탕웨이 "'만추'는 아직까지도 심장을 뛰게 하는 영화"
- 부산국제영화제 ‘갈라 프레젠테이션’ 초청작 <만추> 기자회견
영화 <색, 계>으로 중국을 넘어 세계적인 여배우로 떠오른 탕웨이가 한미합작 프로젝트 <만추>로 부산국제영화를 찾았다. <만추>는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거장들의 신작 또는 화제작을 주로 소개하는 ‘갈라 프레젠테이션’ 부문에 초청됐다.
탕웨이는 8일 오후 부산 해운대 센텀시티 신세계백화점에서 열린 <만추> 갈라 프레젠테이션 기자회견에서 “첫 번째 한국영화에 여자주인공 역을 맡아 이런 좋은 작품으로 부산국제영화제를 찾게 되어 영광”이라며 “‘만추’는 아직까지도 심장을 뛰게 하는, 설레게 하는 작품이다. 아직까지도 내가 연기한 캐릭터를 생각하면 참을 수 없을 정도의 뭉클함이 떠오른다”고 영화에 출연한 소감을 밝혔다.
영화 <만추>는 1960년대를 풍미했던 한국 최고의 감독 이만희의 대표작이자 한국 영화사를 빛낸 주옥 같은 작품 중 하나로 손꼽히는 '만추'를 리메이크한 작품으로, 원작과 달리 미국 시애틀을 배경으로 어머니의 부음 소식에 특별 휴가를 받고 7년 만에 감옥에서 나온 중국 여자 안나(탕웨이)와 누군가에게 쫓기는 한국 남자 훈(현빈)의 우연한 만남과 운명적인 사랑을 그린다.
탕웨이는 “처음에는 여자주인공 배역을 제안 받고 캐릭터를 완전히 소화하지 못할까 두려웠다. 하지만 감독님이 잘 이끌어줘서 완성까지 올 수 있었다. 특히나 한국에서 유명한 걸작이라 고전의 깊이감을 나타낼 수 없을까 봐 굉장히 두려웠는데 열심히 하다 보니 좋은 결과가 있어 여러분을 만나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탕웨이는 영화에 출연한 이유에 대해 “‘만추’는 아주 섬세한 작품이라 감정연기를 할 때 배우에게 있어서 도전적이 있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원작이 고전적인 명작이기 때문에 배우로서 꼭 한번 해보고 싶었다. 또 마치 현빈 씨 같은 좋은 배우랑 호흡을 맞출 기회가 있으면 소중한 경험이 될 것 같아 출연하게 됐다”고 밝혔다.
한국영화에 다시 출연하고 싶으냐는 질문에는 “한국은 외국 같지 않은, 포근하고 익숙한 곳인 것 같아 한국이 좋아지게 됐다”면서 “앞으로도 재능 있는 감독과 배우들과 계속 같이 작업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고 기회가 된다면 꼭 한번 한국말을 배우고 싶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함께 호흡을 맞춰봤던 사람들과 다시 일하는 걸 좋아하기 때문에 다음에도 기회가 된다면 김태용 감독님과 현빈 씨와도 한번 더 작업할 수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영화 <색 계> 이후 두 편 연달아 외국 작품이 출연한 탕웨이는 “중국에서든 해외에서든 감독과 주연배우와 호흡을 맞추는 건 비슷한 것 같다. 차이점이 있다면 언어인 것 같다. 어떨 때는 중국어로 해야 하고 광동어로 연기한 적도 있고, 이번에는 영어로 했는데 언어의 차이가 가장 큰 것 같다”며 “이번 영화에서는 현빈 씨와 호흡을 맞추면서 둘 다 모국어가 아니기 때문에 눈과 입, 손과 발까지 말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절실히 깨달으면서 연기했다”고 말했다.
탕웨이는 김태용 감독에 대해 “김태용 감독님의 작품을 처음부터 봤는데 굉장히 잠재력이 있고 지금까지 연출한 작품에서 품격이 느껴졌다”며 “어른 아이 같은 감독이다. 그리고 '이런 게 한국영화에서 연기하는 행복감이구나'라는 점을 가르쳐 주신 분”이라며 말했다.
탕웨이와 호흡을 맞춘 현빈은 “오늘 영화를 처음 봤는데 예전의 영화를 촬영하고 시사회를 할때나 부산국제영화제 폐막작식때 관객과 함께 봤을 때와는 또 다른 기분이 들었다. 옷을 홀라당 다 벗고 있는 기분이 들었지만 새로운 기분이었고 자극이어서 좋았다”며 “‘만추’를 통해서 아름다운 사랑이야기를 오랜만에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태용 감독은 탕웨이를 캐스팅한 배경에 대해 “이 영화를 처음 제안했었던 이주익 보람영화사 대표가 ‘만추’라는 영화를 가지고 중국 여자와 한국 남자의 이야기를 만들어보면 어떨까 해서 시작됐는데 처음에는 당혹스러웠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일까 싶었는데 그 제안을 곰곰이 생각해보고 시나리오를 써보기로 마음을 먹었다”며 “처음부터 탕웨이가 할 수 있을 지 없을지 몰라도 탕웨이 사진을 붙여놓고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김 감독은 이어 “탕웨이가 '색, 계'의 힘있는 연기를 다시 한다면 나와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시간이 조금 더 지나서 나이가 든 여자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그녀가 보낸 2~3년간의 시간들이 이 영화에 맞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만나자마자 이 사람이 정말 잘 늙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30대를 넘어선 탕웨이가 더 좋아지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성숙한 느낌이 필요했는데 탕웨이가 가장 적절하고, 가장 완벽하게 연기해줬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김 감독은 “탕웨이가 영화에서의 역할처럼 말도 없고 자기표현을 잘 안 하는 사람 같아 보이지만, 실제로는 발랄하고 에너지 넘치고 재밌는 사람”이라면서 “그녀의 에너지를 누르느라 힘들었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두 배우가 모국어가 아닌 영어로 연기해야 했기 때문에 서로의 눈빛을 더 지켜봐야 섬세함이 필요했는데 두 배우를 보는 재미로 영화를 볼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영화 <가족의 탄생>으로 대종상 최우수 작품상, 청룡영화제 감독상, 테살로니키 국제영화제 최우수 작품상 등 국내외 유수의 영화제에서 수상하며 연출력을 인정 받은 김태용 감독과 한국뿐 아니라 아시아에 많은 팬을 확보하고 있는 현빈, 그리고 <색, 계>로 중국을 넘어 세계적인 여배우로 떠오른 탕웨이의 만남만으로도 국내외 영화 팬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는 <만추>는 늦가을쯤 개봉예정이다.
★ 출처 - 코리아필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