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일, 아침미사 가는 길.
노랗게, 주황색으로 물이 들어 우수수 떨어져 내린 나뭇잎을 밟으며
가을비 내리는 아침, 미사에 가는 길.
반팔 원피스 위에 얇은 코트를 입고 목에는 스카프를 두르고 나섰지만 답답하거나 덥지 않으니
이제 정녕 가을이 오긴 왔나보다.
지난 토요일에 독서단 야외행사로 수리산성지에 가서 순교자 현양미사를 드렸고,
월요일에는 병원 봉사자모임에서 안면도 자연휴양림으로 야외행사가 있었고.
(서산어디메 식당에서 미사 드렸던 것은 영 잊혀지지 않겠지. 돌아오는 길에 간월도 간월암에 들른 것도)
수요일에는 주회후 사찰음식전문점에서 식사를 하고 청양산에 잠시 올랐다 온 야외행사,
목요일 아침에는 노곤함이 밀려오기도 하고 비가 오니 미사에 나서기가 잠시 망설여지기도 하였다.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비가 더 세차게 내려서
에구...싶었지만.
미사후 성령기도회의 J가
"내일, 성령기도회에 꼭 오세요. 울 신부님이 강의하세요..레지오단원들도 좀 데려오세요"
라고 당부할 때만 해도 글쎄... 울 단원들 데려올 사람이 누가 있을까나.
레지오 야외행사 날도 못맞추어서 이제서야 겨우 했는데...
내일은 지난 금요일에 염색한 머리 클리닉 서비스 받으러 가야하는데...
야외행사 마치고 몸살기가 있어 병원에 들르겠다고 했던 D자매에게
상태가 어떠하냐...고 전화로.
그리 힘들었으면 식사후에 청양산엔 오르지 않았을텐데...
하였더니 아..그 정도는 견딜만 했어요.
하긴 산행이랄 것 까지는 없었고.나도 플랫슈즈 신고 올랐었는데 뭐.
근데...
요즘 단장님은 건강이 좋으신가 봐요. ..그녀의 말.
지난 봄에는 많이 힘들어했잖아요.
보약을 많이 드셨나봐요? ㅎㅎ~
아..그러게요..
요즘은 그럭저럭 견딜만하네요.
지난 봄에는 정말이지 시난고난하여 힘들었는데...
D자매에게 몸살기가 나아지면 오후 2시부터 시작하는 성령기도회에 나오라...얘기하고.
저녁찬으로 우렁쌈장을 끓이고, 양배추를 찌고 있는데 핸폰이 울리는 소리.
지금 부터 컴백홈~ 출발! 한다는 남편의 전화를 받고
밭솥의 불을 지피려는데 이번에는 집전화가 울린다.
독서단의 M자매.
내일 저녁미사 독서를 부탁합니다..고.
내일 저녁이라...금요일...
금요일저녁에는 한주일만에 컴백홈하는 P,
오랜만에 두 남자 보신 좀 시켜주려고 장어를 주문하였는데...
그리고 성령기도회 다녀와서 다시 저녁미사라...에효..
아..좀...어려운데....하려는데
말은 다르게 나와버린다.
알았어요...미사에, 또 독서라..좋죠.. 은총이죠..
그리곤 저녁식탁 차리는 중에 매일미사책 펼쳐들고서
"바룩서의 말씀입니다.
주 우리 하느님께는 의로움이 있지만, 우리 얼굴에는 오늘 이처럼 부끄러움이 있을 뿐입니다"
아..그런데 목이 썩 부드럽지가 않네그려..
금요일 아침.
오랜만에 느긋한 아침을 보내다가
지난번에 갈이하여 떼어 놓은 모시커텐을 세탁하고 화분에 물을 주고
글록시니아대신 바이올렛~
글록시니아꽃화분을 사러 갔다가 마땅한 게 없어서
글록시니아 대신에 들고 온 바이올렛
지금은 비록 꿩대신 닭의 신세가 되었지만
이십 여년전에는 바이올렛 화분을 제법 키웠었는데....
바이올렛의 꽃말은 영원한 우정.사랑
택배온 것 몇 개 받고, 어쩌고 하다보니 시간은 쏜살같이 흘러...
성령기도회 다녀온 후에 저녁식사 준비하려면 바쁠테니 미리 준비를 해얄텐데 뭘 해 놓을까..
오랜만에 김밥을?
당근을 채쳐 볶아놓고 우엉조림을 해 놓고. 시금치를 다듬다보니 시간은 또 쏜살같이 흘러가고
기도회 미사는 드리지 말고- 어차피 저녁미사에 또 가야하니- 돌아와서 김밥말이해 놓으면 되겠군...
싶으면서도 미사책과 성가책과 미사보는 챙겨 넣었네.
성령기도회에 참석인원이 너무 적다.
소성전의 반도 채우지 못하네. 그런 중에도
둘러보면 타본당에서 온 신자들이 더 많은듯...
잠시 휴식시간에 차를 마시는 중에
기도회 임원자매가 오더니 이따 미사에 독서를 해주세요...라네.
엥? 독서? 에효.미사전에 가려 했더니만..
울 신부님이 하시는 강의는 길지 않아서 좋아..ㅎㅎ~
강복까지 받고 제의실에 가서 전례복을 입고 와서 자리에 앉으니 에효..목이 더 깔깔하네그려.
아..도라지 조청 한 스픈 먹는다는 걸 또 잊었네.
미사후
로비에서 루시아자매를 기다리는데 마리아할머니와 인사를 나누던 신부님이 나를 보고
"뭔 할 말이 있는 것 같은데요?"
"아..아니에요..누구 기다리느라..."
"누구?"
에효..신부님..누구 기다리는지 궁금하시나이까?
다른 할 말도 없고하여
"저녁미사에는 누가 하세요?"
"보좌심..밥값 하게 해야지이~"
"저는 저녁미사에 또 오게 됐어요.. 독서대타...오늘 독서 두번씩이나 하게 되었어요."
"어...그러면 그냥 있으면 안되는데...안되는데...성령께.... "
"안되는데..뭐요? 신부님?"
에효..울 신부님 빙긋빙긋 웃으시면서 자꾸만 가만있으면 안되는데.....라고만.
가만 있지 않고 어떻게 해야할까요오?
세 여인네가 어울려 요즘 새로 개업한 국수집에서 개업 기념으로 반값에 팔리는국수가 맛이 괜찮더라..
하여 국수 한그릇씩...에효,이제 돌아가서 언제 저녁상 차려놓고 또 나올까..
김밥..그냥 가게에서 사가요.. 언제 가서 김밥을 말아요...
에구..그럴까? 우리집 P는 엄마가 직접하지 않은 김밥은 단번에 알아차리는데...
어쨌거나 김밥 몇 줄 사가지고 와서
유기그릇에 가지런히 담아서 세팅을 해 놓고
잠시 휴~ 할 새도 없이
J의 차를 타고 다시 성당으로...
뒷자리에 아들래미가 앉아있다
오늘 복사 서니?
아니요..
집에 혼자 두면 뭐해요..미사 데리고 나왔지요.
바깥주차장에 신부님이 서 계신다.
어..신부님이시네...
저녁 미사에 보좌심이라더니 어디 가시나?
우리를 발견하고 반가운 얼굴로 오시더니 문까지 열어주시네그려.
울 신부님.이런 매너는 참 좋아요.좋아~ㅎㅎ
짐짓..
"신부님..미사 안하세요?"
"어..아까 했잖아..."
"에이..일반신자도 아까하고 또 하는데요오..."
"아..알았어,,알았어..."
독서시니 얼른 들어가시라..며 등 미는 신부님을 뒤로하고 걸어가며 ㅎㅎ 웃음이 막 나왔는데..
제의실에 들어가서 옷을 입는데 꼬맹이 복사와 그 엄마가,
오늘 첫무대라 떨려요...
"어머..복사 첫날에 독서하게 되어서 영광이다..ㅎㅎ"
오늘 따끈따끈한 복사와 함께하는 미사,,라며
만면에 웃음이 한가득 하신 우리 마태오보좌심.
꼬마 복사를 보니 예전에 복사서던 때가 생각나고...새삼스럽고 즐겁다...고.
다른 복사 한 명은은 독서단의 A의 아들래미...으젓하게 신참에게 눈짓으로 손짓으로
잘 가르쳐주는 모습이 보기 좋아라~
꼬맹이 신참복사가 실수없이 잘 따라하니 보는내내 그저 미소가...
어..그런데...
제의실 작은 창으로 얼핏 보이는 모습이..신부님이신가?
어디 나가시던 길 아니었나?
아니나 다르랴..영성체 때 신부님이...
영성체 줄에 서면서...
아까 일반신자도 두번 미사 하는데요....했던 말이 생각이 나서 에구구...
에구구..그래서 영성체 주시러 오신건가.....
슬몃 웃음이 나왔는데 에효..그걸 또 신부님이
영성체 주시면서 개구진 표정으로
"왜 웃어요? 왜 웃어?"
에구구..신부니임~~~
미사후 제의실에서,
꼬맹이 신참복사의 첫 복사를 축하하러 할머니가 꽃바구니를 들고...
최영제 미카엘. 화살기도 한판 날려주마.
미카엘의 복사 첫무대를 축하하며 앞으로도 더욱 더 열심으로 맡은 바 정성을 다하는 자세로.
훗날. 혹시 사제의 성소가 싹이 트이기를 기대하며...~
문밖에 아빠.등 온 가족이 총 출동하여있네그려..
주차장에서 기다려준 남편 차를 타고 돌아오며.
시장하겠네...
아..집에 들러서 김밥 먹고 왔네...
아,,그래요? 일찍 왔었나보네..
그런데.아까..김밥 사 온 것이라 하지 않았었나? 유기합에 담겨있어서 갸웃했네~
아..비록 사 온 김밥이지만...세팅이라도 잘 해 놓아야지요오~
P는 어디메 쯤이래요?
도착하였을까?
전화해보니 차가 밀린다며 좀 더 있어야 도착할 것이라네.
그래..조심해서 와~
근데..나 내일 정출이야...
뭐시라고라~ 또!
정출에 빠지면 퇴출당한다네...
아 그 퇴출 제발 좀 당하시요오!
안돼지이...그동안 공 들여놓은 게 얼만데....
주말마다 낚시라~
에효..이젠 말릴 단계는 이미 넘어버렸다..멀리 갔다...너무 멀리...멀리...
주차장에 차를대고 계단으로 오르면서 남편이 하는 말.
근데 요즘..미사도 자주...독서도 자주 한다?
뭐 미사는 보통이지..근데 오늘은 미사도 두 번..독서도 두번했다네~
뭘 그리 자주해.
뭐.좋지요~ 은총이지요! 은총!
하루에 미사 두번이나.독서도 두번이나 할 수 있는 컨디션을 주셨으니 감사!
토요일 아침.
정출나가는 남편의 아침상,
어제 거의 남아있던 김밥을 계란물에 적셔 부치고
열무물김치 꺼내고
황도복숭아 깍아서 한 접시.
연잎차까지 내었더니
아 그차..보온병에 좀 담아주면 좋겠네....
그러지요 뭐..
오늘은 완벽한 서어비스다...
보온병에 담은 연잎차를 들고 나가는 뒤로
잘 다녀오시요오~
아..이제 시월이다..시월..
가지마다 열매 맺는 달, 구월은 가고
밝달 뫼에 아침의 나라가 열린 달
하늘 연 달 시월이다.
시월의 아침이다!
국군의 날이다!
대한민국군 용사여러분, 화이팅!
첫댓글 참 열심히 사시는 모습이네요^^ 주님이 보시기에 너무나 예쁜 모습이실듯 싶습니다..
저는 오늘 시월 첫날을 맞아서 모처럼 딸과함께 어농성지를 다녀왔습니다..미사하고 이천쌀밥집에가서 맛난 밥도먹고 행복한마음으로 돌아왔지요.
조금 마음이 불편했던 딸과 이야기도 많이 나누고 너무도 좋았던 시간이었답니다..우리모두가 주님의 울타리안에서 이렇듯 행복한 시간들을 보낼수 있음에 감사할뿐이지요..
쌀쌀해진 가을날씨에 감기조심하시기 바랍니다..^^
샬롬 모카님..시월 첫주일아침입니다. 어농성지는 말만 들엇지 한번도 가보지 못했네요.. 따님이랑 모녀유친하여 성지에도 다녀오고 맛있는 식사도 하시고.. 부럽습니다!
기온이 많이 내려갔다지요.. 환절기 감기 유의하시기 바래요~
오늘 낮에 비행기 소리가 하늘을 가르니 아! 오이늘 국군의 날이구나아~~!! 그제사 떠오릅니다
바쁘게 바쁘게 날이 워낙 잘 흘러가니 도무지 정신이 없습니다
오드리님도 많이 건강이 좋아진듯 하여 참 다행이네요
건강할 때 예쁜 봉사 많이 하시고 주님 은총 더욱 충만하시길 빕니다~
샬롬 수풀님.^^
저도요 티브이에서 국군의 날 식을 중계해 주니까 아..국군의 날이구나..했답니다요.
하루하루가 어찌나 빠리 지나가는지..이제부터 더욱 더 휙휙..휘리릭~ 지나가겠지요.에구 쓸쓸해요~
봄에 보담은 그런대로 컨디션이 나아진듯한 것이 다른이에게도 느껴지나 봅니다.
오늘 아침은 기온이 더 내려갔다지요..
따뜻하게 보내세요~
오늘 군인주일인건 2차헌금 있어서 알겠는데 어제 국군의 날은 모르고 지나갔네요.. 나도 종일 바쁜 어제 였지만 님은 미사를 두번하고, 독서를 두번하는 차원이 다른 바쁜10월 초하루였네요.
샬롬~ 은유님~
어제 군인주일에는 군종신부님이 미사를 집전하시고..후원회원 모집도 있었고...매달 소량의 액수지만 후원회원으로 등록하였네요..
레이스커텐사이로 투과되는 햇살이 따뜻하고 밝은 낮입니다.
휴일 오후, 평안하게, 즐겁게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