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들의 정원이 있는 곳 – Colorful Colorado
부제: 가만히 생각해 보니…
동에서 서로 광활한 대평원을 가로 질러 가다보면
록키 남부 산맥을 대면하게 된다.
Colorado란 스페니쉬 단어에서 여러 색상을 시사하는 것처럼
고봉 설산들과 주변의 붉은 바위와 암석들과
미묘한 록키의 다양한 녹색 경관이 서로 어우러져 그야말로 컬러풀하다.
1만 년이 훨씬 넘는 인디언들의 역사를 품고 있는 록키 고원과
좌우 평원에 년중 300일이 화창하다는 태양의 눈부심은
이제나 그제나 콜로라도 주의 모토 처럼 아무 것도 예사롭지 않다.
Nil sine Numine!
Indeed, Nothing without light!
Or rather Nothing without Providence?!
북으로는 와이오밍과 네브라스카, 동으로는 칸사스와 오클라호마,
남으로는 뉴 멕시코, 서로는 유타와 아리조나로 둘러싸인 콜로라도의 록키는
높은 산을 가운 데로 산림과 고원, 협곡과 사막을 골고루 소유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콜라라도 주를 특별히 좋아하는 이유가 많다:
4계절이 뚜렷해서 다양한 자연의 감각을 체험할 수 있고,
시에틀에서 샌프란시스코를 거쳐 산디에고까지 태평양 해안가 도시들이
기온의 차이가 적고 겨울엔 따뜻하고 여름엔 서늘하지만
대부분의 오전이 흐리고 구름낀 날씨라면,
콜로라도는연중 10달이 화창하고 수 많은 고봉들이 제공하는
최고의 일출과 일몰 장관과 겨울의 원더랜드를 가지고 있으며
야생화와 나무들과 동물들이 살기 좋은 곳이기라고들 한다.
3대 도시 오로라를 거쳐 아름다운 수도 덴버에 들어선다.
공항으로 가는 길이 공사 중이라 어수선하지만
도심 외곽에 위치해 있어 탁 터인 시골 길을 연상케 한다.
아틀란타에서 날아오는 쌍둥이 아들 둘째를 공항에서 픽업을 하고
일주일간 함께 록키를 둘러보고 와이오밍으로 북상해서
Grand Teton과 바로 인접한 Yellowstone 을 거쳐 몬타나로 올라가
급속히 사라져가는 글라시어 파크를 보고 아이다호 주를 거쳐
워싱턴 주의 카스케이드와 올림픽 공원을 본후 시에틀 공항에 내려주고
다시 홀로 시에라 네바다를 거쳐서 켈리포니아 해안으로 남하할 계획이다.
아들 녀석을 공항에서 픽업해서 운전대를 맡기고 느긋하게
두번째 큰 도시이며 록키 산자락 아래 포근히 자리 잡은
신들의 정원이 있는 콜로라도 스프링스로 길을 나선다.
신들의 정원 공원을 잠시 둘러보고 난 후에
한시간 가량 하이웨이 24를 따라 올라가다가
카스케이드에서 좌로 틀어 Pikes Peaks(4,301 미터)에 올랐다.
켈리포니아 골드러쉬 10년 후에 1858년경에 여기서 황금이 발견되자
또다시 동부의 사람들이 몰려든 곳이기도 하다.
하지만 황금을 발견해서 큰 돈 번 사람은 없다.
청바지와 장비를 판 비지니스외에.
그래도 여전히 뭇 사람들은 눈 먼 돈을 쉽게 벌려고 뛰어든다.
도박같은 주식에, 도박같은 인간 관계에서 너무나 쉽게...
잣나무와 편백나무(Aspen)가 모진 눈바람과 우박에도 굳건하다.
높은 산의 정상까지 차가 올라갈 수 있어 수많은 사람들이 단숨에 정상에 오른다.
경사가 하도 심해 정상 검문소에서 내려가는 차의 브레이크 온도를 첵크하며
하단 기어를 사용하란 조언을 해준다.
정상 위에서 까마득한 아래를 내려다 보고 싶어하는 인간의 심리를
현대 기술의 발전으로 쉽게 정상을 오르게 해주는 것은 고마운 일이지만,
이제 더 이상 산과 홀로 대면하는 인간의 공포와 외경심을 기대하기가
어려워지면서 인간은 영육으로 더 나약해지는 것 같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인간등고의 긴 역사를 거쳐 오면서
툭툭 불거져 나오는 관심과 촛점들;
19세기는 사물의 형상과 느낌을 중요시했다면
지난 20세기는그 사물의 의미를 분석하는 데 치중해왔고
금세기는 이 모든 형상들을 단순화하려는 세기로 보인다.
치밀한 계획과 예술적 지혜를 모두 함께 표출해보려는
실용적이고 상품화되면서도
개인적인 자유를 무시하지 않는
절제와 자유를 모두 찾고자하는 욕심많고 꿈많은 유일무이한 세기…
두마리 토끼를 다 잡으려다 한마리도 잡지 못하는 욕망의 세기에
우리도 알게 모르게 이끌려가는 것 같다.
지나친 단순화는 오히려 위험하기까지 하다.
Oversimplification seems godly but never withstand against Devil’s Detail.
록키산맥의 남단 최고봉 엘버트 산 (4,401미터)에서 알칸사스 강이 동부로,
롱스 봉(4346 미터)에서 콜로라도 강이 고원을 거쳐 그랜드 케년을 따라 서부로,
언콤빠그레 봉(4365미터)과 산 후앙 산맥 사이로 블랑카 봉(4376미터)을 거쳐
리오 그란데 강이 남부로 흐른다.
그야 말로 Continental Divide가 일어나는 곳이다!
대기의 덥고 차거운 공기가 만나 비가 되어 떨어지는 이곳의 좌우로
태평양과 대서양으로 서로 갈라는 지는 운명의 장소이다.
예전에 GPS가 나오기 전에 순전히 지도에 의존해서
낯설고 외진 산골 길을 혼자 운전하다 보면 길을 잃어버리기가 다반사였다.
이젠 여자 세사람 말만 잘들으면 세상 쉽게 살 수 있다는 속담이 나올 정도로
어머니와 아내, 그리고 GPS의 여자 목소리가 인생과 길을 안내한다.
하지만 어머니와 아내와 사별하고 산골 깊은 계곡 길을 운전하다 보면
인터넷이 먹통이 되는 경우엔 세 여자가 전혀 도움이 되질 않는다.
미국의 대형 공원들 안에서 항상 발생하는 일이다.
해서 꼭 입장소에서 지도를 챙겨서 들어가길 권한다.
하긴 나처럼 취미가 ‘산골에서 책방에서 자신을 잃어 버리기’라면
또 다를 수도 있겠지만^^
록키 국립 공원은 년간 5백만의 인파가 즐겨 찾는
세번째 손가락안에 드는 곳으로
최고봉 엘버트 산을 둘러싼 4개의 고봉들도 해발 4,400 미터를 넘는다.
산들을 좌우로 눈 부신 색상의 장관들과 호수들이 있어
드라이브로 하이크로 바이크로 백팩 등산으로 켐핑으로
헌팅으로 낚시로 보팅등 온갖 리크리에션이 가능하다.
모레인 파크에서 엘크 사슴들이 석양이 지는 초원에서 여유로운 모습에
그저 나도 따라 여유로워 진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모든 생이 심오한 신비에 싸여 있고
숨어 있는 어떤 의도와 사랑이
알게 모르게 밀고 이끌어 주는 것 같다.
우리는항상 지금보다 더 나은 세상을 꿈꾼다.
희망이란 욕망의 열차는 영원한 수수께끼이며
그 종착역이 어디인 지 아무도 모르는 종착역이 없는 신기루...
내가 본 평범하든 유별나든 모든 삶이 하나도 예외없이
모순적이고 깊은 이해력과 사랑을 요구한다.
그래야 이들의 삶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신비함이 있다.
신비함은 신만의 영역이 아닌 인간안에도 존재하는 것 같다.
유네스코 세계 유산지의 하나인 프에블로 인디언들의 고대 절벽 도시는
남서부 코너 만코스와 코르테스 마을 사이의 절벽 사이에
600여군데의 거주지를 가지고 있다.
스빠니쉬들이 처음 이 곳을 발견했을 때
높은 테이블같은 녹지같아 보여서 Mesa Verde (라틴 Mensa Viridis)로 불렀다.
이 곳 저 곳 수없이 다른 사람들이 사는 곳을 비교해 보면
자연의 형상이나 바위의 모습에서 조차 기암괴석이
어떤 곳에서는 부처를 닮았다 하고 어떤 곳에서는 십자가를 세우고
어떤 곳에서는 영웅들과 성인들의 모습을 깍아 우러러 본다.
참으로 인간은 Symbol과 Sign에 목말라 한다.
오래전 이 곳의 인대언들은 기이하게도 보여주는 상징보다는 수많은 사인을 남겼다.
I was Here!
Hodie Mihi 오늘은 나에게
Crass Tibi 내일은 너의 차례…
깊고 높은 산자락을 돌아가다 보면 어김없이 산불로 타 죽은 흔적을 만난다.
벌써 여러 해 전의 산불로 이제는 작은 나무들이 새롭게 군락을 이루는 곳도 있고
근래의 산불로 시꺼멓게 타버린 광할한 산림지도 보게 된다.
하와이 들불의 참화를 접하면서
마침 4,000미터가 넘는 록키의 Pikes Peaks 산길을 내려오다
마딱뜨린 우박와 강풍에 차안에서 느끼는 두려움과 위기감은
공포에 민감한 인간의 피할 수 없은 애절함일 것이다.
예의나 공경조차 필요없는 신을 그리워하다가도
현실의 두려운 상황에 의지하고픈 보호와 자애와 대자 대비의 신을 찾기도 한다.
예언자 짜라투스트라는 이른 세벽에 봄 축제를 위해
물을 길러 강가에 들어 갔다가 되돌아 본 해변에서
눈부신 유일 무이한 신(아후라 마즈다)을 조우했다고 한다.
6가지의 속성을 가진 이름조차 없는 신:
지혜와 진리, 힘과 사랑, 단일성과 영생의 신은 또 어떠한가?!
알라모사에서 북서쪽으로 가면 위용스런 상그레 데 크리스또 산 앞에
북미에서 가장 높은 40만년전에 형성된 모래 언덕이 있다.
여전히 꿈틀거리며 움직이고 끊임없이 흐르는 강물처럼
이 모래알들도 매일 새로운 얼굴을 보여주는
The Great Sand Dune!
가만히 생각해보니
지금까지 인생 여정길에서 만난 모든 사람들 뿐만 아니라
모든생물들의 삶들에게 공통점이 있다면
모두 예외없이 처절하면서도 찬란하고 의미있는 삶을 추구하는 것 같다.
그래서 우리 인간들에게 짧디 짧은 인생이라지만
딱 한번만의 삶으로도 충분하다는 생각이 든다.
딱 한번으로 절실한 사랑도 그 것 자체로 차고 넘치는 것 같고..
평생을 갸우뚱거리면서 무었인가가 비어있고 허전하다고 느낄 때
자연의 품에 안기어 보면 알게 모르게 지혜로움에로의 초대가 있다.
절망과 포기는 어리석음의 시작이기에…
아리조나주의 그랜드 케년을 모두 보려면
북단 케년에서 남단 케년을 보기 위해 한나절을 운전해야 하지만
이에 비해 몬트로즈에서 10여분 거리에 위치한
Black Canyon of the Gunnison National Park은
조용히 한 곳에서 진정한 케년을 모습을 감상할 수 있다.
내가 지금 느긋이 앉아서 내려다 보고 있는
별로 알려지 지 않은 거니손 강 협곡 케년은
콜로라도에서 가장 높은 협곡과 협소한 절벽을 가지고 있다.
햇빛이 몇시간 정도밖에 미치지 않는 검은 협곡은
600 미터 높이에 너비가 좁은 곳은 12 미터 정도의 특이한 케년으로
방문자가 별로 없어 정말로 호젖한 자연의 흐름을 절감할 수 있다.
가만히생각해보면
내 한 인생이 사람들이 몰리는 유명하다는 것들에 현혹되어
그 주변을 어물쩡거리다가 한세상을 다 살아버린 것 같다.
잘 알려지진 않았지만 무언가 중요한 것을 놓치고
스쳐 지나버린 것 같아 괜히 마음이 심란해진다.
그동안 길을 나서면서 체험한 수많은 크고 작은 마을과 도시에는
사람이 사람들을 부르는 곳에만 북쩍거림을 쉽게 목격할 수 있다.
소위 말하는 대세나 유행에 쫓아서 살아가는 불나방같은 본성 때문인가?
종교도 식민주의 대세의 기독교를 믿었고,
학문도 언어도 열강들의 것을 배우고자 목을 매달었고
인간 심성과 관계를 맺음에도 나와 남의 동등성을
근본적으로 인정하지 않는 식민 근성을 또한 답습했다.
이 검고 당당한 케년처럼 나의 본연의 당당함을 너무 무시하고 살아온 것 같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다사다난했던 나의 삶에 남는 것이 있다면
그저 반짝이는 경험이라는 기억뿐이다.
모든 지상의 생물중에 유일하게 죽음을 예상할 수 있는 존재
이제 마지막 남은 소원이 있다면
한번뿐이지만 충분하다는 행복한 웃음으로
이승과 이별할 수 있으면 좋겠다.
인생이 지루했다면 그것은 불행한 자의 최후일 것이며
희망과 감사가 없는 삶은 죄인의 삶이기에
어떤 댓가를 치루어서도 이 지루함을 벗어나야겠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내가 보는 세상이
바로 세상이 나를 보는 것과 똑같다.
삶이 너무나 찰라처럼 빨리 흘러가버려서
잠깐이나마 멈춰서 유심히 둘러보지 않으면
우린 무심히 지나쳐버린다.
불행한 것은 꼭 봐야할 것이 무었인지 조차도
모르고 그냥 지나쳐버리는
무심하고 불쌍한 인생살이가 된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돈은 벌수록 쓸일이 많아지고
행복해지기위해 더 많은 돈이 드는 것 같다.
경험을 사고 경험을 선물하면서 사는 것이
비싼 물건과 돈보다 더 소중한 것임을
깨우치는 데 한평생이 걸렸다.
삶이 감정의 롤러코스트를 타는 것 처럼
행과 불행사이를 오가는 것이라면
항상 행복한것도 항상 불행한 것이 아니라
그저 권태와 고통사이를 오고 가는 것임을
깨닫는 데 한 평생이 걸렸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자연을 마주 보며 하는생각은 삶의 소화제같다.
Digest of Life
Memories…
Dreams…
Reflections…
다이제스트가 잘되면
운신이 편하고
건강함을 느낀다.
아들과 와이오밍과 몬타나에선 켐핑을 며칠 하기로 한다.
숙박료를 아껴서 잘먹고 잘 마시기로 결정하고
당장에 리커 스토어에서 산 쟈니 워커 불루를 차안 깊숙히 감추고 북상한다.
안녕 콜로라도!
You are so beautiful, colorful, and magnific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