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만 해도 유사자폐는 국내에서는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소아질환이었다. 그러나 몇 년 사이 급증해 요즘은 소아정신과를 찾는 아이들의 3분의 1을 헤아릴 정도다. 유사자폐가 늘어난 데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지만 전문가들은 모성 부족을 가장 큰 원인으로는 꼽는다. 다시 말해 잘 자라던 아이라도 부모의 양육태도에 문제가 생기면 이 병에 걸릴 수 있다는 이야기다.
아기가 태어나 만 6세, 적어도 만 3세가 될 때까지의 기간은 성격 형성에 있어 매우 중요한 시기다. 이 시기에 받은 사랑은 일생의 정신적 건강함을 보장하는 보증수표. 엄마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아이는 사회생활을 해 나갈 수 있는 자신감을 형성해 나간다. 그러나 엄마와 유대감이 부족한 아이는 믿고 의지할 만한 사람이 아무도 없다고 느낀다. 이 아이에게 세상은 '즐겁고 살아볼 만한 곳'이 아니라 '어둠과 두려움이 가득한 곳'이다. 세상에 대해 공포를 가진 아이는 세상 속으로 나오지 못하고 마음의 문을 닫아 걸어 자신을 제 안에 가두게 된다. 대개 부모들은 아이가 어릴 때 열심히 일해 아이가 자라고 난 뒤에는 안정되게 뒷바라지 할 계획을 세운다. 그러나 "아이가 좋은 성격을 갖기 원한다면 오히려 어린 시절에 잘 돌봐주어야 한다"는 것이 전문의의 조언이다.
유사자폐아 중에는 너무 바쁘거나 지나치게 일에 집중해 아이에게 무관심한 부모를 둔 경우가 많다. 놀이방, 할머니 댁, 친척집 등 사정에 따라 여기저기 맡겨졌던 아이도 유사자폐에 걸릴 위험이 높다. 정을 붙일 즈음에 양육자가 바뀌는 일이 반복되면 아이는 이별을 이해하지 못하고 자기를 보호해 줄 사람이 없다고 느끼게 된다. 충분한 시간을 함께 하지만 육아 기술이 부족해 아이를 제대로 돌보지 못하거나 아이에 대한 사랑과 관심을 왜곡되게 표현했을 때도 아이는 불안감을 느낀다. 남편 또는 시댁과의 불화로 인한 갈등으로 엄마의 마음이 복잡하거나 늘 우울한 엄마도 매 한가지. 엄마의 감정은 아이에게 고스란히 전달된다.
너무 빨리 동생을 본 형도 유사자폐에 걸릴 수 있다. 실제로 첫째 아이가 유사자폐에 걸릴 확률은 둘째에 비해 2~3배나 높다. 엄마와 완벽한 애착관계를 형성하지 못한 채 관심 밖으로 밀려난 아이는 심각한 분리불안을 느끼고 쉽게 무기력증에 빠지기 때문이다. 칭찬에 인색한 부모, 아이를 순하게만 키우려는 엄마, 지나치게 엄격한 분위기도 유사자폐를 유발하는 요인들이다. 지나친 조기교육과 능력에 걸맞지 않는 학습이 원인이 되는 수도 있다. 아이가 자신감을 갖지 못하고 움추러드는 탓이다.
아이에 대한 지나친 기대나 과도한 조기 교육은 금물이다. 아이의 인생을 풍요롭게 하는데 있어 중요한 것은 지적 자극보다는 감성적 자극과 교감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