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현대 선지식의 천진면목] 104. 선지식 100회 특집 (下) “편하고 잘 먹는 것만 생각하면 망상 분별 일어”
‘근현대 선지식의 천진면목’에 소개됐던 100명의 스님 가운데 향봉향눌, 추담 순, 동헌완규, 대의만업, 일옹혜각, 이목서운, 춘성춘성, 성암관일, 전강영신, 향곡혜림, 구산수련, 자운성우 스님. (윗줄 왼쪽부터 오른쪽 순)
“편하고 잘 먹는 것만 생각하면 망상 분별 일어” 지난 2008년 1월부터 연재를 시작한 ‘선지식의 천진면목’은 근현대 고승들의 수행일화를 통해 한국불교 중흥의 초석을 점검했다. 그동안 등장한 선지식은 모두 100명이다. 3회에 걸쳐 어록을 중심으로 선지식들의 가르침을 살펴보았다.
○… “정해진 거처가 없는 저는 근근이 지탱하옵고, 항상 무념(無念)의 혜택을 입어 사방을 마음껏 떠돌아다니고 있습니다.” 홍경장육(弘經藏六, 1899~1971) ○… “매양 밖으로 시야를 넓히시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그보다는 안으로 회광반조(廻光返照)의 시간을 적당히 두는 것이 참으로 보람 있는 본분사(本分事)에 큰 인연이 될 줄로 아는 바입니다.” 향봉향눌(香峰香訥, 1901~1983) ○… “우리의 목적은 이상과 실현의 행복을 얻는데 있어, 그 두 날개는 자비와 지혜로 비지원만(悲智圓滿)에 있는 것이다. 자비는 평등으로 나타나고, 지혜는 자유로 나타나니, 자유와 평등은 종(縱)과 횡(橫), 질적과 양적으로 민주주의의 근간이기도 한 것이다.” 추담 순(秋潭 純, 1898~1978) ○… “출가한 초지(初志)를 망각하지 말고 신심과 원행을 견지하면서 중생제도와 불법중흥을 위해 위법망구(爲法忘軀)로 정진하라.” 동헌완규(東軒完圭, 1896~1983) ○… “정견(正見) 있는 인사(人士)는 채찍을 들고 일어서라. 그리고 성인들이 인정한바 장구한 세월을 두고, 뼈가 되고 피가 되고 살이 된 정신문명을 등장시켜라.” 벽산금타(碧山金陀, 1898~1948) ○… “열심히 공부하는 방법밖에는 없어. 진리에는 지름길이 없어.… 어차피 몸은 지수화풍(地水火風) 사대(四大)로 돌아가는 것이여.” 우화도원(雨華道元, 1903~1976) ○… “상서로운 구름 탑을 보호한 듯 에워싸고 산봉우리 늘 고요하며, 밝은 달 난간을 휘감아 물은 절로 맑노니, 이 어찌 관음보살 일천(一千) 화현 아닐손가, 다함께 힘 모아 떠받든 공덕이노라.” 진호석연(震湖錫淵, 1880~1965) ○… “우리 모두 취한 꿈에서 깨어 인과응보의 법칙을 다시 깨닫고 부처님께서 가르쳐 주신 바른 길을 갑시다.” 대의만업(大義萬業, 1901~1978) ○… “이슬같이 녹아지는 사람의 목숨, 구름같이 흩어지는 우리의 이 몸. 한번가면 못 오는 무상한 세상, 모든 것이 허망하고 믿음 없도다.” 석종학유(石鐘學乳, 1894~1933) ○… “마음으로부터의 화합이 제일 시급하다고 감히 말씀 드립니다.각자의 마음을 화합한다면 이루지 못할 일이 없습니다.… 나의 좋고 나쁨이 대중의 좋고 나쁨이요, 대중의 좋고 나쁨이 나의 좋고 나쁨입니다.” 덕원고경(德元古鏡, 1882~1943) ○… “부처님 제자가 되어 불보살의 말씀을 가벼이 여기지 않는데 공부의 근본이 있지. 부처님의 가르침을 실행하면서 오묘한 진리를 체득했지. 실행의 근본은 신심(信心)이야.” 일옹혜각(一翁慧覺, 1905~1998) ○… “기왕에 일을 맡았으면, 최선을 다해야 하지 않겄어. 할 수 있는 만큼 노력을 다하는 것이 옳제. 무슨 일이든 긍정적으로 마음을 먹으면 일이 풀링께. 낙담하면 안되제. 그렇게 살았어. 지금도 그렇고.” 인암봉록(忍庵鳳祿, 1908~1986) ○… “내년이면 또 그날이 온다. 그러나 이것은 관념이다. 내일에 속지 말고 오늘을 잡아라. 거기서 생명의 빛이 솟는다.” 이목서운(二木瑞雲, 1903~1995) ○… “‘나’라는 개아(個我)는 언제나 우리라는 대아(大我)와 함께 있다는 것을 우리는 투철하게 인식해야 합니다.” 영암임성(映巖任性, 1907~1987) ○… “사람의 마음은 생기지도 없어지지도 않으며, 때가 묻지도 깨끗하지도 않으며, 불어나지도 줄어들지도 않는다. 마음은 마치 거울과 같다.” 춘성춘성(春性春城, 1891~1977) ○… “남을 서운하게 하면 안 됩니다. 베풀 수 있으면 남을 돕는 것이 부처님 가르침이지요.” 금당재순(錦堂在順, 1899∼1973) ○… “세간의 모든 남자는 나의 아버지요, 세간의 모든 여자는 나의 어머니다. 모든 중생이 서로 서로 ‘연결’되어 있으니, 어찌 원수를 갚고 원수를 맺을 일이 있겠나. 다함께 참고 견디어 수행하자.” 성암관일(惺庵觀一, 1914~1980) ○… “내가 무슨 상(賞)을 바라고 독립운동을 한 것이 아니다.” 태허성숙(太虛星淑, 1898~1969) ○… “출가하든지 재가(在家)하든지 그 일은 스스로 알아서 할 일이라. 다만 생사의 문제가 크니 급히 스승을 찾아 정법을 간택(揀擇)하고 용맹스럽게 공부할 것이다.” 전강영신(田岡永信, 1898~1975) ○… “이 세상에서 가정을 가져서는 될 수 없는 세 가지 사회적 부류가 있습니다. 첫째는 교단(敎團)의 성직자요, 둘째는 혁명가요, 셋째는 자유주의자입니다. 사람은 자신의 마음 가운데서 두 가지 주인을 모실 수 없습니다.” 화봉유엽(華峰柳葉, 1902~1975) ○… “마의태자는 태자의 신분으로 이곳에 와서 여생을 마쳤고, 나 역시 나라가 망하고 3.1 독립 만세 사건으로 걸어걸어 망국의 한을 품고 여기에 왔구나.” 대응만우(大應萬佑, 1897~1968) ○… “승려와 신도가 합력(合力)하여 대중불교 건설에 적극적으로 노력할 것. 종교적 본질에 맞는 제종사업(諸宗事業)에 봉사할 것. 포교반의 활동을 적극적으로 후원할 것.” 대련덕문(大蓮德文, 1887~1949) ○… “편하고 잘 먹는 것만 생각하면 도심(道心)이 일어나지 못하고 망상과 분별과 번뇌만 일어난다. 신심과 분심과 의심을 갖고 정진해야 성과가 있다.” 향곡혜림(香谷蕙林, 1912~1978) ○… “인욕과 정진은 부처님이 성불하신 양대력(兩大力)이라 했습니다. 인욕은 안락행(安樂行)이요, 정진은 열반도(涅槃道)라 하시니 부처님 6년 고행이 오직 인욕과 정진일 따름입니다.”지월병안(指月炳安, 1911~1973) ○… “설산(雪山)은 그만두고 지구 전체가 진금(眞金)이라 해도 나 자신과는 바꿀 수 없다.”구산수련(九山秀蓮, 1909~1983) ○… “지금 주변은 살펴볼 여지없이 혼돈긴박(昏頓緊迫)하고 형용할 수 없는 갈등 속에 우리를 휘몰아 넣고 있다. 이 때를 당해 과연 불보살의 후계자인 우리의 믿음과 행동은 부끄러움이 없을까 (돌아본다).” 해봉법룡(海峰法龍, 1891~1969) ○… “세상만사는 새옹지마 같아 성쇠(盛衰)가 맞붙어 다니는 것이기 때문에 역경(逆境)을 당한다고 서러워할 것도 없고 순경(順境)을 만난다고 좋아할 것도 없다.” 탄허택성(呑虛宅成, 1913~1983) ○… “번뇌즉보리(煩惱卽菩提)란 생각을 깨달으면 보리요 미(迷)하면 번뇌이니 한 생각을 잘 쓰면 화합이요, 잘못 쓰면 분열이다. 분열은 불안과 파괴의 근본이나, 화합은 극락의 정토를 건설할 근본적 관건이다.” 학월경산(鶴月京山, 1917~1979) ○… “여기서 도망을 가면, 상원사 청량선원에 방부를 들이지 못한다. 정진하다 죽으면, 겨울에는 눈이 많이 오니, 눈 속에 묻었다가, 봄이 오면 다비를 한다.” 보문현로(普門玄路, 1906~1960) ○… “참선 공부를 제대로 하려면 먼저 마음을 비워야 한다. 너무 성급하게 무엇을 이루려고 하면 안 된다. 탈이 난다. 그렇다고 공부하는 것을 너무 늦추어도 안 된다. 늦추면 퇴보(退步)하게 되니 게으름 피우지 말고 공부해라.” 명허동근(明虛東根, 1897~1970) ○… “삼독무명(三毒無明)을 끊고 자비희사(慈悲喜捨)를 행하여야 수도(修道)에 조도(助道)가 될 것이다. … 그러므로 출가부 대중은 세업(世業)을 망각하고 수도에만 전력을 다하게 하라.” 혜진(慧眞, 1908~1984) ○… “일생 동안 부처님을 모시고 살며 부처님의 은혜를 받았으니 부처님 경전을 사경하는 것.” 무불성관(無佛性觀, 1907~1984) ○… “수행과 함께 비전(悲田)에 속하는 사회복지에도 전력(全力)하라.” 자운성우(慈雲盛祐, 1911~1992)
이성수 기자 [출처 : 불교신문 2675호/ 11월2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