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집안에 작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해찬이 그간 자신을 괴롭혀온 녀석을 학교폭력으로 처벌해 달라고 요청을 했고 학교에서는 그 사안에 대해 심의를 해서 일련의 조치를 취해주고 있다.
그 일이 있은 뒤로 뭔가 근본적인 대책을 세워야 겠기에 학원을 줄이고 합기도를 배우기 시작했는데 처음엔 가기 싫어하는 눈치더니 이틀째부터는 슬슬 재미를 붙여가고 있어 다행이다.
또 하나는 집안이 너무 삭막하고 허전해 승진이의 빈자리가 더욱 커 보이는데... 사람, 정확히 말하자면 다 커버린 사람이 할 수 없는 영역을 어떻게 채울 수 있을 것인지...
작은처남은 여러가지 어려운 환경에서 어린애까지 딸려 있다지만 그게 오히려 존재의 이유가 되고 있듯이 아이의 역할은 뭐하고도 비교할 수 없는 그런게 있을 것이다.
그러저런 이유로 답답하고 각박한 아파트를 떠나 많이 불편하지만 마당이라도 있는 주택으로 이사하는 것까지 생각하게 된다.
저녁에 운동을 나가면서 자연스럽게 주변을 둘러보는 쪽으로 발길이 닿는 것도 그것 때문.
전주천 좌안을 따라 산책로를 내려가다가 덕진보 자리에 공사중 임시로 만들어진 보를 건너 상가리로 올라간다.
휴먼빌 아파트를 돌아 상가리 마을길로 들어서니 지난번에 봤던대로 마을길 확장공사가 지금도 한창 진행 중. 그런데 마을 윗쪽에 커다란 관공서로 보이는 건물이 지어지는 듯 기초공사가 한창인데... 아마도 기상청이 옮겨진다더니 여기에 들어서려나보다.
근데 관공서 같으면 안내문 같은게 있을텐데 이상하긴 하네!
법원 옆으로 나 있는 능선길을 따라 충혼탑으로 향하는데 덕진마을에서 올라오는 즈음엔 나무를 베어 넘어뜨려 길을 막아놨다.
지난번에 이런일이 없었으니 분명 태풍에 넘어진 나무는 아닐것이고 누가 뭤때문에 이렇게...?
나무를 넘어 조금 가다보니 이번에는 복스럽게 생긴 강아지(강아지라지만 크기로는 복실이의 서너배는 되는 놈)가 마구 달려든다.
녀석은 좋다는 것이지만 그냥 그대로 달리는 자세로 맞았다가는 예기치 못한 공격을 당할 것 같아 친교모드로 놀아주다가 주인에게 넘기고 계속 전진.
충혼탑 주변은 물론이고 덕진공원 방향으로 내려가는 길은 온통 잡초에 묻혀버렸다.
길을 막아놓은 것과 무관하지 않을 듯.
사람들이 다니지 않으니 길이 막히는 것일텐데 다시한번 의문이 든다.
덕진동사무소 부근까지 내려갔다가 발길을 돌려 덕진중으로 넘어가 학교 교정을 크게 한바퀴 돌아본다.
내가 다닐때와 35년이 지난 지금을 비교하는 건 우습지만 급식소와 강당이 지어진 것이 변화라면 변화이고 주변환경은 변할 것도 변한 것도 없으니... 거의 근대박물관 내지는 유네스코에 등재될 유산이 아닐런지!
![](https://t1.daumcdn.net/cfile/cafe/243EB13951A8525C1D)
하가지구 큰길을 잠시 내려가다가 예다음아파트 방향으로 돌아 그쪽에 일부 남아있는 상가리의 다른 마을을 둘러본다.
행여라도 어디 내놓은 집이 없나?
내놓은 집은 없고 어디 구석구석 낡고 후미진 데에도 집은 꼭꼭 박혀 들어서 있다.
그 옛날 이리저리 밀려서 들어온 사람들이 살던 곳일텐데...
전주천으로 내려와 우안을 따라 계속 조깅모드로 올라가다보니 하천정비작업을 하는 사람들이 눈에 띄는데 놀랍게도 평행봉과 철봉을 모두 철거하고 있다.
아마도 기계식 자동운동기계로 대체하고 있는 듯.
큰일났네! 난 철봉하고 평행봉이 있는 게 좋은데...대체 누구 머리에서 나온 발상인지?
그런 와중에 롯데백화점 아래 철봉에서 낑낑대며 젊은이 댓명이 턱걸이를 하고 있길래 얼른 건너가 뭔가를 보여주려고 했는데...애들이 생긴건 똑같은데 짱깨?!
턱걸이를 간신히 한두개씩 올리는 걸 보니 이쪽이나 저쪽이나 젊은이들의 체력이 심각한 수준이네!
아무튼 그 덕에 평행봉도 올라가서 시범을 보여주고 턱걸이도...어...애들아 그냥 가면 안돼!
백제교 광장과 건산천 부근을 돌아 집에 이르니 달린시간으로만 43분을 넘어서고 있다.
오늘은 이만하면 됐고... 서둘러 씻고 전북대로 자전거를 몰고 씽~
후배들 길거리 공연을 하는데 가서 구경하고 박수 쳐주고 뒤풀이까지~ 모처럼 존재감을 크게 느낀다. 살아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