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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미술’이라는 말을 들으면 대부분 물감과 붓으로 그린 회화나 대리석으로 만든 조각 등을 떠올립니다. 그리고 미술은 아름답고 독창적인 것이며 감성과 관련된 것이라고 생각하죠. 이는 미술에 대한 전통적인 개념입니다. 이에 따르면, 미술은 회화 조각 건축을 중심으로 하는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활동이라고 정의됩니다. 그러나 70년대 이후 이러한 전통적 개념에 의해 설명되기 어려운 다양한 미술들이 등장하기 시작했죠. 미술의 재료는 다양화되고, 아름답기보다는 추한 작품들이 등장했으며, 독창적이기보다는 이미 잘 알려져 있는 것을 차용하는 작품들이 나타났습니다.
이러한 현대 미술들은 미술이 아닐까요? 아니면 미술 개념을 수정해야 하는 것일까요? 여러 현대 미술 작품들은 그것을 미술 작품으로 볼 수 있는가 라는 심각한 의문을 불러일으키기도 했고 비난을 받기도 했습니다. 이해하기 어려운 현대 미술은 그것이 미술사와 맺고 있는 관계에 의해 의미를 갖게 되고 미술 작품이 되죠. 미술사와 미술 개념에 대한 지식은 미술 전반을 이해하기 위해서, 그리고 특히 현대미술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데요. 우리가 은연중에 받아들이고 있는 전통적인 미술 개념 역시 사실은 오랜 미술의 역사를 놓고 볼 때 상당히 최근의 생각이고 독특한 것입니다. 오랜 시간 동안 미술 개념이 어떻게 변모되어 왔는지 그 과정을 살펴봅시다.
우리는 미술작품이 감성이나 정서와 관련된 것이라는 생각에 별다른 이의 없이 동의할 것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생각은 19세기 초 제리코와 들라크르와와 같은 낭만주의 화가들과 19세기 말 반 고호를 비롯한 독일 표현주의 화가들에 와서야 싹트기 시작한 것입니다. 고대 그리스와 이집트, 중세, 르네상스와 신고전주의 미술에 이르기까지 오랫동안 미술은 감정이나 정서와 관련된 것이기보다는 오히려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활동으로 여겨져 왔지요.
그리스로부터 르네상스까지 이어져 온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것으로서의 미술 개념
그리스 시대에 조각상을 만드는 것은 조화, 비례, 균형이라는 제작 규칙에 입각한 것으로서, 구두공이 구두를 만들거나 목수가 의자를 만드는 것과 동일한 활동으로 여겨졌으며, 그것들은 모두 규칙에 입각한 합리적인 제작 기술을 의미하는 ‘테크네’(techne)라는 말로 불리웠습니다. 이것들은 두뇌를 쓰는 고상한 활동이기 보다는 육체노동에 가까운 다소 저급한 장인적인 활동으로 간주되었지요. 중세까지도 이러한 사고가 이어졌으며, 미술 개념이 정신을 사용하는 고상한 활동이라고 인식되기 시작한 것은 르네상스에 와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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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움을 목표로 하는 활동으로서의 미술 개념의 성립 - 18세기
르네상스시기에 이론가들은 미술이 이념적인 것(Idea)과 관련된 것으로서, 고차원적인 것이며, 그러한 이념은 미술가가 자연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지요. 다빈치나 미켈란젤로와 같은 뛰어난 미술가들의 활약에 의해 점차 미술가들의 신분이 상승되면서 16세기에 지금의 미술 대학인 미술 아카데미가 설립되었습니다. 그럼으로써 점차 미술은 장인적인 활동이 아닌 문학이나 수학과 마찬가지로 대학에서 교육되는 고귀한 정신적인 학문의 지위를 가지게 되었죠. 이 때 회화, 조각, 건축은 이념을 다루는 것으로 인식되었는데, 그 이념은 화가의 마음속에 떠오른 심상이라는 ‘디자인’(design) 개념으로 정착되어 지금에 이르고 있습니다. 18세기부터 회화, 조각, 건축은 ‘미’를 추구하는 동일한 종류의 활동으로 묶이게 되었고 이들은 "beaux arts" 즉 ‘아름다운 기술’이라 불리게 되었지요. 한국어 단어의 ‘미술’ 역시 한자로 아름다울 미(美)와 법칙 술(術)로 표기 되며 그것은 영어의 ‘beautiful art’, 즉 ‘아름다운 기술’을 번역한 것입니다.
그런데 이때까지도 여전히 미술은 감성과 관련된 것이기보다는 과학에 더 가까운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활동으로 이해되었습니다. 뒤러를 비롯한 여러 르네상스 미술가들이 원근법을 연구하고, 해부학 등 수학적이고 과학적인 연구에 몰두했다는 사실은 그것을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다빈치가 그린 인체 해부도와 근육의 움직임이나 골상에 관한 그림들은 과학과 예술의 경계에 있죠. 또한 르네상스의 이상적인 미를 구현했다는 평가를 받는 그의 <모나리자>나 <동굴의 성모> 등의 작품 등도 풍경 부분을 보면, 자연에 대한 정확한 관찰을 통한 묘사가 뛰어납니다. 이러한 것을 통해 우리는 다빈치를 비롯한 르네상스 미술가들의 과학적인 면모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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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세기 이후에야 감성적인 것으로 이해되기 시작한 미술
미술, 더 넓게는 예술이 이성적인 활동이 아닌 감성적인 활동임을 보여준 것은 인간의 마음의 작용을 세 가지로 구분하여 설명했던 칸트에 의해서였습니다. 칸트는 예술을 감성과 관련된 것으로 볼 철학적 기반을 제공했고 상상력이나 천재 개념을 통해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미술 개념의 근간을 마련했지요. 이로써 감성과 관련된 활동으로서의 미술 개념이 정립되었습니다. 이상과 같이 전통적인 미술 개념은 18세기에 와서야 성립된 것으로서, 고대 그리스, 이집트, 중세, 그리고 르네상스에 이르기까지 오랫동안 미술에 대한 생각은 그와 달랐지요. 이는 미술 개념이 이후로도 얼마든지 변화 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하며, 실제로 미술 개념은 19세기와 20세기를 거치면서 역동적으로 변화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