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이 결혼식 하면 하얀 웨딩드레스와 검은 양복부터 떠올린다. 하지만 우리 조상의 결혼식은 달랐다.
먼저 용어도 ‘결혼(結婚)’이 아닌 ‘혼인(婚姻)’이라 칭했고, 신부는 하얀 웨딩드레스 대신 공주나 옹주가 대례복으로 입었던 원삼과 활옷을 입었다. 신랑은 양복 대신 관리가 입던 모자와 관복인 사모관대를 입었다. 결혼식 장소도 오늘날처럼 예식장이나 종교시설 등이 아닌 신부의 집 앞마당이었다.
신부는 결혼식이 끝난 후에 시집으로 가 결혼생활을 시작했다. 이때 신부가 시집에 가서 시부모님과 시집 어른들에게 인사를 드리는 것이 ‘폐백’이다. ‘폐백’은 오늘날에도 서양식 결혼식이 끝난 뒤 예식장 내 별도의 공간에서 전통을 지키며 진행되고 있다.
이처럼 현대의 결혼문화는 서양식 결혼문화와 전통적 결혼문화가 섞여 조화를 이루고 있다. 베이비뉴스 웨딩뉴스팀은 ①폐백 ②이바지 ③함 ④예단 순으로 오늘날까지 이어져 내려오는 전통혼례 문화의 의미를 되새기는 기획기사를 싣는다.
[베이비뉴스 특별기획 - 전통혼례 문화의 속뜻] ① 이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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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뉴스 이기태 기자 = 2012년 5월 13일 충남 아산시 현충사에서 열린 전통혼례 재현행사.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
◇ ‘이바지’ 뜻은 달라도 마음은 같아
‘이바지’는 지방마다 서로 뜻이 다르다. 제주도에서는 신랑 집에서 혼례에 쓸 물품을 신부 집에 보내는 것을 ‘이바지’라고 하지만 경상도에서는 양가가 혼례 전날 또는 당일에 혼례 음식을 주고받는 것을 ‘이바지’라고 한다.
뜻과 때는 다르지만 잔치를 하는 두 집안이 서로 잔치음식을 주거나 받거나 혹은 주고받는 것이 기본 요지다. 일부 지방에는 ‘큰 상’이라는 신부집에 혼례를 치르러 온 신랑 측 사람들에게 대접하는 음식 풍습도 있다.
이바지는 이처럼 지역과 풍습에 따라 그 의미와 시기가 달라 상대 집안의 가풍을 잘 살펴 어른들에게 미리 상의한 다음에 진행하는 것이 좋다.
오늘날 ‘이바지’ 문화는 현대결혼문화와 결합하며 신부가 신혼여행을 다녀와 시집으로 가져가는 ‘신행음식’ 문화로 재탄생 했다. 최근에는 통상적으로 이 신행음식을 ‘이바지’라고 표현한다.
형식 또한 현대인의 편의에 맞게 변형됐다. 많은 사람이 양가 사돈이 만나고 잔치손님이 시끌벅적한 결혼식 당일에 이바지음식과 답바지음식을 주고받고 있다. ‘답바지’란 신부 측에서 보내는 이바지 음식에 대한 신랑 측의 답례 음식이다.
이바지, 큰상, 신행음식 등 음식의 이름과 음식이 오가는 시기는 달라도 서로 혼인을 축하하고, 사돈 간에 정과 인사를 나누는 마음을 지키는 것을 가장 제일로 친다.
◇ 이바지 음식의 종류
이바지 음식의 종류나 양은 따로 정해져 있지 않다. 다만 전통적으로 12가지 양념과 육류, 전, 조림, 과일, 떡, 밑반찬, 한과, 술 등을 마련한다. 지역적, 계절적 특색에 따라 세부 품목도 제각각 다르다. 가짓수나 양보다는 사돈집에 보내는 정성을 더 중요시 한다.
이바지 음식은 기본적으로 혼인을 축하하러 모인 사람들이 나눠 먹는 잔치음식이기 때문에 떡과 전, 과일이 선호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