭을 확장시겨 주셔서
언제나 건강하세요 ^^♡♡
ㅋㅋㅋㅋ 거미님~^^
정말 관심ㅣ도 없었던
일들에 이렇게 빠져들어
놀라움에 연속~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자료들을 다 찾아
이렇게 글로 쓰내려
가실려면 몇일은
걸리셨을듯.ㅋ
너무 재밋어요 ㅎㅎ
우리가수님은 우리들의
사고까지 바꿔주시는듯.
영상들까지~거미님
정말 가수님께 포~~~옥.
수고하셨어요 좋은글
감사합니다 💞
일단
미 8군부대서 노래했던 가수들 당대 최고였다지요~~
밤안개 무지 매력적인 노래인데 ㅎ
야튼
파고 또 파는 열정 대단하십니다~^^
전 그 시절 가수분들 다 멋지다고 생각하지만 현미님 특유의 허스키 보이스로 부르는 노래 싹다 정말 멋져요~
그 시절의 멋진 노래들을 우리가수님 아님 누가 이다지도 멋드러지게 부를까요..
늘 놀라워요~^^
갈수록 뇌살적 매력으로 에밀스들 초토화시키니 우짜믄 좋을지~~~ ㅋㅋ
한권의소설을..그미님.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조명섭 가수님 만나 날마다 행복,
콘서트 다녀올 때마다 가수님이 아티스트로서의 성장에 또 뽕 하고 까무러치는데
그미님의 덕후감으로 그 현장을 다시 한번 리바이벌합니다.
이 세상 멋난 가수에
글 속에서 만나는 멋진 찐, 그미님 덕분에
오늘도 행복의 글을 읽고, 또 읽으면서
감사의 감사드립니다~
정말 공부를 많이 하게 되었어요.
밤안개에 또 빠져 들었어요.
그미님 감사합니다
오늘은 노래 역사를 공부하듯
읽었습니다
좋은글 감사합니다
공감. ...좀. 숙연해졌던 가수님. 생각이 4월6일 원주 행보로. 다시 발동한 가수님 향한 팬심 얄수가없어요...5월5일. 무지 기다려집니다...응원합니다..👍👍👍💖💖💖💖💖
진짜 길고아름다운 명품덕후감의 자태에 말잇못ㅋㅋㅋ
그미님의 덕후감은 무엇을 기대하고 상상하던지 그 이상으로 재밌고 유익한
문학이예요
칩거해서 자료검색 지옥에 빠져
눈빠지게 한자한자 쓰신 위대한덕후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