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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에는 육지와 다른 색다른 음식들이 많다.
많은 매체들이 지금껏 소개해왔기에 우린 제주를 찾으면 으례 다금바리, 똥돼지, 말고기가 어떠니 하며 한마디씩 아는체를 한다. 하지만 정작 관광지와 그 주변 음식점들만 주로 섭렵하다 보니 진정 제주민들이 즐기는 서민음식들을 맛볼 기회는 그리 흔치 않다.
여러번 제주를 찾으면서 시내 곳곳에 고기국수, 멸치국수 새겨놓은 간판을 볼 수 있었고 선술집이라면 대개 돔베고기, 아강발이라는 안주가 빠지질 않는다. 제주 벗에게 물어보면 '그 뭐할라고, 맛난 것 먹업수다'하고 지나치길 일수다. 생각해보니 전라도 순천살고 있는 나도 친지가 관광오면 시장 바닥에서 돼지국밥 대접하진 않고 적어도 장뚱어탕, 한정식, 시간이 좀 허락되면 여수로 가서 삼치회나 서대회라도 한접시 대접하는 것을 예의로 안다. 그 마음이야 이해하지만.
그래서 이번은 떼를 써서 아침부터 국수 맛을 봤다. 관광지로 들어가면 흔적도 없기에. 멸치국수야 멸치우린 육수에 국수 말아주니 육지와 다를바 없는데, 도대체 고기국수가 의문스러웠다. 근데 나의 상상을 완전 깨버리고 돼지국밥 육수에 국수를 말아 준다. 난, 쇠고기 볶음이나 육전을 국수위에 탐스러히 얹히는 줄 알았는데. 참, 대중적인 음식이지. 이내 좀 특별난 푸드스타일링에 적응했다. 고추가루 한 찻숟가락 뿌려 국물을 칼칼히 맞춘 다음 휘휘 젖고서 후루룩 입안 가득 면발을 끌어들였다. 이 포만감. 제주산 배추와 무로 담근 맛갈스런 김치 한잎 배어무니 돝돔이고 옥돔이고는 뒷전이고 그냥 이순간이 즐거웠다. 맛나게 한그릇 비웠다. 창밖은 하얀 눈이 흩날리고 그토록 그리던 제주산 향토음식으로 배채운 내 속도 따뜻하고 넉넉하고. 갑자기 시인이나 된듯이 4,000원짜리 국수한그릇이 주는 행복을 마구 쏟아내고 싶었다. 하지만 일행들이 나를 바라보는 시선들이란. 아침부터 국수먹고 뭐가 좋다고 웃냐는 표정들이었다. '냅둬요. 오랫동안 풀고 싶었던 내 숙제를 해결했걸랑요.'
분명 국수를 즐기는 제주자치 특별도민만의 이유가 있을 것이다. 좀 곰곰히 들여다 보니 결코 화려하진 않다. 아, 바쁜 와중에 한그릇 뚝딱, 부족한 곡식의 대체요기로 요긴했을 것이다. 그래서 흔해빠진 멸치 육수를, 든든한 요기라도 할 냥 오겹살 빗어넣은 돼지국물을.
얼핏 일본 라면과 유사해서 혹시 일본 음식문화와의 교류. 하지만 제주에는 뭐 특별한 일식풍 요리가 없다. 그렇다면 예로부터 국수가 주는 상징성 다복, 다산, 화합. 뭐 틀린말 하나 없고 훌륭한 이론들이다. 언젠가 국수에 대한 제주만의 역사적 이론적 토대가 만들어지길 기대해보며 오늘은 그저 다른 유명 음식에 묻히지 말고 계속 제주민의 속을 든든히 채워주는 요기로 건승하길 바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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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제주 버스터미널 식당
고기국수& 순대국 의외로 맛있음(초초 초강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