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새끼 손가락에도
붉은 실이 이어져 있다면
그 끝이 당신의 손가락에 닿길...
나는 빌고 또 빌었었다.
<붉은 실을 자르다
By Beru&may>
편의점에서 물건을 집어 드는 간단한 일이 아니다. 그렇게 간단한 일이라면, 자신이 벌써 되찾았을 것이다.
“도대체... 그 남자는...”
[빼앗아 오시겠습니까?]
따뜻한 마호가니 색상의 원목 침대의 보드에 기대 있던 유우는 당혹스러운 듯 한 손으로 이마를 짚었다. 이미 새벽을 향해 가는 시간이지만 낮의 충격이 가시지 않은 채다. 원한다면 자신이 얼마든지 가능하게 해 줄 수 있다는 말투는 그 특유의 담담함으로 이질감마저 들었다. 저녁식사도 거른 채, 본가로 돌아오자마자 방으로 틀어박힌 유우는 방금 전까지 유키히로가 건넨 서류봉투 안에 든 것을 침대 위에 나열해 보던 중이었다.
“형보다... 한 수 위라는 건가.”
인정할 수 없는 말이 거짓말처럼 자신의 입술을 타고 흘러나왔다. 형이 가져다 준 정보보다 훨씬 자세하고 다양한 것들이다. 가쿠토의 살아온 성장환경, 사업, 사생활, 가족뿐만 아니라 친인척, 하룻밤 유희로 놀았던 여자들의 내력까지. 얼마든지 이용할 수 있는 쓸모 있는 정보다. 단, 그가 움직여야만 가능한 이야기겠지만.
[적어도, 그의 친누이를 이용한다면 동요정도는 할 겁니다. 문제는, 시기와 장소이겠죠.]
“질릴... 정도로군.”
가쿠토의 친누이에 대한 상세 정보가 담긴 파일에 시선을 주며 그는 자신의 형을 떠올렸다. 아버지가 수하로 부리며 붙여준 유키히로보다 정보력이 낮다는 건 스스로도 납득되지 않는 일이다. 형이 아버지를 보필하며 일하기 시작한 건 중학교 3년 말이다. 그러나 그것은 주변에 공개적으로 선포된 시기일 뿐, 실제로는 그보다 훨씬 앞서 있을 때였다. 자신이 철모르고 어리광이나 피우며 마음대로 하고 있을 무렵에 형은 학업과 더불어 무던히도 가업에 매진해왔던 것이다.
“뭔가... 이상해. 아버지 밑에 있던 사람이 그 짧은 시간 내에 이 많은 정보를 갖고 있다는 건... 설마, 아버지가...?!”
그렇게 되었다면 당장 불호령이 떨어지고도 남았을 것이다. 아니, 혼나는 정도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아마 집안에서 다시는 인정받지 못하는 존재로 전락할 것이 틀림없다. 고개를 젓고는 나열해두었던 것을 하나씩 포개어 정리하고 있는데 갑작스런 노크소리가 난다. 베개 밑으로 파일을 파묻으며 유우는 침대에서 일어섰다.
“네.”
“늦게까지 뭐하고 있는 거야?”
오랜만에 보는 형이다. 언제 염색한 건지 붉던 머리카락이 새까맣게 빛이 난다. 그 때문에 인상이 더욱 날카로워진 것 같아 유우는 낯선 그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아... 잠이 안와서. 형은? 요새 바빴나 봐? 머리, 바뀐 것도 몰랐네.”
지금 이 모든 것을 형에게 말해야 하는 걸까. 예전 같으면 형에게 모든 것을 얘기하고 의논했을 것이다. 그러나 마음 한 구석에서 자라나기 시작한 작은 것에 신경이 쓰이기 시작하자 입술은 굳게 닫힌다.
‘이대로... 형을 믿어도 되는건가...? 형은... 정말 내가 가업을 잇는다면 하이도를 곁에 둬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건가?’
의심은 금세 껍질을 깨고 싹을 틔웠다. 가만히 눈을 내려 깐 채 앉아 있는 유우를 내려다보던 차차는 옅은 미소를 띤다.
“난 이제 막 돌아온 참이지. 오... 팔, 원래대로 돌아왔네?”
그의 말에 유우는 팔을 좀 움직이며 대답했다.
“오늘 병원에 갔었거든. 당분간은 좀 더 조심해야 겠지만... 괜찮아 질거야.”
파티라도 있었는지 차차의 체형에 꼭 맞는 고급 양복에서 약간의 알콜 향이 풍겼다. 타이를 느슨히 푸는 차차의 손가락을 보며 유우는 일단 유키히로에 대해 입을 열었다.
“최근 아버지가 사람 붙여준 거, 형도 알지?”
“아, 응. 렌... 이었던가?”
차차는 조금 미간을 모으며 기억을 떠올리는 것 같은 행동을 취하고는 유우의 방에 있는 미니 냉장고에서 생수를 한 병 집어 들었다.
“아니, 유키히로 씨야.”
꿀꺽-하고 한모금의 생수가 목으로 넘어간 순간, 차차는 병에서 입술을 뗀다.
“뭐...?”
되묻는 차차의 행동은 평소 그답지 않은 것이다. 유우는 조심스레 한 번 더 물어봤다.
“왜...그래? 그 사람, 잘 알아?”
“아버지 직속이라 나도 잘은 모르겠지만, 소문으로는 수완이 좋다고 하더군.”
미소 지으며 설명하는 차차의 얼굴을 보며 역시 자신이 괜히 예민하게 군 것 같아 유우는 머쓱해졌다.
“그래...?”
“아버지 선물이라고 생각하고 잘 지내도록 해. 쓸모... 있을테니. 쉬어라. 나도 이만 자러 가야겠다.”
“아, 형~!!”
“응?”
“하이도는... 아직이야?”
“좀 더 기다리라고 했잖아. 계승식까지 얼마 안 남았어. 아버지, 근심 안하시게 자중하고 있어라.”
“아... 응.”
조용히 문을 닫음과 동시에 차차는 손에 든 생수병을 꽉 움켜쥐었다. 차가운 물이 손을 타고 흘러내리지만 이미 굳은 이 몸은 아무것도 느끼질 못한다. 미소 띤 입술은 여느 때 보다도 더 강렬하게 붉게 피었다.
“...재미있는 일이 하나 더 생겼는데.”
어둠에 묻힌 복도를 조용히 걷던 차차는 휙 돌아섰다.
“그렇지 않아?”
“차차.”
그 목소리의 걱정을 알았는지 이내 차차의 미소도 조금 수그러들었다. 그는 다시 몸을 돌려 본가와 조금 떨어진 자신의 방으로 걸었다. 비워낸 술병에 비해 걸음걸이는 곧고 바르다. 그래도 행여 그가 넘어질까 어둠 속을 가만히 뒤따르던 주켄은 차차가 구두를 벗기 무섭게 방문을 열어주었다. 불을 켜려는 주켄을 저지하며 차차는 타이를 풀러 침대에 던져 놓았다. 그리고 셔츠의 단추를 풀던 중 갑작스레 허리를 굽히고는 배를 움켜쥐었다.
“차차...?”
“크크큭... 하하... 하하하...”
정말로 웃고 있는 것인가. 주켄은 미간을 좁히고 그의 어깨에 손을 대었다. 어둠을 밝히는 달빛에 드러나는 차차의 얼굴은 지독한 냉기가 흐른다. 자신의 얼굴에 손을 대려는 주켄의 팔을 뿌리치며 마저 셔츠의 단추에 손을 댄 그는 이내 입을 열었다.
“유키히로가 유우 쪽에 붙은 모양이야. 정확히 얘기하자면 아버지의 하사품인 셈이지만.”
“유키...히로가?”
주켄은 입술을 깨물며 무미건조한 그를 떠올렸다. 절대 적으로 만나고 싶지 않은 인간 중의 하나다.
“그 녀석, 내심 원했는데 말이지. 역시 아버지야. 결국 최상급은 전부 유우 차지가 되어 버리거든.”
“일이 어려워지겠군.”
약점이 있는 인간은 얼마든지 널렸다. 하지만 그 약점이 먹히지 않는 인간은 드문 편으로서 유키히로가 딱 그쪽이었다. 그 예로, 유키히로의 중학교 시절에 호스티스인 자신의 어머니를 빌미로 협박하여 돈을 뜯으려던 학교 녀석들에게 시달렸다. 녀석들은 폭력에도 굴하지 않는 그를 궁지로 내몰려 일하는 그의 어머니 사진을 찍어 신발장에 넣어두었고 이로서 성공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자신들에게 돌아온 것은 원하던 돈이 아닌 끔찍한 고통뿐이었다. 소문을 내겠다고 한 녀석은 혀를, 사진을 찍은 녀석은 손가락을 각각 잃은 것이었다. 범인이 잡히지 않은 채 미해결 사건으로 치부되어 버리고 말았지만 주켄은 분명 그 날을 기억했다. 차차의 아버지가 피투성이가 된 유키히로를 그날 이 집안에 들였다는 사실을. 그리고 그 피가 결코 유키히로의 피가 아니라는 것도.
“천만에. 이로서 게임은 더 재밌어 지게 된거라구. 그리고 그가 아직 유우를 선택한 건지 아닌지는 좀 더 두고 봐야 하는 거니까.”
새삼 유키히로의 과거를 떠올리며 미간을 찌푸리던 주켄은 차차의 말에 정신이 들었다.
“무슨 뜻이야?”
“모르겠어? 그 녀석은 유우를 탐색하는 중이라고.”
“탐색이라니? 어르신이 명하신 일이야. 게다가 상대는 다음 달이면 계승식을 치를 녀석이고.”
“그 놈은 아버지가 곁에 두었을 뿐이다. 길들여지진 않았어.”
“어르신이 그를 거둔 건 벌써 십년도 넘어. 지금까지 그가 한 일이 뭐라고 생각하는 거야?”
“댓가에 대한 당연한 지불이지. 너도 알잖아? 그 사건을 아버지가 무마시킨 거.”
“하지만... 어째서 어르신은...”
“마지막... 시험이랄까. 역시 아버지다워.”
이제 막 걸친 가운의 띠를 묶으며 차차는 자신의 휴대전화에 저장되어 있는 하이도의 사진을 불러왔다. 가장 최근에 찍은 사진으로 금세라도 쓰러질 듯 초췌한 모습에서 깊은 병색을 읽어 낼 수 있을 정도다. 그 위를 엄지손가락으로 쓸어내리던 그는 이내 탁-하고 휴대폰을 닫았다.
“분명 유키히로, 부추기고 있을 걸. 이렇게 된다면, 카무이 가쿠토... 어떻게 나올지 궁금해지는 데?”
[역시 미인이 되기는 길은 멀고도 험하군요.@중얼
베루 & 메이 냥 인사올립니다.
오늘 오랜만에 피부과에 갔었기 때문에... 그동안 레이저의 아픔, 잊고 있었습니다.(=ㅅ=);;
타고나신 미인 분들에게 경의를~
뭐, 이쯤 해두고.
지난 번 느닷없는 인기투표의 결과는...
하이도 씌, 승리 일까요.
내심 차차 씌를 응원했는데 말이죠.
역시 미인이라서 일까...
다음번 인기투표 때는 달라져 있으리라 기원하며(-ㅁ-)b~!!
차차 씌, 힘내십쇼.
에~ 빠른 시일내에 또 뵙길 빌며. 그럼 이만...
#에로 망상 및 자료, 어울리는 엔딩곡 받습니다.->그래도 역시 끝은 멀어보이는 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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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정말 서로들의 관계가 궁금하네요, 과거도 좀 더 알고싶고, 다음편도 기대할게요T-T
처음부터 읽었는데 ..대단하세요;;진짜 ㅜㅜ다음편 기대합니다 ㅜ
정말 오랜만에 글을 남깁니다. 안녕하셨어요, Beru&May님. 근래에는 글을 안올리시나봐요. 여전히 글로 두근두근 하는데, 오래걸리시더라도 꼭 올려주시기를 기다리겠습니다. 아직 늦은 인사는 아니지요. 새해 福 많이 받으세요~
아웅...좋습니다 ㅠㅠ 뭣보다 하됴 군이 1위라니 느므느므 좋아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