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르고 벼른 아주 오랜만의 천렵
<2022년 8월 22일>
'천렵 한번 가자'란 얘기가 나온지는 꽤나 오래전 일이다.
우여곡절 끝에 처서를 하루 앞둔 8월 22일 드디어 가평 조종천으로 향한다.
양평 중원계곡, 가평 승안천, 홍천강 등등 많은 후보지 중에서 조종천 녹수계곡 당첨,
견지낚시, 어망, 어항, 족대에 다슬기 잡이용 수경까지, 다양한 장비와 다양한 떡밥에
매운탕, 어죽, 물고기 튀김에 도리뱅뱅이 요리까지 가능한 식재료와 주방기구 준비,
거기에다 물고기가 잡힐 때까지 먹을 쇠고기, 돼지고기에 복숭아 수박까지 ~~~,
어디 그 뿐이랴! 압력밥솥에 쌀 완두콩, 햇반에 국수, 수제비도 있으니,
우리 일행 일곱명이 며칠은 넉넉히 먹고도 남겠다 싶다.
비록 당일치기 천렵이지만, 혹시나 1박2일이 될 수도 있고,
'川獵'이 사전적 의미로는 '냇물에서 물고기를 잡는다'는 뜻이긴 하지만,
우리들의 천렵은 물고기를 '잡기'보다는 냇물 냇가에서 즐기며 '놀기'가 우선이니,
경우에 따라 물고기를 못 잡을 수도 있다는 虛心, '마음 비우기'까지 다짐.
어쨌거나, 벼르고 벼른 우리들의 천렵은 출발부터 즐겁고 설렌다.
이 대목에서 정학유의 農家月令歌(4월령)에 나오는 천렵 노래 한 수 듣고 갑시다.
앞내에 물이 주니 천렵을 하여보세 해 길고 잔풍(殘風)하니 오늘 놀이 잘 되겠다
벽계수 백사장을 굽이굽이 찾아가니 수단화(水丹花) 늦은 꽃은 봄빛이 남았구나
촉고(數罟)를 둘러치고 은린옥척(銀鱗玉尺) 후려내어 반석(磐石)에 노구 걸고
솟구쳐 끓여내니 팔진미(八珍味) 오후청(五候鯖)을 이 맛과 바꿀소냐.
♣ 평소 느끼는 의문 하나.
우리가 흔히 취미로 낚시를 하는 사람을 낚시꾼, 강태공, 조사(釣士)라 부르는데,
포털 다음이나 네이버가 제공하는 다양한 국어사전에 '釣士'란 단어는 나오지 않는다.
다만, '釣師 - 낚시하는 사람'와 '釣絲 - 낚싯대에 낚싯바늘을 매는 질기고 가는 줄'은 있다.
그러고 보면 釣士가 아니라 釣師가 맞는 말인가 보다. 아니, 나만 釣士로 잘못 알고 있었나.
♣ 낚시계의 거성, 용곡 선생이 언젠가 '조사'를 구분한 걸 여기에 옮긴다.
(원전을 찾을 수 없어 내 메모에 의한 것이라 표현이 다소 다를 수도 있겠다.)
釣拙 : 조업하듯 낚시에 인정사정 없고 피도 눈물도 없다.
釣事 : 오직 낚시에만 전념하고 열심이다.
釣士 : 낚시를 하면서 자연과 더불어 즐길 줄 안다.
釣師 : 낚는 일엔 별무관심, 술을 즐긴다.
釣聖 : 낚싯대만 드리워 놓고 자연 풍광만 즐긴다.
釣仙 : 물고기보다는 세월만 낚는다.
가평 조종천 녹수계곡에서 ~~~.
오늘 우리들의 천렵 베이스 캠프는 [쎄렌체펜션]
지도상 녹수계곡은 [쎄렌체펜션]에서 3km남짓 더 상류에 있으며, 통상 녹수계곡은 그 지점부터 하류 조가터교까지를 지칭.
37번 국도(조종로) 일동 현리 가는 길을 가다가, 조가터마을 녹수계곡 가는 길(녹수계곡로)로 우회전,
우회전 하자말자 금방 만나는 다리 [조가터교]를 건너면 우리들의 천렵 베이스 캠프 [쎄렌체펜션]이다.
*** 우리들의 오늘 천렵 놀이터에는 피라미 꺽지 등 물고기는 많아도 다슬기는 거의 보이지 않았다.
[녹수계곡] 쎄렌체 펜션보다 약 3km 상류인 녹수계곡 부근이 다슬기가 많다는 후문이다.
베이스 캠프 꾸미기. 유니밴과 승용차로 우리들만의 공간 확보.(개수대 등 편의시설 이용 및 파라솔 대여료 5만원).
*** 위쪽은 펜션 숙소, 개수대, 바베큐장, 샤워실, 화장실 등
어망 어항 설치 그리고 족대
조종천 상류 방향
조종천 하류 방향
[조가터교] *** 조가터(曺哥垈), 조가터마을, '조가터'에 무언가 얽혀있는 지명유래가 있을 듯한데 ~~~
견지낚시는 조과가 제법 쏠쏠, 잠깐 사이 벌써 열마리도 넘나보다.
바로 코앞이 우리들의 베이스캠프라 천렵하기엔 그야말로 명당이다.
냇가에 수풀이 있거나 해야 하는데, 여기선 족대로 고기 잡기 어려울 듯. 아무래도 설치해둔 어망에 기대를 걸 수 밖에 ~~~.
현재까진 견지낚시 조과가 전부, 피라미의 불그스레한 혼인색이 멋지다. 꺽지도 한 마리.
금강산도 식후경, 쇠고기 1.2kg, 지글지글 자글자글 ~~~,
나중에 완두콩밥까지 곁들여 맛있는 오찬.
그리곤 연이어 돼지고기 1.2kg 도전. 오늘 어쩌면 돼지보다 더 많이 먹는 건 아닌지 ~~~, 우선 먹고 보자.
후식으론 복숭아, 여름과일로 수박을 제치고 복숭아가 1순위라니 더 맛있다. 감곡 헷사레가 아닌 의성 복숭아라네.
개수대에서 물고기 손질하는 동안 펜션 구경.
손질을 마친 피라미, 1차 견지낚시 조과가 상당하네.
마음을 비웠다지만 그래도 작은 기대와 함께 어망을 건져 올려보지만,
역시 조종천에 눈먼 물고기는 없었다. 족대 외에도 어망, 어항 합이 7개인데 조과는 피라미 한 마리가 전부다.
사마귀 새끼 한 마리, 요놈은 어쩌다 물길 한가운데까지 왔을까. 날지도 못하니 이를 어쩌나!
견지낚시 2차 조과. 피라미의 은비늘이 참으로 곱구나.. *** 만약 견지낚시가 없었다면 물고기 매운탕은 남의 얘기가 될뻔했다.
우리들이 어망도 설치하고 견지낚시도 하던 그 자리에 일대의 대학생들이 몰려와 젊음의 천국이 되었다.
수박 파티, 상주 수박이라는데 얼마나 잘 익었는지 칼날을 제대로 대기도 전에 반으로 쩌억 갈라진다.
튀겨도 먹고 도리뱅뱅이도 하고 매운탕도 끓이자 등등 의견 분분, 결국은 매운탕에 올인하기로 결론.
*** 매운탕 국물맛이 우러날 때까지 짐 정리, 그리고 쓰레기 분리 수거. 머문 자리도 깔끔하게 ~~~.
민물고기 특유의 향과 감칠맛이 배어든 수제비 피라미 매운탕으로 이른 저녁식사.
여섯시 반도 채 안된 시각인데, 어느 순간 주위가 조용해진다. 우리 일행이 마지막인가 보다.
천렵 놀이터 주위를 사방팔방 한바퀴 휘둘러 보고 우리도 길을 나설 채비를 한다.
맑은 냇물에 들어가 어망도 설치하고 족대질도 하고, 견지낚시로 피라미 낚는 거 구경도 하고, 물장구도 치면서,
죽마고우들과 함께 어울려 보낸 한나절, 잘 먹고 잘 놀고 잘 쉬고 즐거웠습니다. 피라미 추억을 안겨준 조종천에게도 감사!
또 만날 것을 알면서도 헤어질 땐 언제나 아쉬움이 ~~~, 내년엔 1박2일의 천렵을 기약하며 ~~~,
귀경길에 차창 밖으로 흘러가는 조종천(朝宗川)에게도 다시 한번 감사와 함께 작별 인사.
감사합니다.
첫댓글 좋은 곳에서 좋은 분들과 즐거운 시간 갖으셨네요.
내년에는 우리 카페 전 식구들이 함께 천렵 할수있는 시간을 갖을수 있기를 ~~~
감사합니다.
오랜만에 천렵을 즐겼습니다.
비록 사전 준비에 손은 많이 갔었지만 ~~~.
좋은시간을 보내셨군요~~
행복하고 즐겁게 지내셨으리라 짐작됩니다
부럽습니다 ㅋ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