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구비유경 제3권(法句譬喩經 卷第三)
진세(晋世) 사문 법거(法炬)·법립(法立) 공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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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 도행품(道行品)
昔有婆羅門。年少出家學道。至年六十不能得道。
婆羅門法六十不得道。然後歸家娶婦爲居。生得一男端正可愛。
至年七歲書學聰了。才辯出口有踰人之操。卒得重病一宿命終。
梵志憐惜不能自勝。伏其屍上氣絶復蘇。親族諫喩强奪殯殮埋著城外。
梵志自念。
我今啼哭計無所益。不如往至閻羅王所乞索兒命。
於是梵志沐浴齋戒。齎持華香發舍而去。所在問人閻羅王所治處爲在何許。展轉前行行數千里。
至深山中見諸得道梵志。復問如前。
諸梵志問曰。
卿問閻羅王所治處欲求何等。
答言我有一子。辯慧過人。近日卒亡。
悲窮懊惱不能自解。欲至閻羅王所乞索兒命還將歸家養以備老。
諸梵志等愍其愚癡。即告之曰。
閻羅王所治處。非是生人可得到也。當視卿方宜。
從此西行四百餘里有大川其中有城。此是諸天神案行世間停宿之城。
閻羅王常以月八日案行必過此城。卿持齋戒往必見之。
옛날 어떤 바라문이 있었는데 젊은 나이에 집을 떠나 도를 배웠으나 나이 60이 되도록 도를 얻지 못하였다.
바라문 법에는 나이 60이 되도록 도를 얻지 못하면 집으로 돌아가 아내를 맞아 가정을 이루게 되어 있었다.
그래서 그도 가정으로 돌아가 한 아들을 낳았는데 용모가 단정하여 매우 사랑스러웠다.
나이 일곱 살이 되자 글을 가르쳤는데 매우 총명했고, 또 말재주[才辯]가 있어서 말하는 솜씨가 보통 사람보다 뛰어났다.
그러나 갑자기 중병에 걸려 하룻밤 사이에 목숨을 마쳤다.
범지는 몹시 애석하게 여겨 어쩔 줄을 몰라하면서 그 시체 위에 엎드려 기절했다가는 다시 깨어나곤 하였다.
그러자 친척들은 충고하고 달래면서 억지로 시체를 빼앗아 염을 하고 관에 넣어 성 밖에 매장하였다.
범지는 스스로 생각하였다.
'내가 지금 아무리 울어봤자 아무런 이익이 없을 테니,
차라리 염라대왕(閻羅大王)에게 가서 아들의 목숨을 구걸해보는 것이 낫겠다.'
이에 범지는 목욕 재계한 뒤 꽃과 향을 가지고 집을 떠나가는 곳마다 사람들에게 물어보았다.
"염라대왕이 다스리는 나라는 어디쯤 있습니까?"
이렇게 전전하면서 수천 리를 갔다.
그러다 어느 깊은 산중에 이르렀을 때 여러 득도(得道)한 범지들을 만났는데, 그들에게도 앞에서와 같이 물어보았다.
그러자 여러 범지들은 도리어 그에게 물었다.
"그대는 염라대왕이 다스리는 나라를 알아 무엇 하려 하는가?"
그는 곧 대답하였다.
"내게는 말재주와 지혜가 남보다 뛰어난 한 아들이 있었는데 얼마 전에 갑자기 죽었소.
슬픔과 괴로움을 씻을 길 없어 염라대왕에게 아들의 목숨을 구걸해 그를 되찾아 집으로 데리고 돌아가서
내 노후(老後)를 돌보게 하려 하오."
여러 범지들은 그의 어리석음을 가엾게 여겨 말하였다.
"염라대왕이 다스리는 나라는 산 사람으로서는 갈 수 없소.
우리는 당신에게 다른 방법을 일러주겠소.
여기서 서쪽으로 4백 리를 가면 큰 시내가 있고 그 가운데 성이 있소.
거기는 여러 천신들이 인간 세상을 순찰하다가 머무는 곳이오.
염라대왕은 매달 8일에는 인간 세상을 순찰하다가 반드시 그 성을 지날 것이니,
당신이 재계를 닦고 그곳에 가면 틀림없이 만날 수 있을 것이오."
梵志歡喜奉敎而去。到其川中。
見好城郭。宮殿屋宇如忉利天梵志詣門燒香翹脚呪願求見閻羅王。王敕門人問之。
梵志啓言。
晩生一男欲以備老。養育七歲近日命終。唯願大王垂恩布施還我兒命。
閻羅王言大善。卿兒今在東園中戲自往將去。
梵志即往見兒與諸小兒共戲。即前抱之向之啼泣曰。
我晝夜念汝食寐不甘。汝寧念父母辛苦以不。
小兒驚喚逆呵之曰。
癡騃老翁不達道理。寄住須臾名之爲子。勿妄多言不如早去。今我此間自有父母。邂逅之間唐自抱乎。
梵志悵然悲泣而去。即自念言。
我聞瞿曇沙門知人魂神變化之道。當往問之。
於是梵志即還求至佛所。時佛在舍衛祇洹爲大眾說法。
梵志見佛稽首作禮。具以本末向佛陳之。
實是我兒不肯見認。反謂我爲癡騃。老翁寄住須臾認我爲子。永無父子之情何緣乃爾。
佛告梵志汝實愚癡。人死神去便更受形。
父母妻子因緣會居。譬如寄客起則離散。愚迷縛著計爲己有。
憂悲苦惱不識根本。沈溺生死未央休息。
唯有慧者不貪恩愛。覺苦捨習勤修經戒。滅除識想生死得盡。
그러자 범지는 기뻐하면서 그 가르침을 받들고 그 시내에 이르렀다.
그곳엔 좋은 성곽과 아름다운 궁전과 집들이 즐비하게 있어 마치 도리천(忉利天)과 같았다.
범지는 그것을 보고 성문에 이르러 향을 사르고 발돋움하고 축원하면서, 염라대왕 만나기를 간청하였다.
염라대왕은 문지기를 시켜 그 이유를 물었다.
범지가 아뢰었다.
"늦게서야 아들 하나를 얻어 내 노후를 돌보게 하려고 길렀는데, 일곱 살이 된 요 근래에 그만 목숨을 마쳤습니다.
바라건대 대왕은 은혜를 베푸시어 제 아들의 목숨을 되돌려 주십시오."
염라대왕이 말하였다.
"매우 훌륭하다. 그대의 자식은 지금 동쪽 동산에서 놀고 있다. 그대가 직접 가서 데리고 가라."
범지는 곧 그 동산으로 가서, 그 아들이 여러 아이들과 함께 놀고 있는 것을 보고는 쫓아가 안고 울면서 말하였다.
"나는 밤낮으로 네 생각에 음식도 맛이 없었고 잠도 자지 못했다.
그런데 너는 정녕 이 부모의 고통을 생각인들 하느냐?"
그러자 아이는 놀라 외치고 도로 꾸짖으면서 말하였다.
"미련한 이 노인은 아무 이치도 모르는구려.
잠깐 동안 몸을 의탁한 나를 아들이라 부르는구려.
부질없는 잔소리하지 말고 빨리 떠나시오.
나는 지금 이 세간에 내 부모가 따로 있거늘 황당하게 만나자마자 왜 껴안는 것이오."
범지는 실망하고 슬피 울면서 그곳을 떠나와서는 가만히 생각하였다.
'내가 들으니 사문 구담(瞿曇)은 사람의 영혼이 변화하는 이치를 잘 아신다고 한다. 지금 가서 물어보리라.'
그래서 범지는 이내 돌아와 부처님께 갔는데, 그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원정사에서 대중을 위해 설법하고 계셨다.
범지는 부처님을 뵙고 머리를 조아려 예배한 뒤, 그 동안의 사정을 자세히 아뢰고 물었다.
"그 아이는 진실로 내 아들임이 분명한데 나를 알아 보지도 못할 뿐더러 도리어 나를 어리석은 늙은이라 불렀습니다.
그리고 잠깐 동안 몸을 의탁한 나를 아들이라 부르냐고 하면서 전혀 부자(父子)의 정이 없었습니다.
무엇 때문에 그렇습니까?"
부처님께서 범지에게 말씀하셨다.
"그대는 참으로 어리석다.
사람이 죽으면 영혼은 떠나 곧 다른 곳에서 몸을 받는다.
부모와 처자의 인연으로 모여 사는 것은 마치 여관의 나그네가 아침에 일어나면 이내 흩어지는 것과 같은 이치이거늘
어리석고 미혹하여 얽매어 집착하고 있구나.
그것을 자기 소유라 생각하고 근심하고 슬퍼하며 괴로워하고 번민하면서도 근본을 알지 못하고 있구나.
그것은 생사에 빠져 헤매기를 그치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지혜로운 사람은 은정(恩情)과 애욕에 탐착하지 않고 그 괴로움을 깨달아 그 원인[習]을 버리며
부지런히 법과 계율을 닦아 온갖 생각을 없애버리고 생사를 끝내게 되는 것이다.
於是世尊即說偈言。
人榮妻子不觀病法 死命卒至如水湍驟
父子不救餘親何望 命盡怙親如盲守錠
慧解是意可修經戒 仂行度世一切除苦
遠離諸淵如風却雲 已滅思想是爲知見
智爲世長憺樂無爲 如受正敎生死得盡
그리고 세존께서 다시 게송을 말씀하셨다.
사람이 아내와 자식을 보살피면서 병이 되는 법을 관찰하지 못하면
죽음이 갑자기 들이닥치는데 마치 여울물의 빠름과 같네.
부모자식 간에도 구제하지 못하거늘 다른 친척에게서 무엇을 바랄 건가
목숨이 다할 때 친한 이를 믿는 것은 장님이 등불을 지키는 것 같다.
지혜로운 사람은 이런 이치 알아 경계(經戒)를 부지런히 닦고
열심히 실천하여 세상일 벗어나 모든 괴로움 떨어버린다.
생사의 깊은 못 멀리하기를 바람이 구름을 쓸어버리듯 하라
이미 온갖 생각 없애버리면 그를 지견(知見) 있는 이라 하리라.
지혜란 이 세상에 으뜸인 것 마음이 깨끗하여 함[爲]이 없으면
바른 가르침 받은 대로 나고 죽음 다하게 되리.
梵志聞偈霍然意解。知命無常妻子如客。
稽首委質願爲沙門。
佛言善哉。
鬚髮自落法衣在身。即成比丘。
思惟偈義滅愛斷想。即於座上得阿羅漢道。
범지는 이 게송을 듣고 마음이 탁 트여 목숨은 덧없는 것이며 처자는 손님과 같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머리를 조아리고 온몸을 맡겨 자세히 여쭙고는 사문이 되기를 원하였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좋다."
그러자 그의 수염과 머리털이 저절로 떨어지고 법복이 몸에 입혀져, 이내 비구가 되었다.
그는 게송의 이치를 깊이 생각하면서 애욕을 없애고, 잡념을 끓고 그 자리에서 아라한도를 증득하였다.
[출처] 법구비유경(法句譬喩經) 제3권 제28 도행품(道行品)|작성자 목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