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문화 혁신의 초점이 변화하고 있다. 과거에는 기업들이 품질 개선과 비용 절감 위주의 혁신 활동에 중점을 두었지만, 최근에는 고객 서비스 활동 재정비, 글로벌 커뮤니티 구축 등 실질적인 체질 변화를 도모하고 있다. 사례를 중심으로 기업문화 혁신의 주요 트렌드를 살펴 본다.
“나는 휴가를 받아서 가족과 함께 여행을 가더라도 동료들이 그리워 빨리 회사로 돌아가고 싶다.”
일하기 좋은 기업(Great Workplace)으로 선정된 미국의 문구 전문업체인 컨테이너스토어社의 직원이 회사의 기업문화에 대해 이야기한 내용 중 일부분이다. 러셀인베스트먼트그룹의 연구에 따르면 일하기 좋은 100대 기업의 최근 8년간(1998~2005년) 연평균성장률이 약 15%에 달하여 S&P 500대 기업에 비해 약 3배 정도 높은 성과를 보였다고 한다.
열심히 일하면서도 회사에 대해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기업문화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 이 문제는 모든 경영진들의 최대 고민거리 중 하나이다. 올해 세계경영연구원이 국내 대기업과 중소기업 최고 경영자를 대상으로 ‘기업 경영에서 가장 변화가 시급한 것은 무엇입니까?’를 조사한 결과, 기업문화라고 응답한 비율이 39%로 가장 높았다고 한다. 과거 대표적인 혁신 활동으로 꼽혔던 비용 절감, 생산성 향상 등을 선택한 비율은 14%에 그쳤다. 이러한 결과들은 기업들이 펼치는 혁신활동의 변화 조짐들을 감지할 수 있는 대목이다.
최근 기업들이 다시금 기업문화 변화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다양한 혁신 활동을 펼치고 있다. 국내외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기업문화 혁신의 사례들을 중심으로 혁신의 트렌드를 살펴 본다(<표> 참조).
트렌드 1: 고객지향 사고
가장 두드러진 변화 중 하나는 구성원들의 사고와 행동을 고객지향적으로 바꾸기 위한 문화 혁신들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IBM은 80년대 초 포춘지에 4년 연속 초우량 기업 1위로 선정될 만큼 세계가 주목하는 기업이었으나, 고객의 변화된 기대에 제대로 부응하지 못한 끝에 90년대 초 수 십억 달러의 적자를 내는 위기에 직면했었다. 그러나 오늘날 세계 최대의 서비스 및 컨설팅 회사, 세계 최대 규모의 e-비즈니스 회사로 극적인 재기에 성공하였는데, 그 비결은 고객 중심의 경영혁신에 있었다. 과감한 구조조정, 전략의 변화와 아울러 고객의 기대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기업문화 혁신을 이루어 낸 루 거스너 전임 CEO의 리더십에 힘입은 결과이다.
루 거스너는 취임 초기부터 고객에게 필요한 모든 제품과 서비스를 일괄하여 제공한다는 통합 솔루션 사업을 회사의 비전으로 설정하였다. 첨단 기술보다는 ‘고객이 사용하기 쉬운 기술’ 창조에 역점을 둔 것이다. 그는 “우리가 해 온 방식은 분명히 문제가 있습니다. 고객 중심의 문화 혁신이 모든 변화의 핵심이 되어야 합니다.”라는 메시지를 직원들에게 끊임없이 전달하였다. 고객 중심의 행동 변화를 강조한 CEO의 e-mail을 직원들에게 전달하지 않은 유럽 지역 사업 책임자를 퇴출시키기도 하는 등 강력한 문화 혁신을 주도하였다. 특히, 고객과 시장에서 달성한 성과에 따라 회사의 보상 수준을 결정하고, 회사에 대한 기여도에 따라 구성원의 인센티브를 차등 지급하는 보상 전략을 구축, 실행하기도 하였다. 그 결과 IBM의 구성원들은 고객 중심의 사고와 행동을 해야만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되었다. IBM의 기업문화 변화는 고객 중심의 솔루션을 제공하는 사업 방식의 단단한 버팀목이 되었다.
최근 LG그룹은 고유가, 환율 하락 등 경영 환경이 악화되는 가운데에서도 ‘고객가치 중심 경영’을 적극 펼치고 있어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CEO들이 직접 나서서 고객을 위한 생활가치 혁신을 주도하자고 구성원들을 독려하고 있다. 한 기업의 CEO는 고객가치 중심 경영 마인드를 확산, 공유하기 위해 사내 시스템에 임직원 누구라도 댓글을 달 수 있는 자신의 블로그를 만들어 고객과 관련된 내용들을 중심으로 허심탄회한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있다.
또한 고객만족이 구호에 그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상품 기획에서부터 고객 서비스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을 고객의 관점에서 재정비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예를 들어, 첨단 제품에 열광하는 매니아들을 상품 개발 과정에 참여시켜 이들의 의견을 적극 반영함으로써, 고객의 기대를 뛰어넘는 제품 개발의 토대을 만들어 나가고 있다.
시장이 성숙되고 기업간 경쟁이 심화됨에 따라 탁월한 성과 창출을 위해서는 결국 고객들의 인정이 가장 중시될 수 밖에 없다. 고객 접점에 있는 구성원들의 사고와 행동을 고객지향적으로 혁신해야 기업은 성과 향상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트렌드 2: 글로벌 마인드 혁신
많은 기업들이 미래 성장 동력을 외부 시장에서 찾게 됨에 따라, 신흥시장을 중심으로 사업 진출이 확대되고 있다. 이로 인해 내수 시장에 익숙한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 적응하기 위한 변화를 도모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사의 경우, 연구개발, 판매, 서비스 등 각 기능을 미국 국내 기업에 국한하지 않고, 세계에서 가장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지역의 기업을 협력업체로 선정하여 운영하고 있다. 또한 인종, 성별 등의 장애물을 극복할 수 있도록 글로벌 커뮤니티(Employee Resource Group)의 조직과 운영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예컨대, 중국 커뮤니티는 중국 문화에 대해서만 공유하고 전파하는 것이 아니라, 마이크로소프트사에 중국 관련 사업 추진과 기술 개발을 제안할 수도 있다. 구성원들의 다양한 경험을 활용하여 업무상 문제 해결과 자발적인 혁신 활동 참여를 유도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국내 철강업체인 포스코도 글로벌 기업문화로 구성원들의 체질을 혁신하는데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2000년대 들어 국가 기간 산업으로만 여겨졌던 철강업계서도 지난 90년대 자동차업계의 빅뱅과 마찬가지로 글로벌화가 진전되고 있다. 특히, 미탈스틸이 전세계 부실 철강업체를 인수하며 세계 1위의 점유율과 생산 능력을 보유하게 되자 포스코, 신일본제철 등 자국 중심 경영에 치중해 왔던 업체들이 위기감을 느끼게 되었다.
이에 포스코는 최근 중국, 인도, 브라질 등에 공장 설립을 추진하는 등 글로벌 진출 전략을 추진함과 동시에 구성원들의 글로벌 마인드 함양을 위한 글로벌 기업문화 혁신을 추진하고 있다. 글로벌 기업 목표에 부합되게 새로운 비전, 미션, 공유가치 등을 ‘글로벌 포스코 웨이’라는 명칭으로 정립하였다.
또한 세계 어느 곳에서나 통하는 글로벌 포스코 공통의 일하는 방식으로 6시그마의 체질화와 글로벌 조직역량 개발에 초점을 두었다. 이를 위해 글로벌 인재확보 및 육성, 글로벌 조직체계 구축, 공정한 평가 및 보상의 차별화 실현, 선진형 일하는 방식과 글로벌 업무 표준 정립, 글로벌 업무 환경 구축 등 세부 과제들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이처럼 기업들이 사업 방식과 사업을 수행하는 지역을 확대함에 따라 구성원들이 글로벌 감각을 가지고 세계화 전략을 실행에 옮길 수 있도록 글로벌 기업문화 혁신을 실행에 옮기고 있다.
트렌드 3: 창의적 사고
안정된 성장을 기록하던 기업들도 성숙된 시장 상황 하에서 경쟁에 이기기 위해서는 신성장 엔진을 마련할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 특히 과거와 다른 사업 방식, 제품, 서비스를 개발하기 위해서 구성원들이 위험을 감수하고 새로운 사업 기회에 도전할 수 있는 창의적인 조직 풍토를 조성하기 위해 많은 기업들이 노력하고 있다.
에디슨이 기업을 창립한 이래 GE는 ‘발명’을 통하여 성장을 주도해 왔다. 제프리 이멜트 회장 취임 이후 새로운 성장 엔진을 찾기 위한 도전에 나선 GE는 전년 대비 매출 8%의 자생적 성장을 목표로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모으고 있다. 예를 들어, Imagination Breakthrough(이하 IB)라는 제도를 만들어 이멜트 회장이 직접 비밀리에 신사업 추진을 독려하고 있다. IB 제도는 회의를 통해 도출된 신사업 아이디어를 실험적으로 운영해 본 후, 성공 사례가 1~2개가 나오면 이를 공식 사업화하여 추진하는 일종의 신사업 추진 프로세스라고 할 수 있다. IB 프로그램의 성공 사례로는 여러 사업 부문의 협력이 필요한 담수처리시스템, 유방암 진단기 등이 있으며, 특히 경쟁사인 혼다와 협력하여 초경량 제트기를 개발할 것은 기존의 상식을 뛰어넘는 창의적인 사업으로 꼽히고 있다.
개인용 재무회계 소프트웨어를 판매하는 인투이트사도 창의적인 조직 문화 구축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동사는 많은 고객들이 서비스센터에 불만 전화를 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하고 그 사례들을 분석한 결과, 불만 고객의 대부분이 개인사업자가 아닌 중소기업들이라는 점을 밝혀냈다. 생각지도 못한 고객들의 불만족을 인투이트사는 그대로 넘기지 않고, 이들 실패 사례를 반영하여 제품을 개선하였고, 결국 중소기업들의 편의성을 강화한 획기적인 제품을 개발하게 되었다. 중소기업용 소프트웨어인 ‘Quick books’는 고객으로부터 호평을 받았고 현재 110억 달러 이상의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이후 인투이트사의 CEO인 스코트 쿡 회장은 ‘성공적인 실패’를 포상함으로써 구성원들의 자발적인 실험과 도전 정신을 북돋아 주고 있다. 2005년에는 회사의 역량을 기울여 만든 RockYourRefund.com이라는 사이트가 기대했던 젊은 고객들을 끌어들이지 못하고 실패하자 “실패에서 배우지 못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실패”라며 담당자들을 격려하였고, 실패로부터 학습할 수 있도록 별도의 연구 개발 커뮤니티를 운영하기도 하였다.
트렌드 4: 사회적 책임 중시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최근 발표한 ‘2005 기업 및 기업재단 사회공헌백서’에 따르면 사회공헌을 위해 국내 주요 기업들이 지출한 비용이 1조 4,000억 원을 넘어섰다. 금액으로는 2004년 대비 약 14% 증가하였을 뿐만 아니라, 주요 기업들이 관련된 제도와 시스템을 구축함으로써 지속적인 사회공헌 활동 체계를 구축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스타벅스사는 옳을 일을 하는 회사입니다.”
스타벅스사의 직원들은 회사가 커피 농장 주변 지역의 환경을 보존하고, 지역사회의 지속적인 성장을 지원하는데 앞장 서고 있음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스타벅스사는 1998년 이후 환경 단체와 파트너십을 맺고, 커피 생산국과 농민들을 위한 기부금으로 상당한 예산을 배정하고 있다. 그 결과, 신문, TV, 라디오 등 각종 매체를 통해 회사의 환경 보호 활동이 소개되었고, ’02년 국제상공회의소와 유엔환경계획이 수여하는 세계지속가능발전파트너십상을 수상하기도 하였다.
지역사회와의 유대를 강화함으로써 기업의 실적 향상을 도모하는 대표적인 기업으로 P&G를 꼽을 수 있다. 동사는 2000년부터 민관 합동으로 구강 위생 증진을 위한 크레스트 헬시 스마일 2010 사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P&G는 민간 단체들과 협력하여 빈곤층 주민들에게 구강 위생 교육, 구강 위생 도구들을 무상 제공하였다. 또한 지역 치과 대학과 연계하여 주민 대상으로 무료 진료를 실시하기도 하였다. 캠페인과 함께 해당 지역 소매업체 협회와 제휴 관계를 맺음으로써 판매율이 상승되는 직접적인 효과를 거두기도 하였다.
’90년대 이전에는 기업들은 사회적 책임을 체면치레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사회적 책임 활동을 기업 이익을 향상시키고 브랜드 인지도와 소비자 선호도를 높이는 마케팅 활동과 연계하고, 인재 확보를 위한 이미지 향상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구성원들이 각종 사회 공헌 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마인드를 변화시키는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트렌드 5: 일과 삶의 균형(Work/Life Balance)
미국의 경우, 전체 노동력의 45%에 달하는 베이비 부머들이 은퇴하고, 출산율이 저하됨에 따라 멀지 않은 시기에 노동 공급이 노동 수요를 뒷받침해 주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로 인해 인재를 확보하고, 유지하기 위한 기업들 간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미국의 중견 전자업체인 에질런트사에서는 직원과 그 가족들에게 정신적인 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직원상담지원프로그램(Employee and Family Assistance Program)을 마련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인간 관계, 스트레스, 업무에서 오는 마찰, 그리고 부모 역할과 같은 여러 부문에 대해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또한, 변호사, 재무 컨설턴트와의 상담도 제공함으로써 직원이 겪을 수 있는 인생 전반의 문제를 함께 고민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해 주고 있다.
포춘지 선정 훌륭한 일터 100대 기업에 1998년 이래 6년 연속 10위 내에 선정되었던 금융기업 시노버스사는 ‘직원들이 아침에 일어나면 달려가서 일하고 싶은 회사’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한다. 이 회사는 스스로의 문화를 ‘따뜻한 가슴을 닮은 문화’라고 표현하며, 사람이 가장 중요한 자산이라는 철학을 가지고 있다. 경영진은 직원들과의 신뢰문화위원회, 포커스그룹 등 다양한 의사소통 채널을 통해 대화를 나누고 있다. 그 결과 1888년 설립된 이후 단 한 명의 종업원도 해고하지 않을 정도로 구성원에 대한 배려와 존경이 중시되는 풍토를 가지게 되었다.
경쟁력 있는 인적 자원이 확보되고, 유지되기 위해서는 경영자와 구성원들이 일하기 좋은 직장 분위기 조성에 적극 참여할 필요가 있다.
전략을 뒷받침할 수 있는 기업문화 혁신 방향
최근 기업문화 혁신의 트렌드들을 살펴보면, 기업이 처한 환경에 적합하게 구성원들의 사고와 행동을 변화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기업들은 이상적인 기업문화를 구축하기 위해 무작정 자원을 투입하기 보다는 기업문화 혁신의 전략적 방향을 설정하고 이와 관련된 비전, 추구 가치 등을 명확히 정의한 이후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앞서 살펴보았던 최고경영자들에 대한 세계경영연구원의 설문조사에서도 조직 문화 변화 프로그램의 성과에 대해서 60점 미만이라는 답변이 71%에 달했다. 구성원들의 사고와 행동에서 실질적인 변화를 가져오게 하려면, 경영진을 포함하여 구성원들 모두가 기업문화 혁신의 방향을 적절히 설정함과 동시에 앞서 나가는 기업문화 풍토 조성을 위해 함께 노력해 나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