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월 11일, 월요일, Port of Spain, Par-May-La's Inn
(오늘의 경비 US $74: 숙박료 $57, 점심 KFC 43, 음료수 (식수, 맥주, 럼주) 51, 바나나 6, 합승택시 4, 4, 거리의 악사 팁 1, 환율 US $1 = 6.25 Trinidad & Tobago dollar)
오늘은 Trinidad의 마지막 날이다. 이 나라 소개를 간단히 하면, 1498년 콜럼버스가 도착할 때까지 Arawak와 Carib라 불리는 민족이 살던 곳이었는데 (영화 “빠삐용”에 나오는 원주민들) 콜럼버스가 이 섬을 발견하고 “Holy Trinity"를 뜻하는 Trinidad라고 이름을 붙였다. 콜럼버스는 새로운 땅을 발견할 때마다 이름을 지었는데 그렇게 원했던 금이나 은을 발견 못했어도 (대신 콜럼버스가 죽은 후 멕시코를 정복한 Cortez와 잉카제국을 정복한 Pizarro가 발견해서 대박을 터트렸다) 새로운 땅 이름을 짓는 재미는 많이 본 것 같다.
스페인 사람들이 (그 후에는 프랑스 사람들이) 아프리카 노예들을 데려다가 담배와 코코아 재배를 했는데 1797년데 영국이 이 섬을 차지하면서 역시 아프리카 노예를 이용해서 사탕수수 농장을 시작했다. 1838년에 영국이 노예해방을 하면서 흑인들이 사탕수수 농장 일을 거부하고 정글로 도망가 버리자 (그래서 Maroon이란 흑인집단이 생겼다) 영국 농장주들이 인도에서 고용 노동자들을 데려다가 농장을 운영했다. 이 나라에 인도계가 40%나 되는 것이 그런 이유에서였다. 1976년에 흑인들 중심의 독립운동이 성공해서 독립을 성취해서 지금에 이르렀다.
Trinidad는 운이 좋은 나라다. 카리브 해 지역 나라로는 베네수엘라 다음으로 유일하게 1970년에 석유가 발견되어서 호황을 누리다가 석유 매장량이 바닥이 날 때쯤에는 자연가스가 발견되어서 지금까지 호황을 누리고 있는 나라다. 석유와 자연가스의 국제가격이 오르고 내림에 영향을 받아서 때로는 호황, 때로는 불황을 누리는 나라지만 불황이라도 먹고 사는 것은 걱정이 없는 듯, 별 걱정이 없이 사는 나라다.
오늘 아침 식사에는 나까지 네 명이었다. 모두 외국 여행객들이었다. 식사가 끝난 다음에 어제 숙소 직원에게 알아놓은 대로 숙소 앞길인 Picton Street가 끝나는 곳까지 걸어가서 (약 300m) 쉽게 “route taxi"라 불리는 합승택시를 타고 시내로 갔다. 보통 승용차인데 일정한 노선을 달리며 손님을 태우고 내린다. 요금은 웬만한 거리면 4 Trinidad & Tobago dollar인 것 같다.
합승택시에 오르면서 기사에게 Woodford Square에서 (서울의 시청 앞 광장에 해당하는) 내려달라고 했는데 Woodford Square 같이 보이는 곳을 지나쳐서 간다. 내 옆에 앉아있던 여자가 나에게 Woodford Square에서 내린다고 하지 않았느냐고 물어서 그렇다고 했더니 그 말은 들은 운전기사가 미안하다고 하며 차를 세워준다. 운전기사도, 내 옆에 앉았던 여자도 흑인인데 마음이 후하게 보이는 사람들이다.
숙소 주인은 인도인 부부이고 직원들은 대부분 흑인들인데 인도 사람들보다는 흑인들이 더 마음이 후해 보인다. 인도사람들과 흑인들을 간단히 비유하면 인도사람들은 두뇌로 사는 사람들이고 흑인들은 가슴으로 사는 사람들 같다. 흑인들은 생각이 단순한 사람들 같다. 복잡하게 사는 것을 못하고 (싫어하고) 있으면 쓰고 없으면 안 쓰는 사람들 같다. 인도 사람들처럼 장래에 대비해서 저축을 하는 성격이 아닌 것 같다.
오늘은 월요일이라 그런지 시내가 매우 번잡했다. 길은 좁은데 차는 많아서 교통이 보통 번잡한 것이 아니다. 그러나 범죄율이 높다는 오명과는 달리 전혀 위험해보이지 않는다. 남아공의 Johannesburg나 케냐의 Nairobi의 시내와는 전혀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안전해 보인다. 길을 걸을 때 귀찮게 구는 사람들도 없다.
오늘 날씨는 어제에 비해서 바람이 적어서 그런지 매우 덥게 느껴졌다. Woodford Square 주위에 있는 역사적인 건물들을 구경했다. Anglican Trinity Cathedral은 멋있게 보이는 건물인데 문이 닫혀있어서 안에는 못 들어가 보았다. 교회 문은 보통 항상 열려있는데 이 교회는 왜 꽁꽁 닫아놓았는지 모른다. 교회 건물 문은 물론 교회를 둘러싸고 있는 철책의 문도 닫아버렸다.
“Red House"라 불리는 국회 의사당은 복원공사 중인데 규모가 거대하다. 국회의원 숫자가 30명 정도라는데 왜 이렇게 큰 국회 의사당이 필요한가? 한국의 국회 의사당보다 크면 컸지 작지 않다.
그 옆에 있는 국립도서관도 규모가 거대하다. 원래 있던 오래된 도서관 건물을 앉고 있는 듯이 지은 현대식 건물이다. 옛날 도서관 건물은 복원해 놓았는데 동화에 나오는 그림 같은 건물이다. 역시 이 나라는 돈이 많은 모양이다. 이렇게 돈을 많이 쓰면서도 높은 실업률 문제는 해결하지 못하니 이해가 안 된다. 어쩌면 실업률이 높아도 실업수당 같은 것이 잘 되어있어서 사회문제가 안 되는 모양이다.
Woodford Square 주위 구경을 끝내고 두 블록 거리에 있는 Independence Square로 걸어갔다. 이 도시의 중심가인데 길 한 가운데 공원 같이 조성해 놓아서 할 것 없는 사람들이 많이 쉬고 있었다. 대부분 은퇴한 노인들이나 무직자들 같다. 그러나 분위기는 조금도 위험해보이지 않는다. Independence Square 동쪽 끝에는 거대한 규모의 성당이 있는데 이곳은 문이 활짝 열려 있었다.
Independence Square 구경을 끝내고 이 근처에서는 제일 좋은 해수욕장이라는 Maracas Beach로 가는 합승버스를 타려고 Henry Street로 걸어갔다. 이곳은 밤에는 위험지역이라는 곳인데 낮이라 그런지 전혀 위험해보이지 않았다. Maracas Beach로 가는 합승버스를 찾아서 차에 올랐으나 승객이 별로 없다. 만원이 되어야 떠날 텐데 언제 떠날지 기약이 없다 (오전 11시경). 다른 나라 경험으로 보면 1시간 내지 2시간은 기다려야 한다. 날씨가 좋으면 음악을 들으면서 기다릴 수 있는데 너무 더워서 도저히 기다릴 수가 없다.
결국 Maracas Beach에 가는 것을 포기하고 다시 Independence Square로 걸어가서 그곳에 있는 KFC 음식점에 들어가서 점심을 먹었다. 벌써 이틀째 KFC 음식이다. Maracas Beach에 가서 이 나라의 유명한 음식이라는 “Shark and Bake"이라는 음식을 못 먹고 떠나는 것이 좀 아쉽다.
Woodford Square로 돌아가서 그곳에서 숙소 쪽으로 합승택시를 타고 숙소로 돌아왔다. 숙소 근처에 진짜 중국음식점이 있다. 저녁때 가서 먹으려고 했는데 현지 돈이 모자라서 그만 두었다. 숙소에서 좀 바꾸면 되지만 별로 배가 고프지 않아서 비상식량과 (땅콩, 소고기 건포) 바나나로 해결했다. 숙소 근처에 있는 수퍼마켓에서 “Stag"이라 불리는 맥주 한 병과 카리브 지역에서 제일 많이 마신다는 럼주 (rum) 조그만 병 한 병을 사가지고 돌아왔다. 이곳 맥주는 한국 맥주보다 도수가 높은 5.5도라 훨씬 마시는 기분이 났다.
오늘 Independence Square에서 이 나라에서 시작된 음악이라는 "Steel Pan or Drum"으로 음악을 연주하는 것을 구경했다. 철로 만든 밥통 혹은 물통 같은 용기의 내부 벽을 두드려서 소리를 내는데 웬만한 악기가 내는 소리는 다 낸다. 신기했다. 사진을 찍고 팁으로 1 Trinidad & Tobago dollar를 주었는데 적다고 더 달라고 하는 것 같았는데 나중에 계산해보니 정말 너무 적었다. 1 Trinidad & Tobago dollar이면 우리 돈으로 200원 정도밖에 안 되는 돈이다.
숙소에서 내일 아침에 공항으로 가는 택시 예약을 해놓았다. 비행기 출발 시간이 아침 8시니 6시까지는 공항에 도착해야 하고 숙소에서 5시 15분에는 떠나야 한다. 알람시계로 가지고 다니는 휴대전화에 새벽 4시에 알람을 마쳐놓았다. 앞으로는 이렇게 일찍 일어나야하는 항공편은 피해야겠다.
이것으로 간단히 Trinidad 여행을 끝낸다. Maracas Beach 못 간 것은 전혀 아쉽지 않으나 (비치는 어느 곳이나 마찬가지고 별로 흥미도 없다) “Shark and Bake" 음식을 못 먹은 것은 좀 아쉽다. 상어튀김 같은 요리인 모양이다.
이번 여행은 예상 외로 좀 불안스럽게 시작되었으나 (출국 항공권 문제) Trinidad에서 보낸 3일은 그런대로 만족스러웠다. 그러나 앞으로가 문제다. 앞으로 항공권을 살 때 좀 더 신경을 써야할 것 같다. 조급하게 사면 바가지 가격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10% 경로할인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발견한 것은 반가운 얘기다. 왜 이런 정보가 Lonely Planet에는 없는지 불만이다.
주위에 역사적인 건물이 많은 Woodford Square
1818년에 세워진 거대한 규모의 Anglican Trinity Church
복원공사 중인 국회의사당 "Red House"
옛 도서관 건물을 가운데 둘러싸고 지어진 현대식 국립도서관
인구 130만 나라에는 너무 큰 규모다
옛 도서관 건물을 아름답게 복원해 놓은 것을 보니 역시 돈이 많은 나라다
Woodford Square 주위에 있는 또 다른 시립 도서관도 멋있는 건물이다
국회의사당 건물 뒤에 있는 중앙경찰서 건물은 전혀 경찰서 건물 같지 않다
멋있게 차려입은 사람들이 자주 보이는데 곧 열릴 카니발 때문인가?
카니발 용품 상점
상점 안에는 카니발에 사용되는 여러 가지 물건들이 보이는데 대부분 인도에서 수입한 싸구려 물건 같다
Port of Spain의 중심가 Independence Square
Independence Square 양쪽으로는 차도가 있다
Independence Square에는 젊은이들도 좀 보이지만
대부분 노인들이다
멋있게 차려입고 음료수 노점을 지키고 있는 여자
Steel Pan 혹은 Drum으로 멋있는 음악 연주를 하고 있는 거리의 악사
Steel Pan 악기 안쪽 모습
Steel Pan 악기는 여러 가지 모양이다
Independence Square와 Woodford Square를 연결하는 Frederick Street
Independence Square 동쪽 끝에 자리 잡은 Roman Catholic Cathedral
밤에는 위험지역이라는 Henry Street 풍경
Henry Street에서 대낮에 잠을 자고 있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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