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제: Plus Tard Je Serai Moi by Martin Page
어벤져스의 블랙 위도우와 공각 기동대의 메이저 역할로
당대 최강의 여전사로 자리매김한 스칼렛 요한슨의 또 다른
매력적인 캐릭터가 있다.
뤽 베송이 감독하고 최민식이 악당으로 등장하는 “루시”라는 영화의 주인공 루시다.
보통
사람이 평균적으로 10%도 사용하지 못하는 뇌의 용량을
100%까지
사용할 수 있게 해 주는 화학 물질을 몸 속에 넣어 운반하던 도중
사고로 인해 내부의 보관 용기가 루시의
몸속에서 터지게 되면서
어쩔 수 없이 화학 물질을 흡수하게 된 루시는 잠재되어 있던 인간의 거짓말 같은 능력을 경험하게 된다.
정보를 흡수하는 속도가 무한대로 빨라지면서 다른 사람의 의식과 행동을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으며
보이지도 않는 전자기파를 구별해서 자신이 원하는 사람의 통화를 들을 수도 있다.
또, 시공간을 자유자재로 이동할 수 있게 됨에 따라 보통 인간의
의식 수준에서 보면
여기 저기 혹은 어떤 시간대에도 동시에 존재할 수 있는 신의 경지에 도달하게 된 것이다.
뭐 이쯤 되면 이 영화가 SF인지
신비주의 영화인지 구분하기가 어렵다.
그래도 감당하기 어려운 많은 생각의 짐을 지고 힘겨워해 본 나로서는
영화 속 그녀의 능력이 부럽기만 하다.
“나는 아무 생각이 없다”는
프랑스 작가 마르탱 파주의 소설이다.
주인공 셀레나는 친한 친구와 수다 떠는 것을 좋아하고 외모에 관심이
많은
한참 감수성이 예민한 보통의 중학생이다.
어느 날부터인가
부모님은 셀레나에게 예쁜 포장이 된 무언가를 하나씩 선물한다.
물감과 붓, 찰흙, 사진기, 비디오
카메라, 그리고 피아노와 레슨 선생님에 이르는
예술 종합 선물 셋트를 딸에서 주면서
부모님은 그들의
딸에게 예술적인 재능이 있다고 믿고 있으며
셀레나가 예술가가 되기를 원한다고 공언한다.
하지만, 그들의 생각과는 달리 셀레나가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자
예술가의 시련을 딸에게 느끼게 해주고자 냉장고의 음식을 모두 치우고 용돈을 주지 않는다.
한 겨울에도
난방을 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집안 곳곳에 빈 술병들을 놓아 두어 부모님의 고통과 갈등을 볼 수 있도록 한다.
부모님의
권위에 순종하는 편이었던 셀레나도
자신의 미래를 선택할 것을 강요받는 분위기를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고모네 집으로 가출하게 된다.
프랑스 감독과 작가라는 공통점을 제외하고 두 주인공의 캐릭터는 완전히 반대이다.
루시는 세상의 모든 정보를 알고 있고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의 일들을 순식간에 인식할
수 있는 초월적인 존재이며
셀레나는 이제 막 자신의 감정에 눈을 떠가는 나이이고
자신을 둘러 싸고
있는 세상을 인식하기 시작한 걸음마 단계에 있는 아이이다.
그런데 셀레나를 읽으면서 루시가 떠오른 이유가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
“무지 無知” 와 “전지
全知”는 종이 한 장의 차이이고
어중간하게 알고 있는 것보다 백지처럼 모르는 것이 무언가를 깨닫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일까?
많은 깨달음들은 대부분 한 순간에 오기 때문에 자신이 알고 있는 지식이나 정보들이
(옳고 그름에 관계없이) 깨달음에 방해가 되기 때문일까?
나는 아무 생각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