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생활성서 - 소금항아리]
성체조배를 하며 모두가 변모된 모습으로 살아가는 세상을 그려봅시다. 그 세상은 공동 운명인 피조물에게 생명에 대한 경외, 정의, 평화, 축제의 장이 될 것입니다.
2017/3/12/일
마태오 복음 17장 1-9절
1엿새 뒤에 예수님께서 베드로와 야고보와 그의 동생 요한만 따로 데리고 높은 산에 오르셨다. 2그리고 그들 앞에서 모습이 변하셨는데, 그분의 얼굴은 해처럼 빛나고 그분의 옷은 빛처럼 하얘졌다. 3그때에 모세와 엘리야가 그들 앞에 나타나 예수님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4그러자 베드로가 나서서 예수님께 말하였다. “주님, 저희가 여기에서 지내면 좋겠습니다. 원하시면 제가 초막 셋을 지어 하나는 주님께, 하나는 모세께, 또 하나는 엘리야께 드리겠습니다.” 5베드로가 말을 채 끝내기도 전에 빛나는 구름이 그들을 덮었다. 그리고 그 구름 속에서, “이는 내가 사랑하는 아들, 내 마음에 드는 아들이니 너희는 그의 말을 들어라.” 하는 소리가 났다. 6이 소리를 들은 제자들은 얼굴을 땅에 대고 엎드린 채 몹시 두려워하였다. 7예수님께서 다가오시어 그들에게 손을 대시며, “일어나라. 그리고 두려워하지 마라.” 하고 이르셨다. 8그들이 눈을 들어 보니 예수님 외에는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9그들이 산에서 내려올 때에 예수님께서는 그들에게, “사람의 아들이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되살아날 때까지, 지금 본 것을 아무에게도 말하지 마라.” 하고 명령하셨다.
인간 본래 모습을 찾기 위해
우리가 저지른 잘못을 뉘우치고 다시 하느님께로 돌아가는 사순절! 프란치스코 교종께서는 회칙 「찬미 받으소서」에서 이제까지 우리가 고백해온 죄들 외에 “하느님의 창조세상, 피조물, 가난한 사람”을 사랑하지 못한 죄 또한 고백해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오늘은 “인간 중심의 모든 기술, 물질, 경제 만능주의에 빠져” 영광스러운 변모가 아닌 그저 변질되고 만 우리의 부끄러운 일상을 고백합니다. 세 제자 앞에서 영광스러운 모습으로 변모하신 예수님, 이 경이로운 순간을 앞으로는 세상 안에서 가난한 이웃과 자연, 나아가 모든 피조물과 함께하리라 다짐해봅니다. 연대하는 그 순간마다, 눈부시게 변모된 모든 피조물은 하느님께서 창조한 모상대로 그 합당한 자리를 찾고 궁극적으로는 가난한 이들에게 선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 믿습니다(243항 참조). 그리하여, 서로 보이지 않는 끈으로 연결된 모든 피조물이 하나 되어 생명이신 그리스도를 향해 나아가고자 합니다. 멸종되어 먼지처럼 영원히 사라지는 죽음을 거부하고, 당신께서 창조하신 이 땅을 딛고 서서 기쁘게 살아가며 너와 나의 부족함을 채워가며 한 발 한 발 하느님의 초막으로 나아가겠습니다. 그리고 그 길에서 들려주시는 “일어나라, 그리고 두려워하지 마라.”(마태 17,7)고 하신 주님의 격려는 그분의 말씀을 충실히 따르는 양 떼들에게 굳건한 신앙 이정표가 될 것입니다.
허찬란 신부(제주교구 가정사목위원회) |
생활성서 2017년 3월호 '소금항아리'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