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를 잡는 아버지
현덕 소설집 / 창비출판사
발제자 : 이정민
1. 작가 소개
현덕(玄德, 1909년 2월 15일 ~ ?)은 일제강점기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소설가, 시인, 아동문학가이다. 본명(本名)은 현경윤(玄敬允)이다. 본관은 연주(延州)이다
생애[편집]
1932년 《동아일보》에 동화 〈고무신〉을 발표한 뒤, 김유정, 김기림, 이석훈, 박태원, 안회남, 이상 등과 교유하는 습작 기간을 거쳐 1938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남생이〉가 당선되면서 정식 데뷔했다. 처녀작인〈남생이〉의 화자는 ‘노마’라는 소년이며, 노마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동화를 《소년조선일보》와 어린이 잡지 《소년》에 꾸준히 발표하는 등 아동 문학에 관심이 컸다. 이후 〈경칩〉(1938년), 〈두꺼비가 먹은 돈〉(1938년), 〈골목〉(1939년), 〈잣을 까는 집〉(1939년), 〈녹성좌〉(1939년), 〈군맹〉(1940년)을 차례로 발표했으나, 건강이 좋지 못한데다 태평양 전쟁 기간 중의 어렵던 시절이라 더이상의 작품 활동을 하지 못했다. 그러나 광복 후 월북을 한 이후에는 1961년까지 〈싸우는 부두〉 등의 단편소설을 자작함으로써 작품 활동을 계속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작품 경향은 농민과 도시 빈민의 참혹한 현실을 묘사하며 사회 구조적 모순을 인식하려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데뷔 시기가 조선프롤레타리아예술가동맹(카프) 해체 이후이므로 카프에 직접 가담한 적은 없으나, 카프의 이념적 성향과 대체로 방향이 일치하는 작품을 썼다.
출처 : 위키백과
현덕의 글을 다시 재구성한 원종찬은 그를 청소년소설의 개척자로 일컬었다. 동시대 동화나 소설 작품은 많이 발표 되었지만 청소년을 주인공으로 한 작품은 흔지 않았다. 우리말과 글의 소중함이 점점 퇴색 되어가는 시기 그의 작품은 청소년의 우정, 양심, 다툼, 어려운 집안 형편과 진로 문제 등을 다루며 청소년의 성장통을 격려하고 있다. 현덕은 김유정과 깊은 교류를 나눴으며, 그의 영향( 궁핍한 농촌과 들병이)을 많이 받았다고 한다.
1938년 등단한 현덕은 최고의 작가라는 칭송을 받지만 1940년 <조선일보>와 <동아일보>의 폐간과 일본의 조선어 금지 정책으로 작품 활동은 위축 되었다. 광복 후 현덕의 월북으로 안타깝게도 더 이상 현덕의 작품을 접할 수 없었지만 2009년 이후 북한과 저작권 협상을 통해 월북 작가들의 작품을 만날 수 있게 된 건 우리에게 큰 선물이 아닐 수 없다.
2. <나비를 잡는 아버지>는 1부와 2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는 소년소설 9편으로 청소년의 도덕적 양심의 갈등, 우정, 다툼과 화해, 어려운 집안 형편으로 인한 진로 고민 등 지금의 청소년들과 다를 바 없는 문제들을 다루고 있다.
<하늘은 맑건만>은 우연히 거스름돈을 잘못 받아 거금이 생긴 문기가 그로 인한 양심의 가책으로 괴로워하다 교통사고를 당한 뒤 자신은 벌을 받은 거라며 홀가분해 한다. 주인공 문기의 내면의 갈등과 괴로움을 섬세하게 묘사한 작품이다.
< 잃었던 우정>은 가난 때문에 백화점에 취직한 명희와 단짝 친구였던 숙자와의 오해와 화해 과정을 그린 내용으로 친구의 마음을 풀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숙자의 노력을 통해 우정의 소중함을 느끼게 해준다. 명희에게 편지를 보내며 ‘유숙자 올림’ 이라는 표현은 친구에 대한 존중을 느낄 수 있었다.
<나비를 잡는 아버지>는 현덕의 가장 유명한 작품이다. 마름과 소작농 아버지의 관계를 통해 당시 농촌의 현실을 사실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아버지가 절뚝이며 나비를 잡는 묘사가 탁월하다. 바우의 ‘…아버지’ 하는 반복적 외침은 오랜 여운으로 남는다.
<군밤장수>는 가난 때문에 화가의 꿈을 접고 군밤장수가 되어야 했던 성만이와 친구 기수가 물심양면으로 성만을 응원하고 도와준다. ‘말할 수 없는 기쁨에 가슴을 뛰놀리며 성만이가 있는 사거리 우편소 앞을 향해 달음질친다.’ 는 마지막 장면은 독자로 하여금 입가에 미소를 짓게 만든다. 이제 중학생 또래의 소년이 가난 때문에 학업은 커녕 생계전선에 뛰어든 팍팍한 현실이지만 이런 친구가 한 명만 있다면 세상을 살아갈 힘이 날 것이다.
<고구마>는 수만이를 고구마 도둑으로 의심한 기수와 반친구들이 자신들의 잘못을 인정하고 용서를 빈다. 친구들에게 가난을 감추고 싶은 수만이의 자존심과 끝내 들켜버렸지만 자신들의 잘못을 더 부끄럽게 여길 줄 아는 친구들의 모습을 통해 화해와 용서의 의미를 되새겨 보게 된다.
<월사금과 스케이트>는 기수와 인환이는 스케이트를 사기 위해 1년 넘게 모은 돈을 동훈이의 월사금으로 내준다. 나라면 자신의 소중한 무언가를 친구를 위해 선뜻 포기할 수 있을까?
<집을 나간 소년>은 가정 형편 때문에 상급 학교 진학을 못한 인환이가 가출해 돈을 벌기 위해 가출을 시도한다. 그러나 우연히 기수와 형을 만나 낮에는 일을 하고 야학의 꿈을 갖게 된다.
현덕은 가난한 집안 형편 때문에 학업을 중단 하였다. 그래서일까 현덕의 작품에는 가난 때문에 학업을 포기한 청소년이 유독 많이 등장한다.
<모자>는 가난하지만 우등생 성만과 늘 2등만 하며 성만이를 질투하는 갑동이와의 다툼과 화해의 내용이다. 모자를 잃어 버렸다는 이유로 담임 선생님께 그렇게 호된 질책을 받아야만 할까? 지금의 정서로는 이해하기 쉽지 않지만 식민지 시절 모든 물자가 귀하고 경직된 당신 사회 모습을 반영한 듯해서 씁슬하기도 했다.
< 권구시합>은 일성과 기수가 야구시합을 하며 일성이 아웃 상황에서 세이프를 주장하며 팀이 승리하지만 양심의 가책을 느낀다. 스포츠맨십과 우정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주제이다.
9편의 성장소설 모두 결국 주인공 스스로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고 한층 더 성장하게 된다. 일제 강점기 우리 민족 최대 수난시기에도 배움에 대한 열정과 올바른 도덕관념을 잃지 않길 바라는 작가의 바램과 격려가 담긴 작품들이다.
2부의 세 작품 <경칩> <남생이> <두꺼비가 먹은 돈>은 당시의 시대적 흐름을 반영한 작품으로연속성을 가지고 있으며 ‘노마’라는 어린 아이가 등장한다.
시대적 흐름 순서로 볼 때 <두꺼비가 먹은 돈>이 가장 먼저이다. 이 작품에서 노마는 열 이상을 셀 수 없을만큼 어린 아이이며, 노마 아버지는 양철집 학원을 짓고 운영하다 서울로 붙들려 간다. 마름 김오장은 자신의 뽕나무 받을 결단 냈다며 학원에서 행패를 부리고 결국 아버지를 곤경에 처하게 만드는 인물이다. 아버지의 부재에도 노마의 집은 생계에 큰 위협을 받지 않을 정도로 여유가 있다.
<경칩>에서 노마 아버지는 소작농의 처지에 병으로 가장 친한 친구에게 자신이 농사 짓던 논을 빼앗기게 된다. <두꺼비가 먹은 돈>에 비해 궁핍해진 농촌의 현실과 등장인물들이 윤리적으로 타락한다.
<남생이>는 1938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며 극찬 받는다. 이 작품으로 현덕은 최고의 작가 반열에 올라서게 된다. <남생이>에 이르러서는 빈곤과 윤리적 타락이 최고조에 달한다. <경칩>에서 끙끙 앓던 노마 아버지는 마름 김오장( 두꺼비가 먹은 돈에서 등장)의 부당함에 맞서 드잡이를 하다 도시의 해안가에서 소금을 나르다 골병이 들어 죽고 만다. 노마의 어머니는 항구의 ‘들병이’가 되어 이웃집 털보와 살림까지 차린다. 장례식장에서조차 털보와 희롱질을 하는 노마의 어머니는 윤리적 타락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다.
세 작품의 흐름을 볼 때 노마의 아버지는 자작농 → 소작농 → 도시의 빈민으로 점차 밀려나고 있다. 농촌의 궁핍한 현실과 경제적 몰락과정 그리고 윤리적 타락 과정을 사실적으로 그리고 있다.
참조 : 현덕의 생애와 소설 연구
너하고 안 놀아
이 작품을 읽는 내내 나는 나의 유년시절을 떠올렸다. 충주시내에서 버스를 타고 1시간 남짓 가야 하는 충주댐으로 인해 동네의 절반이상이 강물 속에 잠긴 이제는 볼 수 없는 아련한 추억이…
노마와 영희, 똘똘이 그리고 기동이처럼 유년시절의 내겐 장남감이 없었다. 여름에는 텃밭의 토마토와 오이를 따서 냇가에서 간식 삼아 먹으며 멱을 감았고, 겨울에는 비료 봉투에 짚을 가득 넣어 언덕배기 어딘가에서 신나게 썰매를 탔었다.
노마와 영희, 똘똘이는 가난한 집 아이들이다. 반면 기동이는 부잣집 아이로 종종 새로운 장남감과 먹을거리를 가지고 아이들을 약 올리는 얄미운 아이다. 그러나 노마와 영희, 똘똘이는 보이지 않는 연대감으로 똘똘 뭉쳐 기동이를 놀려준다. 오히려 기동이가 부잣집 아이가 아니었다면 아이들과 더 친할 수 있었을 텐데 하는 마음이 들만큼 때로는 외롭고 안쓰럽기까지 하다.
<과자>에서 과자를 주면 생전 자기하고만 놀겠다던 다짐을 받고 과자를 다 주고 호기롭게 ‘너 생전 나구만 논댔지?’하고 소리치는 모습은 기동이를 미워할 수 없는 이유이다.
<토끼와 자동차>에서는 기동이가 자동차를 가지고 잘난척을 하지만 부러워하기는 커녕 노마,영희 똘똘이의 재미있는 토끼놀이를 보고 결국 굴복하고 토끼 놀이를 하는 기동이의 모습에 피식 웃움이 난다. 최고의 재미는 역시 친구!
노마는 어릴 적 아버지가 떠나 어머니와 단 둘이 살지만 용기 있고 진심으로 강아지를 사랑할 줄 아는 따뜻한 아이이며, 영희는 장사를 하느라 늦게 귀가하는 엄마를 대신해 동생을 보살피는 의젓한 언니다. 키가 작은 똘똘이는 어떻게든 기죽지 않고 씩씩해 보이려 애쓰는 모습이 귀여운 아이다. 기동이는 부잣집 아이라 잘난척쟁이에다 자랑쟁이지만 그래도 친구들과 놀고 싶어 때로는 자기 걸 나누기도 하고 놀아 달라 사정도 한다. 밝고 순수한 아이들의 이야기가 입가에 웃음을 짓게 한다.
새끼줄, 모래, 바람, 눈, 돌 축대 오르기, 귀뚜라미 울음소리 등 자연의 모든 것이 아이들에게는 즐거운 놀거리다. 놀이를 통해 아이들은 연대와 우정 그리고 다툼을 통해 화해하는 법도 배우게 된다. 함께 부디끼며 노는 것이야말로 최고의 소통이 아닐까?
반복되는 운율은 이야기의 재미를 더해준다. 매일 밤 이야기 한 편씩 아이들에게 읽어 주는 것만으로도 친구와의 놀이의 즐거움을 느끼게 될 것이다.
일제 식민지 암울했던 시기 볼거리, 읽을거리도 귀한 시절 현덕의 작품을 기다리던 당시의 어린 독자들의 설렘을 잠시 상상해 본다.
첫댓글 ’나비를잡는아버지‘의 감상이 특별했던 특별히 기동이를 아껴주고 싶으시다던 정민 모임장님~~ 우리 모두 시간가는 줄 모르고 함께 했습니다
26기 ‘왜냐면’ 여러분들 김나윤씨, 김미리씨, 이정민씨 만나뵈서 반가웠고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공부하시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방학 건강히 즐겁게 보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