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올레한달걷기 12일차 16코스
고내포구에서 광령1리 사무소까지 15.8 킬로
오늘은 제주올레의 안은주 상임이사가 우리와 함께 걷습니다. 서명숙 이사장님 후배로, 선배가 혼자 고생하는 게 안쓰러워 후원시스템이나 만들어주자 싶어 휴직하고 내려왔다가 아예 눌러 앉아 지금의 제주올레를 만들어 낸 일등공신.
2010년에 처음 길조성하며 통영도 제주올레처럼 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던 적이 있었어요. 그게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닌데 말입니다.
4월 한달 완주자가 5백명이랍니다. 우리나라 어느 길에 한달 5백명의 사람이 전체 트레일을 다 걸어내는 곳이 있을까요? 제주올레라 가능한 일이고, 그 어려운 일을 해내도록 하는 게 제주올레 사무국입니다. 우리도 그 길에 있습니다.
애월의 바다는 쭈욱 이쁘기만 하고, 오늘은 바람이 제법 불어 더운 줄 모르고 걸었습니다
다락공원이라는 곳에 항몽멸호의 땅이란 비문이 있고 좌우로 두 장군의 석물이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이국의 침입을 받았고 이 땅의 백성들은 늘 고난 속에 살았습니다. 제주도 피해갈 수 없었나봅니다.
몽골의 침입으로 원나라 속국이 된 후 드넓은 목초지에 말을 기르기위해 몽골인들이 들어왔고 1백년의 시간이 흘러 원은 망하죠. 명나라가 고려에 제주말을 바치라 합니다
원나라 사람이던 몽골인들이 반항하자 명의 압박으로 조정에서 목호토벌을 강행하며 최영장군이 제주에 내려와 몽골 족속을 토벌합니다. 이미 오랜세월 어우러져 살았던 탓에 제주도민 절반이상이 살육되었답니다.
나라가 약해 외세의 침입에 번번이 지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백성들이 당하는 일은 왜 자꾸 반복될까요.
대외적으로는 '항몽'이라지만 제주도민의 피해도 적지않았는데 그런 역사를 이렇게 자랑스러워 하는 건 옳은 걸까요?
해안도로 옆에 고맙게 흙길이 있네요
도로엔 차도 많고 자전거, 오토바이, 스쿠터 등의 다양한 탈 것들이 지나갑니다. 그 옆을 우리는 두 발로 걷습니다.
제주를 만나는 다양한 방법 중 우리는 천천히 두 발로 걷는 걸 택했습니다. 늘 차로 스치던 곳을 걸으면서 구석구석 찬찬히 즐깁니다.
길은 바다를 옆에 두고 흙길과 도로를 넘나들며 이어집니다
이제 조금 더 가면 마을 길로 접어들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한적한 이곳에서 바다를 눈에 담으라며 신팀장이 야심차게 준비한 간식을 꺼냅니다.
여기 구엄마을에서는 50년대까지 이 바위에 바닷물을 말려 소금을 만들었답니다. 소금빌레, 이 바위위 거북등처럼 생긴 틈에 찱흙으로 칸을 지고 바닷물을 가둬 햇볕에 말리면 소금이 되었답니다. 남다른 제주 햇살에 돌이 뜨거워지니 소금이 만들어질만도 합니다.
찻길 옆으로 계속 갈 수 없어 마을로 길을 이었답니다
이 마을에선 배추를 기르고 있습니다. 제주 걷는 동안 배추는 처음 봄
수산오름에 오릅니다. 물메오름
낮으막한 오름엔 매실도 달리고 아까시 꽃도 달리고
오름을 내려오면 저수지도 있고
다정큼나무에 꽃도 피고
조랑말도 있고
그렇게 걷다가 무인카페에 들어가 감귤쥬스 하나 마시며 잠시 휴식
귤밭에 꽃이 활짝, 향기 뿜뿜, 꿀벌 윙윙
딱 우리에게 해주는 말인 듯
이 무인카페는 여기 있어요
붉은 인동꽃은 처음 봤네요
정원 예쁜 작은 집들을 지나고
다시 산길로 들어가 한참 걸으면
삼별초, 고려의 무인들이 여몽 토벌군을 피해 쌓았다는 토성을 지납니다.
성을 쌓을 정도의 병력이 되었던 모양입니다. 외적과 맞서 싸우던 우리 군사인데 우리 조정에서 토벌하러 왔으니 얼마나 억울했을까 싶습니다.
통영 향토사 강좌가 통영을 아는 가장 확실하고 빠른 방법이듯, 제주의 향토사도 그럴 듯. 제주살이 하게되면 향토사 강좌를 들어야겠단 생각을 했습니다
성내에 건물터가 보입니다.
여길 지나면 이미 베어버린 유채밭이 있고
보리밭이 계속이어집니다.
간간이 공항을 떠나는 비행기도 보이고,
예쁜 집들도 많고,
귀여운 꼬마가 뛰어나와 "안녕하세요?"인사하는,
초등학교와 광령1리 사무소가 있는 길, 16코스입니다
아침은 전복죽
점심식사는 수산오름 내려와서 먹습니다.
족발 느낌나는 돼지고기와 가자미 튀김.
돼지고기는 다양한 요리법으로 매일 먹는 듯. 제주 돼지 맛있어요
올레셰프의 오늘 저녁은 갈아서 만든 감자전과 오징어볶음과 콩나물 국
섬인 제주의 올레 길은 바다를 옆에 끼고 산을 걷습니다. 바다와 산 포장길과 흙길로 이루어진 제주올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