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추억”
---박인희---
<1>
상수리나무에 등을 기대고 앉아서
그대가 불러주던 고운노래 귀 기울인다
이제는 다시 돌아올 길 없는
사랑의 추억이어라
라라~
<2>
황금의 햇빛 속을 걸어가던 두 사람
이마를 마주대고 영원한 꿈을 꾸었지
이제는 다시 돌아올 길 없는
사랑의 추억이어라
라라~
<3>
기쁠 때나 슬플 때나 한 마음 한 뜻으로
위로하고 아껴주던 그 시절 생각난다.
이제는 다시 돌아올 길 없는
사랑의 추억이어라
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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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노래는 1970년대 나와 CC(Campus Couple)였던 여인에게서 배운 노래다. 그렇다. 왜 그런 경우가 있잖은가? 아침에 일어나는 순간 문득 과거의 한 노래가 생각나 부지불식간에 하루 종일 그 노래를 흥얼거리는 그 경지? 오늘 아침, 이 노래가 그 노래였다. 그런데 마침 오늘이 우리 2남3녀 형제자매가 만나는 모임 날이었다. 됐다, 이 노래를 오늘 모임의 ‘주제가’로 하자. 가사는 모두가 들고 다니는 핸드폰 안에 있으니 해결, 노래를 형제자매들 모두 같이 듣고 따라 부르려면? 그렇지, 집에 있는 블루투스 스피커를 쓰자. 이윽고 10시에 거창 ‘만남의 광장’에 모였다.
아는 분은 아시겠지만 거창은 풍치가 빼어나다. 경남의 서북쪽 내륙에 위치, 동쪽은 가야산, 서쪽은 지리산, 남쪽은 감악산, 북쪽은 덕유산이다. 1000고지가 넘는 산만도 스무 개가 넘는다. 이런 명당자리에 터 잡은 구담구정(九潭九亭: 풍치가 좋은 곳, 계곡물이 흐르다 고이는 아홉개의 장소에 아홉개의 정자. 숫자 '구'는 막연히 '많다'를 뜻함)이 있는 계곡이 무려 세 개나, 차로 2, 30분 근거리에 모여 있다. 이름 하여 ‘‘심진동(潯眞洞 )’, 화림동(花林洞)’, ‘원학동(猿鶴洞)’. 오늘 우리가 주유할 계곡은 심진동과 화림동. 유학이 조선을 쥐락펴락했던 시절, 인구에 회자되었던 ‘좌안동(右安東)우안의(左安義)’라는 명구가 있다. 한양에서 남쪽으로 보아 낙동강 왼쪽에는 안동이요(퇴계 이황을 생각해보라), 오른쪽에는 거기에 버금가는 안의 고을(이를테면 일두 정여창)을 이르는 말이다.
심진동에는 용추폭포와 용추사(寺)가 있다. 화림동 골짜기에는 농월정, 군자정, 거연정, 동호정이 있다. 아마 옛날에는 더 많은 정자가 있었으리라. 심진동 용추폭포 아래 주차장에 주차. 잠시 걸어 폭포.
바로 위에 용추사.
10여분 거리의 농월정(달과 함께 희롱하는 정자)으로 이동.
12시를 넘기니 아해들이 배고프다 칭얼대어 나머지 코스(군자정, 거연정, 동호정)는 생략하고 나름 맛집으로 유명한 원조 안의 갈비집으로.
거창 읍으로 돌아와 설빙에서 팥빙수까지 거나하게 먹고 바로 아래 황강 강변에 내려가 예정한대로 블루투스 스피커를 틀어 박인희의 '사랑의 추억'을 배우다.
마지막 마무리는 설연의 '사계'에 맞춘 춤사위로.
원컨대, 정 월자 주자 어른, 권 묘자 순자 어른 슬하 2남3녀, 그 휘하 가람, 서현, 영주, 영미, 예원, 성준, 형준, 영준, 그 이후 자손 만대, 모두 우리 뜨락에 맺힌 수없이 많은 뜰보리수 붉은 열매처럼 하늘이 점지하신 만복을 누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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