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남단인 휴스턴이나 뉴올리언스 부근에서 북단인 위스콘신 주의 그린 베이까지 남북을 오르내리며 길을 달리다 보니 요즘 남쪽에선 늦봄, 중부에선 초봄, 북쪽에선 늦겨울을 만납니다.
반팔 티를 입고 달리다가 긴팔 셔츠로 갈아입고 북쪽에선 파카를 꺼내 입습니다.
통상의 일은 큰 물류 창고에 가서 상품 실린 짐통이나 빈통을 내려놓고 나올 땐 반대로 빈통이나 상품 실린 짐통을 가져 나오는 것인데, 더러 통을 데크에 대고 상품을 싣거나 내릴 때까지 기다려야 할 때가 있습니다.
통상의 일은 'Hook & Drop'이라고 하고 상하차를 기다리는 일을 'Live Load/Unload'라고 합니다.
Live Load/Unload 때면 트럭 안에서 기다리기 무료하니 나와서 체조도 하고 근처 풍경이 좋으면 짧은 산책도 즐깁니다.
요즘의 산책은 먼 곳을 보며 걷기보다는, 땅이 밀어 올린 봄의 새 생명 새 기운을 보느라 주로 풀밭이나 땅바닥을 보며 걷습니다.
걷다 보면 그 생명 그 기운들과 교감도 하고 그들의 이야기에 귀도 기울이는데...
예전에 사진 보며 썼던 글 하나가 떠올랐고, 아직도 그때 그 감성이 제 속에 살아있음을 확인해서 참 다행이었습니다.
그때 그 사진과 그 글 찾아서 나눕니다.
<새싹과 낙엽>
"하늘 참 푸르다. 바람 참 시원하다. 공기가 참 맑아. 아... 이것이 세상이구나!"
방금 두터운 땅껍질 열고 머리를 내민 초봄의 연둣빛 새싹이 말했습니다.
"네가 세상을 아니?"
작년 가을에 떨어져 바싹 말라버린 낙엽이 부스럭거리며 물었습니다.
"할머니는 누구세요?"
"작년 이맘때 바로 너란다. 그땐 나도 너처럼 세상이 온통 나의 것이고, 느껴지는 모든 것이 다 신기했었지."
"저는 할머니처럼 그렇게 늙진 않을 거예요. 히히."
"나도 그때 내 옆에 누워있는 할머니를 보고 그렇게 말했었단다."
"......"
“세월은 참 빨라. 계절이 네 번 바뀌었을 뿐인데... 내가 벌써 할머니라니......"
"......"
"기죽을 필요는 없단다. 기죽이려고 한 말도 아니고......"
"그럼 왜? 저 지금 슬퍼요. 흑흑..."
"세월은 그렇게 빠르게 흐르는 것이니, 그 세월 동안 너에게 주어지는 모든 것들을 아끼고 사랑하라고..."
"어떻게 아끼고 사랑해요?"
"봄에 벌이나 나비가 날아들면 아낌없이 네 꿀을 내어주렴. 늘 사랑한다고 말해주렴."
"여름엔요?"
"가문 날의 목마름조차 아끼고 사랑하거라. 소나기가 내리면 그 세찬 아픔을 리듬에 실어 간직하거라.
희망을 품으면, 이겨내고 간직하지 못할 아픔은 아무것도 없단다."
"벌레들이 제 잎을 갉아먹으면요?"
"네 잎을 갉아먹던 송충이들이 어느 날 날개를 달고 하늘로 날아오르는 모습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동이란다.
아픔은 그래서 비로소 의미를 갖는 거지."
"어려워요... 그럼 가을은요?"
"아... 가을. 우리들의 짧은 생애 동안에 가장 아름다울 수 있는 계절이지. 마음껏 네 자신을 표현하려무나.
너를 무겁게 만들던 아픔들조차도 다 털어 내고 나면 한없이 가벼워짐을 느낄 거다. 날고 싶을 만큼... 그때 가만히 바람에 몸을 맡기렴. 팔랑팔랑 아름다운 낙엽이 될 거야."
"겨울은 당연히 슬프겠죠?"
"그다지 슬프지 않아. 온 곳으로 돌아가는 것이니... 나처럼 이렇게 온 자리에 드러누워 차츰 스며들기를 기다리는 거지.
스며드는 일 중에 가장 기쁜 일이 무엇인지 아니?"
"몰라요."
"하늘을 보는 것이란다. 등으로 스며들면서 가슴으론 하늘을 보는 거란다."
"......"
"......"
새싹은 다가올 미래에 대한 깊은 생각에 빠져들었고, 낙엽은 따스한 봄볕을 쬐며 꾸벅꾸벅 졸고 있습니다.
첫댓글 겨울이 가까이 있어 슬픈 가을이 아닌
나 자신을 맘껏 표현하는 그래서 아름다울 수 있는
가을에 내가 있다고 진정 믿고 싶습니다.
바람에 몸을 맡기고 자연의 순리를 따르며
아름다운 낙엽으로 나의 가을을 살고 싶습니다.
헤도네님 글에 표현되는 세상을 보면
헤도네님은 지금 바로 그렇게
살고 계시는 분입니다.
글을 읽는 새벽시간
참 좋습니다
참 행복합니다
고맙습니다
(며칠 전 까지만 해도 마음자리님의 사진처럼
새 순이 나왔었는데 이리 이쁘게 피었네요 )
수선화들이 길가에 줄지어 피었네요.
봄 상징으로 수선화와 개나리 산수유 등등 노란 꽃들이 참 잘 어울립니다.
새싹과 낙엽의 대화가 정겹고 따뜻하네요
오랜만에 잔잔하고 억지가 끼워들지 않은 글을 만납니다
휴스턴에서 그린 베이까지 대단한 거리인데요
그렇게 큰 덩치를 좁은 덱에 한치 어김없이 딱하고 붙이는걸 보면 아무튼 트레일러 운전은 예술이라 여깁니다, 진짜 ~
그렇게 하라고 따로 교육 기간을 두고
배우게 되는데 사실 그게 쉽지는
않습니다.
저는 6개월이 다 되어가는데도
좁은 곳에서의 후진은 여전히 어렵습니다. ㅎㅎ
한번에 해내는 트러커들을 보면
엄지척이나 박수도 쳐줍니다. ㅎ
저렇게 다 비워 냈으니
마음자리님의 마음이야말로
지금이라도 팔랑팔랑 날 준비가
되어 있는 듯 보여집니다.
지금 한창 새싹이 올라 오고 있습니다.
어제는 뒷뜰에서 수선화 몽오리를
찍었습니다.
여기 붙이고 싶은데 아직
제 폰에 있어 못 올립니다.
폰으로 바로 올릴 줄을 몰라요.ㅎㅎ
잘 읽었습니다.
글이 참 명쾌합니다.
저는 대부분 휴대폰의 다음앱으로 글도 쓰고 댓글·답글들을 답니다.
글이나 댓글에 사진 붙이기가 아주 쉬운데, 한번 해보실래요?
댓글창 왼쪽에 보면 사진기 모양 아이콘이 보입니다. 그 아이콘을 콕 쥐어박으면 사진들 고를 수 있는 창이 떠요. 원하는 사진 골라서 첨부하면 댓글 창에 뜹니다.
댓글과 같이 쓰고 올리기하면 ㅎ
사진과 함께하는 멋진 댓글이 되지요.
기존에 쓴 댓글에도 댓글창 오른쪽 옆, 점 세개 콕 찍은 후 편집 선택하면 왼쪽에 사진기 있으니 같은 방법으로 사진 추가할 수 있습니다.
공부 시켜서 죄송합니다. ㅎ
@마음자리 ㅎㅎㅎ
저는 폰의 사진을 컴퓨터에 저장한 후에
거기서 사진을 가져 옵니다.
번거럽지요.
알려주신 방법대로 시도해 보겠습니다.
지금은 컴퓨터를 쓰고 있습니다.
방금 폰에서 수정 눌러 그림 클릭했더니
제가 뭘 잠가 뒀다고 뜹니다.
잠군 게 많아요.
그냥 이대로 살아야겠습니다.
사진 좋군요.
사진 속의 비비추 어린 싹을 살짝 도려내서 살짝 데쳐서 봄나물로 먹지요.
다년생이라서 뿌리가 굵고, 길고....재배하기도 쉬워서 한 뿌리만 심어도 해마다 자꾸 번지지요.
글 내용도 좋군요.
어제는 이제 너댓살 먹은 외손자가 제 어미, 외할머니와 함께 와서 잠실 아파트 단지를 돌아다니다가 낙엽 하나를 주워서 집으로 가져왔대요.
커다란 프라타나스 낙엽. 비닐 안에 잘 넣어서... 자기네 집으로 되돌아갈 때 외손자는 손에 들고 가대요.
아파트 단지 안에는 청소부가 낙엽을 빗자루로 쓸어서 푸대에 담아서 산더미처럼 쌓았대요.
나중에 트럭으로 실어서 어디론가 보내겠지요.
세월은 흐르고.. 낙엽도 어디론지 떠나고....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글이기에 엄지 척~ 합니다.
글 또 기다려야 하니까요.
낙엽을 주워와 집에 가져가는 그 아이의 미래가 궁금해집니다.
저 새싹들이 비비추 새싹들이었군요.
알려주셔서 고맙고 닑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자연과 어우러지는 길 위의 인생,
트럭킹도 낭만이 있아 한 번은 해 볼만한
직업 같습니다. ㅎ 운전 하시는 본인이야
피곤하실 터 이지만,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건강하세요.
혼자 다양한 사색과 감정을
즐겨볼 수 있는 이 일이 저에게
잘 맞는 것 같습니다.
저에게 잘 맞는 일을 해서인지
크게 힘들거나 피곤하진 않답니다.
새싹과 낙엽의 대화가
새봄을 맞는 우리들의 마음 속을 꽤 뚫습니다.
귀엽고 여린 마음을 함께하여
앞날을 축복해 줍니다.
낙엽이 되어버린 설명을 하고프지만,
구태어 이해 시키려 하지는 않는 것입니다.
길위의 삶이 요란스럽지 않는
고즈넉한 삶으로 이어주네요.
글이 마음에 착 안겨옵니다.^^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지다 보니
삶이 요란해질 틈이 안 생깁니다.
부족한 이야기를 늘 귀 열고 들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마음자리님 동화작가하셔도 되겠습니다.
아마추어라 장르 구분없이 편히
쓰다보니 왔다갔다 합니다. ㅎㅎ
삭제된 댓글 입니다.
달라스로 옭기기 전 십년을 휴스턴에서 살았습니다. 진작 알았더라면 휴스턴으로 먼 걸음 하셨을 때 뵐 수도 있었을 텐데요. ㅎ
아직은 모든게 신기한 새싹에게 들려주는 자상한 낙엽의 사계이야기. 동화책을 본 것처럼 맘이 순수 해지는 것같아서 넘 좋습니다.
늘 읽어주시고 공감해주시는
나무랑님이 계셔서 글 쓸 힘이
납니다. 감사합니다.
잘 읽었습니다.
건필하시기 바랍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