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만에 경남 지방에 많은 눈이 내렸습니다.
눈이 왔다고 연락오는 사람 하나 없지만
뭔가 설레입니다.
문득 방청소를 하다가
재작년에 한라산 특별산행때 선물받았던 아이젠을 떠올립니다.
집 뒷동산인 천주산에도 눈꽃이 가득 피었고,
그때 써보지 못한 아쉬움을 되새기며..
무학산을 가보자 생각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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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본적 없지만 뭔가 듬직하군요.
아이스 스케이트나 제가 타던 인라인 스케이트랑 같은 방식입니다.
들고 무작정 무학산으로 혼자 떠나봅니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120DA64B50C4AC551C)
가는 길에..
이미 산마다 한가득 피어 있는 눈꽃을 보며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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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마산 가구거리에서 올라가는데
모교 성호초등학교 후문 담벼락을 지났습니다.
초등학교 다닐 당시 쥐포며 쫀듸기를 연탄불에 구워 팔던
할아버지 할머니 부부의 문방구 자리는 공터가 되어있고
눈싸움을 하고 있는 여중생들이 눈에 띕니다.
근데 마침 시기를 잘못타고 피어나온 장미꽃이 또 보입니다.
초여름께나 피어나야 할 녀석이
하나도 아니고 여럿이서
눈을 맞고 있는 모습이 뭔가 아름답지만 슬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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뽑기같은것을 원채 소싯적부터 좋아했던지라
요즘 밀어뽑는 기계에 맛을 들여서...
가벼운 마음으로 두어개 뽑아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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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원곡 씨름장 앞에 들어섰습니다.
역시 눈이 제법 와있습니다.
기대감에 설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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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국으로 가는 입구같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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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같으면 이질감이 들지도 모르지만..
눈이라는 매혹적인 매개체가 있어서 그런지
떨어진 잎과, 사람 발자욱과 눈이
뭔가 조화스럽게 하나같은 느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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잎은 다 떨어지고 앙상하지만
눈때문에 그런지 부족하지 않습니다.
평소같으면 앙상해 보일 나뭇가지들이지만
여인의 각선미 처럼 아름답게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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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처럼..
뭔가 때를 잘못맞춰 피어난 개나리도 보입니다.
우스갯 소리로 웃프다는 말처럼
아이러니한 느낌입니다.
따뜻한 봄을 알리는 초봄의 전령사같은 녀석이
이 한겨울에 피어나서 흰 눈을 떠안고 있는걸 보니
뭔가 아름답지만 애처로워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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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t1.daumcdn.net/cfile/cafe/020DE34950C4AC5809)
흰 도화지같은 눈내린 바닥을 보니
문득 장난기가 발동합니다.
스마트 폰이지만 이런 사진하나 문자로 보낼 사람 없으면서..
사진이라도 찍어보며 달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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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t1.daumcdn.net/cfile/cafe/0313454950C4AC5901)
서원곡의 끝자락에 들어서서
벤치위에 놓인 눈사람을 보곤
동심을 상기하며 저도 하나 만들어 봅니다.
눈삔표 긔요미 눈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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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에는 구름같은 눈안개가 많이 끼어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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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쪽을 향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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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지나간 사람들의 흔적이 남아있지만
길 위엔 혼자만 있습니다.
계속 혼자일거 같은 느낌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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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까지 앞으로 1.7KM
평범한 길 위라면,
평소의 산이라면
얼마 되지 않는 짧은거리의 길이겠지만
혼자일거라 생각하며 담담히 발길을 내딛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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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 늦은 시간은 아니지만
겨울 산의 밤은 어둡고 적막합니다.
추워서 산짐승도 없는 듯하고 너무나 고요합니다.
하지만 그 정적이 불쾌하지 않습니다.
되려 무섭지않은 그 포근함에
신선한 느낌마저 들고 마음이 편안해집니다.
그리고 많은 생각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가고
영화필름이 감기듯 차곡차곡 쌓여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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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저런 많은 생각들을 하며 어느새 휴식처에 다다랐습니다.
문득 올해 초의 시산제때를 떠올려 봅니다.
눈, 추위, 혼자, 밤, 겨울.. 뭔가 많은게 바뀌었는데
그때와는 사뭇 다르지만 즐거움같은게 느껴집니다.
배고프고 힘들고 스스로도 뭔가 미친놈 같다는 생각이 들지만..
평소에 그렇게 산도 자주 타지않고
산에 미쳤다 할수도 없는데.. 이 날은 마치 뭔가에 홀린듯이
묘한 즐거움과 생각들이 많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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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5 계단을 올라서며.. 멀리 마산 시내가 보입니다.
혹시나 정상쯤엔, 아니면 이즈음엔 사람이 한명 이라도 있을까 기대했는데
눈내린 겨울산 이 어둡고 추운 밤엔.. 사람이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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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석입니다..
담담하게 꿋꿋이 혼자 서있는 녀석을 보니
별 생각이..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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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산은 내리막길이니 준비를 해야죠.
벼뤘던 아이젠을 드디어 채워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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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라는 것도, 눈이 까마득히 내렸다는것도 잊고서
저녁 약속을 상기하며 학봉쪽으로 미친듯이 달려내려왔습니다.
평소면 왕복 2시간 30분이면 충분하겠지만..
밤인데다 눈때문인지..
하지만 하산은 정말 빛의 속도로 내려왔네요
정상에서 서원곡 팔각정까지 40분이라니..
밤이라 사진도 찍기힘들고..
폰카지만 눈꽃을 담아봅니다.
내일(토요일) 무학산 번개산행 오실 분들이 살짝 부러워집니다.
낮에 다시 오고 싶다는 욕심까지 들 정도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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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려온 길을 돌아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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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하산 후...
지인들과 삼겹살로 피로를 달랬습니다. 꿀맛!!
eplg. 먹을 것 하나 없이.. 500ml 생수 한병 가지고
밤의 눈길을 정말 힘들게 올랐지만..
나름 생각도 많이하고 좋은 경험이 되었습니다.
스키장도 가고 싶지만
눈산행도 꼭 다시 가고싶네요
혹자는 다시 내려올 산을 힘들게 왜 올라가냐 하지만..
느껴보고 나서의 그 느낌은.. 말로 설득할 수 없는 매력이 있는거 같습니다.
추위에 웅크리고만 계시지말고 한번 떠나보세요
장비 및 준비는 확실히 하시구요!
안전, 건강이 최고니까요^^
ps. 정작 전 너무 무리를 해서 그런지 왼쪽 무릎때문에 한동안 쉬어야 할듯한..;
첫댓글 한편의 스토리 잘 보고 간다~~ 너도 건강관리 잘하거라~~^^
예 감사합니다 형님도 즐산안산 하세요^^
행님 멋진 후기에 사진까지 잘보고 갑니다...^^
카메라가 엄서가 아쉬웠지만 이래 기억이 남으니까 좋네!ㅎ 오늘도 좋은 하루!
전 9일 일요일 오전에 무학산에 올랐갔었죠... 아이젠이 없어 내려오다 4번이나 미끄덩....
겨울엔 아이젠 없이 정말 힘들거 같아요! 올라가는건 둘째치고 하산할때 정말 위험하겠더라구요!
학봉에서 올라가다 찍었어요^^
오~~ 기배 글멋진데!!!! 잘보고가~~~
적석산 잘 댕겨오셨어요?ㅋ 산에서도 또 봐요 ㅋㅋ
사진과 글귀가 너무 잘 어우러져서 아주멋진 단편영화를 보고가는듯 여운이 많이남네요
다음편을 기대해주세요! ㅎㅎㅎ
좋은글 멋진사진~ 굿입니다! ㅎㅎ
감사합니다! 오늘도 좋은 하루 되세요^^
오- 요래서 눈산눈산 하는군요!! 잘 봤습니다~
눈 온 무학산이 귀해서 그렇지 다른 산도 좋은데 많아!!! 정산이나 번개 기회되시면 꼭 가보라규^^
오~ 잘 보고갑니다^^
해버 나이스 좋은데이 되세요!!
와 잘 봤습니다 ㅎ
저도 가슴팍까지 눈쌓인 산에 가보고 싶네요!ㅎㅎ
이야~~
멋지다~~ ㅎㅎ
코앞에 무학산가서 이래 좋은데 멀리 나가서 콧구뇽 바람 씌면 훨씬 좋긋지요ㅎㅎ 오늘도 존 하루 되시고 수고하세요!
와~~므찝니다...잘 보고 갑니다..ㅎ
ㅋㅋㅋ 뽑기의 달인이네~ 누나도 한개 뽑아도~
쑥쑥하지만 잘보고 갑니다.
저도 계사년에 무학산 2번 올랐는데 야간산행이라니 정말 대단합니다. ...담력또한...
아이젠 멋있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