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 옆에 삐져나온 흰머리가 보기 싫어질 무렵이 되어야 비로소 이발소를 찾는다.
가까운 미용실을 놔두고 굳이 다른 동네의 이발소에 가는 이유는 그곳에 가야 마음이 편안해지기 때문이다.
어제는 이발소 가는 길 내내 봄바람이 어찌나 살랑거리던지 기분 게이지가 가파르게 상승하는 느낌이었다.
미세먼지가 유독 심한 날이었지만, 마스크 쓰면 괜찮을 것 같은 생각이 드는 것은 그나마 다행이지 싶었다.
이발소 문을 열고 평소보다 조금 더 큰 소리로 인사를 건넸다.
여기까지 걸어오는 동안, 살갗에 스치는 바람이 얼마나 좋았는지 모른다.
머리 깎은 지 20일이 지날 때까지도 보기 싫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 경우는 흔치 않았다.
하지만 이 집 사장님 이발 실력은 손톱만큼의 아쉬움도 없을 정도로 매력적이다.
이발의자에 앉으면 어떤 의자보다도 유독이 더 편안함을 느끼게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마음이 편안한 건지, 의자가 편안한 건지 모르지만 매번 느끼는 기묘한 감정이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그런대로 잘 늙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으나 요즘에는 그런 생각이 전혀 들지 않는다.
거울에 비친 늙고 추레한 노인의 모습은 보기 딱하다 못해 차라리 눈을 꼭 감는 게 나을 지경이다.
사모님의 오늘 전화가 이상하리만치 길어지고 있다.
여느 때 같으면 득달같이 다가와서 밝은 목소리로 인사를 하셨을 것이다.
사모님 전화 내용은 젊은 트로트 가수를 변호하는 것 같았다.
상대편이 누군지 모르지만, 젊은 가수의 소문이 좋지 않다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한참 지나서야 사모님이 핸드폰 노래를 켜놓고 나에게 인사를 건넨다.
자기가 좋아하는 가수의 노래를 한 번 들어보라는 듯하여 무심코 듣고 있었다.
예전에 유행했던 노래 같았다.
<백 년의 약속>을 한 젊은 가수가 성심을 다하여 부르고 있는데 노래 실력은 괜찮아 보였다.
이발을 마치고 사무실에 와서 컴퓨터로 유튜브를 열었다.
<백 년의 약속>을 부른 모든 가수들을 찾아서 어떤 가수가 더 잘 부르는지 알아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다음 이발소 갈 때 혹시 사모님이 그 노래를 틀어주면 무슨 이야기라도 해야 하나 싶어서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노래는 상당한 인내심을 발휘해야 들어줄 수 있는 곡이었다.
어떤 가수가 예쁜 목소리를 내려고 애쓴다는 마음이 드는 순간, 나의 몸은 어색함으로 휘감기기 때문이다.
취향을 저격한다는 말이 있다.
노래나 글이 정확히 취향을 저격하는 순간이 간혹 찾아오기도 한다.
나의 경우라면, 특정한 가수가 아니라, 어떤 곡이 어떤 가수랑 가장 잘 어울리는지 생각해 보는 시간이다.
박화요비 - 어떤가요
애즈원 - 원하고 원망하고
이소라 - 바람이 분다
나는 한 때 이런 노래에 꽂힌 적이 있었다.
첫댓글 살면서 그런 곳이 있지요
저는 한국에 있을때 동네 빵집이 그랬습니다
뉴욕제과 태극당 빵이 유명하다고 할때도 저는 동네 빵집이 정들어서 편안하고 맛있데요
제 경우는 기묘한 감정보다는 촌사람이어서 그랬던것 같구요
이십일에 이발 하십니끼?
저는 삼개월에 이발 합니다 ~~ (글을 읽고 제가 너무 막 산다는 느낌이 들어서 코멘트 한겁니다 ㅎ)
백년도 살지 못하고 언젠가 우리는 헤여지지만 ~ 하하 저는 노래 괜찮던데요
말미에 언급한 가수중 이소라는 기억이 납니다
노래는 모두 생소하네요~
이발은 한 달에 한 번 정도 하는 편입니다.
하지만 머리 감고 나서 빗 질을 해보면 20일 전후가 고비더라고요.
삼 개월에 한 번 이발을 할 정도면 수염을 길러도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제 경우, 가수는 싫지만
노래가 좋아서 즐겨듣고
잘 따라부르는 노래가 있지요.
조영남의 모란동백 ㅎㅎ
길 다니다보면 세면이 불편할 때도 있어 관리하기 편하게 저는 두발을 짧게 깍는 편입니다.
저는 마음 님과 반대에 가깝겠네요.
조영남은 싫어하지 않는데 조영남 노래는 지루해서 거의 안 듣는 편이랍니다.ㅎ
머리 깎는 시기는 딱히 정해 놓지는 않았지만 한 달에 한 번 꼴일 겁니다.
열거하신 노래 중에 아는 게 하나도 없어요.
노래를 별로 모르기도 하고요.
이발하기도 일이지요.
짧은 머리라 깎기를 미룰 수도 없겠네요.
저는 미장원에 안 간지 20 년이 넘어요.
인제 미장원에 가서
짧게 잘라 볼까 생각 중입니다.
참,저는 힙합가수를 재미있어 합니다.
지코,박재범,등등
박재범은 재미있는 젊은이입니다.
원소주란 걸 개발 출시도 했습니다.
사업 수완이 좋아요.
미장원에 안 가셔도 될 정도면 복 받은 분이겠지요.ㅎ
지코나 박재점 얼굴은 저도 간신히 알지만 랩을 들어본 기억은 별로 없네요.
내가 편안히 여기는 곳,
내 머리를 만져서 마음에 맞추어 주는
친절한 이발사가 주인인 경우,
아마도 도서관이나 영화관, 음악실 만큼이나
어쩌면, 보다 더 안락한 곳일 테지요.
요즘 각 방송에서 트롯의 열풍 시절 입니다.
특히 아줌마들은 젊은 트롯 가수의 매력에 빠져
생활의 즐거움을 얻는 것 같아요.
사느라고 바빠서,
대책 없이 늙어버린 세월에 대한 안타까움과
늙은 부부의 공동 대화로써는
괜찮은 소통이라고 생각해 보는 것이지요.^^
트롯과 가수에 빠져버리는 못다한 열정이라도
남아 있으니~요.
좋아하는 게 있다면 삶이 팍팍하지 않을 테지요.
젊은 트로트 열풍에 단 한 순간도 빠져 본 적이 없으니 저는 이방인가 봅니다.ㅎ
꽃님은 늘 고맙게 생각합니다.
이재성,,그집앞
조용필 ,,상처
그리고,김호중 트바로티 노래는
완전 좋아 합니다.
머리는 제가 제 머리만
잘하는 프로급 이랍니다.
노래는 즐겁습니다.
머리를 직접 만지신다니 엄청 부럽습니다.
저는 생활 자체가 노래를 들을 기회가 별로 없어서 좋아하는 곡만 어쩌나 한 번 듣는 편이랍니다.
편안하시지요?
저는 tv 꺼버리고 산세월이 오래되어서요..
도통 노래에 관심이 안갑니다
이발은 3주에 한번씩,
머리 다듬고나면 속이 시원하지요^^
저 또한 티비를 거의 안 보는 편인데 요새는 정 붙여 보려고 억지로 보곤 합니다.ㅎ
머리 깎는 날은 머리가 시원해지는 건 사실이지요.
머리를
자주 정리를 하시는것 아닌가요?
저도 컷이라 1개월하고 보름정도에
정리하는데ㅡ여자거덩요 ㅋㅋ
나이 때문인지
60대노부부이야기
그 노래는 들을적마다
가심도 뭉쿨 눈가도 촉촉해집니다
애창곡도 낭만에 대하여~~🎶🎶
20일 지나면 머리 컨디션이 슬슬 망가진다는 의미였는데 글이 이상했나 봅니다.ㅎ
60대가 노부부인 지는 승복하기 어려운데요? ㅋ
낭만에 대하여~ 대충 들어본 적 있습니다.
김종환의 백년의약속은
가끔 부르면서 없는? 동반자에게 불러달라고하고픈
노래이지요
집에 티비가 없다보니 세상 돌아가는걸 모릅니다
따스한 글이네요
티비를 일부러 보지 않는 분들이 상당히 많다고 합니다.
댓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