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구'를 생각합니다. (2014년 새해 편지)

[뻐꾸기 황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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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구'를 생각합니다. (2014년 새해 편지)

이창훈이란 연극배우가 '맹구'라는 캐릭터를 가지고 코미디에 도전했습니다.

70년 80년대 선풍적이었죠. 대단했습니다.

맹구가 TV에서 하는 이야기는 곧바로 유행어가 됐고, 그의 바보 몸짓을 온 국민이 흉내냈습니다.

저도 맹구의 유행어 "내사전에 리바이블은 없어!"를 즐겨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친구들과 누가 더 맹구 흉내를 잘내는지 내기도 했고, 실제 전국 콘테스트도 있었습니다.

모두가 맹구를 닮았다고 하면 기분이 업되고 신났었으니까요.

심형래의 '영구(땡칠이)' 보다 훨씬 폭발력이 강했었습니다.

TV에서 맹구가 사라지자 이번엔 '맹구 이야기'로 옮겨 여러 이야기를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맹구 이야기'는 '사오정 이야기'와 거이 같은 수준이나 시대가 훨씬 앞서 있었지요.

바보의 대명사 '맹구'이야기를 서로 만들어내며 우리들은 정상인으로 위안 받았습니다.

왜?  맹구일까?

맹구지환(猛狗之患), 즉 '근심은 개가 사나와서 이다'

원래 맹구(猛狗, 사나울맹猛  개구狗)는 중국고사에 나오는 '술집 개(사나운 개)'입니다.

중국 송나라때 술을 만들어 파는 사람이 있었는데 그는 술 만드는 솜씨도 있고 친절하며

술도 넉넉히 주어 장사가 잘 되었습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손님이 찾지 않아 결국 문을 닫게 됩니다. 망하게 된것이지요.

그는 동네 학식높은 어른을 찾아가 왜 망하게 되었는지 자문을 구했습니다.

그러자 어르신은 '근심은 개가 사나와서 이다(맹구지환猛狗之患)' 이라고 말합니다.

"술집에서 키우는 개가 주인에겐 밥을 얻어먹기 위해 늘 꼬리를 치고 있지만

 술을 사러오는 손님에겐 주인을 위해 도둑을 지키듯 사납게 덤벼들고,

 심지어 어른 심부름으로 술을 사러오는 어린아이들에게도 험하게 짖어대니

 아무리 술맛이 좋고 넉넉히 준다한들 사람들이 찾겠는가?"

이런 중국 고사를 통해 앞과 뒤를 구별 못하고 엉뚱하게 날뛰는 사람을 '맹구'라 칭하게 된것입니다.

조직(組織, Team)은 한 배를 탄것과 같습니다.

모든 조직을 이야기 할 때 우리는 '한 배를 탔다'고 말합니다.

그것은 조직이 가고자하는 방향이 같으니 한 곳으로 노를 저어 가자는 뜻이기도 하지만,

배가 뒤집혀 파산하면 누구도 살아남지 못하는 공동 운명체라는 뜻이기도 합니다.

그러함에도 모두가 한 방향으로 노를 젓는것과 달리 자기 혼자만이 옳다고 꺼꾸로 노를 젓는사람,

그것도 누구보다 열심히 노를져 배가 방향을 잃고 그 자리를 맴돌거나 위험에 처하게 만드는 사람.

상사에게는 늘 굽실거리지만 동료는 물론, 고객에게도 으르렁 거려 고객 발길을 끊게하는 사람.

그런 사람을 조직에서는 '맹구'(술집 개 - 사나운 개 - 생각없는 개 - 빨리 없어져야할 개)라 합니다.

조직에 맹구가 있으면 인재가 오는것을 막고, 좋은 인재도 떠나게 만들뿐 아니라 고객도 점차 잃어,

결국 배가 서서히 가라앉듯 조직은 망하게 됩니다.

새해를 맞아 스스로 조직내 '맹구'는 아닌지, 다른 사람을 향해 짖고있지 않는지  되돌아 보고,

조직의 훌륭한 멤버인지도 주위에 확인해 봐야 합니다.

우리나라 대표 지성, 이어령 선생의 송년 인터뷰를 보면서 '사람은 죽는 존재' 라는 평범한 지혜를

또 깨우치게 됩니다. 

그렇습니다.  

새해에는 자기가 결국 죽는다는 사실도 모르고 짖어대는 '개새끼'가 되지 맙시다.

'어울림으로 사는 것'..., 그것이 100세 시대에 어울리는 '지혜로운 삶' 입니다.

2014년 새해아침  뻐꾸기 황 병 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