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50 누님들 '루비족'을 아시나요
"전 어머니 발꿈치도 못 따라가요"란 찬사를 며느리로부터 듣는 시어머니 고은아.
숱한 화제를 뿌리며 종영한 드라마 '엄마가 뿔났다'에서 철부지 시어머니로 나왔던 장미희는 우아하면서 세련된 패션스타일로 40, 50대 엄마들의 '워너비'로 떠올랐다.
50대란 나이가 믿기지 않는 장미희의 피부와 몸매, 패션, 헤어스타일 하나하나가 뉴스가 됐고, 드라마 한 회가 끝나면 극중에서 입고 나왔던 옷과 액세서리 브랜드를 물어보는 질문이 줄을 이었다.
극중 고은아와 같은 대한민국 상위 1%가 몇 있겠냐만 주민등록증 나이보다 20년은 젊게 사는 주부들이 늘고 있다. 일명 루비족이다.
상쾌(Refresh), 비범함(Uncommon), 아름다움(Beauty), 젊음(Young)의 영어 단어 앞 글자들을 따 조합한 루비(RUBY)족은 스스로에게 아낌없이 투자하며 새로운 소비층으로 떠올랐다.극중 고은아는 정기적으로 피부과와 성형외과를 찾아 자가지방이식 시술을 받고 티나지 않는 이른바 '쁘띠성형'으로 젊음을 유지한다. 실제로 피부과에는 20, 30대보다는 40대 중반에서 60대 초반에 이르는 중장년층이 '귀하신 손님'으로 자리잡고 있다.이들은 1회 시술 비용이 수십만원에 이르는 보톡스 시술은 물론, 얼굴 주름을 다림질하듯 싹싹 펴준다는 써마지, 자가지방이식, 필러를 이용한 팔자주름 없애기 등 다양한 시술을 애용한다.
고가의 레스토랑들도 루비족들이 점령했다.오전 11시부터 오후 5시까지 서울 청담동의 럭셔리 카페나 브런치 식당들은 40, 50대 '멋쟁이 아줌마'들로 꽉 들어찬다. 이들은 삼삼오오 모여 미용, 쇼핑 정보를 나누며 요즘 '뜬다'는 식당들을 순례한다.
온라인쇼핑몰 롯데닷컴은 최근 롯데백화점 영플라자 브랜드인 'BNX'와 '탱커스'의 서프라이즈 기획전을 진행했다가 깜짝 놀랐다.
20대 초중반 고객층의 호응을 기대했지만 실상 기획전 기간 동안 제품을 구입한 이들의 35%가 40대 이상의 중년여성이었기 때문. 이 수치는 고가 상품으로 갈수록 비율이 높아진 것으로 집계됐다.
롯데닷컴 패션팀의 주민아MD는 "젊은층을 타깃으로 하는 영캐쥬얼 브랜드지만 최고 150만원대의 고가 상품이 대부분이어서 판매를 걱정한 것이 사실"이라며 "하지만 오히려 구매력 있는 중년 여성이 몰려 놀랐다"라고 말했다.주름방지 크림으로 피부노화를 막는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보다 적극적으로 젊은층이 입는 옷을 즐겨 찾는 중년여성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롯데닷컴에 따르면, 지난 8월 한 달 간 젊은층을 대상으로 운영한 '영 캐릭터 캐주얼 브랜드 매장'의 30대 후반~40대 후반 구매 고객이 전년 대비 40% 증가했다. 롯데백화점 역시 지난 상반기 영캐주얼 매장 매출에서 40대 이상의 중년여성이 차지한 비중이 약 30%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현상은 다른 온라인몰에서도 마찬가지다.옥션이 지난 6,7월 여성 의류 매출을 분석한 결과 미니스커트, 쇼트팬츠 등 다리 노출 의류를 가장 많이 구입한 연령대는 30대였다. 특히 20대 여성의 미니스커트 구매율이 줄어든데 반해, 40대 여성의 미니 열풍은 거셌다.
패션스타일리스트 정윤기씨는 "직장생활을 하는 여성의 연령대가 점차 높아지고, 나이는 중년이지만 외모는 30대, 마음가짐과 신체나이는 40대인 이른바 '루비족'이 늘면서 명품 브랜드도 젊은 취향으로 바뀌고 있는 추세"라고 전했다.영캐주얼 브랜드인 매긴나잇브릿지, 에고이스트 등의 트렌디한 스타일을 선호한다는 주부 이혜련씨(42)는 "최근 인기리에 종영한 TV 드라마 속 장미희씨의 모습처럼, 중년여성도 얼마든지 패션리더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중년 여성을 위한 브랜드들은 높은 가격대에 비해 획일적인 디자인이 많아 선택의 폭이 좁다"고 꼬집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