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똥밭의 그림자
―고故 황병승 시인이 오늘 밤 그립다.
김영찬
'괜찮아 울지 마 죽을 정도는 아니잖아'
나하고 절친했던 병승이는,
엄살 피우기 싫다고 누구한테도 엄살 피우지 않겠다고
그냥 죽었다
등신 새끼 병승이
등짝 기울었다
‘괜찮아 걱정하지 마 아직은 안 죽어’ 라고 나한테
수십 번 이상 다짐했었지
삥신 새꺄,
짜부가 그러라던?
짜부하고 놀더라도 그 애하고는 너무
멀리 가지 말라고
느그 엄마가 아닌 나도 그렇게나 여러 번 신신당부
애걸하듯 말렸었지
오직 짜부하고만 내통하던 병승이가 짜부를 데리고
어디로 갔을까
육신의 아버지가 씨 뿌리다 돌아선 개똥밭에
그림자만 피식피식
쟁여놓았다
김영찬
2002년 계간 <문학마당>에서 문단활동 재개
시집 「불멸을 힐끗 쳐다보다」, 「투투섬에 안 간 이유」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