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 차 |
Ⅰ 논술사냥-논술실전 대비
1. 무엇을 묻고 있는가를 알면 반은 성공
2. "古典은 현재상황에 비춰 접근해야"
3. 쟁점부터 만든 후 서술 순서 정하라
4. 서론 첫 문장이 채점자 눈길 끌어야
5. 논리를 바탕에 깔아야 설득력 얻는다
Ⅱ 출제 교수가 밝힌 논술의 감점 줄이는 방법
1. 출제 의도와 문제의 성격
2. 채점의 기준과 배점
3. 채점 결과에 대한 소감
4. 답안 작성에 필요한 기본 상식
5. 질문과 예시문에 대한 검토
6. 답안 작성상의 유의 사항
8. 우수 답안 예시
ꋎ 논술사냥-논술실전 대비
1. 무엇을 묻고 있는가를 알면 반은 성공
■ 결론 도출 과정을 물어
다음 질문은 무엇을 묻고 있는 것인가.
질문:우리나라에 이발사는 몇명이나 있을까?(99학년도 서울대 학교장 추천제 구술고사)
답변1:글쎄, 한 1만명쯤 될까.
답변2:알 수 없다. 나는 이러한 지식을 배우지도 않았고 앞으로 필요하지도 않다.
답변3:우리 아버지가 이발사인데, 한 5만명쯤 된다고 하더라.
답변4:성인 남성 2000만명이 한달에 한번 이발을 하고, 이발사 한명이 하루 10명을 이발한다고 가정하면….
서울대 입학생이 이발사의 수를 알아서 뭣하겠는가. ꡐ몇 명ꡑ에 초점을 맞춘 답변 1,2,3은 방향을 잘못 잡았다. 답하기 전에 출제 의도에 대해 생각하는 과정을 거치지 않은 것이다. 특히 답변 1은 수험생의 ꡐ사고력ꡑ이 전혀 드러나 있지 않아 가장 낮은 점수를 받을 수밖에 없다. 이 질문은 어떤 과정을 거쳐 결론을 도출할 것인가를 묻고 있는 것이다. 당연히 답변 4가 가장 높은 점수를 받는다.
■ 출제의도 파악에 시험시간의 10%할애
답변의 방향이 올바르면 논리나 문장이 다소 서툴러도 평균 정도의 점수를 얻을 수 있다. 아무리 명문장을 구사해도 출제 의도를 잘못 파악하면 평균 점수도 얻기 힘들다. 즉 좋은 답안과 나쁜 답안을 가르는 첫번째 갈림길은ꡐ출제의도 파악ꡑ여부다. 따라서 출제의도 파악에 시험시간의 10% 정도는 할애해야 한다.
■ 질문 마지막에 핵심
출제의도 파악은 세 가지 과정을 거친다. △물음 분석 △제시문 분석 △물음과 제시문의 연결이다. 물음이 길다고 두려워 할 필요는 없다. 흔히 질문의 핵심은 ꡐ물음의 마지막 문장ꡑ에 있다.
98학년도 서강대 문제는 신(神)의 존재 여부에 대해 400자 정도로 설명한 뒤 마지막 문장에서 ꡐ신과 인간, 선악(善惡)과 생사(生死)에 관한 바람직한 태도ꡑ를 물었다. 이 경우 앞의 긴 설명에 현혹돼 ꡐ신의 존재 여부ꡑ에 치중하기 쉽다. ꡐ신과 인간, 선악과 생사ꡑ에 대한 서술자의 태도가 핵심 논제가 돼야 한다.
지난해 서울대 논술의 경우 물음의 마지막 문장은 다음과 같다.
㈎를 고려하여, 대아(大我)를 강조하는 ㈏의 견해에 대해 어떤 의의와 문제점이 있는지 논술하시오.
여기서 도출할 수 있는 것은 ꡐ①㈎를 고려할 것 ②㈏의 의의 ③㈏의 문제점 ④㈏는 대아(大我)를 강조함ꡑ이다. 이 네 가지가 논술문에 드러나 있으면 방향을 옳게 잡은 것이다.
물음의 마지막 문장에서 여러 가지를 요구할 경우 대개 끝 부분이 핵심이 된다.
실옹(實翁)이 보여주는 과학교사로서의 장단점을 분석하고, 바람직한 교사의 상을 제시해 보라.(98학년도 고려대)
이 문제의 요구 사항은 ①실옹의 과학교사로서의 장단점 분석 ②바람직한 교사상 제시이다. 이 경우 ②가 결론이 돼야 한다. 실옹의 장단점을 찾고 단점 비판과 장점 부각을 통해 바람직한 교사상으로 연결지으면 된다. 실옹의 장단점에 치우치면 ꡒ이러한 단점을 극복하고 장점을 살려야 한다ꡓ는 식의 상투적인 결론이 나오게 된다.
■ 문제의도파악 실패 답안결과 "역시나"
다음은 97년 3월4일자 신문 기사.
ꡒ철학과 교수들의 모임인 한국철학회는 전국 19개 대학의 논술문제를 분석 평가한 결과를 발표했다. 19개 대학 가운데 서울대만이 유일하게 AA를 받았고 A점수를 받은 대학도 고려대 한국외국어대 서울시립대 등 3개대에 불과했다.ꡓ
이 기사 아래에는 각 대학의 논술 문제에 대한 상세한 점수표가 실려 있다. 이에 따르면 대부분의 대학이 C등급을 받았고 4개 대학은 D등급을 받았다. 해당 대학의 논술 출제진이 낯을 들 수 없게 된 것은 물론이다.
그 다음해 각 대학에서는 흠 없는 문항을 출제하기 위해 출제 기간을 늘리는 등 각별한 노력을 기울였다. 그런데 논술고사 감독을 하던 교수들을 또다시 실망케 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문제지를 받자마자 답안을 작성하는 수험생들이 대부분이었던 것. 공들여 출제한 문제인만큼 어느 정도 고민하다가 답안을 쓸 것이라는 기대는 여지없이 빗나갔다.
채점이 끝난 뒤 다음과 같은 채점 소감이 발표됐다.
ꡒ논점이 무엇인지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면 적절한 답안을 작성하지 못하는 것은 당연하다.ꡓ(서울대)
ꡒ가장 중요한 것은 출제 의도를 정확히 파악하는 일이다.ꡓ(이화여대)
ꡒ출제 의도를 정확히 알면 절반은 성공이다.ꡓ(서강대)
ꡒ문제의 핵심을 파악하지 못한 채 엉뚱한 내용을 기술한 답안이 많았다.ꡓ(한양대)
ꡒ문제 파악에 실패하는 것은 마치 첫 단추를 잘못 끼우는 것과 같아서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한다.ꡓ(전남대)
2. "古典은 현재상황에 비춰 접근해야"
주인공이 어느날 잠을 깨보니 자신이 큰 벌레로 변해 있었다. 가족들은 그 벌레가 누군지 안다. 그러나 그를 도와주기는커녕 박해함으로써 그는 결국 죽는다. 남은 가족들은 편안한 마음으로 장례 이야기를 한다.(카프카의 ꡐ변신ꡑ, 98년 한양대 자연계 논술문제 제시문)
논술 문제의 제시문이 고전의 일부임은 이미 밝혔다. 제시문을 잘못 파악하면 답안의 방향이 잘못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수험생이 이해하지 못할 정도의 어려운 글은 나오지 않는다.
서울대는 지난해 논술시험을 마친 뒤 ꡒ제시문을 미리 읽지 않았더라도 내용을 이해하는 데 별 어려움이 없었을 것ꡓ이라고 밝혔다. 고전을 현재의 삶에 비춰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위의 제시문에서 현재 상황을 끌어내는 유추 과정을 다음과 같이 예시할 수 있다.
인간이 벌레로 변한 것은 아니다. 그 무엇에 대한 ꡐ상징ꡑ일 수 있다→어떤 경우에 인간이 벌레처럼 느껴질까→ꡐ벌레같은 인간ꡑ이라는 욕이 있다.→주인공이 욕먹을 인간으로 보이진 않는다→본인의 잘못과 관계없이 ꡐ벌레같은 인간ꡑ이 된 것이다→아! ꡐ사회적 모순ꡑ과 관련이 있을 수 있다→ꡐIMF시대의 실직 가장ꡑ이 다른 사람에게 ꡐ벌레같은 인간ꡑ으로 여겨지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조각가 피그말리온은 자신이 만든 여자 조각상에 반한다. 그는 신(神)에게 조각상을 사람이 되게 해달라고 간절히 기도한다. 마침내 그의 소원은 이루어지고 그는 사람이 된 조각상과 결혼한다.(그리스신화, 98년 연세대 자연계 논술문제 제시문)
이 제시문의 주제를 ꡐ예술의 본질에 대한 고찰ꡑ로 보면 방향을 잘못 잡은 것이다. 제시문에서 ꡐ외모에만 집착하는 현대인의 모습ꡑ을 찾을 수도 있다. 하지만 ꡐ불가능한 목표도 된다는 확신을 갖고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다ꡑ는 착상이 더 나은 것으로 보인다. ꡐ신ꡑ을 ꡐ컴퓨터ꡑ로 해석해 ꡐ가상현실에 몰두하는 현대인ꡑ을 생각하는 것도 좋다.
98년 서울대는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 일부를 제시했다. 동물농장 상황을 독재 사회의 권력 구조와 지배 구조의 모순으로 파악하라는 것이 출제 의도였다. 최근 한국의 경제 경제 사회적 위기를 빗댄 답안이 많았다고 한다. 특히 '자본가의 횡포와 노동자의 희생'으로 논지를 이끌어 감점을 당한 경우가 많았다.
고전 속의 상황과 비슷한 현대의 상황을 찾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춘향과 이도령의 결혼은 영화 ꡐ프리티 우먼ꡑ(Pretty Woman)과 비슷하지 않은가. 로미오와 줄리엣 이야기는 지금 우리 이웃에도 있다. 박지원의 ꡐ호질(虎叱)ꡑ에 나오는 ꡐ양반ꡑ같은 사람이 요즘 얼마나 많은가.
또 제시문을 분석할 때 명심할 것은 자신의 주장이 제시문에 근거한 것임을 보여주어야 한다는 점이다. 그러나 물음에 ꡐ제시문을 참고하여…ꡑ라는 대목이 있다면 크게 개의치 않아도 된다.
ꡐ토끼전ꡑ의 ꡐ토끼ꡑ와 ꡐ봄봄ꡑ의 ꡐ나ꡑ와 ꡐ장인ꡑ의 삶의 방식을 평가하고 학생 자신이 추구하는 인간상을 제시하시오.(99년 한국외국어대 논술문제)
수험생은 이런 문제에 자신이 생각하는 바람직한 인간상만을 제시해서 감점을 당하는 경우가 많다. ꡐ토끼ꡑ ꡐ나ꡑ ꡐ장인ꡑ의 특성을 분석하고 그에 대한 평가를 바탕으로 ꡐ토끼 50%+나 50%ꡑ 또는 ꡐ토끼 30%+나 40%+장인 30%ꡑ라는 방식으로 혼합해 바람직한 인간상을 제기하는 것이 옳은 방법이다.
■ 작년 제시문중 현대문 비중 70%달해
고전(古典)이 꼭 오래된 책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97년 서울시내 12개 대학의 논술관련 공동 발표문은 ꡒ고전이란 동서고금(東西古今)의 명저(名著)를 뜻한다ꡓ고 분명히 밝혔다. 고전에는 현대문도 포함되는 것이다.
실제 98년 대학 논술고사 제시문에서 현대문의 비중은 70%였다. 지난해에도 60%가 넘었다. 가톨릭대는 98년 이원복교수의 만화를 출제한 적도 있다.
현대문과 고전, 동양 고전과 서양 고전의 출제 비율도 일정하지 않다. 98년에는 동양 고전이 70%였으며 이 가운데 3분의 2가 한국의 현대문이었다. 지난해에는 동서양의 비율이 비슷했다.
같은 고전, 같은 작가의 글이 연속적으로 혹은 동시에 나오기도 한다. 모파상의 소설 ꡐ비계덩어리ꡑ는 지난해 연세대와 경북대에서 동시에 나왔다. 98년에는 ꡐ카라마조프의 형제들ꡑ이 서강대와 이화여대에서 나왔다. 하이젠베르크의 글도 지난해 이화여대와 중앙대가 출제했다. 생텍쥐페리의 ꡐ어린 왕자ꡑ는 97년 서울대에 이어 지난해 광주교대에서도 나왔다. 수능시험에서 한번 출제된 글은 다음해에 나오지 않지만 논술시험에서는 계속 출제될 수 있다는 것이다.
3. 쟁점부터 만든 후 서술 순서 정하라
논술문제가 무엇을 묻고 있는가를 파악하고 나면 어떤 대답을 할 것인가를 생각해야 한다. 이 단계에서는 ꡐ쟁점 만들기ꡑ와 ꡐ주장하기ꡑ가 중요하다.
흔히 논술문제는 정답이 없다고 한다. 이 말은 정답이 무수히 많다는 뜻이다. 여러 가지 정답이 나올 수 있는 문제, 수험생 사이에도 서로 의견이 다를 수 있는 문제가 논술이다. 모든 논술문제에는 ꡐ논쟁거리ꡑ가 들어 있다. 이 논쟁거리를 찾는 것이ꡐ쟁점 만들기ꡑ다.
곰돌이는 ꡒ생각하면 머리가 아프다ꡓ는 말이 우리에게 주고 있는 고정관념이 무엇이며 그 폐해로는 어떤 것이 있을 수 있는지 숙고하는 중이었다. 곰돌이의 견해를 이어받아 그의 입장에서 무엇을, 어떤 근거로 주장해 나갈 지 논술하시오.(97년 한국외국어대 논술문제)
■ 논제에 '왜'로 접근
쟁점을 찾는 효과적인 길은 논제에 대한 질문거리를 많이 떠올리는 것이다. 이 문제의 논제는 △ꡐ생각한다ꡑ에 대한 고정관념 △고정관념의 폐해 △이들에 대한 비판적 견해와 그 근거이다.
첫째 논제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은 질문할 수 있다.
①ꡐ생각한다ꡑ는 것은 무엇일까?
② 생각하면 왜 머리가 아플까?
③ 고정관념이란 무엇일까?
④ꡐ생각하면 머리가 아프다ꡑ는 것이 고정관념인가?
둘째 논제에 대해서도 질문이 없을 수 없다.
⑤고정관념이 왜 폐해를 끼치는가?
⑥고정관념은 반드시 나쁜가?
⑦고정관념의 폐해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다음은 셋째 논제에 대한 질문.
⑧어떻게 하는 것이 비판적인가?
⑨무엇에 대한 비판적 견해인가?
⑩어떻게 근거를 제시할 것인가?
⑪어떤 근거를 들 수 있는가?
■ 쓸만한 질문 선택하길
이 같은 질문들 가운데 쓸만한 것을 골라야 한다.
첫째 논제의 경우 ①②가 주요 쟁점이다.①은 ꡐ생각한다ꡑ를 어떻게 규정하느냐에 따라 ꡐ인간의 본질적 특성ꡑ 또는 ꡐ사고의 수준ꡑ과 관련이 있을 수 있다.②는 ꡐ생각하면 머리가 아프다ꡑ는 고정관념이 생기게 된 원인을 끌어낼 수 있는 질문이다.③은 도입 부분에 활용할 수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④를 선택하면 곤란하다는 것이다. 이미 문제에서 ꡐ생각하면 머리가 아프다ꡑ를 고정관념으로 규정하고 있으므로 ④를 선택하면 출제 의도를 부정하는 것이 되기 때문이다.
둘째 논제에서는 ⑦이 주요 쟁점이다.⑤는 답안의 분량을 고려해 제외할 수도 있다.⑥은 문제 자체를 의심하는 것이어서 타당하지 않다.
셋째 논제에서는 ⑨⑪이 주요 쟁점이고 나머지는 부수적인 쟁점이다.
주요 쟁점을 선정한 다음 쟁점들을 논의할 순서를 정해야 한다. 이 순서가 실제 개요의 밑바탕이 된다. 다음과 같은 순서가 무난할 것이다.
서론Ⅰ:①ꡐ생각한다ꡑ는 것은 무엇일까?
본론Ⅰ:②생각하면 왜 머리가 아플까?
본론Ⅱ:⑦고정관념의 폐해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본론Ⅲ:⑤고정관념이 왜 폐해를 끼치는가?
⑨무엇에 대한 비판적 견해인가?
⑪어떤 근거를 들 수 있는가?
위에서 실전 문제를 소재 삼아 풀어 본 ꡐ쟁점 만들기ꡑ의 순서를 다시 한번 요약해보자.
Ⅰ.논제에 대한 질문거리를 많이 떠올려다.
Ⅱ.질문들 가운데 쓸 만한 것을 선택하라.
Ⅲ.쟁점들을 논의할 순서를 정하라.
■ 솔직하게 써야 높은 점수 받는다
97년 연세대는 논술시험에서 공자(孔子)와 그의 제자 자로(子路)의 논쟁을 제시하고 어느 쪽이 옳은지를 물었다. 불의(不義)를 보았을 때 공자는 상황에 따라 물러설 수 있다고 했고 자로는 목숨을 걸고 항거해야 한다고 했다.
이 문제의 답안을 채점한 교수들은 ꡒ도덕적으로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생각되는 쪽으로 쓴 답안이 많았다ꡓ면서 ꡒ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고 담백하게 쓴 수험생이 좋은 점수를 받았다ꡓ고 밝혔다.
같은 해 중앙대에서도 ꡒ정당한 논거 없이 그럴 듯한 주장을 쓴 답안이 많았다ꡓ고 밝혔다. 자신의 생각을 드러내려 하기보다 무리하게 채점자의 ꡐ환심ꡑ을 사려는 수험생이 많았다는 뜻이다.
채점자들은 ꡐ구조(構造)ꡑꡐ소외(疏外)ꡑ등 자신도 그 뜻을 정확히 모르는 철학적인 용어를 사용하면서 확실히 알지도 모르는 내용을 언급하는 수험생이 많다고 전한다.
수험생이 잘 모르면서 억지로 높은 수준의 글을 쓰려고 하면 자신도 모르게 현학적(衒學的)인 표현이 많이 등장하는 ꡐ겉멋ꡑ만 든 글이 나오게 마련이다.
경희대 국문학과 김종희교수는 ꡒ잘 모르는 내용을 자신있게 쓴 답안은 채점자의 실소를 자아낸다ꡓ면서 ꡒ가장 솔직한 글이 가장 설득력이 있다ꡓ고 말했다.
4. 서론 첫 문장이 채점자 눈길 끌어야
논술문에서 채점자에게 강한 인상을 주는 대목이 있다. 서론의 첫 문장과 끝 문장, 결론의 첫 문장과 끝 문장 등 4곳이다. 이 가운데서도 서론의 첫 문장이 지닌 영향력이 가장 크다고 할 수 있다.
시골 장터의 약장수는 원숭이나 뱀을 들고 나와 사람들의 시선을 끈다. 사람들이 모이면 ꡒ이 약으로 말씀드릴 것 같으면…ꡓ 하고 본론을 시작하는 것이다. 이처럼 채점자의 시선을 끄는 첫 문장의 예를 살펴보자.
다음은 각 대학 실험평가 우수답안에서 뽑은 서론의 첫 문장이다.
몇 년 전 ꡐ국민학교ꡑ라는 이름을 ꡐ초등학교ꡑ로 개명한 일이 있었다.(중앙대)
ꡐ최고의 쾌락이 곧 최고의 선ꡑ이라는 표어는 헬레니즘 에피쿠로스사상을 대변해 주는 말이다.(성균관대)
유사이래 인간 사회는 개인과 집단 사이의 조화 문제에 골몰해왔다.(서강대)
■ 속담 명언인용 효과적
위의 예처럼 △최근의 화제 △속담 명언의 인용 △논제와 관련된 일반론 등으로 첫 문장을 시작하면 효과적이다. 이 외에도 △주제와 대립된 주장이나 의문형으로 시작하는 방법도 권할 만하다. 첫 문장은 짧은 것이 좋다.
서론의 후반부는 무엇에 대해 쓸 것인지 채점자에게 알리는 역할을 한다. 그런데 서론의 마지막 문장을 ꡐ~에 대해 알아보자ꡑ는 식으로 쓴 답안이 많다. 잘못된 것은 아니지만 모두들 그렇게 쓰기 때문에 그런 문장은 진부하다는 느낌을 준다.
서론의 끝 문장으로 진부하지 않은 예 두 가지를 살펴보자.
이것은 현대 사회에도 소설 ꡐ동물농장ꡑ에 의해 비판받을 점이 적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제시문으로 나온 오웰의 ꡐ동물농장ꡑ은 그 문제점들을 선명하게 형상화해서 보여준다.
재작년 서울대에서 발표한 모범답안에서 뽑은 것이다. 둘 다 ꡐ~의 문제점에 대해 알아보겠다ꡑ는 의미이지만 표현을 다르게 한 것이다. 이처럼 상투적인 표현을 벗어날 수 있는 나만의 방법 두 가지 정도를 개발해 놓을 필요가 있다.
결론은 ꡐ요약+주장(강조)+논의 확대(미래 전망)ꡑ로 구성된다. 이 중 어느 한 요소를 빼고 두가지 요소만 들어 있는 경우도 있다. 결론의 첫 문장에서는 서론과 본론의 논의를 짧게 요약하되 동어반복이 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마지막 문장은 주장이나 논의 확대로 ꡐ~가 필요하다ꡑ ꡐ~하게 될 것이다ꡑ로 끝맺으면 무난하다.
결론에서 가장 자주 발견되는 문제점은 ꡐ이러한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서 우리 모두 힘껏 노력해야 한다ꡑ는 식의 추상적인 문장이 많다는 것이다. 문제 극복을 위해 노력하는 것은 당연하므로 굳이 말할 필요가 없지 않은가.
결론에서 새로운 논제를 시작하는 실수를 저지르는 수험생도 종종 있다. 문제 해결에 필요한 자세를 촉구하거나 논의 확대로 끝맺으면서 새로운 문제를 언급하는 것이다. 이 경우 당연히 글의 통일성이 깨진다.
■ 훈계웅변조 결론 금물
훈계조 웅변조로 끝맺는 수험생도 많다. 논리보다 감정이 앞서 ꡐ이러한 현실이 너무 안타깝다ꡑ는 식으로 갑자기 우국지사(憂國之士)가 되어버리는 것이다. ꡐ우리 모두 반성해야 한다ꡑ며 채점자를 가르치려 드는 답안까지 있다. 논술문은 논설문이나 연설문이 아니다. 감정을 드러낸 논술문은 비논리적이라는 인상을 준다.
5. 논리를 바탕에 깔아야 설득력 얻는다
설득력 있는 주장에는 제3자가 수긍할 수 있는 논리가 깔려 있다. 논리력을 짧은 시간에 향상시키기는 힘들다. 많은 수험생이 연역 귀납 유추의 원리나 논리적 오류에 대해 상당히 공부했음에도 불구하고 논술에 이 같은 원리를 자유자재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우선 당장 활용할 수 있는 손쉬운 3가지 논리적 방법만 제시하겠다.
첫째, 사건을 나열할 때 사건 진행의 원인을 밝히는 것이 좋다.
여러분 중에 다음 두 문장을 알고 있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① 왕비가 죽자 왕도 죽었다.
② 왕비가 죽자 슬픔을 이기지 못하여 왕도 죽었다.
①은 논리가 아니지만 ②는 논리다. ①은 사건의 나열이지만 ②는 사건과 사건 사이에 ꡐ슬픔을 이기지 못하여ꡑ라는 원인을 제시했다. ①은 ꡐ왕비가 먼저 늙어 죽자 비슷한 나이였던 왕도 늙어 죽었다ꡑ는 등으로 그 원인이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다. 이 때문에 사건 사이의 관계가 명확한 ②가 논리적 표현이 된다. 학생들은 이 같은 방법을 머리에만 담아 두고 글로 표현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둘째, 분명한 접속어의 사용이다.
학생들이 답안을 작성할 때 잘못 구별해 쓰는 대표적인 접속어는 ꡐ그러나ꡑ와 ꡐ그런데ꡑ이다. ꡐ그러나ꡑ는 ꡐ역접ꡑ, ꡐ그런데ꡑ는 ꡐ전환ꡑ을 나타낼 때 쓰인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자주 실수한다. 이 두 가지만 제대로 구분해도 글 전체가 한층 짜임새있어진다. 또 ꡐ~으나ꡑꡐ~는데ꡑ 등으로 연결된 문장은 더욱 분명한 뜻을 지닌 접속어로 바꾸는 것이 낫다.
③은 실제 학생 답안에서 뽑은 문장이며 ④는 접속어를 사용하여 ③을 고친 것이다.
③다양한 동물이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데는 누구나 동의하게 되는데, 동물이 살 수 없는 환경에서는 인간도 살 수 없다.
④다양한 동물이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데는 누구나 동의한다. 왜냐하면 동물이 살 수 없는 환경에서는 인간도 살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어쨌든 △아무튼 △하여튼 등의 접속어는 절대 쓰지 말아야 한다. 이같은 접속어는 서술한 논지를 갑자기 중단할 때 사용된다. 채점자가 이런 접속어를 보면 수험생이 갑자기 논지를 중단한 것에 대해 의아하게 생각할 것이다.
셋째, 지나치게 단정적인 표현을 피해야 한다.
학생들이 많이 쓰는 단정적 표현은 △분명히 △결코 △반드시 △절대로 △의심할 여지없이 등이다. 이러한 표현은 논리적으로 설득할 자신이 없을 때 등장한다. 글쓴이는 자신의 주장을 강화하기 위해 이러한 표현을 쓰지만 주장에 힘을 실어주는 것은 힘있는 표현이 아니라 바탕에 깔린 논리이다.
ꡒ현주엽보다 서장훈의 키가 더 커. 확실해. 내 말을 믿으란 말이야ꡓ라고 목에 힘을 주어 주장하는 것은 논술 답안을 쓰는 사람의 자세가 아니다. ꡒ농구협회의 통계자료를 보면 현주엽의 키는 196㎝이고 서장훈의 키는 207㎝야ꡓ라고 말하면 ꡒ서장훈이 더 커ꡓ라고 굳이 말하지 않아도 되는 글, 그것이 논술문이다.
■ 필기도구 엄격제한…규정 지키지 않으면 0점처리
논술 답안지를 어떤 필기도구로 작성해야 하는가? 연필로 써도 되는가? 볼펜으로 쓰는 경우 수정액을 사용해 고쳐도 되는가? 수험생 대부분이 궁금해 하면서도 잘 모르는 대목이다.
각 대학은 필기도구의 사용에 대해 엄격한 제한규정을 두고 있으며 이 규정을 지키지 않으면 답안을 0점 처리한다.
필기도구는 수험생의 논술 성적에 적잖은 영향을 미친다. 특히 연필과 수정액의 사용 여부는 퇴고시 중요한 변수가 된다. 현재 이화여대와 서강대만 연필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며 서울대는 수정액 사용을 허용한다. 그 외의 대학은 검은색이나 청색 볼펜만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경희대는 대학에서 지급하는 필기도구만 쓰도록 제한한다.
수험생은 자신이 쓰기 편리한 필기도구를 미리 준비하는 것이 좋다. 끝이 굵거나 질이 나쁜 종이에 쓰면 번지는 필기도구는 피하는 것이 좋다.
ꋏ 출제 교수가 밝힌 논술의 감점 줄이는 방법
[논제]
정의로움은 사회와 시대의 차이를 초월한 인간 덕목으로 높이 평가된다. 그러나 '인간은 왜 정의로워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다음의 제시문은 정의로움의 자체적 가치에 대해 회의적 주장을 담고 있다. 이 주장의 타당성 여부를 검토하고, 정의로움의 가치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논술하시오.
<2001 이화여대 논제>
<제시문>
전설에 의하면 귀고스(Gygos)는 양치기로서 리디아 왕을 섬기고 있었습니다. 그가 양들에게 풀을 먹이고 있는데, 하루는 폭우가 내리고 지진이 일어나 땅이 온통 갈라졌습니다. 그리하여 양들이 풀을 뜯고 있던 곳에 큰 구멍이 뚫렸습니다. 그는 이것을 보자 깜짝 놀라 그 구멍 속으로 들어갔는데, 거기서 여러 가지 신기한 광경을 목격하게 되었습니다.
특히 눈에 뜨인 것은 청동으로 된 말이었습니다. 그 말은 안이 비어 있고 작은 창문이 달려 있었습니다. 귀고스가 몸을 굽혀 그 창을 들여다보았더니, 거기에는 엄청나게 키가 큰 사람의 시체가 놓여 있었습니다. 그 시체는 손에 금가락지를 끼고 있을 뿐 몸에는 아무 것도 걸치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는 이 금가락지를 빼 가지고 그 구멍에서 나왔습니다.
그 후에 달마다 있는 양치기들의 모임에서 양치기들은 왕에게 양떼들의 현황을 보고하게 되었습니다. 귀고스도 다른 양치기들과 함께 이 모임에 참석하였습니다. 그는 손가락에 그 가락지를 끼고 다른 양치기들과 함께 앉아 있다가 무심코 가락지의 구슬이 자신을 향하도록 돌렸습니다. 그러자 갑자기 그의 모습이 남의 눈에 보이지 않게 되었습니다. 옆에 앉아 있던 친구들은 귀고스가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는다고 하면서 두리번거리는 것이었습니다. 그는 깜짝 놀라 그 가락지의 구슬을 다시 바깥쪽으로 향하도록 돌려보았더니 그의 모습이 다시 나타나게 되었습니다.
그는 가락지에 과연 그런 능력이 있는가를 다시 시험해 보았습니다. 결과는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구슬을 안쪽으로 돌리면 자기 모습이 남의 눈에 뜨이지 않게 되고, 바깥쪽으로 돌리면 자기 모습이 드러나는 것이었습니다. 그는 이러한 사실을 확인하고 나서, 왕에게 보고하러 가는 사자(使者)의 한 사람으로서 자기도 함께 참가하도록 일을 꾸몄습니다. 궁성에 도착한 그는 우선 왕비와 정을 통한 후에, 그녀와 공모하여 왕을 죽여 버리고 왕좌에 올랐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여기 그런 가락지가 두 개 있었다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하나는 선량한 사람이 끼고 또 하나는 불량한 사람이 끼었다고 합시다. 이 때 아무리 마음씨가 착한 사람이라도 강철같이 굳은 지조를 가지고 정의의 편에 서서 남의 물건에 전혀 손을 대지 않을 수 있다고 보장할 수 있을까요? 그런 사람은 아마 한 사람도 없을 것입니다. 시장에 가서 자기가 갖고 싶은 물건을 아무도 몰래 손에 넣을 수도 있고, 어떤 집에든지 들어가 자기 마음에 맞는 사람과 동침할 수도 있으며, 또 죽이고 싶은 자가 있으면 죽일 수도 있고, 결박된 자를 얼마든지 풀어 줄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이 경우에 선량한 사람이건 불량한 사람이건 다 비슷한 행동을 취할 것은 불문가지입니다.
그리하여 사람들은 누구나 자발적으로 정의로운 사람이 되는 것은 아니며, 단지 그렇게 강제될 뿐이라는 것을 알게 될 것입니다. 왜냐하면 부정을 저지르고서도 발각되지 않을 수만 있다면, 인간은 어디서나 불의를 행하게 되니까요. 누구나 불의가 정의보다 자기에게 훨씬 더 이익을 가져다준다고 생각하는 것이 사실임을 알 수 있습니다.
Ⅰ. 이화여자대학교 2001학년도 논술 모의시험 채점 소감
1. 출제 의도와 문제의 성격
금년도 본교의 모의 논술고사 문제는 플라톤의 ꡔ국가론ꡕ에 나오는 ‘귀고스’의 이야기를 예시문으로 하여, 정의(正義)의 자체적 가치, 또는 절대적 가치에 대한 수험생들의 의견을 묻는 것이었다. 예시문의 내용은 평범한 양치기 소년이 어느 날 자신의 몸을 감출 수 있는 반지를 얻게 되자, 그것을 이용하여 자기의 욕망을 실현하게 된다는 이야기이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은 ‘익명성’이 보장되는 ‘특수한 상황’에서 개인의 욕망을 달성하기 위해 사용되는 불의한 방법이었다. 이는 누구나 살아가는 동안에 한번쯤 부딪치거나 상상해 볼 수 있는 문제로서, 수험생들의 다양한 반응을 알아볼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되는 문제였다.
수험생들은 우선 문제의 요지와 의도를 정확하게 파악한 다음, 이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논리적으로 서술해야 한다. 익명성이 보장되는 상황에서는 사회 일반의 통념이나 양심 등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현실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와 반대의 상황도 아울러 볼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넓은 안목으로 볼 때, 이 두 가지 행동 양식은 각각 어떤 의미를 갖는지에 대해 자신의 생각과 판단을 밝히는 글을 쓰도록 한 것이 본 모의고사의 문제였다.
2. 채점의 기준과 배점
답안지에 대한 평가와 채점은 대학 교육에 필요한 기본적 자질을 갖추었는지에 주안점을 두었다. 우리말을 올바르게 사용하고 표현할 수 있는 능력, 제시문에 대한 깊이있고 폭넓은 이해력, 창의적 사고력, 자신의 주장을 합리적이고 논리적으로 서술하는 능력 등을 중점적으로 살폈다. 답안지에 대한 평가는 이전과 마찬가지로 표현력과 사고력의 두 측면에서 이루어지며, 그 내용과 배점은 다음과 같다.
표현력(10점) : 기본적인 맞춤법, 국어 구사 능력, 문법, 어휘의 적합성 및 활용,
수사능력 등의 관점에서 평가한다.
사고력(15점) : 글의 논리적 일관성, 주장의 선명성 및 설득력, 주장을 뒷받침하 기 위한 적절한 사례와 논변, 전체적 사고의 깊이와 밀도 등의
관점에서 평가한다.
3. 채점 결과에 대한 소감
이번 모의 논술고사는 수험생들의 준비가 충분하지 못한 상황에서 치러진 탓인지 전반적으로 많은 문제점들이 드러났다. 대부분의 문제점들은 예년의 논술고사에서도 흔히 지적되었던 점들이다. 본교의 채점위원들이 답안지를 채점하면서 눈에 뜨이게 드러나는 문제점 몇 가지를 다음에 간단히 요약해 놓았다. 여기 보인 예는 한두 가지에 불과하지만, 대부분의 답안지에서 두루 발견되는 문제점들이다. 앞으로 선생님들의 논술 지도와 수험생들의 논술 고사 준비에 참고가 되기를 바란다.
⑴ 전반적 경향
이번 모의 고사에서 드러난 가장 큰 문제점은 수험생들이 출제의 기본 방향과 의도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자신이 가지고 있던 기존 지식이나 상식선에서 논의를 전개한 점이었다. 주어진 예시문에서 질문의 요지를 파악하고 그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써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상당수의 답안지는 예시문과는 관련이 없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익명성이 보장된 특수 상황에서 저지르는 한 인간의 바르지 못한 행동에 대해 어떤 의미를 부여하고, 그 사례에 대해 어느 정도의 일반화가 가능할 것인지를 먼저 생각해 보는 것이 필요하다. 그런 다음에 반대의 상황을 상정해 볼 수도 있고, 주어진 상황에 대한 비판이나 평가도 내릴 수 있을 것이다.
정의라는 말은 여러 가지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출제에 사용된 ‘정의’는 일반적으로 말하는 사회정의나 경제정의와는 다소 거리가 있는 개념이다. 그것은 양심에 따른 행동이나 올바른 행동을 가리키는 윤리적 의미를 가진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많은 수험생들은 주어진 문맥 안에서 이 말을 이해하지 않고, 사회정의 또는 경제정의 등 질문의 문맥과는 다른 측면에서 이를 다루고 있다. 어떤 시험이든 마찬가지겠지만, 논술고사에서는 특히 논점을 벗어난 답안은 아무리 잘 쓴 답이라 해도 평가를 받을 수 없다는 사실을 수험생들은 명심해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 드러난 문제점은 논술문의 성격을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주어진 주제에 대해 자신의 견해를 객관적이고 논리적으로 서술하는 글을 써야 하는데도, 상당수의 수험생들은 ‘정의롭게 살아야 한다’는 식의 도덕적 훈계를 피력하고 있다. 또 다른 경우에는 ‘정의롭게 살아야겠다’는 식의 다짐을 하는 수필형의 글을 쓰기도 한다. 이런 인식 아래서 답안을 작성하고 있기 때문에 글의 성격이 구체적이거나 논리적이지 못하고, 주관적이거나 추상성을 띠는 경우가 많았다.
⑵ 구체적 사례
① 주제의 이탈 :
- 귀고스의 행위를 특권층의 신분상승 욕구로 단정하고 주장을 전개함
- 귀고스의 행위를 인간 본성의 보편적 문제로 인식하고, 순자의 성악설에 입각하여
그의 행위을 설명함.
- 귀고스가 시체를 발견한 데 대한 이야기에 초점을 맞추어 내용을 전개함.
② 서술 방법 :
- 주어진 제시문을 요약한 경우: 답안의 서두 부분을 제시문 요약으로 채움.
- 주어진 제시문을 반복해서 언급한 경우: 제시문의 일부를 그대로 인용함.
- 지나친 자문자답(自問自答): 글의 사이사이에 질문을 던지고 대답하는 형식.
③ 사례의 제시 :
- 지나치게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사례: 영화관람, 통학버스, 교실 안의 사례 등을
반복해서 언급함.
- 알고 있는 지식의 나열: 로크, 루소, 홉스 등의 이론을 나열함.
- 과다한 사례: 한 가지 사실을 설명하는 데 여러 가지 유사한 사례를 나열함.
- 부적절한 사례: 검투사 이야기, 장학금을 기부한 할머니, 사형 제도, 의약분업,
호랑이 이빨에 낀 금비녀를 얻은 이야기 등 자신의 논지 전개와
거리가 먼 사례 열거.
④ 문장 구성 및 어휘 사용상의 몇 가지 사례들 :
- 문맥이 통하지 않거나 어색한 표현 :
∙정의는 선의지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불의를 이길 수 있고, 사람들은
자발적으로 정의를 행할 수 있다.
∙윤리라는 것이 만들어지면서부터
∙인간이란 본래부터 가지고 있는 양심이란 것이 있다.
∙이런 작은 정의로움도 지키지 못하는 것 같다.
∙정의로움을 갖고 정의로운 것을 알고 그에 따른 정의를 행할 때, 진정으로
정의로움을 알 수 있고,
∙현대 우리 사회를 볼 때 정의는 더 많은 실현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해 주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 문단 구분의 문제 :
∙내용상으로 단락이 나뉘어지지 않는 곳에서 문단 나누기를 한 경우.
∙한 문단을 너무 길게 이어 놓은 경우.
∙서론과 본론 및 결론 사이에 한 줄씩 간격을 둔 경우.
- 수필적인 표현과 문장 :
∙정의로움이란 말, 정말 오랜만에 듣는다. 약 18년간 살아오면서 정의로움이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관심을 가지지 못했던 것
같아 사회의 한 구성요소로서 부끄러운 마음마저 든다.
- 경어체 문장 :
∙‘----하는 것입니다.’, ‘---- 라고 생각합니다.“ 등 경어체를 사용한 답안이 상당수 있었다. 논설문에서는 굳이 경어체를 쓰지 않아도 될 뿐만 아니라, 경어 체를 않는 것이 보편적이다.
∙문장의 어미 뿐만 아니라, ‘장군께서는’, ‘하시고’ 등과 같이 문장 안에서
특정인에게 경칭이나 존칭을 쓰는 것도 필요하지 않다.
- 부적절한 어휘 :
∙정의적인 사람, 비정의적인 사람
∙그의 자발이었다
∙인간 본성에 관한 탐구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끊임없이 자행되어 왔다.
∙아이의 본능적인 행동에 입각하여 인간의 본성을 악하다고 규정한
∙비정의로운 사람, 비정의적인 행동
- ‘것이다’의 남발 :
∙있는 것이다.
∙정의란 것은 항상 강조되어 왔던 것이다.
- 구어체의 사용 :
∙하는데 말이다, 하지만,
∙싸잡아 비난하고 있다.
- 완성되지 않은 문장 :
∙않는 다는 것. 하지만 여기 그런 .......
∙하지만 이것이 자발적인 정의로움이라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단지 강제적이
라고 말할 수 있을 뿐.
∙그리고 실현되었을 때 자랑스러운 얼굴을 주는 것도 정의로움이라는 것도!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 당연하다니...... 남의 눈이 없다고 해서?
- 착오로 단어를 빠뜨린 경우 :
∙지금 우리가 사는 다양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존재한다.
- 분량의 문제 :
∙정해진 분량에 미달하는 내용을 보충하기 위해 억지로 문장을 덧붙인 경우가 눈 에 뜨이게 많았다. 미리 정해진 분량에 맞게 글을 구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Ⅱ. 답안 작성시 참조 사항(수험생 유의 사항)
1. 답안 작성에 필요한 기본 상식
⑴ 답안 작성의 기본 지침을 잘 읽고 정해진 규범을 벗어나지 말아야 한다.
(문제지 상단에 있는 유의 사항을 반드시 읽고 그대로 따를 것)
⑵ 정해진 필기구를 사용하고, 낙서를 하거나 답안 이외의 표시를 하지 않는다.
(연필은 사용할 수 있으나 너무 흐린 연필은 사용하지 않도록 한다.)
⑶ 답안지 관리를 깨끗이 하고, 답안지를 훼손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
(글을 지우거나 고치는 일이 없도록 하며, 지우거나 고칠 경우에는 깨끗하게
하여 채점자가 쉽게 알아볼 수 있게 한다.)
2. 질문과 예시문에 대한 검토
⑴ 질문의 요지와 핵심을 정확히 파악한다.
(질문의 핵심을 비켜간 답안은 정답으로 인정되지 않는다.)
⑵ 주어진 예시문을 충분히 읽고, 질문과 예시문과의 관계를 정확히 파악한다.
(질문의 바른 방향을 파악하고, 그 해결의 실마리를 예시문에서 찾도록 한다.)
⑶ 자신의 기존 지식에 집착하지 말고 출제자의 의도를 파악하고자 노력한다.
(제시된 예시문에 대해 자신이 알고 있는 지식을 나열하거나 질문과는 다른
방향의 주장을 펴는 일이 없도록 한다.)
3. 답안 작성상의 유의 사항
⑴ 답안 작성 이전에 글의 전체 구조를 미리 그려본다.
(충분한 생각을 한 뒤에 답안을 구상하고, 그것을 글로 쓴다.)
⑵ 문단의 구분을 합리적이고 분명하게 한다.
(길이가 길다고 아무 데서나 글을 자르지 말고, 내용상으로 하나의 단위가 끝날
때 문단을 나누도록 한다.)
⑶ 논설문에 적합한 문장과 어휘를 사용한다.
(논설문에 적합하지 않는 구어체 단어나 문장을 쓰지 않는다.
복합문이나 만연체 문장은 논설문으로 적합하지 않으므로, 이를 피하고 간결하 면서도 뜻이 잘 드러나는 문장을 쓴다.)
Ⅲ. 이화여자대학교 2001학년도 논술 모의시험 우수 답안
1. 우수답안(전북 이일여고 최승아)
사람들은 타인과의 이해 관계에 얽혀 사회의 구성원으로 살아간다. 자기에게 좀더 득이 되는 것만을 추구하다 보니 이기주의가 만연하게 되고 정의롭지 않다고 판단되는 행동도 저지르게 된다. 이처럼 불의로 가득차 있는 사회에서 인간의 정의로움은 고귀한 가치로 평가된다. 그래서 사회는 구성원에게 정의로움을 요구하며 그것이 지닌 미덕과 지켜야 할 당위성을 제시한다.
순자는 ‘인간은 본래 편하고 자기에게 이득이 되는 것만을 좋아하는 악한 본성을 지닌 존재’라고 하였다. 그래서 자연 상태의 인간을 악한 존재로 보았고, 지식의 습득과 자기 수양을 통해 선함을 쌓아가야 한다고 하였다. 이처럼 인간에게는 누구나 불의를 저지를 수 있는 마음이 내재되어 있다. 다만 가르침을 통해서 불의를 해서는 안 되는 행동이라는 식의 제재를 받게 되었다는 것이다. 귀고스 전설에서도 마찬가지다. 귀고스는 그의 행동이 정의롭지 못함을 분명히 알고 있었다. 그렇지만 그는 누구에게도 제재받지 않을 수 있는 ‘금가락지’ 의 힘을 빌어 악행을 저지른다. 이는 그가 특별히 악한 사람이어서가 아니다. 인간이면 누구에게나 내재해 있는 이익을 좋아하는 마음, 그리고 불의가 정의보다 훨씬 더 많은 이익을 가져다준다는 판단에 따라 이루어진 행동일 뿐이다. 인간은 제재나 강요에 의해 정의로움을 지니는 것이지, 정의 그 자체의 가치에 의해 자발적으로 정의로운 사람이 되는 것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정의로움의 가치는 인간의 필요에 의해 부여된 사회의 산물로 이해해야 한다. 사회는 불의를 저지를 수 있는 사람들의 모임이다. 그러나 불의로만 가득찬 사회는 존속될 수 없기 때문에, 사회 유지의 수단으로 구성원들의 정의로움이 요구된다. 그래서 현대인들은 사회화라는 교육을 통해 정의로움을 지켜야함을 배우고 불의를 저지를 경우 제재를 받게된다.
최근 인간의 행동 양식에 따른 분류 중 행위 대응적 인간이라는 개념이 주목을 끌고 있다. 즉, 인간은 자기가 받은 만큼 주는 것을 아는 존재라는 개념이다. 여기서 정의에 대한 또 다른 가치를 부여할 수 있다. 인간은 사회 구성원이 됨과 동시에 정의롭게 살 것을 요구받는다. 보통의 경우 사람들은 그에 대해 심한 반발이나 거부감을 드러내지 않는다. 자기가 불의를 저지름으로써 얻을 수 있는 이익을 포기하는 대신, 다른 사람의 정의롭지 못한 행동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고, 궁극적으로는 자기에게 미치게 될 피해를 미리 방지할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려 있기 때문이다. 인간은 정의로움을 수용함으로써 타인으로부터 나를 보호하고, 그 대신 자신도 타인에게 불의를 저지르지 않는 자기 보호의 가치를 얻게 된다.
정의로움은 인간의 내면에 본래 구비되어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인간은 그들의 필요에 의해 정의의 가치에 의미를 부여하게 되었으며, 그것을 통해 사회를 유지시키고 인간관계를 원만히 발전시켜 왔다. 결국 정의는 인간사회를 유지, 존속시키는 수단으로써 그 가치를 인정받았으며 사회의 유지, 존속이 계속 필요하다고 믿는 한 정의의 가치는 지속될 것임을 알 수 있다.
2. 우수답안(양천여고 이해영)
제시문에서 정의로움은 자발적인 것이 아니라 강제되는 것이라고 주장하였는데, 이는 타당하지 않다. 우선 제시된 ‘귀고스의 이야기’는 정의롭지 못한 한 사람의 이야기일뿐이지, 정의로움 자체적인 가치를 논하기 위한 적절한 근거 자료가 되지 못한다. 예시문의 주장이 설득력을 얻기 위해서는 과학적인 사회 탐구 방법을 통해 신빙성 있는 자료를 제시해야 한다. 또한 이 주장은 ‘한 사람도 없을 것’, ‘누구나’ 라는 등의 말을 사용함으로써 일반적인 사람들의 범주를 지나쳐 절대성에 입각한 주장으로 확대시켜 타당성을 잃고 있다.
정의로움의 가치를 논하기 위해서는 우선 정의로움에 대한 이해가 요구된다. 뉴스나 신문에서 우리는 ‘정의롭다’, ‘정의롭지 못하다’ 라는 말을 많이 접한다. 그렇다면 정의라는 것은 무엇인가? 정의로움이란 단순히 머릿속에서 생각되는 관념적인 개념이 아니라, 실천 의지에 의해 행동으로 발현되어야 가치있는 것이다. 가장 기본적인 정의의 실현은 사회 성원들끼리 약속한 법규범을 올바로 이행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그러나 단지 이것뿐이라면 강제적인 속성이 강하다. 또한 법규범에 대한 무지를 이유 삼아 정의롭지 못함을 정당화시킬 수 있는 여지가 있다. 실제로 정의롭지 못한 행위는 무지에 의해서가 아니라 실천 의지의 부재에서 비롯된다.
모든 인간이 정의로울 수는 없다. 만약 사회 구성원이 모두 정의로운 사회라면 개인간에 갈등과 투쟁이 생기지 않을 것이고, 애초에 법규범이나 국가라는 것 자체가 생길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실제 생활 속에서는 인간의 본성이 선하든 악하든 간에 물질적인 재화의 소유로 욕심이 생기기 되어, 결국 정의롭지 못한 행위에 대한 유혹에 빠지는 상황이 비일비재해진다. 사회가 혼란해지는 것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인간은 법규범이나 제도를 만들어 자신들의 삶을 통제하게 된 것이다. 사회구성원의 계약에 의거한 법규범이 정의의 준수를 강제하고 있지만, 정의로움의 진정한 가치는 강제적 이행에 있는 것이 아니라 자발적인 실천의지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정의롭지 못한 자는 불의가 정의보다 더 큰 이익을 가져다준다고 생각한다. 그리하여 부정이 발각되지 않는 범위 안에서의 이탈 행위에 정당성을 부여한다. 새벽길 횡단보도에서 신호를 지키는 것은 자신에게 이득이 될 게 없다고 판단하여 무시한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 적당히 새치기를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것들은 모두 근시안적인 대응책으로 결과적으로 자신에게 이익이 되는 행동이라 할 수 없다. 혼잡한 교통 체증 속에서의 갓길주행은 갓길 또한 막히게 되어 위급한 차량의 주행을 방해하는 사회악이 될 수도 있다.
정의로움의 가치는 그것이 개인을 위해 추구하지 않고, 이타심에 바탕을 둔 희생적인 행동으로 구현될 때 더욱 높이 평가된다. 자신의 목숨을 담보로 하는 희생적인 정의의 실현은 단순히 일회적 사건으로 의미를 소진하게 되는 것이 아니라, 많은 이에게 귀감이 되어 새로운 가치를 재창출해 나가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사는 사회는 더욱 평화롭고 밝은 사회로 발전․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정의로움이란 시대의 조류에 휩쓸려 사라져버리는 가치가 아니라, ‘살만한 세상’을 만들고 그것을 지속해 나가기 위해 반드시 지켜야 할 윤리적 지향점이라는 가치를 지니게 되는 것이다.
열공 열공 LBA수원
2006.07.02
LBA교육국
김광석 배상
첫댓글 감사합니다. 잘 읽었습니다.
네 저두 고맙습니다. 도움 되면 다른분도 도움 되겠군요.
우~와~!! 고문님 대단하십니다. 이 많은 자료를 어디서 발췌하셨는지... 감사할 따름입니다. 많은 도움이 되었으며 아직은 한번 읽었지만 두고 두고 읽어 보면서 좀더 명확하게 파악해서 제것으로 만들도록 하겠습니다. 고문님 수고에 다시 한번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고문님~! 긴 글이지만 파일로 만드시지 않고 바로 올려 주시니 읽어 보기에 편했습니다~~^*^
유용하게 쓰임이 있으면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