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공(패스트 브레이크, fast break). 역대 챔프들을 보면 속공구사능력이 탁월한 팀이라는 것을 알수 있다. 부산 기아에는 최고의 원맨 패스트 브레이크맨 김영만이 있었고, 대전 현대의 챔프 2연패의 원동력은 속공이었다. 99~2000시즌 챔프전(대전 현대 : 청주 SK)도 속공 : 속공의 챔프전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속공이 챔프를 좌우했다. 지난 시즌 수원 삼성 또한 플레이오프 4강상대였던 안양 SBS와의 4차전에서 속공으로 챔프전 진출을 확정지었다.
챔프전 뿐만 아니라 속공은 정규시즌 성적도 좌우한다. 97~98시즌 경남 LG는 조직적인 수비와 속공을 바탕으로 정규리그 준우승을 일굴수 있었다. 챔프전뿐만 아니라 매경기마다 속공에 의해서 승패가 좌우되는 것은 허다하다.
이런 속공은 프로농구 2001~2002시즌의 최고 화두이자, 성적을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속공은 손쉽게 득점을 올릴수 있을 뿐 아니라 단순한 2점이나 3점이상으로 상대팀에게 주는 심리적인 압박이 크다. 여기에 팀의 사기를 고조시킬수 있는 역활을 한다. 또한 정규리그의 경기수가 54경기로 늘어났기에 체력적인 손실이 적은 속공을 선호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일지 모른다.
*속공은 수비리바운드를 잡았을때, 슛이 성공됐을 때, 스틸을 했을때와 점프볼 상황에서 이루어지는데, 그중에서도 수비리바운드 이후에 속공으로 연결될때가 많다. 이때 속공은 보통 세 단계로 이루어진다. 시야가 넓고 패스력을 지닌 센터의 아울레패스가 속공에 능한 포인트가드에게 이어지고 빠른 스피드를 지닌 슈터가 마무리한다. 가장 이상적인 속공은 센터의 리바운드 후 포인트가드에게 첫패스가 연결되고, 포인트가드는 미들라인으로 슈팅가드와 스몰포워드는 양 사이드라인을 따라 상대 코트로 달려나가며 아웃넘버상황에서 레이업이나 3점슛으로 속공을 마무리한다. 여기에 만일 슛미스나 슛이 여의치 않을때 세컨 브레이크로 센터가 속공을 마무리하는 것이다.*
* * 이부분은 www.basketball2i.com "박제영의 농구교실" 중 속공에 관한 내용을 참조!!!
지난 시즌 수원 삼성과 청주 SK의 속공의 한형태를 들여다보자. 호프는 아울렛패스와는 거리가 먼 센터다. 그럼에도 삼성은 속공에 시즌한때 1위를 기록할 정도로 많은 속공을 선보였다. 호프는 리바운드 후 주희정에게 빠르게 패스를 연결했고, 주희정의 손에 의해서 삼성의 속공은 전개되었다. 삼성이 전형적인 세단계를 그치며 속공을 구사했다면 청주 SK는 두단계로 마무리했다. 재키존스와 조상현처럼 아울렛패스가 뛰어난 센터와 프런트코트로 재빨리 넘어서는 슈터만 있어도 충분히 많은 속공을 만들어낼수 있다. 즉, 아울렛패스력이 뛰어난 센터와 스피드가 있는 슈터만 있어도 속공은 가능하다.
올시즌 아울렛 패스능력이 뛰어난 재키존스와 데릭스가 버티는 전주 KCC와 안양 SBS는 후자 형태의 속공이, 지난 시즌 챔프전 진출팀이었던 서울 삼성과 창원 LG는 전자의 형태로 속공을 구사할 것으로 보인다. 그럼 올시즌 연습경기를 통해서 나타난 팀들의 속공에 대한 형태를 살펴보자.
서울 삼성은 문경은과 트레이드된 우지원이 속공가담에 적극적이다. 빠르게 앞선을 달려준다. 특히 서울 SK와의 연습경기에서 이정래와 양날개로 속공을 전개하는 모습은 위협적이었다. 예전 대전 현대의 추승균, 조성원이란 양날개가 2득점이 아닌 3점슛으로 속공을 마무리했기 때문에 무서웠던 것이다. 우지원과 이정래가 양 사이드라인을 타고 속공을 전개, 3점슛으로 마무리 할수 있다면 올시즌 서울 삼성이 편하게 챔프 2연패를 할 수도 있다. 변수는 우지원의 3점슛 적중률(정규리그 통산 289/774 37.3%)이다. 슈터라기에는 조금 부족한 3점슛 성공률이다. 속공에서의 3점슛은 그 효과가 탁월하지만, 반대로 실패시에는 오히려 역습을 당할수 있기 때문이다.
창원 LG는 지난 시즌보다 더욱 빨라졌다. 실질적으로 지난 시즌의 속공수(271개, 6위)는 많지 않았지만, 세컨 브레이크나 얼리오펜스에 의해서 손쉬운 레이업보다 과감한 3점포로 상대팀의 링을 무차별 폭격했다. 올시즌도 이정래가 빠지긴 했으나, 더욱 빨라진 팀스피드로 상대팀의 코트를 유린할 것으로 보인다. 올시즌 창원의 특징은 모든 선수들이 속공에 가담할 수있는 능력을 지닌 것이다. 사이드라인을 따라 양날개로 속공을 전개한다. 그리고 뒤늦게 달려오는 선수들가 컷인, 이차컷인을 시도, 세컨 브레이크로 속공을 마무리하는 능력은 제일 돋보였다. 뿐만 아니라 조우현, 황진원, 구병두, 오성식등 포인트가드 역활을 볼수 있는 선수들인지라 누가 코트에 나와있던 속공전개 능력이 베스트 5가 나와있을때나 그렇지 않을때나 똑같다. 여기에 창원 LG의 속공의 한형태로 앨리웁패스에 이은 앨리웁슛으로 마무리하는 모습이 자주 눈에 띄였다. 하지만, 연습경기이기 때문인지 너무나도 빠르게 돌아가는 패스를 동료가 소화하지 못하거나 부정확한 패스미스가 잣았던 것이 흠이다.
서울 SK는 재키존스의 공백으로 인해서 지난 시즌보다 속공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아직 무어의 리바운드 능력이나 패싱력에 의문이고, 서장훈 또한 존스의 공백을 메울수 있을만큼 리바운드는 잡을지 모르나, 존스의 아울렛 패스까지 기대하기는 힘들다. 조상현, 재키존스로 이어지는 속공라인중 가장 핵심인 재키존스가 빠졌다. 하지만, 부산 기아에서도, 청주 SK에서도 원맨 속공을 완성시키며 팀을 챔프에 올려놓았던 최인선 감독이 이번 선수구성으로 어떻게 속공을 완성시킬지는 지켜볼 대목이다.
지난시즌 속공 1위팀은? 수원 삼성도, 대전 현대도 아니었다. 안양 SBS가 363개로 1위를 기록했다. 그런 SBS가 올시즌 보여준 연습경기(필자가 본 경기에서는 없다는 뜻임. 연습경기가 여러가지 패턴등을 시험해보는 경기인지라 속공을 시험해보지 않아서 못 봤을 가능성도 다분히 있음)에서의 속공은 지난 시즌보다 못했다. 에드워즈와 데릭스 콤비가 만들어내는 속공은 환상적이었다. 에드워즈의 높은 득점은 막슛뿐 아니라 적극적인 속공가담에 있었다. 에드워즈의 공백때문인지 모르나 페리나 김훈등 속공에 가담하고 있지만, 지난 시즌보다 그 위력이 떨어졌다. 하지만, 데릭스가 아울렛패스능력을 갖추고 있을 뿐 아니라, 페리가 가담한 삼각패스에 의한 속공등은 인상적이었다. 올시즌이 시작되면 속공이 좋아질 가능성이 다분한 팀이다.
인천 SK는 맥도웰과 문경은등의 영입으로 전력이 가장 상승된 팀으로 평가받고 있다. 뿐만 아니라 SK는 속공 능력도 향상되어 올시즌 돌풍을 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주전 포인트가드 홍사붕이 뛰는 경기를 보지 못했으나, 팀전체 선수들이 리바운드 이후 첫패스를 빠르게 최명도에게 연결시켰고, 최명도는 스피드를 앞세워 상대 프런트코트로 진입해 나갔다. 여기에 리바운드 후 드리블에 이은 레이업으로 마무리하는 단독속공이 가능한 맥도웰이 버티고 있어서 지난 시즌(205개, 9위)에 비해서 속공능력이 향상되었다. 하지만, 홍사붕, 최명도는 세컨 브레이크 전개능력을 키워야 할 더욱 속공이 돋보일 것이다.
대구 동양은 올시즌 주목받는 신인 김승현과 속공가담능력이 좋은 용병 1순위 힉스가 가세함으로서 전년도보다 속공에서는 나아졌다. 여기에 페리맨이 속공에 적극적으로 가담해주고 있어 전반적인 팀스피드가 향상되었다. 하지만 김승현이 경기조율 능력이 떨어지고, 갑자기 향상된 스피드를 선수들이 감당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던 것도 사실이다. 지난 시즌 속공으로 승부수를 띄웠으나, 속공수 189개 10위로 팀 성적마저 10위를 기록했던 아픈 기억이 있는 동양은 지난시즌과 마찬가지로 선수구성에서는 충분히 6강진출이 가능해 보인다. 하지만 조직력이 살아나지 않는다면, 특히 속공이 지난시즌과 같다면 올시즌도 힘겨운 여정이 될수 있다. 시즌을 앞두고 팀훈련에 합류하지 못한 전희철의 부상이 아쉽다.
6팀을 제외한 나머지 네팀, 전주 KCC, 원주 삼보, 여수 코리아텐더, 울산 모비스의 경기는 아직 보지 못했다. (위에서 언급한 6팀도 연습경기 한경기만을 보고 평가를 내린 것이어서 섶부른 판단일지 모른다.) 하지만 여러가지 정황으로 볼때 전주 KCC는 재키존스가 다시 팀에 합류했고, 울산 모비스는 강동희, 김영만이 여전히 버티고 있다. 속공능력으로만 순위를 정한다면 4강권인 두팀이다. 원주 삼보는 신기성이 빠졌지만, 팀 특유의 빠른 공수전환을 그대로 유지할 것이고, 여수 코리아텐더는 떨어지는 팀전력을 속공으로 만회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전주 KCC는 토탈 바스켓을 구사하면서 지난 시즌에서도 357개란 속공으로 2위를 기록할 정도로 속공만큼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여기에 재키존스까지 가세함으로서 그 위력은 여전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양희승이 조성원처럼 속공을 과감하고 적중력 높은 3점슛을 마무리할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원주 삼보는 신기성의 공백이 크다. 더구나 용병이 시즌전에 교체됨으로서 출발부터 불안하다.
여주 코리아텐더는 매덕스에게 집중될 공격력을 분산시키고, 체력적인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속공에 많은 시간을 투자하며 연습했다.
울산 모비스는 래리 애브니와 딜런 터너등 리바운드 능력이 좋은 용병을 영입함으로서 기존의 강동희, 김영만이란 라인과 제대로 연결을 시킬수 있다면 지난 시즌같이 힘없이 무너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속공을 어떻게 펼칠 것인가도 중요하지만, 또한 어떻게 막을 것인가도 중요하다. 99~2000시즌 챔프전에서 대전 현대가 청주 SK에게 힘없이 무너지 원인중 하나가 SK의 트리플포스트에 의한 골밑장악으로 속공을 전개할 수 없었던 것이다. 이처럼 속공저지를 위해서 가장 좋은 방법은 골밑장악이다. 위에서 언급을 했듯이 수비리바운드 상황에서 속공이 가장 많이 이루지기 때문에 적극적인 공격 리바운드 가담이 필요하다. 리바운드를 잡지 못하더라도 속공의 시발점인 아울렛 패스를 방해함으로서 공격의 속도를 늦춰 속공을 저지할수 있다. 뿐만 아니라 실책을 줄이는 것도 중요하다. 실책, 특히 스틸은 바로 속공으로 이어진다. 가장 손쉽게 속공으로 연결할 수있는 방법이 바로 스틸이기 때문이다.
올시즌 연습경기에서 유난히 많은 팀들이 속공에 중점을 두고 연마하며 팀전술로 가다듬는 모습이 엿보였다. 그런만큼 속공이 올시즌의 판도를 좌우할 가능성이 다분하다. 속공을 통해서 올시즌을 전망해본다면, 서울 삼성과 창원 LG는 챔프전 진출이 유력하다. 서울 SK가 두 단신 용병으로 인해서 낮아진 골밑으로 고전이 예상되어 3강으로 뽑히는 세팀중 전력이 밀리는 형세다. 오히려 속공만으로 따진다면 중위권 전력이다. 중위권으로 예상되는 인천 SK, 안양 SBS, 전주 KCC, 울산 모비스, 대구 동양중에서는 인천 SK가 가장 돋보인다. 3강을 위협할수 있는 전력이고, 그 다음으로 전주 KCC와 울산 현대가 뒤를 이으면서 안양 SBS와 대구 동양은 연습경기의 모습만으론 힘든 시즌이 예상된다. 약체로 평가되는 원주 삼보와 여수 코리아텐더는 물론 전반적인 전력약화를 속공으로 만회하려 노력하고 있다.
***참고사항***
second break는 슛이 여의치 않을때 한 타임 죽이고 뒤에 따라오는 동료에게 슛의 기회를 열어주는 것을 말한다.
속공과 비슷한 개념으로 느껴지는 얼리 오펜스는 "속공"과는 약간 다른 의미로 상대 수비가 수비 진영을 채 갖추기도 전에 공격(슛)을 시도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올시즌부터 "속공"의 기록법이 약간 달라진다. 예전엔 세컨브레이크까지 무조건 속공으로 기록했으나 올 시즌부터 공격시작 후 6초 안에 골을 성공시키면 속공으로 처리하게 되었다. 따라서 얼리오펜스도 속공에 포함될 수 있다.
팀이름은 지난 시즌의 기록을 바탕으로 거론할때는 바뀌기 전 이름을, 올시즌에 대한 평가를 내릴때는 바뀐 이름을 사용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