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찰스 디킨스가 살던 런던의 어두 침침한 뒷골목에 명민하고 예민한 수사관이 살고 있다. 그 수사관은 연쇄 살인마가 남긴 작은 단서들도 놓치지 않고 진실에 접근해 나간다. 하지만 그는 명탐정 홈즈가 될 수는 없다. 그는 파이프 담배를 물고 도서관에서 사색에 잠기는 대신 음침한 마약 굴에 몸을 누이고 환상과 꿈을 통해 단서를 얻기 때문이다. 꿈에서 진실의 단서를 얻는 명석한 수사관에 조니 뎁 보다 나은 선택을 찾을 수 있을까? 우리의 기억 속에서 조니 뎁은 한번도 평범한 남자였던 적이 없다. 눈의 전설을 만들어내는 에드워드 이든지, 목없는 기사를 쫓는 수사관 이든지, 채플린의 흉내를 내는 다정한 남자친구역이나 심지어 가족의 무게에 허덕이는 평범한 젊은이 역을 할 때 조차도 그는 어딘가 ‘정상’ 에서 한발 벗어난 인물들로 관객들에게 다가왔다. 사생활에서도 ‘정상적이지 않음’ 혹은 반골 기질은 어김 없이 발휘되어 와서 여자친구 문신을 팔에 새긴다든지, 파파라치나 호텔 직원과 주먹다짐을 한다든지 하는 스캔들 기사들이 심심치 않게 신문을 장식하기도 했다. 하지만 한 편으로 각종 잡지들이 선정하는 “세상에서 가장 섹시한 몇 인 ” 식의 랭크에 심심찮게 오르고, 좋은 감독들과 작업할 기회를 끊임없이 얻고 있는 점을 생각해보면 그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스타라는 사실 만큼은 분명할 듯 하다. 이러한 이중적인 이미지(헐리우드에서 성공한 스타임과 동시에 마이너의 이미지를 아직까지 간직하고 있는)는 아마도 조니 뎁을 설명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단서가 될 것이다. ![]() 그리고 그는 팀 버튼과 작업한 첫번째 작품인 <가위손>을 찍게 되는데 이 작품은 팀 버튼과 조니 뎁, 둘 모두에게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지게 된다. 조니 뎁은 이 작품을 통해 스타로서 그가 가지는 이미지의 기본들(순수한, 어두운, 평범하지 않은)을 구축하게 되었고. 팀 버튼은 그의 상상력을 구현할 가장 적당한 육체를 찾게 된 것이다. 팀 버튼과 조니 뎁은 가위손 이후에 두 편의 영화를 더 찍었다. ![]() 그의 엄청난 인지도를 생각해보면 그가 가지고 있는 필모그래피들은 다소 의외일 수도 있을 것이다. 의심할 바 없이 좋은 감독들과 끊임없이 작업해 왔지만 소위 블록 버스터라는 작품에는 절대 얼굴을 내밀지 않아 왔던 것이다. 그의 31편의 필모그래피 속에는 로만 폴란스키의 이름과 짐 자무시, 라쎼 할스트롬과 에밀 쿠스트리차는 있지만 상업 영화들로 잘 알려진 감독들의 이름은 없다. 그는 자신이 어떤 역할로 스크린에 오를 때 가장 빛날 수 있는지 분명히 알고 있는 영리한 배우이기도 하다. 그의 캐릭터들은 항상 어딘가 모자라거나, 비정상적이거나, 상처를 입었다. 그가 정상적인 인물을 연기할 때는 그의 주변 환경이 어딘가 뒤틀려서 정상적인 그가 가장 이상하게 보이기도 한다. 그가 연기한 캐릭터들은 대체로 한 줄로 설명하기 힘든 다양한 성격적, 배경적 층위를 가진다. 가족이라는 짐에 눌려 갈등하는 평범한 젊은이를 연기한 1993년 작 <길버트 그레이프>에서는 반항적인 아웃사이더의 이미지와 순수하고 선량한 청년이라는 그의 두 가지 이미지가 함께 작용해 가족에 대한 영화들에서는 흔히 찾아 볼 수 없는 독특한 분위기를 더하였다. 그는 2000년에 <초콜렛>으로 라쎼 할스트롬과 다시 작업하게 되는데 이 영화에서 그는 마을에 우연히 흘러들어 온 자유로운 집시 청년 역을 맡아 줄리엣 비노쉬와 좋은 조화를 보여주기도 했다. ![]() <나인스 게이트>에서는 금지된 악마의 책을 찾아 떠나는 고서적상으로 로만 폴란스키와 작업했으며 <돈 주앙>에서는 사랑의 신 돈 주앙역을 맡아 그가 가장 좋아하는 여배우라는 페이 더너웨이와 작업하는 기회를 얻기도 했다. <더 맨 후 크라이드(The man who cried)> 에서는 독일군이 점령한 파리에 사는 집시 청년으로 출연해 크리스티나 리치와 다시 한 번 호흡을 맞추기도 했다. 1997년 그는 직접 감독한 영화 <브레이브>로 깐느 영화제 경쟁 부분에 오르기도 했는데 감옥에서 막 출소한 미국 인디언이 가족을 위해 스너프 필름에 출연하고 죽음을 결심하는 내용의 이 영화는 감독으로서 그의 재능을 확인시켜 주는 계기가 되고 깐느 영화제 경쟁 부문에 출품되기도 했다. ![]() 의심할 바 없이 그는 우아한 미국의 젊은 배우이다. 하지만 그를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그의 우아한 외모는 아닐 것이다. 여자 친구의 이름을 수시로 문신하는 대책없는 연인임과 동시에 딸이 태어나면서 인생이 완전히 달라져서 좋은 아빠가 되고자 노력한다는, 파파라치와 주먹 다짐을 하는 반면 감독들과 동료들에게 예의바른 것으로 잘 알려져 있는, 어두움과 밝음의 이미지를 그토록 자연스럽게 하나의 육체에 동시에 가지고 있는 그를 사랑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 |
최진영 vampira@joycine.com |
첫댓글 어둠과 밝음을 합쳐놓은 육체... 정말 조니님 그 그자체를 표현한 글이로군요....
정말 멋진 사람..ㅠ_ㅠ
멋진사람..그런데 그가가장좋아하는여배우가 페이더너웨이인가요1!!
지구의 언어로는 표현 못할 매력이 있는거 같아요..ㅋㅋㅋ(표현력의 부재를 이런식으로 얼버무리다니...-_-;;)
역시 멋진 놈!!앞으로도 관객과 비평가 모두에게 풍요로운 영화를 만들어 주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