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아도 잡아도 멸하지 않는다 하여 멸치라고 한다 그렇다면 연보랏빛 오월의 라일락나무들도 멸치다 유월, 담벼락에 온통 줄도장 찍는 줄장미들도 멸치다 그때마다 자궁 속 다시 나오고 싶은 여자도 멸치다 그 밤마다 치마 속 다시 들어가고 싶은 남자들도 멸치다 저 파닥이는 흰구름도 빗물도 빗물 적시는 먼지도 무엇이든 다 매만진다는 세월도 추억도 다들 단도처럼 반짝대는 멸치다 당신이라는 세상, 그 수상한 것만 빼면
시집 고통을 달래는 순서
Alfredo Guttero 1882~1932Senza titolo (Ritratto di Miss Davi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