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합건물사건]
입주자대표회의 동별대표자 해임절차에서 해임 당사자의 소명절차와 관련된 사례(대전고등법원 2014나2684)
해임 당사자가 제출한 소명 자료를 선관위에서 임의적으로 삭제하여 게시할 경우 중대한 절차 위반이 있으므로, 해임절차는 무효이다(대전고등법원 2014나2684 판결)
사실관계
가. 피고는 대전 동구 C에 있는 B아파트(이하 '이 사건 아파트'라 한다)의 동별대표자로 구성된 입주자대표회의이고, 원고는 2012. 12. 1. 선출된 이 사건 아파트 108동 동별 대표자 및 피고의 감사이며, 원고의 임기는 2년이다.
나. 피고는 2013. 8. 20. 원고를 108동 동별 대표자에서 해임요청 하기로 하되 결의 절차 등을 확인하여 하자가 있는 경우 이를 재추진하기로 결의하고, 같은 달 22. 위 결의 내용을 공고하였다.
다. 원고가 안건 통지 없이 이루어진 위 2013. 8. 20. 자 해임요청결의의 효력을 문제 삼자, 피고는 이 사건 아파트 공동주택관리규약(이하 '이 사건 규약'이라 한다) 에 따라 선거관리위원회에 원고에 대한 108동 동별 대표자 해임절차 진행을 요청하였다.
라. 선거관리위원회는 피고의 원고에 대한 해임절차 진행 요청에 따라 2013. 9. 2. 이 사건 아파트 홈페이지에 108동 동별 대표자 해임투표개표일정을 공고하였는데, 위 공고에는 원고에 대한 해임사유 및 원고의 소명자료 제출과 관련한 허용금지 사항으로, 발의자나 소명자는 모두 세대방문을 금지하고, 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한 해임사유와 소명자료 외 게시판 및 세대배부를 금지하며 자료는 선거관리위원회에서 배부한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다.
마. 이에 그 다음날인 2013. 9. 3. 선거관리위원회에, 피고는 A4 용지 4장 분량의 원고에 대한 해임사유를, 원고 역시 A4 용지 4장 분량의 소명자료를 각 제출하였다.
바. 선거관리위원장은 그 다음날인 2013. 9. 4. 제출된 위 해임사유 및 소명자료 사실확인을 위한 선거관리위원회 회의를 개최하고 원고를 참석하도록 하였는데, 원고가 참석하지 않자 원고가 제출한 소명자료 중 일부 부분은 사실과 다르다는 이유로, 다른 부분은 입주자가 판단할 부분이기에 투표에 영향을 미친다는 이유로 각 삭제하도록 결정한 후 이를 공고하고, 원고에게 '2103. 9. 5. 12:00까지 수정된 소명자료를 제출하지 않으면 선거관리위원회가 위 해당부분을 삭제하여 배포한다'는 취지로 고지하였다.
사. 원고는 2013. 9. 5. 이 사건 삭제 지시 부분을 삭제한 소명자료를 다시 제출하였고, 선거관리위원회는 같은 날 108동 입주자들에게 원고가 제출한 수정된 소명자료와 피고가 제출한 원고에 대한 해임사유를 배부하였다.
원고주장
원고는 '해임절차가 진행되는 동안 피고로부터 정식으로 해임요청결의를 통보받은 바 없는데다가, 소명자료를 제출할 수 있는 시간을 충분히 부여받지 못하였을 뿐만 아니라, 그나마 제출한 소명자료 중 일부 내용을 정정 삭제하도록 하는 부당한 요구를 받았다. 또한 동별 대표자 선출 시 달리 원고 측 참관인도 없는 상태에서 이 사건 규약에도 정하여진 바 없는 세대방문방식에 따라 투표를 진행함에 따라 직접, 비밀, 평등, 무기명의 선거원칙을 위배하였다. 그러므로 이 사건 해임결의에는 중대한 절차상 하자가 있다'고 주장하였다.
법원판단
이 사건 해임결의에 관한 절차상 하자 유무
우선 이 사건 규약 제30조 제5항은 '동별 대표자에 대한 해임은 요청받은 선거관리위원회는 해임요청을 받은 날부터 30일 이내에 해임사유와 해임 당사자가 제출한 소명자료(제출한 경우에 한함)를 해당 선거구의 입주자 등에게 미리 공개하고, 해당 선거구 입주자 등을 상대로 투표절차를 진행하여야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동별 대표자로서의 지위를 박탈당하는 중대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는 해임 당사자로 하여금 해임사유에 대한 변명을 위하여 자신에게 이익이 되는 의견과 자료를 제출할 수 있는 기회를 보장하는 한편, 선거관리위원회가 해임 당사자로부터 제출받은 소명자료를 해당 선거구 입주자 등에게 투표절차 이전에 미리 공개함으로써 해당 선거구 입주자 등으로 하여금 해임사유를 정확하게 파악하여 적정하고 신중한 투표를 하게 하려는 데에 그 목적이 있다 하겠다. 그러므로 해임절차에 있어 해임 당사자에 대한 위와 같은 소명기회가 침해되었다면 그에 따른 해임결의 역시 원칙적으로 무효라고 봄이 타당하다.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원고에 대한 해임절차상 원고의 소명기회와 관련하여 다음과 같은 사정을 헤아려볼 수 있다.
첫째, 이 사건 해임투표 공고에 따라 해임당사자인 원고는 해당 선거구 입주자 등에 대한 방문이 금지되고 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하는 소명자료 외에 다른 자료를 해당 선거구 입주자 등에게 배부하는 행위가 금지됨으로써, 원고로서는 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하는 소명자료가 자신에 대한 해임사유의 부당함을 해당 선거구 입주자 등에게 직접 알릴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므로, 원칙적으로 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된 소명자료는 피고의 해임요청에 대한 원고의 방어권을 최대한 보장하기 위해서라도 원고의 변명이 담긴 원상태 그대로 해당 선거구 입주자 등에게 배부되어야 한다.
둘째, 원고에 대한 동별 대표자 해임은 일반적인 징계절차와 달리 해당 선거구 입주자 등에 의한 투표에 의하여 결정되므로 해임사유가 사소하더라도 일단 투표에 의하여 그 해임이 결정되면 그 투표 결과를 두고 여기에 재량권 남용 등과 같은 비례성 원칙 위반을 사유로 한 권리구제가 용이하지 않게 되므로, 투표 결과에 영향을 미칠 여지가 있는 절차상 하자는 엄격하게 심사되어야 할 필요성이 있다.
셋째, 선거관리위원회는 입주자대표회의와 독립된 기구로서 원고에 대한 해임 절차에 부당한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될 중립의무가 있고, 이 사건 규약이나 선거관리규정 등에 선거관리위원회가 해임 당사자가 제출한 소명자료의 진위 여부를 심사하여 이를 정정 삭제하도록 요구할 수 있다는 근거가 없으므로, 설령 원고와 피고가 제출한 해임사유 및 소명자료에 사실과 다른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하더라도 선거관리위원회로서는 그 해임사유와 소명자료를 해당 선거구 입주자 등에게 그대로 배부함에 있어 사실과 다른 부분을 가려내기 위하여 원고와 피고 쌍방에게 증빙자료를 첨부하도록 하거나 쌍방 간에 재차 반박자료를 제출하도록 하여 그 중립의무를 준수함으로써 해임절차의 공정성을 유지하여야 할 것이다. (�략)
이와 같이 세대방문방식에 따른 투표만으로 동별 대표자 해임 여부가 결정되는 원고에 대한 해임절차에 있어 원고 자신에 대한 해임사유의 부당함을 해당 선거구 입주자 등에게 직접 알릴 수 있는 유일한 수단으로 제출한 소명자료에 대하여 중립의무를 준수함으로써 해임절차의 공정성을 유지하여야 할 선거관리위원회가 명백한 근거도 없이 원고에 대하여만 그 소명자료의 일부 내용을 삭제하도록 지시하고 이를 해당 선거구 입주자 등에게 공고하여 원고가 제출한 소명자료의 신뢰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게 한 것은 원고에 대하여 보장되어야 할 소명기회를 침해한 것으로서, 이는 원고에 대한 해임투표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중대한 절차상 하자에 해당한다 하겠다.
판례해설
입대의 강의 할 때마다 강조하는 점은 법원에서의 해임 판단은 해임 사유보다는 절차를 특히 엄격하게 판단하는 것이다. 즉 해임 사유와 관련하여서는 해당 아파트 사정은 해당 아파트 자체가 더 명확하게 알 수 있고 이를 법원이 관여하는 것은 아파트의 자율권을 해하는 것으로 가급적이면 해임 사유는 완화하여 판단하지만 이를 위한 기본적인 전제인 절차 진행 유무는 엄격하게 판단하게 된다.
더 나아가 해임 절차에서 가장 중요한 사항은 소명 기회를 적절히 보장하였는지 여부로서 대상판결에서는 당사자가 소명자료를 제출하였으나 그와 같은 소명자료 중 일부는 삭제하고 나머지 부분만 게시한 점에 중대한 절차 위반이 있다고 판단하였다.
생각건대 해임 당사자는 입주민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해임 투표 절차에서 자신이 유일하게 입주민들에 대하여 소명할 수 있는 기회는 선관위를 통해서만 가능하고 그와 같은 소명의 판단 유무는 입주민 개개인의 몫이기 때문에 선관위가 자신들의 판단하에 해임 당사자의 소명 자료를 임의로 삭제하는 것은 해당 당사자의 소명기회를 박탈하는 것이나 진배 없다고 보이므로 이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대상판결은 타당하다고 보인다.
제공일 2015년 12월 28일 변호사 권형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