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격상담
‘성격’이라는 용어처럼 ‘무분별하게’사용되는 용어도 드물 것이다. 하지만 그 이유는 그말을 사용하는 사람의 무분별성 때문이 아니라 성격이라는 말 자체의 애매모호성 때문일 것이다.
대부분의 상담기관에서는 상담통계에 ‘성격문제’라는 항목을 제시하고 있다. 그리고 이 성격문제라는 항목은 상담신청 건수 중에서 상위급에 속하는 항목이다. 그렇다면 상담실에 호소하는 이 ‘성격문제’는 어떤 문제들인가?
여기에는 크게 세 종류의 문제가 있을 것 같다. 첫째는 ‘성격에 대한 불만’으로서 자기의 성격이 소극적이다, 소심하다, 내성적이다라는 등 본인의 성격에 불만을 느끼고 그런 성격을 적극적이고 대범하고 외향적인 성격으로 바꾸고 싶은 희망에서 상담을 신청하는 경우들이다. 자신감이 없다는 것도 상담자에게 자주 제시되는 불만이다. 둘째는 성격장애(personality disorder)로서 이것은 자기성격에 대한 불만의 차원이 아니라 정신병리학적으로 볼 때 ‘장애’, 즉 그의 성격양식이 타인 혹은 자신에게 불편과 피해를 입히는 경우이다. “성격”이란 개인이 자신과 환경에 대해서 지각하고 생각하는 방식, 환경과 관계맺는 방식 등을 의미하는데, 이런 사고방식, 지각방식, 행동방식이 그가 접하는 다양한 사회환경이나 개인적 사황에서 지속적이고 일관성있게 나타날 때 이를 성격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성격장애란 그런 성격양식이 비적응적이고 유연성이 없어서 그의 기능수행에 심각한 손상을 주거나 심적 고통을 심하게 줄 때를 말한다. 셋째는 행동제어와 관련된 문제로서 분노조절(anger control), 충동조절(impulse control)등이 제대로 되지 않는 것을 말한다.
1. 성격불만과 상담
성격적이 문제는 주로 대인상황에서 뚜렷하게 체험된다. 즉, 상식적인 말로 성격이 소심하다, 소극적이다, 내성적이다, 비사교적이다라고 말할 때 그런 문제를 느끼게 되는 상황은 대개 사람을 접촉하는 상황, 즉 대인상황이기 때문이다. 혼자서는 그런 문제를 체험할 기회가 별로 없다. 따라서 심리학에서는 이렇게 성격불만을 느끼는 문제들을 주로 대인상황에서 규정해 왔다. 즉, 자기주장 혹은 자기표현(self-assertion)의 문제, 대인불안(social anxiety), 열등감 등이 바로 그것이다.
(1) 자기주장/표현의 문제
서양에서 이 자기표현의 주제는 주로 ‘주장훈련(assertiveness training)'이라는 연습프로그램으로 이루어져 왔다. 자기의 권리가 침해당했거나 혹은 그럴 가능성이 있을 때 자기의 권리를 주장하여 정당한 결과를 획득하는 행동을 습득하는 훈련이다.
이 자기주장/자기표현 훈련은 우리날에도 수입되어 많은 대학과 상담소 혹은 성인교육기관에서 실시되고 있다. 이와 같이 기술교육이 널리 실행되는 데 비해서 과학적인 연구는 상대적으로 빈약하다. 연구되어야 할 주제는 다음과 같다. 자기주장이나 자기표현력이 부족하다는 것은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가? 자기주장이나 자기표현이 부족한 사람들은 그런 능력이 좋은 사람에 비해서 어떤 심리적 특징이 있는가? 이 질문에 대해서는 세 가지 가설이 있다.
① 주장/표현행동 부족에 대한 세 가설
첫째, 불안에 의한 행동억제 가설(anxiety inhibition). 주장이나 표현행동을 하려 하면 불안이 높아져서 그런 행동을 못하도록 막아버린다는 것이다.
둘째, 기술부족 가설(skills deficit). 자기주장이나 표현을 잘 못하는 것은 그런 행동을 해볼 기회가 없었기 때문, 즉 그런 행동기술이 습득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가설이다.
셋째, 인지 가설. 주장이나 표현을 못하는 것은 행동의 측면으로 나타난 증상이며 이런 증상이 나오게 되는 데에는 그 중간에 인지적인 요인들이 개재한다는 것이다.
② 자기주장/표현 치료 프로그램
첫째, 패키지 연구. 이것은 “자기주장/표현 훈련을 받으면 그 훈련을 받지않은 사람에 비해서 그런 능력이 향상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연구이다.
둘째, 치료요소(component)연구. “훈련의 효과가 있다면 구체적으로 훈련의 어떤 요소 에 의해서 효과가 생겼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연구이다. 셋째, 인지 연구. 이것은 자기주장이나 표현부족의 원인을 인지중개변인으로 보는 가설을 검증하기 위한 연구이다.
(2) 대인불안과 관련한 성격문제
① 수줍어함
심리학적으로 볼 때 수줍어한다는 것은 몇가지 측면에서 분석해 볼 수 있다. 첫째, 신체적 반응이 있다. 대표적인 반응은 얼굴이 붉어지는 것, 긴장, 떨림 등이다. 둘째, 불안 등의 정서나 부정적인 생각이 지배한다. 셋째, 대인 접촉을 회피하거나 사람앞에서 주저주저하는 등 수줍음의 행동이 나온다.
② 비사교성
비사교성은 사람과 접촉하는 것을 필요없다고 여기거나, 원치않는 성향을 의미한다. 타인에 대해서 관심이 별로 없다. 이점에서 단순한 수줍음과는 다르다.
③ 내향성, 내성적 성격
내향성이라는 속성은 인식과 관심의 방향이 내부로 향하는 것이다. 혼자있거나 혼자서 하는일(연구, 사무, 편집, 번역, 제작 등)을 선호하거나 편안해 한다. 대인관계 기술이 부족한 것은 아니어서 필요한 경우에는 사회적 활동을 잘한다.
④ 대인공포(social phobia)
대인공포에는 두 가지 유형이 있다. 첫째는 대부분의 대인상황에 대하여 공포 및 불안 반응을 보이는 ‘일반화된’ 대인공포이고, 둘째는 특정상황 예컨대 높은 사람 앞에서 특별히 불안반응을 보이는 대인공포이다. 경험하는 증상은 긴장, 얼굴 홍조, 땀이 남, 가슴이 뜀, 손이나 다리 떨림, 목소리가 떨리거나 작아짐, 생각이 잘 나지 않음 등이다.
1) 치료방법
① 대인기술의 연습(social skills training)
연습하는 기술로는 eye-contact, 쓸데없는 손짓이나 몸동작의 수정 등 신체언어의 부문이 있고 대화의 방법을 연습하는 음성언어의 부문이 있다.
② 긴장이완연습(relaxation training)
우선은 단계적인 근육이완법을 연습한 다음에 대인상황이나 발표상황을 가정한 역할 연습을 하면서 긴장이완을 경험한다.
③ 불안상황 직면(노출: exposure)
불안극복을 위해서는 궁극적으로 불안유발 상황에 자기를 노출, 즉 직면해야 한다. 불안상황에 자기를 직면시키는 방법에는 두 종류가 있는데 하나는 단계적 직면이고 다른 하나는 갑작스럽게 직면시키는 것이다.
④ 인지요법
대인상황에서 불안을 야기시키는 인지내용을 구체적으로 발견하여 이를 수정하는 전략이다. 예컨대, 불안을 야기시키는 인지내용들은 ‘남들이 나를 우습게 볼꺼야.’ ‘내목소리가 떨리고 있다는 걸 저 사람들이 알고 있을거야.’ 불안을 가중시키거나 실패를 예상하는 자기말(self-talk) 혹은 자동화된 생각들(automatic thoughts)이다. 이러한 생각을 구체적으로 발견해 낸 뒤 그것들이 근거없는 것임을 깨닫게 하고 좀더 합리적이고 건설적이고 긍정적인 자기말로 대체하도록 한다. 예컨대, ‘내가 떨리고 있다는 사실이 저 사람들에게 보이지 않는다.’ ‘떨리더라도 계속하다보면 떨리지 않게된다. 참고하자.’ 즉, 자능감(self-efficacy) 기대를 갖도록 하는 것이다.
(3) 열등감
열등감에 대해서는 서양의 초기 정신분석학자인 Alred Adler 가 비중있게 논의하였다. 그는 ‘열등함’과 ‘열등감’을 구분했는데 정상적으로는 자기의 부족함, 즉 열등함을 관찰하고 경험하면서 열등감(sence of inferiority)을 느낀다고 한다. 또한 Adler는 자기의 ‘불완전함’을 인식하면서 열등감을 느낀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인간이 본래 가지고 있는 완전함이나 우월함(superiority)에 대한 동기가 채워지지 않는 것도 열등감을 느끼게 하는 바탕이 된다고 하였다. Adler에 의하면, 열등감은 나쁜 것이 아니다. 열등감은 열등함을 극복하려는 동기, 우월을 성취하려는 동기가 된다고 하였다. 이것을 영어로는 compensation(보충) 그리고 striving for superiority(우월을 향한 열망)이라고 한다. 보충은 열등함을 우월로 바꾸거나 혹은 열등하지 않은 다른 측면을 발전시키는 것이다.
우리가 통상적으로 말하는 열등감은 자신없음, 낮은 자존감, 부정적 자아개념 등은 개념적으로는 조금씩 다르지만 임상적으로는 대개 동시에 나타나는 정서라고 사료된다. 열등감에 대한 ‘치료’는 곧 자존감의 회복, 긍정적 자아개념, 자신감의 고양으로서 가능할 것이다. 내담자가 상담자나 다른 주변 사람들로부터 인정이나 존중 혹은 존경을 받거나, 새로운 경험을 하거나, 자신의 능력을 확인받거나, 실패를 예상한 일을 시도하여 성공하는 등의 체험들이 자존감과 자신감을 회복시켜 주고 자아개념을 긍정화시켜 줄 것이다. 특히 타인과의 우열비교로 인해서 생기는 열등감은 그의 지나친 우열비교 의식을 감소시켜야 상담효과가 날 것이다.
2. 성격장애
성격문제를 가진 사람들은 정도 차이는 있지만 대개 가정생활, 학교생활, 직장생활, 혹은 사회생활에서 장기간 부적응을 보이기 마련이다, 이들의 문제는 특히 인간관계에서 가장 심각하게 나타난다. 왜냐하면 성격문제의 핵심이 바로 인간관계를 결정하는 자기와 타인의 대한 태도이기 때문이다.
성격문제로 가정생활, 학교생활, 직장생활, 그리고 사회생활 전반에 걸쳐 지속적인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를 ‘성격장애’라고 부른다. 성격장애는 정신의학적 용어이다. 현재까지 카운슬링 체계내에서는 이에 상응하는 용어가 따로 없다. 그러나 이것은 발달적 차원의 문제고 적응과 수행 전반에 걸친 문제라서 카운슬링의 영역에서 심각하게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카운슬링이 궁극적으로 성격의 변화와 같은 근본적인 인간 변화를 꾀하는 인간봉사활동인데도 카운슬러들은 다른 종류의 문제들에 비해 성격 문제에 대하여 충분히 훈련받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그 결과 성격문제를 가지고 상담실을 찾는 많은 내담자들이 제대로 도움받지 못하고 있음을 생각할 때 성격 문제는 카운슬러들이 깊은 관심을 가져야 할 빈번하고 도전적인 문제로 취급돼야 한다.
여기서는 성격장애를 중심으로 살펴본다. 물론 성격 문제를 전부 성격장애로 분류할 수는 없다. 그러나 성격 문제가 심각한 상태에 이른 것이 성격장애이기 때문에 성격장애의 이해를 통하여 일반적인 성격문제의 특징을 이해할 수 있고 또 그것을 카운슬링하는 방법을 고안할 수 있다.
(1) 성격장애의 의미
성격이란 사고, 감정, 행동의 지속적 형태이며 이로써 개인은 다양한 사회적 상황에서 일관된 방식으로 환경과 자기 자신에게 관계하게 된다. 여기서 사고, 감정, 행동의 일관된 특징을 우리는 성격의 양식(personality style)이라고 부른다. 대체로 성격은 우리의 적응에 유익한 방식으로 형성, 유지, 변화된다. 그러나 개인의 성격양식이 적응을 위해 변화해야 할 때도 융통성있게 변화되지 않고 부적응적이어서 직업생활이나 사회생활에서 기능을 발휘할 수 없거나 혹은 주관적으로 고통을 겪게 될 때 그것을 ‘성격장애’라고 부른다.
성격장애는 흔히 두 가지 방식으로 이해된다. 첫째는 DSM-Ⅳ에서와 같이 기술적인(descriptive) 방식으로 이해하는 것이고, 둘째는 대상관계이론에서 설명하는 것처럼 역동적인(dynamic) 방식으로 이해하는 것이다.
(2) 성격장애의 인지적 특징
DSM-Ⅳ에서는 성격장애를 10가지 하위 유형으로 나누고, 나타나는 유사성에 따라 A, B, C의 3군집으로 분류하고 있다. 좀 더 자세히 설명하면 편집적 성격장애, 분열성 성격장애, 분열형성격장애와 같이 다소 기괴하고 특이한 행동을 주된 특징으로 하는 A군과, 반사회적 성격장애, 경계서적 성격장애와 같이 극적이며 정서적인 특성을 나타내는 B군, 그리고 의존적 성격장애, 회피적 성격장애, 강박적 성격장애와 같이 불안과 두려움을 주된 특성으로 나타내는 C군으로 분류된다.
여기에서는 증상적 특징을 전부 살피기보다는 성격장애의 인지적 특징만 살펴보기로 한다. 그러나 성격장애자들은 인지과정 보다는 자기와 타인의 행동을 지각하는 과정에 느끼는 감정에 더 크게 영향받는다. 부적응적인 인지적 구조가 계속되는 이유도 사실은 감정에 휩싸여 그들의 사고 기능이 위축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성격장애를 카운슬링하기 위해서는 일차적으로 그들의 감정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1) 편집성 성격장애(paranoid personality disorder)
편집성 성격장애는 일반적으로 지속적인 의심과 불신을 갖는 경우이다. 이 경우에 속하는 사람들은 주로 고루한 고집쟁이, 부정행위 수집가, 배우자에 대한 병적 질투심을 갖는 자, 소송을 좋아하는 괴짜등이다. 편집성 성격장애는 어린 시절 불합리한 부모의 엄청난 분노에 짓눌려 성장하면서 자신과 그들의 부모를 동일시 함으로써 그 분노를 다른사람에게 투사(projection)하게 된 결과로 나타난다.
2) 분열성 성격장애(schizoid personality disorder)
분열성 성격장애의 기본양상은 일생동안 사회로부터 철퇴되어 있으며 다른사람들과의 교제가 어렵고 지나치게 내향적이며 온순하고 빈약한 정서가 특징이다. 그 원인으로는 어릴 때 대상 관계 양상, 가족 상호 작용 방식 및 문화가 중요한 요인으로, 어린 시절을 보면 쓸쓸하고 냉담하며 감정교류가 없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유전적 원인에 대해서는 불분명하고, 정신분열증 환자들의 친척 중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분열형 성격장애에 비해서 훨씬 적다.
3) 분열형 성격장애(schizotypal personality disorder)
분열형 성격장애는 환자의 행동이 일반사람의 눈에도 괴이하거나 이상하게 보인다. 진단기준에서 볼 수 있듯이 텔레파시 같은 마술적 사고, 관계망상, 착각, 이인증 등이 특징이다. 임상적 양상은 사고와 대화에 장애가 있다. 언어표현이 괴이하고 지엽적이며 막연하고 지나치게 정교하고 우회적이다. 가까운 친구가 없고 사회적으로 고립되어 있다. 흔히 미신이나 유사 종교에 사로잡혀 있는 경우도 있고, 혹은 자신이 특수한 사고나 통찰력을 가진 초능력자라고 믿는 경우가 있다.
① 자기에 대한 견해: 자기 혼자서도 충분하다고 본다. 그들은 독립성과 고독한 삻을 높이 평가한다. 집단에 속하기 보다는 혼자서 결정하고 실천한다.
② 다른 사람들에 대한 견해: 간섭꾼이고 침해자로 본다.
③ 신념: “나는 근본적으로 홀로 사는 사람이다.” 따라서 “만약 내가 사람들에게 너무 가깝게되면, 그들은 나를 꼼짝 못하게 할 것이다.” 그러므로 “너무 가까워지지 마라.”“거리를 유지하라.”고 스스로를 다짐한다.
4) 히스테리성 성격장애(hysteric personality disorder)
히스테리성 성격장애의 환자는 흥분을 잘하고, 감정적이고, 다양하고 극적이며 외향적이고, 자기주장적 자기과식적이며 허영심이 많다. 다른 사람의 관심과 주의를 끌기 위해 과장된 표현을 하지만 실제적으로 의존적이며 무능하고 지속적으로 깊은 인간관계를 갖지 못한다. 정신분석에서는 그 원인을 소아 시절의 오이티푸스 콤플렉스와 관련시켜 이해하데, 억암과 해리의 방어기제를 주로 이용한다.
① 자신에 대한 견해: 자신은 매혹적이고, 인상적이기 때문에 타인의 주의를 끌 만하다고 본다.
② 타인에 대한 견해: 다른 사람들로부터 관심과 환대, 그리고 애정을 받을 수 있는 한 그들을 우호적으로 본다.
③ 신념: 핵심적 신념을 자기에 대한 견해와 반대다. “나는 근본적으로 매력이 없다.” 따라서 긍정적 어투의 자기개념 표현은 부정적인 자기에 대한 신념을 보상하기 위한 것이다.
“내가 사람들을 사로잡지 못하면, 나는 아무 것도 아니다.”라 믿고 자기의 감정에 따라 사태를 극적으로 다룬다. 그래서 이들은 좌절을 견디지 못해 울거나, 신체적 혹은 언어적 공격을 하거나 자살시도를 함으로써 자기가 원하는 것을 성취하거나 자기의 감정을 상하게 한 사람을 공격한다.
5) 자기애적 성격장애(narcissistic personality disorder)
자기애적 성격장애 환자는 자신의 재능, 성취도, 중요성 또는 특출성에 대해 과대적 느낌을 갖는다. 이러한 환자는 자기가 중요하다고 믿기 때문에 특별 대우를 기대한다. 자존심이 불안정하고 남들이 자기를 얼마나 좋게 보는지에 항상 집착되어 있으며 타인으로부터 계속적인 관심과 칭찬을 요구한다. 사소한 일에도 쉽게 분노와 패배감, 열등감, 모욕감을 느끼고 우울한 기분에 빠져든다. 임상적 양상은 자신의 욕구가 충족되지 못할 때 적개심의 표현방법으로 수동적인 형태를 취한다.
① 자기에 대한 신념: 자기를 거의 왕자나 공주처럼 특별한 사람으로 보고 대중보다 위에 있다고 믿는다. 따라서 자기는 특혜와 특별대우를 받을 자격이 있으며 다른 사람들을 지배하는 규칙을 넘어 존재한다고 믿는다.
② 타인들에 대한 견해: “다른 사람들은 나에 비해 열등하다.”고 본다.
③ 신념: “나는 특별하기 때문에, 예외로서 특별대우를 받아야 한다.” 따라서 “나의 특별한 지위를 인정하지 않는 사람을 반드시 처벌을 받아야 한다.” “나의 특별한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다른사람들은 반드시 나를 섬겨야 한다.” 고 믿는다.
6) 반사회적 성격장애(antisocial personality disorder)
반사회적 성격장애란 사회 적응의 여러 면에 걸쳐서 지속적이고 만성적으로 반사회적 또는 범죄적 행동을 나타내는 이상성격이다. 따라서 19세기에는 반사회적 성격장애를 도덕적 정신이상이라고 불렀으며, 오늘날을 정심병질자 혹은 사회병질자라고도 부른다.
반사회적 성격장애는 성격장애 중에서 그 원인에 대해 가장 많은 연구가 행해진 장애이다. 반사회적 성격장애에 대해 최근에 행해진 생리학적 연구에서는, 반사회적 성격을 가진 사람이 보통 사람들과는 달리 현저하게 생리적 각성수준이 낮다는 사실이 발견되었다. 이런 생리학적 이론에 따르면, 반사회적 성격장애자는 자신의 생리적 각성 수주을 높이기 위해 강한 자극을 찾게 되며 그 결과 폭력, 은행강도, 병적 도박과 같은 반사회적 행동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성격장애자들의 대부분은 도덕생활에 대한 훈련이 없는 어린 시절을 보냈고, 부모의 사랑에 일관성이 없고 변덕스럽고 충동적이다. 이들의 충동적, 반사회적 행동은 정신분석학적으로는 초자아의 발달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간주된다. 이들은 겉으로 보기에는 정상인과 다름이 없고 또 본인 자신이 문제를 인정하려고 하지 않기 때문에 치료가 매우 어렵다.
① 자기에 대한 견해: 일반적으로 자신을 자율적이고 강인한 개인주의자로 본다. 어떤 사람은 자기를 사회로부터 학대받는 자로 믿는다. 그래서 타인을 해치는 것을 정당하게 생각한다. 또다른 종류의 반사회적 성격장애자들은 단순히 약탈자 역할을 하는데 그들은 세상을 약육강식의 원리로 이해하고, 사회규범을 위반하는 것이 정상이며 심지어 바람직하다고 믿는다.
② 타인에 대한 견해: 타인에 대해 “착취적이기 때문에 보복적으로 착취를 받아 마땅하다. 혹은 약하고 취약하다 그래서 희생돼 마땅하다.”고 본다.
③ 신념: “만약 내가 주위의 사람들을 조종하고, 착취하고, 혹은 공격하지 않으면, 내가 얻을만한 것들을 결코 얻지 못할 것이다.” “선수를 쳐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가 나를 칠 것이다.” 이러한 신념을 가지고 있다.
7) 경계성 성격장애(borderline personality disorder)
경계성 성격장애는 정서, 행동 및 대인관계의 불안정과 주체성의 혼란으로 모든면에서 변동이 심한 이상적 성격을 지칭한다. 신경증적 장애와 정신병 상태의 경계선상에 있다고 보면 된다. 컨버그(Kernberg)의 가설에 의하면, 발달 과정의 초기에 어머니와 가졌던 병적인 양가감정의 대상관계가 내재화됨으로써 원시적 방어기제들을 계속 사용하게 되어 대인관계에서도 모든 사람을 선과 악의 극과 극으로 분리시킴으로써 왜곡된 인간관계를 갖게 된 것이 원인이라고 한다.
8) 회피성 성격장애(avoiant personality disorder)
회피성 성격장애는 거절과 배척에 대해 극도로 예민한 것이 특징인데, 이 때문에 사회적으로 위축된다. 그러나 그들은 내심 친밀함을 강하게 원하고 있다. 그 원인으로는 사회화 과정과 기질, 특히 어렸을 때의 소심한 기질과 관련이 있다고 한다.
임상적 양상은 회피성 성격장애 환자들은 사회적으로 은둔적인 생활을 하지만 실제로는 남들과 안정된 친분관계를 갖기를 바라고 있다. 그러나 상대방으로부터의 거절에 대하여 지나치게 민감하고 두려워하기 때문에 조건없이 확고한 보장을 받을 수 있는 대인 관계만을 갖고자 하며, 요구가 많고 변덕스러운 것이 특징이다.
① 자신에 대한 견해: 무력하고 학문적으로나 사회적으로 무능하다.
② 타인에 대한 견해: 타인들은 비판적이고, 무관심하고, 야비하다.
③ 신념: 나는 좋은 사람이 아니고, 가치없고, 사랑받을 만한 사람이 아니다. 나는 불쾌한 감정을 견디지 못한다.
9) 의존성 성격장애(dependent personality disorder)
의존성 성격장애는 자신의 욕구를 타인의 욕구에 종속시키고 자신의 삶의 중요 부분에 대한 책임을 타인에게 지우며, 자신감이 결여되어 있으며, 혼자 있을때는 심하게 괴로움을 느끼는 성격장애이다.
아이들이 어떤 일을 독자적으로 하려고 할 때 부모가 미묘한 방법으로 처벌하거나, 또는 아이들의 어떤 자율적 행동이 부모와의 밀착관계를 해치게 할 경우 자율적 행동을 못하게 하는 데 원인이 있다.
임상적 양상은 의존과 복종이 특징적이다. 염세적이고 수동적이며 성적 또는 공격적 느낌을 표현하는데 두려움을 갖고 있다.
① 자기에 대한 견해: 욕심 많고, 약하며, 무기력하고, 무능한 사람으로 지각한다.
② 타인에 대한 견해: 자기를 보살피는 강한 사람을 이상화하여 보살펴주고, 지지해주고, 유능한 사람으로 본다. 이런 사람에게 의지를 할 수 있는 한 의존적 성격장애자는 기능을 발휘할 수 있다.
③ 신념: 이들은 “내가 생존하기 위해서는 특히 강한 사람이 필요하다.” 고 믿는다. 그런 타인이 자기를 돌보아주어야 행복해질 수 있다고 믿는다. 그래서 그들로부터 지속적이고 변하지 않는 지지와 격려를 받는 것을 필수적이라고 믿는다. 이들의 신념은 “나는 그 사람이 없으면 살 수가 없어요.” 또는 “사랑받지 못한다면 나는 결코 행복해 질 수 없을 겁니다.”라는 식으로 표현된다.
10) 강박성 성격장애(obsessive personality disorder)
강박성 성격장애는 감정적 억제, 규칙성, 고집, 완고함, 완벽주의, 융통성 없음 등이 특징이다. 프로이트에 의하면, 항문기에 해당하는 생후 2~4세 경에 대소변 가리기 훈련 과정에서 어린아이의 욕구와 어린아이를 사회화시키려는 부모의 요구사이에 갈등이 나타나는데, 이러한 갈들이 제대로 해결되지 못할 때 강박성 성격이 싹트게 된다는 것이다.
임상적 양상은 정돈성, 인내심, 완고함, 우유부단 그리고 감정 표현이 인색함이다.
① 자기에 대한 견해: 자신을 자기와 타인을 책임지는 사람으로 지각한다. 일이 잘 되려면 자신에게 의존해야 한다고 믿고 자기의 완전주의적 양심에도 책임을 져야 한다고 믿는다. 이들은 자신을 당위의 원칙을 벗어날 수 없는, 어쩔 수 없는 인물로 지각한다. 이들의 마음 깊은 곳에서는 자기가 무력하기 때문에 압도당할까 두려워한다. 그러므로 그들이 체제를 지나치게 강조하는 것은 실로 자신이 스스로 지각한 결점과 무력감에 대한 보상이다.
② 타인에 대한 견해: 다른 사람들은 조심성이나 책임감이 없고, 자기만 생각하고, 무능하다고 본다. 이런 타인 지각을 바탕으로 자기의 약점을 보강하기 위해서 타인들에게 당위의 원칙을 마음대로 적용한다.
③ 신념: 심한 강박신경증에서는 자신에 대한 부정적 신념이 관찰된다. 가령 “나는 압도될 수 있다.”“나에게는 기본적으로 질서가 없다.” 또한 당위적 신념으로 가득차 있다. “나는 통제돼 있어야 한다.”“나는 도덕적으로 옳아야 한다.” 또한 이들은 상대방과 자신에 대해 비난적인 의문을 가지고 있다. “왜 사람들은 일을 바르게 할 수 없을까?” “왜 나는 항상 실수를 할까?”
11) 수동공격성 성격장애(passive-aggressive personality disorder)
수동공격성 성격장애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방해, 지연시킴(꾸물댐), 다루기 힘든 완고성, 비능률성이 특징인데, 이는 내부의 공격성이 수동적으로 표현된 것이다. 그 원인으로는 심리․사회적 요인이 중요시 되고 있다. 예를 들면, 겉으로는 공손하고 양보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무능함을 표시하는 방법으로 자신들의 억압자를 응징하는 방법을 습득하게 된다는 것이다.
① 자신에 대한 견해: 스스로 충분한 사람이지만 다른사람의 침해에는 취약한 사람으로 지각한다.
② 다른 사람에 대한 견해: 권위적 인물을 간섭하고, 요구적이고, 방해하며, 통제하고, 지배적인 인물로 보는 동시에 인정하고, 수용하고, 돌보아줄 수 있는 사람으로 본다.
③ 신념: “다른 사람에게 통제를 받는 것은 참을 수 없는 일이다.” “일은 내 식으로 해야 한다.” 그들의 갈등은 신념에서도 표현된다. “나를 돌보아주고 지지할 권위자가 필요하다.”와 “나는 내 정체서을 보호할 필요가 있다.”는 신념이 동시에 존재한다. 따라서 “만약 내가 규칙을 따르면, 내 행동의 자유를 잃고 만다.”는 믿음을 가질 수밖에 없다.
12) 기타 성격장애
기타 성격장애로서는 성격장애가 존재하기는 해도 어떤 특정한 성격장애로 진단을 내리기가 곤란한 경우이다. 또한 특정한 성격장애의 여러 가지 특징을 갖고 있지만 어느 한가지 성격장애로 진단을 내리기에 불충분할 때, 즉 혼합형이라 할 수 있을 때도 이 진단이 붙여진다.
① 가학피학성 성격장애(sadomasochistic personality)
가학피학성 성격은 가학성(sadism)이나 피학성(masochism) 또는 양자가 다 있는 경우이다. 가학성은 타인에게 성적․신체적․심리적인 행위를 남용하여 고통을 주려는 의식적․무의식적 욕구이고, 피학성은 고통, 모욕, 실패를 자초하려는 의식적․무의식적 욕구이다. 이러한 두가지 욕구는 대개 한 사람에게 동시에 존재한다.
② 자기패배적 성격(self-defeating personality disorder)
자기패배적 성격은 대개 어릴 때부터 시작되는데, 쾌락을 피하고, 고통을 받는 상황으로 자신을 몰아가며, 남이 자기를 돕게 하지 않는다.
③ 가학적 성격(sadistic personalty)
가학성 성격의 특징은 타인에 대한 잔인성, 강압 및 공격적 행동이다. 성적 욕구 충족이나 다른 물질적 획득이 목적이 아니라 타인에 고통을 가하는 것 자체가 목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