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제평야를 지나 동진강과 만경강이 만나는 심포항으로 가는 서해랑길(#51)

[靑山]

김제평야를 지나 동진강과 만경강이 만나는 심포항으로 가는 서해랑길(#51)

2023년 12월 10일 (일) 날씨 흐림 기온 : 섭씨 11~16도

거리/시간 : 22.5km/5.5시간 동행 : 24명

알콩쌀콩 들녘체험관-(7.5km)-성덕우체국-(13.4km)-봉화산-(1.6km)-심포항

전라도를 호남지방으로 부르는 것은 호강(湖江 지금의 금강 상류) 남쪽이라는 뜻에서 나온 것이다.

연려실기술(燃藜室記述)에 ‘전라도의 김제군 벽골제 호를 경계로 해서 전라도를 호남이라 부른다.’라고 기록되어 있지만, 금강 남쪽이 옳은 견해이다.

금강 하류는 예전부터 전라도와 충청도의 경계를 이루어 왔으며, 지리적으로는 백두대간의 서쪽이 전라도에 해당한다.

화암사에서 흐르는 물은 동상면 사봉리에서 흘러내린 만경강 본류와 만난 뒤 삼례를 지나서 김제시의 망해사 근처에서 바다로 들어간다.

심포는 망해사 옆에 있는데 남쪽에서 동진강이 흘러들고, 동쪽에서 만경강이 합쳐진다. 

새만금이 준공되고 바닷물과 민물이 합쳐져 생태계의 변화가 생겼다.

예전에 많이 잡히던 조개들은 자취를 감추고 작은 배들이 낚시꾼들을 맞고 있다.

심포에 있는 봉화산은 모악산에서 뻗어 나온 모악지맥의 종착지인데 만경강 하류에서 끝을 맺는다.

알콩쌀콩 들녘체험관

정말 오랜만에 24명의 참가자로 버스 안이 시끌벅적하다.

휴게소에서 짱아 님이 준비해 온 식혜와 찐 달걀로 오전 간식을 푸짐하게 들었다.

꺼져가는 귀연산행을 살리기 위해 애쓰는 분들의 노고가 이런 간식과 뒤풀이에 녹아 있어 가슴 찡하다.

동진강을 따라 걸으려던 계획은 버스가 통과할 수 없는 여건으로 무산되고 세 그룹으로 나뉘어 진행한다.

성덕우체국에서 남포 2구 마을을 지나며 평야 지대에 형성된 마을의 모습을 탐구한다.

‘하늘․ 땅․ 사람이 만나는 곳 하늘 선’이라는 문구가 시선을 끈다.

이병기는 동아일보에 연재한 해산유기(海山遊記)에

‘그 광활한 김제 만경 평야며 백산평(白山平) 궁 안 삼천 평들이 삼면에 에두르고

한편에는 동진강 서해 그리고 점점이 건너다보이는 산과 그 빛들은 푸르고 희뜩희뜩 거뭇거뭇하고

또 그 무수한 변화되는 풍경은 잠깐 이렇게 해서 보고는 말할 수 없다.

나는 가슴이 넓어지는 듯 이러한 호기가 난다.

저 들판이 무비 옥토, 해마다 게서 나는 몇백만 석의 곡식, 그런데도 왜 헐벗고 주리고 이리저리 유리 전전하는고.’

어린이집

성덕우체국

동진강을 따라 김제평야로 걸어 들어가며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지평선을 볼 수 있는 광활면을 이리저리 걷는다.

넓은 들판은 푸른 보리밭이 초원을 연상하게 하고, 수많은 비닐하우스에는 철 모르고 자라는 감자재배가 한창이다. 

비옥한 토지에서 감자와 벼 그리고 보리를 심는 진풍경이 한없이 이어진다.

둥그런 볏짚 곤포 사일리지는 소를 기르는 축사에 산더미처럼 쌓여 겨울을 대비한다.

농촌 풍경

김제 뜰에서 생산되는 쌀과 콩 그리고 감자 수확량은 대단하리라 짐작된다. 

삼한시대와 삼국시대 그리고 고려와 조선의 백성들이 굶주리지 않고 살 수 있었던 것은 이 고장 풍요로운 농산물 때문이다.

농촌에 아이들이 귀하다는데 남포 어린이집에는 몇 명이나 있으려나....

남포리를 지나며 줄기가 말랐지만, 호박 한 덩어리가 덩그러니 보이는 보리밭 근처를 지나며 살포시 고개 숙이며 한들거리는 마른 수수깡들이 멋진 배경이 된 사진을 찍었다.

까마귀 떼

서해랑길 51코스

구름이 끼고 미세먼지도 많은 김제 들판 마을을 지나는 여정이 안개에 덮인 갑갑한 길을 걷는다.

겨울인데도 기온은 높고 바람도 없어 땀이 날 지경이다.

보폭을 적게 하고 종아리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조심해서 천천히 걷는다.

자연히 동행들과 함께 갈 수 없어 혼자 걷게 되었는데 오히려 상념에 젖어 명상의 시간이 되어 좋았다.

나뭇가지에 까맣게 무리를 지어 앉은 까마귀 떼들의 시끄러운 소리가 방해되었지만, 하늘에 형태를 이뤄 날고 있는 가창오리 떼들의 비행이 멋졌다.

군평노인정 부근을 지날 때 비닐하우스에서 자라는 감자를 보고 깜짝 놀랐다.

무성하게 자라는 감자도 처음 보았는데 재배 방법도 하우스마다 시기적으로 차이를 두어 출하에 신경 쓰는 모습이었다.

커다란 감자를 사 등분 하여 자르고 두 줄로 길게 파종하는 모습도 보이고, 땅과 실내 소독하는 광경도 이색적이다.

잘 정비된 관개수로와 토지 구획으로 농기계 사용이 편리하고 일손을 줄일 수 있도록 정비되어 있음을 확인했다.

비록 촌노들만이 바쁘게 움직이는 들녘이었지만 벼 수확 후에도 감자재배로 수익을 올리는 모습에 깜짝 놀랐다.

예전에 감자를 비닐하우스에 심어 재배한다는 소리는 전혀 듣지 못했기 때문에 천정부지로 치솟은 물가는 천지개벽의 농촌 모습을 보여준다.

감자를 재배하는 비닐하우스

신흥경로당

곤포 사일리지

수분 함량이 많은 보리, 목초, 생 볏짚 등의 사료작물을 곤포에 밀봉 저장 후 발효시킨 것을 사일리지라고 한다.

주로 소의 먹이로 사용되며, 가을에 벼를 추수하고 난 다음 남은 볏짚을 이용해 만든다.

곤포 사일리지는 볏짚이나 건초를 단단히 압축하고 밀봉하여 숙성 사료로 만드는 과정을 거친다.

'곤포'란 단단히 묶거나 짐을 꾸리는 데 사용되는 용어이고, '사일리지'는 곡물이나 볏짚을 밀폐 후 발효시켜 만든 숙성 사료를 의미한다.

따라서, 이 두 단어를 합쳐 '곤포 사일리지(Silage)'라고 부른다.

곤포 사일리지의 핵심은 '발효'이다. 단순히 저장 목적만이 아니라, 발효를 통해 사료의 영양가를 높이는 것이 목표이다.

이를 위해 볏짚이나 건초는 농가에서 특별한 방법으로 밀봉하고, 일정 기간 발효시킨다. 환경 오염을 우려해 비닐로 밀봉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감자를 재배하는 비닐하우스 단지

잘 정비된 관개수로

북쪽 하늘이 갠 서해랑길

수로

마늘밭과 봉화산

보리밭

서해랑길 51코스

봉화산과 까마귀 떼

보리밭

물이 가득한 수로에는 갈대들이 숲을 이루고 모처럼 내민 파란 하늘은 보리밭과 하얀 비닐하우스 그리고 철새들의 퍼덕거리며 군무하는 광경에 심심하지 않다.

점심 후 다시 걸으며 멀리 봉화산을 바라보며 거리를 짐작해 본다.

수로를 따라 한참을 걸으니 코리아 둘레길 표지판이 거리를 알려준다.

종점까지 3.2km, 시점까지 20.2km의 알림이 반갑다.

코리아 둘레길 표지

새만금 바람길 안내도

‘새만금 바람길’을 따라 봉화산에 오른다. 해발 84.9m의 정상에는 예전에 봉화대가 있었다고 한다.

산길에는 낙엽이 많아 걷기 좋았다. 낮은 산이지만 오르막과 내리막이 제법 있어 마지막 땀이 나는 코스였다.

이윽고 마을에 접어들어 심포로 향하는데 집안에 매달린 메줏덩어리를 보았다. 

짚으로 맨 메주가 예전 어머님과 반죽해 형태를 만들던 기억이 떠오른다.

노송들이 멋지고 묘지가 잘 정비된 곳을 지나니 오늘의 종점 심포항이다.

봉화산 오르기

봉화산 봉수대에서 본 김제 들판

봉수대 발굴 조사

시골 메주

만경강 하류 심포는 예전 조개가 유명했고, 낚시와 낙조가 멋있으며 사진 찍는 사람들이 많이 찾던 곳이다.

고속도로 공사가 한창인데 많은 캠핑카와 자가용들이 차에서 숙박하는 곳으로 유명하다고 한다.

신나게 끓인 어묵탕이 그릇에 가득 담기고 맥주와 소주와 곁들인 뒤풀이는 즐거웠다.

오랜만에 나온 산 친구들과 정다운 대화를 나누는데 구름에 싸인 심포의 노을이 아쉽다.

비록 노을과 낙조를 볼 수 없었던 여정이었지만 김제평야의 지평선 토지에 기대어 사는 농민들의 삶을 보아 좋았다.

하늘, 땅, 사람이 만나는 곳이라는 광활한 지평선 김제 뜰을 걸은 하루가 진하다.

만경강 방향 심포항

풍성한 뒤풀이

낚시터와 차박 지대로 변한 심포항

[백제미소]

익산이 고향이긴 하지만 익숙한 지명들이어서 친근감이 있는 들녁을 걸을 수 있어 좋았습니다. 즐거운 길 동행이 되어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