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 향 |
『 영화는 시청각예술이다. 』
영화는 즉 눈으로 보는 그림과 귀로 듣는 소리의 복합 표현 방식이다.
음향에는 효과음과 O.S.T가 있다.
1895년 불란서의 뤼미에르 형제가 최초로 만든 영화는 그림 뿐인 무성영화였지만 그후 1927년 최초의 토키(Talkie)영화인 <재즈싱어> 가 미국에서 개봉된 후 영화는 그림과 소리를 동시에 느낄수 있는 종합 예술의 면모를 갖추게 됐다.
영화나 TV에서 녹음기사의 역할은 한 편의 작품안에서 소리로 표현될 수 있는 모든 것을 필름에 담는 것이다. 배우의 대사와, 물건이 부서지는 소리, 문여는 소리, 구둣발 소리 등 효과음은 물론이고 촬영을 통해 취록된 소리와 음악을 믹싱하여 최종적으로 하나의 사운드 트렉을 만드는 것 또한 녹음기사의 몫이다.
영화에서 녹음기사가 담당하는 사운드 작업은 크게 세 가지 과정으로 분류할 수 있다.
촬영현장에서 연기자의 대사를 카메라의 촬영순서와 동일하게 녹음하는 동시녹음, 편집을 마친 필름에 효과음을 집어넣는 효과 더빙, 그리고 음악과 함께 대사, 효과음을 믹싱하여 하나의 사운드 트랙으로 만드는 믹싱작업 등의 순서로 완성된다.
촬영과 러시 편집이 끝나면 연출 파트는 스크립터가 기록한 것을 중심으로 녹음대본을 준비하게 된다. 동시녹음의 경우에도 후시녹음에 대비하여 녹음대본을 반드시 준비한다. 대체로 대사를 먼저 녹음한 뒤에 작품상에 필요한 효과를 녹음한다. 음악은 그 뒤에 추가된다.
최종적으로 대사와 효과음악을 한 테이프에 집합 수록하는 믹싱의 과정을 거쳐 편집된 네가 필름과 함께 현상 실에서 프린팅된 프린트가 완성된다.
녹음과정은 영화의 최종 마무리 단계이다 촬영된 부분이 극적인 측면에서 미흡할 경우 음악과 효과로 그 부분을 보충할 수도 있다. 대사와 음악과 효과를 더빙하면서 생략해도 될 부분, 혹은 그 반대의 상황을 발견할 수도 있다.
영화보다 TV 드라마에 관계된 얘기지만 M&E 트랙이라는 녹음 기술이 있다. 외국으로 판매하기 위한 방식으로, 상대국 언어로 대사만 더빙하면 되도록 음악과 효과채널이 분리되어 있는 것을 말한다. 대개의 경우 효과와 음악과 대사가 함께 혼합되어 녹음되므로 외국에 판매될 경우 구입국에서 모든 녹음과정을 다시 되풀이해서 더빙하게 된다 국내에서는 M&E 트랙으로 녹음되는 경우가 거의 없는데, 우리 드라마나 영화가 수출에 어려움을 겪는 이유 중하나이다.
기획단계부터 외국에 팔겠다던 SBS의 <모래시계>도 초기에는 M&E로 녹음되다가 나중에는 방영시간에 쫓겨 포기하고 말았다. 방송 시스템상의 문제지만 결국 방송 종료 후 김종학 PD가 다시 M&E 방식으로 재편집하였다.
▶ 동시녹음기사 최재호 65년생.
<개같은 날의 오후> <본 투 킬> <인샬라> <남자의 향기> <기막힌 사내들> <링> 등
영화에서는 내내 겨울이지만, <링>의 촬영은 지난겨울에 시작해 올해 여름에야 끝났다. 촬영횟수가 80회에 이를 만큼 강행군의 연속이었다. 동시녹음 기사 최재호씨는 촬영기간 내내 단 한번도 현장을 떠나지 못했다. 현장에서 생기는 소리를 담는 게 그의 일인 탓이다. 하지만 촬영이 끝났다고 해서 그의 일이 끝난 건 아니다. 그는 후반작업이 끝날 때까지 줄곧 녹음실을 뜨지 않았다. 끝까지 지켜보지 않으면 마무리를 안 한 느낌이 들어서 녹음실을 떠나질 못했다.
동시녹음은 말 그대로 동시녹음이다. 마이크을 어떻게 잡고, 녹음기를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서도 소리가 달라질 만큼 동시녹음은 섬세한 작업이다. 또한 현장의 악조건을 무릅쓰고 원하는 소리를 담아야 한다. 여러 갈래 소리 가운데 필요한 소리를 가려낸다는 점에서 동시녹음은 소리는 만드는 일이라고 할 만하다.
또한 동시녹음은 영화 사운드의 가장 기본재료가 된다. 동시녹음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후반녹음도 따라서 어려워지는 것이다. 현장녹음 이외에 후반작업에서 필요한 소리를 담는 것도 그의 몫!
<링>에서는 파도소리만 100분을 담았다. 그는 자신이 녹음한 소리가 영화에 얼마나 쓰이는지, 연연해하지 않는다. 그보다는 사운드 전체를 사고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믿는다. 동시녹음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현장에서 생기는 감성이 중요하다. 하지만 최종판단은 후반작업에서 이뤄진다. 영화를 위해 자기를 버릴 줄 알아야 한다. 다만, 그는 연기자의 감정을 담는 데는 후시녹음이 동시 녹음을 따라가기 어렵다고 믿는다. 예컨대 같은 현장이라도 아침, 점심, 저녁에 따라 배우들의 목소리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현장에서 배우들과 함께 호흡하려고 한다.
최재호씨는 벌써 10년째 소리밥을 먹고 있다. 우연히 시작한 일이 그의 천업이 돼버렸다. 어렸을 때 어머니가 극장 옆에서 가게를 하는 덕에 개봉작을 빼놓지 않고 봤던 그는, 하지만 자라서 영화일을 할 방법을 찾지 못했다. 순금 제련을 비롯해 이런 저런 일을 하다 주위의 권유로 녹음기를 들었는데, 그만 이 일에 홀딱 반해 버렸다. 조수시절 그만둘까 하는 회의도 들었지만 그 고비를 넘기고선 한번도 후회하지 않았다. 그는 이민용 감독의 데뷔작 <개같 은 날의 오후>로 정식 녹음기사가 됐다. 해를 거듭할수록 그는 점 점 바빠지고 있다. 지난해에는 <링>을 포함해 4편의 작업에 참여 했다. 시간이 갈수록 욕심도 점점 많아져서 사운드 디자인이나 믹싱에 대한 관심을 키워가고 있다. 하지만 할 수 있다면 동시녹음만 할 생각이다. 한곳에 머물기보다 돌아다니는 게 좋고, 무엇보다 현장이 좋기 때문이란다.
▶ 영화사운드
한편의 영화에는 크게 나누어 대사와 음악, 그리고 효과음이 담겨져 있기 마련이다. 음악이나 효과음은 사전 계획을 거쳐 촬영이 끝난 후 후반 작업 과정에서 구체화되지만, 대사, 즉 동시녹음은 시나리오 완성과 더불어 시작된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한 작품에 임하는 동시 녹음기사는 먼저 감독의 의도와 그 작품의 정서 및 내용을 충분히 숙지하고 있어야 한다. 또한 현장의 여러 스텝들과의 원만한 관계는 그 작품을 위해서나 녹음 기사에게도 필수적임은 물론이다.
▶ 동시녹음
현장음을 영상과 함께 녹음하는 방법에는 두 가지가 있다. 첫번째 방법은 영상이 입혀지는 동일한 재료, 필름이나 비디오 테이프, 또는 하드디스크에 직접 녹음 트랙을 만드는 것이다. 가정용 비디오 카메라나 TV 드라마 촬영 때 쓰이는 ENG 카메라에서 쓰이는 방법이 곧 그것이라 할 수 있다. 즉, 카메라 몸체에서 오디오 라인측으로 외부에 믹서기를 통해 녹음기사가 조정된 음향이 녹음되게 되어 있는 것이다. 이러한 경우는 영상과 음향이 한 테이프에 같이 기록되므로 별도의 녹음기가 필요없다. 다른 용어로 싱글 시스템 사운드 (Single System Sound)라 부르기도 한다. 이는 영화분야에서는 거의 사용되지 않는 방식이라 하겠다.
영화적인 음향은 영상과는 별개로 여러 번에 걸친 변환작업, Effect 기자재 이용, 편집 등이 필요하게 되므로 더블 시스템 사운드(Double System Sound), 즉 카메라와 녹음기를 별도로 사용하는 두번째 방법을 많이 사용하게 된다.
▶ 더블 사운드 시스템 (Double Sound System)
이 방법에서 중요하게 알아야 될 사항은 카메라와 녹음기의 회전속도가 정확하게 일치해야 한다는 점이다. 즉, 두 기계 사이에 동기가 되어야 하는 것으로 자체의 전원으로 동기신호를 발생시킬 수 있어야 한다. 카메라와 녹음기를 별개로 사용하는 더블 시스템 사운드도 두가지로 분류하는데 회전을 좌우하는 동기신호를 어떻게 이용하느냐에 따라 나눈다. 첫째, 카메라의 동기신호를 이용하는 방법은 동기신호 출력측에서 케이블을 연결하여 동기녹음이 가능한 녹음기에 입력시킴으로써 카메라와 녹음기의 회전을 일치시키는 방법이다.
▶ 녹음기 사용 (Operation)
전문가용 녹음기는 스피드를 여러가지로 선택할 수 있다. 동시녹음용 릴 녹음기에는 7.5ips (매초당 인티), 15ips의 선택이 가능하다. 고음질의 음악녹은을 제외하고 일반적인 대사녹음에는 7.5ips를 사용하고 있지만, 일반적으로 15ips를 권할 만하다. 600피트 릴의 7.5ips회전은 약 16분 정도의 분량이다. 물론 15ips로 회전하면 8분 정도의 분량으로 사용 가능하다.
새로운 릴을 사용할 때마다 테이프의 겉 커버에 기록도 중요하지만 실제로 테이프의 처음에 프로덕션 타이틀, 프로덕션 넘버, 녹음기사, 테이프 롤 넘버, 날짜 등을 음성으로 녹음하여 두는 것이 좋다.
그 음성기록이 끝난 후에는 약10초에서 20초간 기준신호(Reference Tone)를 녹음하여야 한다. 이 기준신호는 녹음기에 내장되어 있는 것을 이용하거나 외부 믹서로 녹음하며, 음향을 다른 녹음기로 변환시킬 때 음량의 크기를 정하는 중요한 신호가 된다. .
전문가용 녹음기는 수동으로 음질을 조작하게 되는데 일반 아마츄어용 녹음기처럼 자동으로 음질이 조절되는 음량은 별 의미가 없다. 즉, 녹음기사의 음량 조절은 직접 수동으로 완벽하고 최고의 녹음이 되도록 해야 한다. 따라서 리허설 때 충분한 음량조절을 하며 미리 녹음기사가 예견할 수 있어야 한다.
음질의 일그러짐(Distortion)은 입력되는 신호가 너무 크게 반응하기 때문이다. 즉, 음량설정이 지나치게 높아져 VU 미터의 바늘이 적정영역을 벗어나게 되는 경우이다. 순간적인 과부하는 어느 정도 감지를 못하고 지나칠 수 있으나 계속적인 음량초과는 음질이 이그러지게 되므로 마이크의 위치를 더 멀리 바꾸거나 음량의 조절을 줄여 적정한 크기의 음량을 녹음하여야 한다. 만일 소리가 일그러졌으면 다시 재촬영, 녹음이 이루어져서 완벽한 녹음이 되도록 수정작업을 해야 한다.
▶ 현장에서의 마이크 위치 (Microphone Placement)
촬영시 녹음기사는 마이크를 녹음하고자 하는 대상에 가능한 한 가까이 위치시켜야 한다. 그 이유는 마이크를 멀리 위치시킨다면 녹음레벨을 높게 정해야 하며, 녹음레벨을 높게 하면 배경의 잡음이 커지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것을 피하기 위해 마이크를 가깝게 위치시키고 낮은 레벨의 녹음을 이용할 수가 있다.
연기자의 목소리 톤을 연기감정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크게 소리내도록 하는 것도 마이크를 여유있게 위치하게 하는 방법 중의 하나이다. 일반적인 음성녹음을 위한 최적의 마이크 위치는 연기자의 얼굴보다 약 90cm 정도 떨어진 정면의 위치이다. 그러나 연기자의 음성이 치찰음(ㅅ이나 ㅊ 소리가 두드러진 음성)이 있는 경우는 높은 주파수(5~10KHz)가 두드러진 음성이 되므로 마이크의 방향을 연기자의 입보다 약간 떨어진 옆면으로 위치하면 조금은 없앨 수 있다.
※ 영화음악
1. 코요테 어글리 Coyote Ugly (2000)
Can't Fight The Moonlight (LeAnn Rimes)
2. 시네마 천국 Nuovo Cinema Paradiso (1988)
Tema d'Amore (by Ennio Morricone)
3. 글루미 선데이 Gloomy Sunday - Ein Lied von Liebe und Tod (1999)
Gloomy Sunday (Sara McLahlan)
4. 파리넬리 Farinelli;Il Castrato (1994)
홀로울게하소서(Rinaldo)
5. 러브 어페어 Love Affair (1994)
Piano Solo (by Ennio Morricone)
6. 타이타닉 Titanic (1997)
My Heart Will Go On (Celine Dion)
7. 내 남자친구의 결혼식 My Best Friend's Wedding (1997)
I Say A Little Prayer (Diana King)
8. 인어공주 The Little Mermaid (1989)
Under The Sea (Samuel E. Wright, by Alan Menken)
9 로미오와 줄리엣 Romeo and Juliet (1968)
캐퓰렛가의 축제 (by Nino Rota)
10. 글루미 선데이 Gloomy Sunday - Ein Lied von Liebe und Tod (1999)
Gloomy Sunday (by Rezzo Seress)
11. 가을의 전설 Legends of the Fall (1994)
The Ludlows (by James Horner)
12. 브링 잇 온 Bring It On (2000)
Mickey (B*Witched)
13. 겨울나그네 (1986)
보리수 (슈베르트)
14. 쉬리 (1999)
When I Dream (Carol Kidd)(1808)
15. 까마귀 기르기 Cria Cuervos (1976)
Por Que Te Vas (Jeanette)
16. 여인의 향기 The Scent of Woman (1992)
Por Una Cabeza (by Carlos Gardel)
17. 이웃의 토토로 となりのトトロ (1988)
주제가(이웃의 토토로) (by Hisaishi Jo)
18. 내 남자친구의 결혼식 My Best Friend's Wedding (1997)
What The World Needs Now Is Love (Jackie DeShannon)
19. 약속 (1998)
Good-Bye (Jessica)
20. 미션 임파서블 2 Mission; Impossible 2 (2000)
Take A Look Around (Limp Bizkit)
21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Gone with The Wind (1939)
Main Theme (by Max Steiner)
22 내일을 향해 쏴라 Butch Cassidy and Sundance Kid (1969)
Rain Drops Keep Falling on My Head (B. J. Thomas)
23. 알라딘 Aladdin (1992)
A Whole New World (Peabo Bryson & Regina Belle)
24. 영웅본색 英雄本色 (1986)
當年情 (張國榮)
25. 굿바이걸 The Goodbye Girl (1977)
Goodbye Girl (David Gates)
★ 반칙왕 - 마음이 고와야지
아련하게 멀리서 함성소리 같은 것이 들려오고, 사각의 링에는 그럴듯하게 폼을 잡은 사나이가 조명을 받고 서있다. 엘비스 프레슬리를 연상시키는 복장에 구레나룻까지 덧붙인 이 남자는, 자신이 사모하는 여성을 위해 멋들어지게 노래를 부른다. 공교롭게도 그 노래가 그다지 세련되게 들리지는 않는, 70년대 유행했던 남진의 <마음이 고와야지>라는 것만 빼면 꽤 멋진 장면일 수 있었는데.
<반칙왕>은 묘하게 촌스러운 영화다. 영화의 소재를 이제는 퇴물도 한참 퇴물이 되어버린 <프로레슬링>으로 잡았다는 것부터가 그렇다. 필자의 아련한 기억에야 빡빡머리 김일 아저씨의 박치기가 겨우 자리를 잡고 있다지만, 요즘 젊은것들(?)이야 어디 그런 걸 기억이나 하겠나. 그러나 촌스럽기 그지없었던(지금 생각하니 그렇지, 그때는 뭐 아무렇지도 않게 넘겼겠지만) 옛날 레슬링 시합 포스터를 연상시키는 영화 포스터를 보면 <그때 그 시절>이라는 단어가 절로 생각난다.
게다가 주인공은 30대의 회사원. 무능력한 모습으로 허구헌 날 부지점장 에게 헤드 록을 당하는 불쌍한 30대의 표상이다. 좋아하는 여자 앞에서 빌빌거리며 말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순수한 30대이기도 하고, 무서운 10대 (엔딩 크레딧에서는 우울한 10대라고 나온다)들에게 따끔한 훈계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정말 우울한 30대의 모습도 함께 보여준다. 나름대로 순수했고 한편으로 암울했던 70년대의 추억을 간직한 30대에게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영화 라고나 할까. 386이라고 매스컴에서 하도 떠들어대더니, 이젠 386세대를 위한 영화까지 나온 모양이다.
그런 주인공답게 상상 속에서 사랑하는 여자에게 바치는 노래도 촌티가 뚝뚝 묻어나는 남진 노래다. 허리에 손을 얹고 입술을 삐뚜루 무는 나훈아는 요즘도 찢어진 청바지 입고 나오며 나름대로 활약(?)을 하고 있지만, 전성기에는 나훈아보다 나았다는 남진은 요새 머하나 모르겠다. 거기다 분장은 엘비스 프레슬리. 구레나룻에 너펄거리는 소매와 바지가 트롯트가수들의 빤짝이 의상만큼이나 이질적이다. 이렇게 잊혀진 스타의 흉내에 잊혀진 노래까지, <반칙왕>은 사소한 부분에서조차 촌스러움의 극을 달린다.
코미디 영화니까, 촌스럽게 보이는 것도 웃기기 위한 하나의 전략이지 뭐. 그렇게 치부해버리면야 뭐 아무것도 아닌 장면이지만, 한때 남진이 다리를 떨면서 (남진도 전성시절 엘비스 프레슬리를 흉내냈었다) 손가락을 죽 뻗으며 노래를 하는 모습에 열광하며 거꾸러지던 추억을 간직한 사람들에게는 추억의 프로레슬링과 함께 묘한 향수를 자극할 수 있는 장면이기도 하다. 그런 향수가 없는 사람이라면…? 그냥 웃어넘기면 되지 뭐.
★ 사무라이 픽션 - 스와니강(톱연주)
영화 속에서 소위 옥의 티를 찾기를 좋아하는 분들에게 좋은 아이템을 하나 소개해드리겠다. 얼마전 개봉했던 일본의 독특한 사무라이영화 <사무라이 픽션>에서다.
유난히 음악이 돋보이는 영화 <사무라이 픽션>. 이런 영화다보니 옥의 티도 음악에서 나왔다. 영화를 보신 분들은 은퇴한 무사 한베에와 그의 딸 코하루가 마루에 앉아 어떤 노인의 톱연주를 듣는 장면을 기억할 것이다. 그 장면에서 나온 음악이 무엇인지 아시는 분?
공교롭게도, 이 음악은 19세기에 미국의 작곡가 포스터가 작곡한 미국민요 <스와니강>이다. 아무리 잘봐줘도 <사무라이 픽션>은 도꾸가와 막부가 형성되고나서 그리 긴 시간이 지나지 않은, 17세기 정도를 무대로 삼은 영화다. 천연덕스럽게 톱으로 <스와니강>을 연주하는 이 장면은 시간과 공간을 엄청나게 초월한 굉장한 옥의 티다.
그러나 사실은 옥의 티가 아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옥의 티란 감독이나 편집자가 미처 챙기지 못한 장면의 부적절함을 말한다고 봤을 때, 이 장면에 다른 음악도 아닌 <스와니강>을 집어넣은 것은 분명 감독의 의도적 행위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질문을 던져보자. 왜 <스와니강>인가?
<사무라이 픽션>이라는 영화를 조금 돌이켜보자. 이 영화의 감독은 MTV의 뮤직비디오 감독 출신이고(이 영화가 극영화 데뷔작) 음악을 맡은 호테이 토모야스는 록그룹 기타리스트 출신이다. 이 영화는 빠르고 강렬한 비트의 록음악으로 도배가 되어있으며, 일본의 혼이라고 할 수 있는 사무라이들을 소재로 풍자적인 웃음을 뽑아내고 있는 작품이다. 여기서 다시 그 장면으로 돌아가보자. 흑백톤의 사무라이 영화, 그리고 미국민요, 톱연주. 이 부조화를 연결하는 요소는 한때 칼로 이름을 날렸으나 지금은 평화의 도를 깨달은 은퇴한 무사의 감동어린 표정이다. 일본의 혼이 미국의 전통에 관통당하고 있는 장면인 것이다. 일본의 전통악기가 아닌 톱을 선택한 것은 그런 측면에서 감독의 혜안이다. (가야금으로 <성조기여 영원하라>를 듣는 것보다는 톱으로 <스와니강>을 듣는 것이 훨씬 마음이 편하지 않은가?) 풍자적인 기조로 가득찬 이 영화에서, 이 <스와니강>을 듣는 장면은 거의 절정에 달해있다고 할 수 있다. 앞뒤 관계를 거두절미하고라도, 울렁거리는 (톱연주를 들으면 이렇게밖에 표현이 안된다) 톱 소리를 들으면서 자못 진지하게 감동적인 표정을 짓고 있는 한베에와 코하루의 표정만 보고 있어도 이 장면은 최고의 코미디다. 요즘은 학교에서 음악시간에 <스와니강>을 안배우는지 많은 관객들이 이 음악이 어떤 음악인지 알지 못하고 넘어갔다고 한다. 이 음악이 미국민요다, 라는 사실만 새삼 되새긴 상태에서 다시 이 장면을 본다면, 지난번에 미처 느끼지 못했던 새로운 웃음거리를 찾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