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몰라해 / 임 선영
모처럼 전화가 왔다.
"점심 같이 할래?" 코로나 때문에 답답하던 차 잘됐다 싶다.
김 회장님과 같이 하자 한다. 나이 들었어도 얼마나 이야깃거리가 많은지
뵈 오면 처음부터 끝까지 웃다가 오는 자리를 만드는 분이기에 쾌히 승낙을 하였다.
박통 시절에 야당지에서 근무하면서 생긴 정치부 기자들의 이야깃거리는
그때만이 있을 수 있는 역사이며 코미디며 지나간 역사의 한 구절들이다.
신문사 근무 시절에 계셨던 분들이 아는 분이 딱 4 사람 정도인데도 모두가
사람 대하는 데에는 도가 튼 사람들이라서 이래서 저래서 인연들을 만들어
가지고 만나면 다 구면이 된다.
그 중 여자는 문화부에 근무했던 여기자 몇 명 되지도 않는데도 마담들이 좋고
글을 쓰던 사람들이라 잘 소통이 되어 만날만 하다.
프레스센터의 뒷골목 기자들과 정치인들의 아지트 큰 골목 길들이다.
VIP들만 모신다는 참치 횟집에서 4명이 만났다.
2명은 동향인 전고 기자 출신들이다. 같은 전주라는 기운 때문에 그저 그냥 서로 따뜻하다.
후배도 한참 후배인 주미 특파원을 지낸 황기자는 나 보고 깍듯이 선배님이라 예의를 갖추는
선한 사우이다.
작은 술 한잔를 높이 쳐들고 "코로나야 물러가라" 외친다.
술이 들어가니 회고담이 슬슬 나온다. 그 옛날 소공동 사옥 시절 편집국장을 밭았던 김 회장과
동아일보 편집국장이였던 이만섭 전 국회의장과 남원을 따라가서 벌어졌던 에피소드는
듣기에도 민망할 정도의 짓궂은 장난들이 노 기자의 입에서 슬슬 역사를 들어낸다.
대단한 기력이시다. 나이 95세에 저리 기억력과 입담이 좋으시다니.....
8남매의 아버지 이 시기도 하고 8남매를 모두 한국에 우수 인력으로 성장시킨 일화 하며
모두가 한 배에서 나온 것이 기적이라고 하시면서.... 껄껄 거리시니.....
전매청 신문에 실린 일화는 정말 웃겼다.
주일 특파원이 한국에 나와서 소공동 거리에서 일제 담배를 피우다가 전매청 직원한테 결렸다 한다.
그때는 벌금도 때리고 잡아가는 때라, 꾀를 내여 우리들은 경향 기자인데 정말 애국자 이시다
공무원들이 이렇게 일을 해야 한다며 우리가 한턱을 쏘겠다 하며 북창동 아는 중국집을 데리고
가서 걸판지게 음식을 시키고 빽알도 먹이면서 취할 즈음 화장실 갔다 온다면서 슬금슬금 빠져
나오니 눈치들을 채고 10초 내에 요리조리 핑계를 대며 줄행랑을 쳤는데....
당한 전매청 사람들이 중국집 주인한테 그 놈들 경향신문 기자이냐고 족치니....
"나 몰라해" 끝까지 모른다고 해서, 괜찮았고 며칠을 점심을 밖으로 못 먹으려 가고 도시락 싸가지고
다닌일을 얼마나 재미있게 이야기하며 나중에 중국집 주인을 만나서 더 많은 손님을 소개해 줬다는
이야기는 그 때나 있으막한 이야기들이다.
차지철 실장한테 돈 얻어서 쓴 이야기 하며 박통이 직접 불러 정치 좀 하라고 하여서 거절한 이야기
하며..... 옆에서 국회의원을 지낸 후배 기자는 꿍짝을 맞추며 웃는 모습이 이제 나이들이 들어
옛 추억 더듬으며 소일하는 모습들이 누구나 갖고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회도 맛있고 정담도 맛있고 잘들 살아 온 인생 이야기가 맛있는 저물어져 가는 세월의 아쉬움이 묻어있는
수준 높은 정담 옛 무교동 추억의 하루가 오늘도 이럭저럭 지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