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
『동서문학 18 꽃들의 체온』
지은이 노기화 외
가 격 15,000
ISSN 2671-7794 97772671779004
크기 신국판
발행일 2022.6.16.
페이지 346쪽
<책소개>
동서문학상 수상자 모임 동서학회에서는 2022년 『동서문학 18 꽃들의 체온』을 펴냈다. 저명한 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동인의들의 주옥 같은 글이다. 동인 이숙희, 최분임, 김은미, 성영희, 홍성남 등의 시와 강미애, 노기화, 차갑수, 김창희 등의 수필, 김두례, 정미경, 신수나 등의 아동문학, 정이수, 이병숙, 김은정, 김혜영 등의 소설이 수록되어 있다.
<목 차>
회장 인사말
축하 글
<시>
김소나 수문을 잠그다 14
김영애 예례파고다 16
김은미 루시드 드림 18
김응혜 하늘결소리 1 19
김효정 소금쟁이처럼 21
박경자 안구 건조증 23
성영희 식은 꽃 / 의중 25
손영미 2021년, 고려장 / 네일아트 29
손은주 붉은가슴울새 33
윤경예 건조증을 통해 알게 된 일 / 혹을 매단 저녁 35
윤은진 피리 부는 등대 / 반려의 사정거리 38
정민아 몽중몽 40
정연희 속셈 42
정영미 물의 감옥 44
조미선 달빛 동네로 소풍 가는 물고기들 45
조수선 팝콘 날다 / 달의 눈빛 47
최미향 도시폐쇄 / 병동에는 흰말들이 달려오고 49
최분임 이후의 시간 / 몸의 기원 53
최지온 꽃점 / 애플처럼 망고처럼 57
한명숙 小寒 / 손톱 61
한명희 멍든 봄 64
홍성남 초판본에 갇힌 당신을 읽는다 외 1편 65
홍숙영 봄의 크레바스 / 소나기 69
황현숙 세월을 접어 박을 수 있다면 / 당신은 어디로 갔을까 72
<수필>
강미애 투명의 흔적 78
강이정 살아있는 것들 81
고옥란 와불을 일으켜 세우다 85
김경희 욕망, 레디고! 88
김민하 한 뼘의 행복 91
김선자 그리움 켜다 95
김숙경 유품 정리 99
김정심 스마트한 세상에서 살아가기 102
김창희 공감과 여운 사이 106
노기화 메아리를 기억하다 109
박경옥 콩밭짓거리 113
박소언 쪽방의 시간 116
박순자 다시 일 년 120
박애자 매다 123
서정화 똥 먹는 강아지 126
석성득 커피 한 잔 할래요 129
성윤숙 소나무 갤러리 132
송주형 짐은 무게가 아니다 135
신현임 시간을 유용하게 쓰는 법 138
안노라 물론이죠 141
안해영 오동나무 장롱 144
오미향 동백 147
윤영순 만찬 150
이갑순 새벽길에서 153
이광순 모든 이의 아침 156
이상수 카푸아적인 159
이영옥 쌀 162
이은숙 얼레빗 165
이준옥 아름다운 슬픔 168
장보민 내 안의 참 소금기 172
정지우 마흔 셋, 사유의 바다에 빠지다 176
조현숙 잠 179
차갑수 웃음제조기 구운 계란 183
최선자 세월, 갈피에 끼우다 187
추경선 노란 주단을 깔고 기다리는 시간 191
<동시>
김두례 개미귀신 집을 지난다 / 까치 아파트 196
김성녀 여름 더위 / 동화책 198
김솔립 열대야 / 콩나물 200
김윤옥 자신 있게 말하기 202
권영을 위로 / 빨래 203
마윤일 바람에게 / 편하게 말하기 206
박민정 을숙도 호텔에서 알립니다 / 풍선 불기 208
송방순 알콩달콩 / 너, 이름이 뭐니? 210
이진숙 꽃들의 눈물 / 벚꽃 지는 날 213
오성순 가락 / 온라인 수업 215
유영희 꽃들의 체온 / 표고버섯 시계 218
전자윤 우리 놀이터 / 붕어빵 가족 220
정미경 서바이벌 / 너의 이름은 222
정명희 화엄사의 봄 / 발가락 장난 224
조계향 첫 걸음마 / 같은 세상 다른 공간 226
주미선 알쏭달쏭 내 동생 / 아홉 살 뻥! 229
추수진 죽겠다 할머니 / 마음이 포르르 232
정희 차요 / 마침표의 뜻 234
<동화>
김정자 네로야! 어디 있니? 238
박혜원 고양이 자리 247
신수나 내 동생 꼬마 253
이창민 비단 공주 비랑 260
한태경 달려라, 마을버스 266
<소설>
고인영 마지막 산책 276
김미희 스며들기 284
김은정 돈 버는 유령 291
김혜영 김숙자 방 299
이병숙 이상 기후 306
유정아 생존의 달인 315
정이수 그러니까, 그게 322
현정원 구피 331
편집후기 342
<책 속으로>
파도가 투정을 부리면
너울이 다가와 꿈은 크게 요동쳐
덜 깬 잠을 잡아 흔들지
어떤 고민이든 말해 봐
다 들어줄게
무심한 듯
빛줄기로 휘파람을 부는 등대
흔들리지 마라
네 꿈은 여기에 있어
수평선은 바람 몸살로 멀미하지
깊은 그곳 소리 없는 선율이 평화를 깨고
바깥세상이 궁금한 것들은
운수가 사나운 것들뿐
불빛 피리가 사선으로 너울을 다독이고
소리가 홀리 듯 꿈을 잡아끌지
-윤은진 <피리부는 등대> 전문
나사가 달이 양수처럼 품은
물을 발견했다는 뉴스를 듣는 저녁
툭, 바닥으로 떨어진 서랍 손잡이
애벌레 같은 나사를 조이다 보면
우화羽化를 꿈꾸는 내 겨드랑이에도
문득 날개 한 쌍 돋아날 것 같은데
둥실, 떠오른 역마살이
무중력 오랜 잠의 가장자리에
발끝을 내려놓을 수도 있을 것 같은데
거기 달의 치마폭 적막만이 어슬렁거리는 밤
쉬이 잠들지 못한 물방울 하나가
떠돌이 물방울 하나를 끌어들여
꿀벌처럼 뜨겁게 잉잉대다가
툭, 뱉어낸 꽃 한 송이
어머니의 어머니를 만날 것도 같은데
-최분임 <몸의 기원> 전문
열쇠를 꽂아 문을 열고 들여다보고 싶은 비밀스러운 방과 방 앞에 섰다. 누군가를 지켜주는 자물쇠가 번쩍 빛을 내며 나를 차갑게 노려본다. 재잘거리는 아이들 웃음소리 대신 탁한 노인 의 기침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연기처럼 새어나오는 옆방의 이 야기가 한집에 사는 식구들처럼 가깝다. 나름의 속내를 내 뱉는 것일지도 모른다. '머리조심'이라는 붉은 글씨가 떠오른다. 쪽방 을 담 삼아 삐뚤삐뚤 걸어가는 낯설지 않은 발소리에 귀를 기울 여본다. 왠지 정겹다. 어떤 사람냄새가 풍긴다. 툭 터진 하늘대 신 환한 달빛이 비좁은 골목을 비추었으리라. 반으로 접힌 작은 문이 세상으로 향하는 유일한 통로였으리라. 사람들이 빠져 나 간 빈집에는 가랑잎만 수북이 쌓여 있다. 얼마큼의 외로움과 그 리움의 시간이 존재하고 있었음이 느껴진다. 골판지박스로 덧 댄 부식된 나무 문이며, 선이 뜯겨 나간 전기계량기며, 시멘트벽 에 새겨진 ‘삼천리 연탄’의 오랜 글자가 어떤 문화재보다 내 눈에 는 더 귀하게만 보였다.
자물쇠가 채워진 쪽문 안에는 누가 살고 있을까? 이 문을 열 고 사라져간 사람들은 또, 어디에서 살고 있을까? 숱한 아침을 열고 숱한 밤을 닫으면서 반듯한 새로운 집을 꿈꾸었을 것이다. 미로처럼 이어지는 골목이 미래로 가는 관문이었을 것이다.
-박소언 <쪽방의 시간> 중에서
나 또한 그 소중한 돈을 다시 벌고 싶은 욕망이 들끓었다. 남 편을 따라가겠다고 했을 때, 주변 사람들이 뜯어말리기 시작했 다. 거기 갈 바에 차라리 굶고 말겠다, 그런 험한 데를 다 가느냐, 치안이 안 좋은 가난한 나라라며 그들은 파키스탄을 경멸했다. 친정엄마도 마찬가지였다. 김 서방을 믿고 그 먼 데를 가느냐고, 또 주식을 할 사람이라고, 개 버릇 남 못 준다고도 했다. 물론 내 친구들도 섬뜩한 소리를 해댔다. 극단주의 무슬림한테 처참 하게 죽을 수도 있다며 치를 떨었다. 그들은 겉으론 파키스탄을
경멸하는 척했지만, 실상은 두려워했던 것이다. 새 운동화를 신 고 가슴을 펴고 새로운 길로 달려나갈 용기가 없는지도 몰랐다.
나라고 그런 소리에 겁먹지 않은 것은 아니다. 이왕이면 스웨 덴 같은 선진국이면 얼마나 좋을까도 싶었다. 그렇지만 그런 나 라에서 실직한 한국인을 고용해 줄리도 없었다.
반대로 파키스탄에 가라고 부추긴 사람들도 있었다. 남편 먼 저 파키스탄으로 떠난 후였다. ‘남편한테 가야지?’ 성당의 신부 님은 나만 보면 그 소리를 했다. 목사인 남편의 형님도 나를 못 보내서 안달이었다. 남편이 무슬림 여자와 재혼해 버릴지도 모 른다고 겁까지 줬다. 시어머니는 더 성화였다. 어떻게 너 혼자 집 구석에서 빈둥빈둥 놀고먹느냐고, 빚쟁이 들볶듯 들볶았다.
나는 뭐 파키스탄이면 어떠랴 싶었다. 남편 말대로 골프도 치 고, 두바이에 장도 보러 가고, 모헨조다로 유적지, 인더스강에도 가고 싶었다.
막상 이 나라에 와서 내가 느낀 건 부추긴 사람들이나 경멸했 던 사람들이나 모두가 아는 척하기 좋아했다는 것이다. 정말 중 요한 건 협력이었다. 나라와 나라가, 사람과 사람이 서로 이기심 을 버리고 협력하는 일이었다. 그런데 협력은커녕 뒤죽박죽 상 황이 되고 말았다. 코로나로 전 세계가 더욱 단절돼 버렸기 때 문이다.
우리 신세도 한없이 처량해졌다. 집 안에 있는 사물들, 텔레비 전이나 의자, 커튼, 탁자 같은 신세가 되고 말았다. 우리가 산 자 인지, 죽은 자인지 아무도 관심이 없는 듯했다. 무덤 같은 집만 이 우리를 담고 아무렇지도 않게 낮과 밤을 통과하고 있었다.
-김은정 <돈버는 유령> 중에서
<출판사서평>
문학은 일상 속에서 자기 존재를 찾아가는 것이다. 흘러가는 일상 속에서 나를 잃어버리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내 존재를 확인 하는 일을 <동서문학>이라는 숲에서 찾아가고 있다. 동서문학회 회원들은 모두 문학의 꿈을 향해 가는 사람들이다. 때론 그 꿈 때문에 좌절하기도 하고 견디기 힘들만큼 아프기도 한다. 하지만 그러기에 더 간절하게 꿈을 소망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이 책은 동서문학회 회원들이이루고 싶은 꿈을 세상에 펼쳐 보이는 통로의 장이다. 모든 엄마와 아내와 여자들에게 전하는 삶을 향한 외침. 이 세상의 그녀들이 읽으면 좋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