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오늘 어떤 동행으로부터 메일을 받았느데,</p><p>그 동행은 '독서회'라고 해야 할 곳에서 '권진회'라고 하였습니다.</p><p><br></p><p>당연히 우리가 하는 현재의 모임을 가리키므로</p><p>'권진회'라고 하는 것은 틀렸고</p><p>'독서회'라고 해야 할 문맥이었습니다.</p><p><br></p><p>그런데 가만히 생각하면, 그 동행 말씀처럼</p><p>우리가 하자고 하는 '독서회'는 사실 독서회라 하기는 어렵고</p><p>오히려 '권진회'라고 하는 것이 맞을지도 모른다는 </p><p>생각이 듭니다.</p><p><br></p><p>왜냐하면 독서회나 스터디 그룹은, 그저 다만 </p><p>참여하는 사람들의 공부를 위해서 존재할 뿐이기 때문입니다.</p><p>자기 공부를 좀더 잘 하기 위해서</p><p>다른 동료의 도움이 필요하고, 함께 모여서 토론하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에</p><p>하는 것이 독서회나 스터디그룹입니다.</p><p><br></p><p>그러나 우리가 하는 '독서회'들은 </p><p>그렇지 않습니다. </p><p>물론, 참여하는 분들은 그렇게 스터디그룹이나 독서회처럼 </p><p>생각하고 오시는 분들이 많을 것입니다.</p><p><br></p><p>하지만, 저로서는 우리의 '독서회'는 독서회나 스터디그룹이 아니라</p><p>권진회와 같이 되어야 한다고 </p><p>지속적으로 말씀드리고 있습니다.</p><p><br></p><p>저의 이 말씀은 많은 회원들에게는 부담이 되는 것이 사실입니다.</p><p><br></p><p>왜 저는 그렇게 할까요?</p><p><br></p><p>지금 우리 불교의 일주문 안에 안 들어온 분들에게는</p><p>그렇게 강하게 이야기하지 않습니다.</p><p>다른 종교 믿는 사람들을 개종하려는 목적도 없습니다.</p><p>"불신지옥"</p><p>이런 이야기도 하지 않습니다.</p><p><br></p><p>그런데 이미 불교의 일주문 안에 들어온 사람들에게는 </p><p>공부만 하는 것을 </p><p>비판합니다. 권진하여야 한다고, 요구하는 것입니다.</p><p><br></p><p>왜 그렇게 해야 할까요? 어쩌다 저는 이렇게 험한 불교를 </p><p>하고 있는 것일까요?</p><p>아무도 이렇게 힘든 험로를 걷는 사람이 없는데 ---</p><p><br></p><p>하나만 이야기하겠습니다.</p><p><br></p><p>현재 제가 하는 수업 중에 "불교와 인간"이라는 수업이 있습니다. 의무적으로 들어야 하는 필수과목입니다.</p><p>이 수업에서 기말 과제물 발표 주제를 '내가 만난 불교, 내가 느낀 불교'라는 제목으로 </p><p>에세이를 써서 발표하는 것입니다. </p><p>60명 중에서, 45명 정도 발표했습니다. </p><p>그 발표자 45명 중에서, 단 한 명도 "나는 불교를 믿는다. </p><p>불교인이다."라고 하는 사람이 없습니다.</p><p>오히려, "내 주변에는 불교를 믿는 사람이 없다"라고 말합니다.</p><p><br></p><p>또 하나 예를 들어볼까요? 우리 학교에 불교학생회가 있습니다. 오래 되었습니다.</p><p>거기 부회장을 지낸 학생을 제가 아는데, </p><p>평소 모임을 하면 몇 명 정도 오는지 물었습니다.</p><p>"5명"이라는 답이 돌아왔습니다.</p><p><br></p><p>완전히, 불교는 저 밑에서부터 기초가 붕괴되고 있습니다.</p><p><br></p><p>그런데 아직도 너무나 우리 불교인들은 안이합니다.</p><p>원효스님이나 잇펜스님처럼 거리로 나서는 분들이 있어야 합니다.</p><p><br></p><p>우리 불자 모두가 권진이 되지 않으면 앞으로 한국불교의 미래는 없다는 것입니다.</p><p>인도에서처럼, 언젠가 한국에서 부처님 이야기를 못 들을 날이 올지 모릅니다.</p><p>그런 위기의식이 없습니다.</p><p>안 보입니다.</p><p><br></p><p>그래서 권진하자는 것입니다만, 권진하는 것이야말로 </p><p>불자의 기본입니다.</p><p>오늘 불자가 되면 바로 오늘 권진해야 하고 </p><p>권진할 수 있습니다.</p><p>권진해야 합니다.</p><p><br></p><p>왜내하면, 그가 배우는 불교는 당연히 </p><p>"나와 남이 함께 한 때에 부처님의 깨달음을 이룬다"는 것이어야 하고,</p><p>"한가지로 극락국에 태어나서 우리 모두 다 부처님의 깨달음을 이루자"라고 하는 것이어야 하기 때문입니다.</p><p>그것이 불교 아닙니까?</p><p><br></p><p>우리 일본불교사독서회에는 어던 종파나 어떤 사상의 독서회도 가능합니다.</p><p>근래 제가 정토신앙을 권진하면서, 정토관련 독서회가 많지만</p><p>반드시 그런 것만도 아닙니다.</p><p>"전좌교훈"과 같은 선의 독서회도 얼마든지 가능합니다.</p><p>권진과 동행들이 서로 상의해서 할 수 있습니다.</p><p><br></p><p>다만, 정토신앙을 말하는 사람들이 하도 없어서 </p><p>저라도 해야 하겠다고 생각하고, </p><p>그렇게 해서 선과 정토, 자력과 타력이 적어도 진열대 위에 함께 놓여지고</p><p>구매자들의 욕구와 근기에 따라서 </p><p>선택해 가기를 바라는 것입니다.</p><p>정토는 너무나 빈약했기에, 빈약하기에 그것을 강조하는 것일 뿐입니다.</p><p>그것이 때로는 '강요'로 느껴지기도 할 것이지만, </p><p>본의는 결코 그런 데 있지 않습니다.</p><p><br></p><p>결론적으로, 그러나 저는 그냥 '독서회'라고 이름하려고 합니다.</p><p>'권진회'라고 하면 더욱 좋겠지만, 안 그래도 부담이 큰데</p><p>그렇게 이름까지 '권진회'로 한다면</p><p>더욱더 부담을 느낄지도 모릅니다.</p><p><br></p><p>아, 부처님, 어찌하여 당신은 이렇게 험한 불교를 </p><p>저에게 몸소 보여주셨던 것입니까?</p><p><br></p><p>아, 나무아미타불 </p><p> <br></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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