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창작동화 공모전 (장편)응모 낙선작)
-아직 책으로 역지 못하고 있는 동화 한 편-
그 때 낙선이 않되었더라면.......
*그냥두기 아쉬워 다시 올린다..
오랫동안 남긴 글들이 어떻게 소리없이 사라진다!
내가 쓴 그 이야기가 ..... 컴을 사용할 줄 몰라서인가?
장편동화-흘러간 노래. 미발표작
하늘 향해 부르는 멍이 들의 슬픈 노래
전세준
-걱정하는 엄마 얼굴-
엄마의 뜰에는 언제나 열아홉 송이의 예쁜 꽃이 따사로운 햇살을 받으며 예쁘게 자라고 있습니다.
한 가족이 늘어날 때 마다 엄마는 예쁜 꽃나무를 사 들고 와 햇살이 넘치는 양지바른 엄마의 뜰에 심습니다.
그 꽃나무들은 길에서 쫓겨 다니는 유기견(길에 버려진 강아지)을 안고 집으로 들어오는 날입니다.
꽃나무 한 그루가 늘어날 때마다 엄마의 식구는 늘어납니다.
오늘은 엄마의 생일날입니다.
엄마의 생일잔치는 엄마가 오후 늦게 돌아온 탓으로 저녁 늦도록 계속 됩니다.
아기 강아지, 엄마 강아지, 이름도 땡땡이 왕눈이. 깜둥이....모두 서로 엄마 앞으로 다가와 꼬리를 흔듭니다.
"엄마, 축하해요!"
"엄마, 우리를 살려줘서 고마워요."
"엄마, 힘들지요?"
"우리가 앞으로 엄마를 도울 게요!"
"엄마, 피곤하지요!"
여기저기서 모여든 강아지들은 엄마의 얼굴을 혀로 맛 사지 해 줍니다. 그리고 진심 어린 마음으로 엄마의 생일을 축하합니다.
“엄마, 오늘 저녁은 아무 걱정말고 푹 쉬어요. 그리고 내일은 나가지 말고 집에서 우리들과 놀아줘요‘”
왕눈이가 대장답게 엄마 곁으로 다가와 속삭입니다.
“녀석.... 이것 모두 네가 시켰지?”
엄마는 엉뚱한 얘기를 합니다.
“뭘? 아, 아니요.!”
왕눈이는 시침을 뚝 땝니다.
“다 안다 네가 아니면....이렇게 할 녀석들이 없다.”
엄마가 싱긋 웃습니다. 싫은 얼굴은 아닙니다.
“작년에도 네가 시켰잖아! 내가 작년에 뭐라 했니? 앞으로는 이런 준비를 하지 말라고 했는데.....”
엄마는 작년 생일잔치를 떠 올린 모양입니다.
"허어 참!"
왕눈이는 엄마가 모두 알고 있는 일을 더 숨길 수 없어 아무 말도 못합니다.
“내가 작년에 그렇게 앞으로는 하지 말라 고 했는데....”
"그래도, 우리들을 때문에 고생하고 있는 엄마 생일인데 어떻게 그냥 지나가요? 그렇지 않아요 엄마? 차린 것은 없지만, 오늘 하루만이라도 즐거운 마음으로 푹 쉬세요."
“어허...녀석, 알았다. 그래, 그래 하여간 고맙다. 내 너희들 성의가 고마워 맛있게 먹을게...자, 모두들 같이 먹자.“
엄마는 모여 온 강아지들을 보고 활짝 웃습니다.
"벌써 모두 저녁먹이를 제각각 나눠 줬어요. 걱정 말고 엄마 빨리 드세요."
“그래, 그래 알았다.”
엄마는 강아지들이 준비한 케이크를 칼로 잘라 한 토막을 손에 듭니다.
“자, 모두들 같이 먹자!"
케이크 한 조각을 든 손을 높이 쳐들며 크게 외칩니다.
"와 아! 우리 엄마 최고!"
여기저기서 큰 소리가 좁은 골방과 쓰레기 창고 좁은 마당에 울려 퍼집니다.
엄마의 잔치는 오늘이 처음이 아닙니다.
왕눈이가 엄마의 도움으로 이곳에 와서 오래전부터 엄마와 같이 살고 있는 다른 친구들과 지내면서 엄마의 생일잔치가 시작된 것입니다.
엄마는 조그마한 마을의 아파트에서 혼자 살면서 노점상을 하며 살아 왔습니다.
어느 날 부터 한 마리 두 마리 버려진 강아지들을 보았습니다.
더러워진 털옷을 입고 이곳저곳 큰길이나 골목길 쓰레기 뒤지는 모습을 보고는 너무 불쌍해 집으로 데려오기 시작했습니다.
강아지들 숫자가 늘어나기 시작했습니다. 아파트 생활은 더 오래 견딜 수 없었습니다.
아파트 주민들의 민원이 생겨나기 시작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엄마는 더 주민들에게 피해를 줄 수 없어 결국 아파트를 팔았습니다. 그리고 아파트에서 조금 벗어난 이곳 산 아래 단독 주택으로 강아지들과 같이 이사를 하고 지금까지 살아오고 있습니다.
엄마가 길에 버려진 왕눈이 친구들을 불쌍하다고 하나 둘 집으로 대려와 같이 살기 시작하면서부터 엄마의 넓은 단독 주택은 강아지들의 새로운 생활 터전이 되었습니다.
조그마한 텃밭이 있는 좁은 마당 여기저기에서 모두 잠을 자며 엄마가 주는 밥으로 하루하루를 살았습니다.
꽃나무가 하나둘 늘어 날 때마다 강아지 친구들의 숫자가 늘어났습니다.
엄마는 노점상을 그만두고 그때부터 폐휴지를 모아 팔았고, 그 돈으로 강아지들의 먹이를 사들이기 시작했습니다.
매일 아침 일찍 손수레를 끌고 엄마가 노점장사를 하던 시장 부근 상점 앞을 돌며 폐휴지나 고물, 빈 병들을 모아 폐휴지는 그날그날 고물상에 팔아 먹이를 샀고, 고철이나 빈 병은 좁은 마당 한구석에 차곡차곡 쌓아 놓으며 강아지 식구들과의 생활을 계속 이어갔습니다.
하루 또 하루, 일 년 이년이 지날수록 강아지들의 숫자는 늘어났고, 조그마한 텃밭은 강아지들의 놀이터가 되었습니다.
저녁 늦게까지 엄마의 생일잔치는 한참동안 계속되면서 어둠 속에 빛나는 밤하늘의 별들이 엄마의 좁은 마당으로 내려앉습니다.
“이제 모두 잘 시간이다. 모두 자거라. 오늘 너희들 고맙구나. 덕분에 내가 잘 먹었다. 또 부탁이지만은 내년부터 다시 생일잔치 같은 것 차리지 말고....자, 어서 자!.”
엄마는 좁은 안방에 차려진 생일상을 치우며 강아지들을 바라봅니다.
"네! 알았어요. 엄마, 그럼 안녕히 주무세요."
"잘 자요 엄마."
"좀 쉬면서 일하세요."
"엄마가 아프면 안되요."
강아지들은 엄마를 향해 꼬리를 흔들며 모두 한 마디씩 합니다.
“알았다. 알았어! 너희들도 잘 자고 언제나 몸을 깨끗하게 해라! 아침에 일어나면 꼭 아침 세수를 하고, 옷도 깨끗이 입도록 해라! 너희들이 병들지 말아야지.”
자기 잠자리를 찾아가는 강아지들을 향해 엄마는 늘 하는 얘기를 또 합니다.
강아지들이 가끔 몸이 아프거나 가축병원을 찾을 때 마다 엄마는 큰 걱정을 합니다.
병원비가 많이 들기 때문이고 아이들에게 무슨 일이 생길까 걱정이 되기 때문입니다.
엄마의 벌이로 강아지 아이들 병원 치료비를 내야 한다는 것은 큰 부담입니다.
엄마는 강아지들을 아이라고 부릅니다. 엄마에게는 아이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늘 밖에 나갔다 오면 어디 다치거나 아픈 아이들이 없이 하루를 잘 지냈다는 것에 마음을 놓습니다.
강아지 아이들이 모두 자기자리로 가자 엄마는 좁은 방으로 들어옵니다.
조마조마한 엄마의 가슴이 콩콩 뜁니다.
저녁이 지나 어두워 올 때까지, 오늘 온다던 노란 옷 <동물사랑 회>> 직원들을 태운 자동차가 나타나지 않아 엄마는 참 다행이라 생각이 듭니다.
엄마는 <동물사랑 회> 노란 자동차를 생각하면 언제나 마음은 불안 합니다.
아이들이 모두 잠을 자기 시작 했을때 까지 노란 차는 나타나지 않습니다.
강아지들은 이곳 저것으로 흩어져 잠을 자기 시작하자 엄마의 집은 조용합니다.
<동물사랑 회>에서 사람들이 찾아올 때마다 똑같은 소리를 하고 돌아갔고, 언제 또 오겠다면서 강아지들을 이곳저곳 살펴보면서 큰길로 나가곤 합니다.
엄마는 좁은 방에 불을 끄고 혼자 누워 창밖을 바라봅니다. 눈을 감고 잠을 불러봅니다.
밤하늘의 별들이 아우성을 치며 엄마의 방으로 밀고 들어왔습니다.
“밀지 말아요! 차례를 지켜요!”
“엄마! 어디 갔어?”
-쾅! 쿵 쿵!-
등 뒤에서 포탄 소리가 하늘을 울리며 머리 위로 쏟아져 내렸습니다.
엄마는 육 이 오 전쟁 때 북쪽에서 아빠를 따라 남쪽으로 피난 오다 결국 손을 잡았던 아빠를 잃었습니다.
혼자 흐르는 눈물을 옷소매로 닦으며 남으로 오는 피난민 속에 묻혀 남쪽 나라로 내려 왔습니다,
엄마는 전쟁 고아원에서 오랜 날을 보내며 자랐습니다.
늘 외로웠고 고향에 살던 꽃마을과 같이 놀던 친구들의 그리움 속에서 살았습니다..
엄마는 길에 버려진 강아지들이 가여워 한 마리 두 마리 집으로 대려다 돌봐주기 시작한 것이 이제는 엄마가 응당 해야 할 일이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피곤하고 귀찮을 때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길에 버려져 목욕 한번 못하고 먹을 것을 찾아다니는 강아지들이 꼭 자기의 옛날을 보는 것 같아 마음이 아팠습니다.
‘자기들이 키우던 강아지들을 왜 버릴까?’
한 마리, 또 한 마리씩 온통 흙먼지로 쌓인 강아지들의 눈빛에는 모두 자기 엄마에 대한 그리움인지 배가 고파서인지 하나같이 눈물에 젖어 있었습니다.
엄마는 강아지들이 더욱 불쌍해 보였습니다.
“그래, 그래 걱정 마, 오늘부터 나랑 같이 살자. 우리 집에 가면 너 같은 친구들이 많이 있단다.”
한 마리씩 안고 올 때마다 엄마가 하는 소리였습니다.
이제 엄마의 낡은 공책에는 스물다섯 마리 강아지들의 이름과 집으로 안고 온 날짜가 두 페이지를 차지하고 꽃동산에는 스물 다섯 꽃 나무들이 자라고 있었습니다.
생일잔치가 끝난 다음 날 아침이 밝게 엄마의 집에 찾아옵니다.
강아지 아이들에게 아침밥을 줘야 합니다. 벌써부터 잠을 깬 강아지들은 엄마가 방문을 열기 기다렸다는 듯 앞다투어 꼬리를 흔들며 엄마에게 달려와 아침 인사를 합니다.
"엄마, 안녕!"
"엄마 잘 주무셨어요?"
"엄마, 어서 아침 밥 줘요!"
언제나 아침마다 반갑다고 꼬리를 흔들며 하는 인사입니다
처음에는 몇몇 아이들만 엄마에게 다가와 아침 인사를 했지만, 왕눈이가 오고부터는 한 아이도 빠지지 않고 아침 인사를 합니다.
왕눈이가 엄마가 없는 사이 단단히 명령을 내린 때문입니다.
“그래, 알았다. 모두 밖에 나가지 말고 왕눈이를 따라 대문 안에서 아침 걷기운동을 해라.”
엄마의 말이 떨어지기도 전에 왕눈이가 외칩니다.
"모두 모여!"
인사를 마치고 여기저기 대문 안에서 맴 돌던 강아지들이 재빠르게 왕눈이 앞으로 모여 듭니다.
왕눈이 앞에서는 누구도 꼬리를 흔들지 않습니다.
아침에 제일 무서운 것은 엄마 보다 왕눈이기 때문입니다.
"내가 오늘 다시 한 번 주의를 주고 운동을 할 테니....내 말 잘 듣고 자수해라! 알겠나?"
왕눈이는 귀를 바짝 세우고 고개가 빳빳해 집니다.
강아지들은 화들짝 놀라면서 겁에 질린 얼굴로 서로 쳐다봅니다.
왕눈이 대장이 무슨 일로 화가 났을 때 늘 보는 모습이기 때문입니다.
".......?"
"무슨 일이야?"
"모르겠어!"
왕눈이 앞에 다가온 강아지들이 왕눈이 눈치를 보면서 목소리를 죽여 소곤거립니다.
"솔직히 누가 그랬는지 이야기해라! 그러면 오늘은 특별히 용서한다. 어제는 엄마 생일이니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앞으로는 그전처럼 절대 용서하지 않는다. 알았나?"
왕눈이 대장은 겁에 질린 강아지들을 하나하나 바라봅니다.
"무....무슨 일이야?"
"몰라! 어제 밤에 무슨 일이 있었는가 봐."
강아지들은 서로 얼굴을 마주보며 잔뜩 겁을 먹은 눈치입니다.
왕눈이 대장은 이쪽저쪽 고개를 돌리며 사방을 돌아봅니다
"....."
"정말 없냐?"
왕눈이의 목소리가 조용해진 마당에 쾅 더욱 크게 울리며 퍼져 나갑니다.
“얘야! 무슨 일이냐? 운동은 하지 않고.”
먹이 창고에서 아침먹이를 준비하던 엄마는 갑자기 커진 왕눈이 목소리에 깜짝 놀란 듯 왕눈이를 바라봅니다.
바로 그 때 입니다.
"대장! 내가....내가 그랬어! 잘못했어."
맨 앞쪽에 서 있던 쫄쫄이가 겁에 질린 듯 한 얼굴로 왕눈이 대장을 바라봅니다.
".... 어제 생일잔치에서 너무 먹었는지 갑자기 배가 아프고 대변이 급하게나와 화장실까지 가지 못하고 그만. 내가 잘못했어! 아침 일찍 치운다는 게 그만 잠이 들어서...."
쫄쫄이는 친구들 얼굴을 번갈아 보면서 미안한 듯 두 눈을 깜박입니다.
옆에서 듣고 있던 엄마가 쫄쫄이와 왕눈이를 번갈아 바라보며 싱긋 웃습니다.
“그럴 수 도 있지..... 어제 우리 모두 맛있게 많이 먹었잖니? 왕눈아, 오늘은 용서해 줘라...얼마나 급했으면...”
아무런 일이 아니라는 듯 엄마는 다시 먹이 창고로 갑니다.
"알았다. 어제 잔치도 있었고, 또 엄마의 말씀도 있으니 용서한다. 앞으로는 어떤 일이 있어도 용서 안한다! 모두 잘 알았나?"
"응, 알겠어."
여기저기서 똑 같은 대답이 나옵니다.
음식을 먹고 소변이나 대변이 나올 때는 반드시 마당 한 쪽 구석에 있는 조그마한 강아지들의 화장실이 있어 모두 그곳에서 볼 일을 봅니다.
쫄쫄이가 밤에 몹시 급했던지 다른 곳에서 볼 일을 본 것입니다.
엄마는 며칠에 한 번씩 화장실을 깨끗이 치웁니다. 그 덕분에 마당은 언제나 깨끗합니다.
“얘들아, 모두 밥 먹어라!”
아침 식사를 알리는 엄마의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모두 가서 질서 있게 식사해라."
왕눈이 목소리가 예전같이 부드러워 집니다.
강아지들은 여기저기 우르르 밥그릇이 놓여있는 곳으로 달려가 한 그릇 한 그릇 담겨있는 아침밥을 먹습니다.
언제나 밥 먹는 시간은 즐겁습니다.
엄마가 힘들게 일해 번 돈으로 사 온 밥이기 때문에 엄마에게 조금은 미안하지만 강아지들은 어쩔 수 없습니다. 그저 엄마가 고맙기만 합니다.
엄마도 좁은 부엌에서 의자에 앉아 싱크대를 밥상으로 아침밥을 먹습니다.
밤 먹을 때는 언제나 조용합니다.
“오늘은 좀 늦었구나.”
아침 식사가 끝나자 엄마는 곧 수레를 찾아 일터로 갈 준비를 합니다.
왕눈이도 밥그릇을 비우고 엄마 옆으로 갑니다.
그때입니다.
“아! 오늘 만나게 되어 잘 되었습니다. 어제는 너무 일이 많아 못 왔습니다. 미안합니다."
엄마의 가슴이 쿵 내려앉습니다.
언젠가 찾아온다고 했던 <동물사랑 회> 사람들이 노란 단체복을 입고 대문 앞에 서 있습니다.
엄마는 정신이 아찔해 옵니다.
몇 번 찾아 왔다가 엄마를 만나지 못하고 돌아가곤 했던 사람들이 오늘은 엄마를 만난 것이 잘 되었다고 반가와 합니다.
“저희들이 더 자세히 말씀 안 드려도 잘 아시죠?.”
“.....”
엄마는 이 사람들이 찾아오고 만나자고 하는 이유를 그전부터 잘 알고 있습니다.
“으응? 저기, 저기 좀 보세요 할머니!”
엄마와 이야기를 나누던 <동물사랑 회> 아저씨가 손가락으로 배가 볼록한 강아지를 가르킵니다.
예쁜이 입니다.
“응?”
정말 예쁜이 배가 다른 강아지들과 다르게 볼록 합니다
“새끼를 가졌어요. 저렇게 새끼를 갖게 되면 할머니, 강아지 숫자는 엄청 늘어납니다. 그러니 이렇게 힘들게 키우지 마시고 저희들.....”
“아...알았어요. 무슨 말씀인지...생각 해 볼게요... 오늘은 이만 돌아가세요....저가 일 나가야 할 시간이에요. 다음 조용할 때 다시 만나서 이야기해요.”
“네, 그래요? 일하러 가실 시간. 그럼 하루속히 결정해서 연락주세요....여기로 전화 해 주세요.”
“.....”
엄마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고 명함 한 장을 받아들며 다시 예쁜이를 멍하니 바라봅니다.
<동물사랑 회> 아저씨들이 한참 머뭇거리다 돌아가자 엄마는 힘없이 폐휴지 위에 펄썩 주저앉습니다.
강아지들은 모두 입을 다물고 멍하니 엄마를 바라봅니다.
엄마의 얼굴이 근심에 쌓입니다.
콩닥콩닥 가슴이
엄마의 뜰에는 언제나 따스한 햇살로 가득 넘칩니다.
다른 강아지들보다 유독 배가 볼록한 예쁜이만 엄마는 바라보고 있습니다.
엄마의 표정을 살핀 예쁜이는 더 엄마를 쳐다보지 못하고 고개를 푹 숙입니다.
“정말!”
엄마의 표정을 살피던 왕눈이가 예쁜이를 보고 다시 놀랍니다.
예쁜이 배가 정말 볼록합니다. 아무리 밥을 많이 먹어도 그렇게 볼록 할 수 없습니다.
‘그럼, 정말?’
<동물사랑 회> 아저씨의 말이 떠오릅니다.
‘그럼, 예쁜이가 정말 아기를 가졌단 말이야? 그래서 엄마가 저런 얼굴로....아, 어쩜 좋아...’
왕눈이는 다시 엄마의 얼굴을 바라봅니다.
그전 같으면 이 시간에 수레를 끌고 밖으로 나갈 시간 입니다. 그러나 엄마는 폐휴지 더미에 한동안 그냥 앉아 있기만 합니다.
엄마는 말이 없습니다.
엄마의 얼굴만 쳐다보는 강아지들도 모두 입을 다물고 있습니다.
엄마는 힘들게 일어나 천천히 한 걸음 한걸음 예쁜이 곁으로 다가 갑니다.
모두들 긴장한 얼굴로 고개를 숙이고 있는 예쁜이를 바라봅니다.
다른 강아지들도 이제 엄마가 왜 그러는지 알아차린 듯 엄마의 눈치를 다시 살핍니다.
예쁜이는 엄마가 옆으로 올 때까지 고개를 들지 못하고, 겨우겨우 숨만 쉬고 있습니다.
“예쁜 아, 이리 온.”
엄마가 예쁜이 앞에 다가가 앉으며 예쁜이 등을 살며시 살며시 쓰다듬어줍니다.
예쁜이는 엄마를 보면 반갑다고 늘 꼬리를 흔들었지만, 오늘은 꼬리를 아래로 축 늘어뜨리고 있습니다.
“괜찮다. 예쁜 아.....”
엄마의 말은 그 어느 때보다 부드럽습니다.
“엄마! 내가...내가 잘못 했어요. 용서해 줘요!-
예쁜이는 겨우 고개를 들고 엄마를 쳐다봅니다. 어느 사이 예쁜이 두 눈에 눈물이 고여 있습니다.
“응...으응...그래, 그래.”
“제가 잘 못했어요...엄마의 말을 지키지 못하고.....”
예쁜이는 엄마 앞에 납작 엎드립니다.
바로 그 때 입니다
“엄마! 제가 잘 못했어요....예쁜이는 잘 못이 없어요....저가 그만 엄마의 말씀을 깜빡 잊고...엄마, 예쁜이를 용서 해 줘요.”
한쪽 모퉁이에서 예쁜이와 엄마를 번갈아 바라보며 쥐죽은 듯 가만히 있던 용팔이가 살금살금 기어와 엄마 앞에 엎드리며, 두 손으로 싹싹 빌기 시작합니다.
“으응...용팔이 너 였구나....엄마 말을 잘 들었어야 지...쯧쯧.“
엄마는 역시 앞에 와 바싹 엎드린 용팔이 등을 가만히 쓰다듬어주며 조그맣게 말합니다.
“잘 못했어요!”
용팔이는 고개를 푹 숙이고 흐느끼기 시작합니다.
“용팔이가?”
“용팔이 하고 예쁜이가?”
“에잇! 그렇게 엄마가 부탁했는데....”
“그러게 말이야.”
“엄마가 우리 많은 식구들을 먹여 살리느라 그렇게 고생하는데 쯧쯧쯧.”
여기저기서 숨을 죽이고 있던 다른 친구들이 자기들끼리 소곤소곤 합니다.
“지금도 식구가 많아 엄마가 고생하는데. 또 아이들이 생기면 어떡해!”
“그렇게 엄마가 몇 번 씩이나 부탁했던 말인데...”
“그만들 해라!”
강아지들의 소곤거림이 엄마 귀에 들어간 모양입니다.
“....”
“.....”
강아지들은 걱정과 겁에 가득 찬 눈으로 서로 얼굴을 쳐다보며 입을 다뭅니다.
“내가 너희들에게 몇 번이나 부탁했는데.... 절대로 우리 집에서 서로 조심해야 한다. 너희들이 짝짓기를 한다면 우리 식구들이 엄청나게 많이 늘어나. 그러니까 서로서로 조심해라. 앞으로 새로 들어 올 친구들이 얼마나 될 런지 모르지만.”
새 친구가 들어 올 때마다 인사를 시키며 엄마가 부탁한 말입니다.
한 마당 여기저기에서 자기 마음대로 돌아다니는 강아지들은, 엄마가 있을 때나 없을 때, 친구들과 같이 마음대로 돌아다니며 놀고, 또 낮잠을 자기도 하면서 재미있게 보내고 있는데 이런 일이 생긴 것은 벌써 두 번째 입니다.
“이리 온 예쁜아!”
예쁜이 등을 쓰다듬던 엄마는 납작 엎드려 눈물을 글썽거리고 있는 예쁜이를 덥석 안아 가슴에 품습니다.
“아이구, 이 무거운 몸을....쯧쯧..내가 미처 알지 못 해 미안하구나.”
‘?’
숨죽이고 있던 강아지들은 눈을 크게 뜨고 엄마를 바라봅니다.
예쁜이와 용팔이에게 크게 화를 낼 줄 알았는데 엄마는 걱정스러운 눈으로 예쁜이를 안아주는 것입니다.
“용팔아 너도 일어나.”
그때까지 납작 엎드려있는 용팔이 머리를 한 손으로 쓰다듬으며 엄마는 웬 일인지 싱긋 웃습니다.
“녀석....어서 일어나! 자기 잘못을 알면 이제부터는 다시 그런 일이 없도록 해야지!”
모두들 큰 난리가 날 줄 알았는데, 엄마는 너무 조용하고 부드럽게 예쁜이를 품에 안고 천천히 일어섭니다.
“엄마, 제가 잘 못했어요. 예쁜이는 아무런 잘못이 없어요.”
겨우겨우 일어난 용팔이가 다시 엄마를 쳐다봅니다.
“그래, 그래 알았다. 자, 너희들에게 다시 한 번 내가 부탁한다.
<동물사랑 회>아저씨들이 여기를 왜 찾아왔는지 너희들도 잘 알고 있지?”
“네. 우리 모두 그전부터 잘 알고 있어요.”
“그래서 하는 말인데, 이런 일이 생기면 그 아저씨들이 강제로 너희들을 데려 갈 런지도 몰라. 그러면 길에 버려진 친구들도 우리가 더 도와 줄 수도 없을 런지도 모르고!“
“.....”
강아지들은 엄마가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너무나 잘 알고 있습니다.
길에 버려진 떠돌이 강아지들을 보면 엄마는 하던 일을 멈추고, 곧 폐휴지를 모아야 하는 수레 위에 태워 집으로 옵니다
폐휴지보다 언제나 길에 버려진 강아지들이 먼저 입니다.
버려진 강아지를 수레에 싣고 집으로 돌아 올 때면, 엄마의 머릿속에는 육이오 전쟁으로 아빠와 같이 남쪽으로 내려오다 아빠를 잃어버린 생각을 합니다.
수많은 피난민이 남으로 남으로 내려오는 길에서 잃어버린 아빠를 찾으며, 피난민 속을 여기저기 찾아 헤매던 일이 떠올라 더욱 강아지를 꼭 품속에 안고 집으로 오곤 합니다.
혼자 어디로 가는 줄도 모르고 피난민 뒤를 따라 큰 길을 이리저리 헤매던 일이 머릿속을 스칠 때 마다 주인과 집을 잃고 큰 길에서 지금까지 놀던 집을 찾으러 헤매는 강아지들이 마치 자기 어린 시절 같아 가슴이 아파 왔습니다.
“엄마, 어떡해요?”
왕눈이가 조심조심 엄마 곁으로 다가 옵니다.
“뭘, 어떡해?”
“예쁜이랑. 용팔이를....”
“.......”
엄마는 잠시 말없이 자기를 쳐다보고 있는 예쁜이를 내려다봅니다.
“엄마, 내가 잘 못 했어요...미안해요. 내가 잘 감독을 해야 했는데...”
왕눈이는 자기가 대장으로,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잘 지켜야 했는데, 그렇게 못한 잘못을 알고 있습니다.
“녀석. 어쩔 수 없잖아 이렇게 되었는데.....어쩔 거야, 우리가 잘 보살펴 줘야지...”
“네? 우리가?”
“그래, 우리가 안 보살피면 어쩌겠니.”
“그러나....”
“그... 그만 둬라! 자, 모두들 가서 놀아라!
다시 얘기하는데 앞으로 절대 이런 일이 또 생기면 내가 너희들 모두를 너희 친구들이 많이 모여 있는 곳으로 보내버릴 테니 그곳으로 가고 싶지 않으면 내 얘기를 잘 실천해라! 모두 알았니?
왕눈이는 늘 나와 같이 밖으로 나가니, 특히 탱구가 아이들을 자세히 잘 살피도록 해라! 알았니?“
엄마의 목소리가 크게 울리면서도 조용합니다.
“네, 엄마 미안해요!”
한쪽 구석에 숨죽이고 있던 탱구가 슬그머니 일어서며 엄마를 바라봅니다.
“오늘, 이런 일이 있었다고 너희들, 예쁜이와 용팔이를 괴롭히는 일이 없도록 해라. 예쁜이 일은 내가 알아서 할 테니.....”
“네.”
“알았습니다.”
여기저기서 가느다란 대답이 들려옵니다.
“용팔아, 너는 한 눈 팔지 말고 언제나 예쁜이 옆에서 잘 보살피고 지켜줘라.”
“네.”
어쩐지 용팔이는 마음이 불안합니다.
엄마가 없는 사이 다른 친구들이 예쁜이를 괴롭히고 자기 때문에 꾸중을 들은 것에 화풀이를 할런지도 모른다는 걱정 때문입니다.
“난 나갈 테니 왕눈아, 너도 이제는 나와 같이 안 나가는 게 좋겠다. 내가 불안하다...탱구와 같이 아이들을 보살펴 주도록 해라.”
엄마가 수레를 끌고 밖으로 나갑니다.
“괜찮아요. 여긴 탱구가 엄마 말대로 잘 할 거 에요.”
엄마는 들은 척 하지 않고 밖으로 나갑니다.
왕눈이는 엄마의 눈치를 살피며 슬슬 엄마 뒤를 따라 갑니다. 엄마 혼자 보낼 수 없습니다.
언제나 집으로 돌아 올 때는 앞에서 무거운 엄마의 수레 끈을 목에 걸고 끌어야 합니다.
폐기물이 많을 때는 엄마 혼자 끌고 오기 힘들다는 것을 왕눈이도 잘 알고, 또 엄마도 이미 잘 알고 있는 일이기에, 엄마 말대로 집에 있을 수 없습니다.
왕눈이는 엄마 말대로 할 수 없습니다
엄마는 무엇을 생각하는지 왕눈이가 슬금슬금 몰래 뒤 따라 오는 것을 눈치채지 못합니다..
상점들이 늘어선 큰 길로 나온 엄마는 상점 앞에 놓인 폐휴지를 줍기 시작합니다.
“응? 너 또 따라 나왔니? 내가 집에 있으라고 했잖아!”
수레 뒤에 서 있는 왕눈이를 본 엄마의 목소리가 조금은 커진 것 같습니다.
“엄마 집은 걱정 말아요. 탱구가 잘 할 거예요.”
“.........”
“내가 엄마하고 같이 안 나오면 폐휴지가 많을 땐 엄마 혼자 힘들 잖아요...별 일 없을 거예요. 탱구에게 엄마가 말 했잖아요,”
“..........”
“그래도 걱정이 되는구나. 아이들이 용팔이와 예쁜이를 괴롭힐까.....”
“괜찮아요, 탱구가 엄마 말 잘 듣잖아요.”
“그렇긴 하다마는...”
엄마는 용팔이를 더 나무랄 수 없습니다.
폐휴지가 많을 때 엄마 혼자 수레를 끌고 집으로 올 때 무척 어려움을 겪습니다.
언젠가부터 왕눈이가 따라 다니기 시작하고, 또 수레를 앞에서 같이 끌어주기 시작한 후 부터 엄마는 그전 혼자 끌 때 보다 힘이 많이 들지 않아 좋습니다. 그래서 엄마는 지금 까지 왕눈이에게 고마운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왕눈이가 늘 일을 도와줘 고마웠지만, 예쁜이 생각을 하면 또 집이 걱정 되고 그렇다고 강제로 왕눈이를 집으로 좇아 보낼 수도 없습니다.
상점 앞을 그전처럼 돌아다니며, 밖에 내 놓은 폐휴지를 손수레에 차곡차곡 싣습니다. 그러나 전처럼 폐휴지나 고물은 별로 없습니다.
“오늘은 많이 늦으셨네요.”
이제는 서로 얼굴을 알게 된 상점 주인이 나와 엄마에게 인사를 합니다.
“네. 오늘 조금 늦었어요.”
“할머니가 오시기 전에 벌써 몇 사람이 다녀간 것 같아요. 내가 많이 내 놨는데....”
상점주인 아저씨가 엄마에게 미안한 듯 말합니다.
“아, 아니에요. 먼저 오시는 분이 가져가셔야지요. 괜찮아요 있으면 있는 데로, 조금이면 조금 데로 모으면 되요.... 늘 이렇게 모아 주셔서 고마워요.”
엄마는 늘 모아 주는 상점 주인이 고마울 뿐입니다.
폐휴지나 고물은, 주인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먼저 보는 사람이 가져가면 된다는 것을 엄마나 모든 사람들이 잘 알고 있어 뭐라 말 할 수 없습니다.
엄마는 누구보다도 먼저 매일 일찍 나와 상점 앞을 돌기 때문에 많은 폐휴지와 고물을 수레에 실을 수 있습니다.
오늘은 예쁜이 이야기를 한동안 하느라고 엄마의 일이 조금 늦어진 것입니다.
“고맙습니다.”
엄마는 얼마 되지 않는 고물이이지만, 그것을 모아 주는 상점 주인들이 고맙습니다.
“자, 가자 용팔아.”
엄마는 뒤에 서 있는 용팔이를 바라봅니다. 집안일이 걱정되었지만 그래도 도와주는 용팔이가 고맙습니다.
한 집, 또 한 집.... 늘 들려보는 상점을 지났지만 정말 오늘은 폐휴지와 고철은 이미 먼저 온 누군가가 모두 싣고 간 후이기 때문에 겨우겨우 한 수레 채웁니다.
“용팔아. 오늘은 없구나.... 오늘 일은 마치자.”
앞에서 목에 든든한 줄을 걸고 끌고 있는 용팔이를 바라봅니다.
“그래요 엄마, 오늘은 우리가 늦게 나와서..... 내일은 일찍 나와요.”
왕눈이도 오늘 모아야 할 폐휴지나 고물이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래, 가자 오늘 이것으로 마치고..”
엄마 말이 끝나기도 전입니다.
뒤에서 갑자기 –끼익- 급히 멈추는 자동차 브레이크 소리가 크게 들리며 멈추는 순간 엄마가 갑자기 큰 길에 픽 쓰러집니다.
“어이쿠!”
“엄마!”
순간 왕눈이는 제빠르게 수레에서 빠져나와 급히 쓰러진 엄마 옆으로 다가갑니다.
엄마는 두 눈을 감고 어디가 아픈지 얼굴을 찡그립니다.
“엄마! 엄마! 정신 차려요!”
엄마의 얼굴을 긴 혀로 닦으며 왕눈이는 소리를 지릅니다.
“으응....괜찮다.”
엄마는 잠시 후 눈을 뜨며 겨우 일어납니다.
“엄마, 괜찮아요? 어떡해요.”
“괜찮다 어서어서 집으로 가자!”
“할머니 괜찮으세요? 어서 같이 병원으로 가요.”
차에서 내린 젊은이가 다가와 엄마를 일으켜 세웁니다.
“아니, 아니에요. 어이쿠....난 괜찮아요 어서 가던 길을 가세요.”
엄마는 겨우 자리에서 혼자 일어서며 차에서 내린 젊은이를 바라봅니다.
“안되요. 병원에 가 보셔야 해요.”
“괜찮다니까요. 자 보세요.”
할머니는 힘들게 일어섭니다.
“아이 할머니, 고집도. 안됩니다. 병원에 가 보셔야하는데.....”
“괜찮다니까요.”
“정 그러시면 여기 제 전화번호가 적혀 있어요. 집에 가셔서 어디 아픈 곳이 있으면 이리로 꼭 전화 해 주세요. 병원에 가셔야 하는데....”
몇 번이나 병원 가기를 조르던 젊은이는 겨우 수레 앞으로 다가간 엄마 쪽으로 다가 와 주머니에서 조그마한 명함 한 장을 할머니 손에 쥐어 줍니다.
“괜찮다니까요.”
“아니에요 할머니, 지금은 괜찮지만 나중에 어디든가 아픈 곳이 있을 런지도 몰라요, 이리로 연락 주시면 제가 곧 달려오겠습니다.”
“괜찮다니까. 젊은이....아, 참 그러면 그렇게 할게요.”
엄마는 손에 쥐어주는 명함 쪽지를 받아 앞주머니에 넣습니다.
“큰일 날 뻔했구나. 어서 가 봐요. 왕눈아 어서 가자.”
엄마는 왕눈이 옆에서 수레를 밀며 집으로 향합니다.
차에 부디 쳐 넘어졌지만 다행이도 잠시 정신이 앗질 했을 뿐 아픈 곳은 없습니다.
“참, 착하구나....저렇게 할머니를 돕는 착한 강아지도 있구나.”
젊은이는 엄마 옆에서 수레를 끌고 가는 왕눈이를 보며 싱긋 웃으며 혼자 중얼거립니다.
“그래, 그래.... 할머니를 잘 도와드려라.”
차에 오른 젊은 운전사는 할머니가 걱정되었지만, 그래도 할머니와 같이 가는 왕눈이가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차에 오른 젊은이는 천천히 할머니 옆을 지나면서도 걱정스러운 얼굴입니다.
엄마는 배 볼록 예쁜이 생각에 아픈 것도 모른 체 천천히 집으로 갑니다.
춤추는 아기 천사들
“별 일 없었니?”
엄마가 대문을 밀며 손수레를 끌고 마당으로 들어갑니다.
“와! 엄마 왔다.”
“엄마 잘 다녀왔어요?”
“엄마, 오늘 힘 들었지요?”
여기저기에서 놀던 강아지들은 대문을 들어서는 엄마를 향해 꼬리를 흔들며 모여 듭니다.
“어? 엄마 왜 그래요? 어디 아파요?”
멀리서 달려온 탱구는 다리가 불편한 듯 한 엄마를 쳐다봅니다.
“아무것도 아니다. 괜찮다....예쁜이는 괜찮니?”
엄마는 수레의 폐휴지를 내려놓을 생각도 하지 않고, 어제 새로 만들어 준 예뿐이 집으로 갑니다.
“괜찮아요. 오늘 우리하고 잘 놀았어요. 용팔이가 종일 예쁜이를 잘 지켜 줬어요.”
“그래? 잘 했구나. <동물 사랑 회> 아저씨들은?”
어제 찾아 왔던 < 동물 사랑 회> 아저씨들이 문득 떠오릅니다.
또 찾아와서 같은 이야기를 할까 은근히 걱정이 됩니다. 그 노란 샤스의 아저씨들이 다시 오지 않았으면 좋은데, 아저씨들은 엄마가 없는 사이 엄마를 만나러 수시로 노란 차를 타고 찾아오곤 합니다.
“잘, 생각하세요. 더 늘어나기 전에 저희들에게 넘기세요. 할머니 힘에도 겨운 일입니다.”
올 때마다 하는 소리 입니다.
“안돼요! 내가 키워야 해요.”
“할머니 힘들어요.... 혼자 사시면서 스무 마리가 넘는 강아지를 키운다는 게....그것도 그렇고, 이곳 환경도 정리해야 하고...”
“아니, 이곳 환경이 어때서요? 여긴 깨끗해요. 시내에서 냄새가 난다고 해서 내 아파트도 팔고 집들이 드믄 이곳으로 이사 왔어요!”
“그래도 저쪽 마을 사람들이 여름에 냄새가 많이 난다고 자꾸 신고가 들어가는 모양이에요.”
“.....”
엄마는 그 사람들이 올 때마다 마음이 무겁습니다. 강아지들을 < 동물사랑 회>로 보낼 수 없다는 생각은 변하지 않습니다.
오늘은 그 사람들이 오지 않았다는 것만 해도 마음이 놓입니다.
엄마는 예뿐이 집으로 갑니다.
예쁜이는 밖으로 나오지 않고 집 안에서 누워 엄마를 쳐다보며 반갑다고 꼬리만 흔듭니다.
집 밖에 앉아있던 용팔이도 엄마를 보고 벌떡 일어나 반갑다고 매달리며 꼬리를 흔듭니다.
예쁜이와 자기를 용서 해 준 엄마에게 고맙다는 인사입니다.
“녀석! 얼굴도 두껍구나.... 너 때문에.....봐라, 예쁜이가 몸이 무거워 움직이기도 힘들어 하잖아! 앞으로 네가 책임지고 잘 보살펴 줘야 한다. 알았니? 이 녀석아!”
엄마 앞으로 다가와 꼬리를 흔들던 용팔이는 갑자기 껑충 뛰어 오르며 엄마의 얼굴을 핧기 시작합니다..
“아...알았다....그... 그만 해! 간지럽다 녀석아!”
엄마는 용팔이를 덜렁 안아 내려놓습니다.
다른 강아지들도 엄마에게 고맙다고 인사 할 때는 껑충 뛰어 올라 엄마의 얼굴에 고맙다는 사랑의 인사를 합니다.
예쁜이가 아무 탈 없이 하루 지낸 것에 마음이 놓입니다.
수레 앞으로 돌아 온 엄마는 두 눈을 동그랗게 뜹니다.
“으응?”
수레에 실려 있던 폐휴지와 고물이들 모두 없어졌고, 수레는 텅 비어 있습니다.
“엄마, 우리들이 모두 옮겨 놓았어요. 어서 들어가 쉬세요.”
탱구와 왕눈이가 엄마를 바라봅니다.
“허어.... 녀석들, 천천히 해도 되는데... ”
엄마의 얼굴에 웃음이 가득 넘칩니다.
“너희들 수고 했구나. 너희들도 이젠 잠시 쉬어라.”
엄마가 먹이 창고 쪽으로 갑니다.
“엄마, 정말 괜찮아요?”
엄마 옆으로 바싹 다가 온 왕눈이가 걱정된 되는 듯 엄마를 쳐다보며 조용히 입을 엽니다.
“뭐가?”
“아이 참, 벌써 잊었어요? 다리가 좀 어때요?”
걱정이 된다는 듯 엄마를 처다 봅니다
“으응.... 자동차..... 괜찮아! 봐라.... 아무렇지도 않아... 쓸 때 없는 걱정 하지 마. 내가 아프면 아까 그 젊은이가 준 쪽지로 전화하면 병원에 갈 수 있다지 않니.... 괜찮다. 아이들한테 얘기 하지 마. 아이들이 걱정한다.... 그러지 않아도 예쁜이 때문에 아이들 걱정이 많은데.... 알았지? 왕눈아.”
“........”
왕눈이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습니다.
친구들이 알아야 할까, 아니면 알 면 안 되는 것 일까 혼자 알 수 없는 일입니다.
엄마는 좁은 길옆에 놓인 수례를 치우며 왕눈이를 바라봅니다.
“나도 이젠 너희들 저녁 준비를 해야지.....”
엄마는 다시 먹이 창고로 천천히 갑니다.
엄마가 천천히 걸어가는 모습을 본 왕눈이는 조금 마음이 놓입니다.
엄마가 그전처럼 잘 걷기 때문입니다.
“아 참, 왕눈아!”
먹이 창고로 가던 엄마가 문득 멈추어 서면서 왕눈이를 다시 뒤돌아봅니다.
“네, 엄마, 어디 아파요?”
“아니, 아니다. 그게 아니고 오늘 저녁 예쁜이를 잘 돌봐라..... 몸이 몹시 불편한 것 같어...어쩌면 오늘 저녁이라도 아기를 낳을지 모르겠다. 용팔이와 탱구하고 같이 잘 지켜줘라.”
“아, 네 알았어요. 걱정하지 마세요.”
왕눈이 마음이 놓입니다.
어느듯 저녁이 찾아옵니다. 모두 엄마가 나눠준 저녁을 먹고 이곳저곳 잠자리를 향해 제각각 헤어집니다.
용팔이와 왕눈이는 자기 잠자리로 갈 수 없습니다.
엄마의 부탁을 실천해야 합니다.
이쁜이가 들어 가 있는 집 옆에 누워 하늘에 반짝이기 시작한 별들을 바라봅니다.
예쁜 아기별들이 큼직한 엄마 별 아빠별을 둘러싸고 재미있는 옛날이야기를 듣는 듯 모두 눈을 깜박이며 엄마별의 옛날이야기를 귀담아 듣고 있습니다.
“무슨 얘길 하고 있을까?”
“재미있는 옛날이야기.”
“우리 엄마는 왜 옛 날 이야기를 안 해 줄까?”
“엄마가 언제 우리들하고 조용히 시간을 보낼 수 있니? 늘 아침 일찍 나가고 저녁 늦게 들어오지..... 그 뿐이니? 집에 와서는 또 우리들 먹이를 준비해야지.....”
“참 그렇구나.... 엄마가 고마워.... 엄마가 아니었으면 우리들은 지금 어떻게 되었는지 모를 거야.”
“그래, 네 말이 맞아. 엄마가 우릴 거두어 주지 않았으면 우리들은 어쩜 지금 동물보호 센터에 갔을 거고 새 임자가 없었으면, 안락사를 당 했을런지도 몰라.”
“우린 다행히 엄마를 만났으니....”
탱구와 왕눈이는 예쁜이 집 앞에서 코를 골고 잠이든 용팔이를 바라봅니다.
“녀석.... 자기가 큰 일 벌려 놓고 잘도 잔다!”
“그러게 말이야.”
이야기를 나누는 탱구와 왕눈이는 서로 쳐다보며 빙그레 웃습니다. 그래도 용팔이가 밉지는 않습니다. 오랫동안 같이 지내 온 정 때문입니다.
“녀석 때문에 우리 식구가 더 늘어나게 되었잖아.”
“그래도 이제 어쩌나....”
“엄마가 더 고생하게 생겼어.”
“그런데...예쁜이 아기들을 엄마가 <동물 사회>에 넘겨주면 어쩌지?”
“설마?”
“애기들뿐만 아니라 예쁜이도 같이 보내면....”
“엄마는 안 보 낼 거야.”
“그렇지? 나도 그런 생각이 들어. 엄마는 우릴 무척 사랑하니까...”
“그래서 큰 길에 버려진 우리들을 모아서 이렇게 길러주고 있는 거야...그렇지?”
“그렇게 쉽게 막 내 보낼 것 같으면 엄마는 처음부터 우릴 데리고 오지 않을 거야.”
“우리들이 그래서 엄마를 좋아 하잖아.”
용팔이는 계속 코를 드르렁 거립니다.
“하! 녀석..... 우리들도 그만 자자... 저기 별들도 이젠 엄마의 이야기가 끝 난 모양이지. 많이 집으로 돌아 간 것 같아.”
어두운 밤하늘에 심술궂은 흰 구름이 바람타고 어딘가 여행을 따 나고 있습니다.
초저녁 수없이 반짝이던 별들이 조금씩 사라집니다. .
엄마의 뜰에도 별이 내리고, 큰 잔치를 끝내고 난 것처럼 조용 합니다.
왕눈이도, 탱구도 스스르 눈을 감습니다.
왕눈이는, 푸른 하늘 가득 날개를 펴고 날아다니며 춤을 추는 선녀님들의 뒤를 따라 같이 덩실덩실 춤을 추며 선녀의 손을 잡고 춤을 춥니다.
탱구도, 용팔이도 두 팔을 벌리고 선녀들과 춤을 추며 용팔이를 바라보며 윙크를 보냅니다.
천사들 날개 위로 아름다운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파란 머리에 예쁜 왕관을 쓰고, 하얀 날개로 춤을 추고 피아노를 치면서 노래를 부르며 넓은 하늘을 빙글빙글 돕니다.
“와! 무지개다!.”
노래가 끝나자 곧 어디선가 일곱 색 무지개가 찬란하게 빛나며 어두운 하늘에 솟아올라 예쁜 무지개다리를 만듭니다.
천사들은 눈부신 무지개다리를 차례로 건너며 다시 춤을 추기 시작 합니다.
“어? 저것이 뭐야?
왕눈이는 덩실덩실 춤을 추면서 오색찬란한 무지개다리를 건너는 맨 앞에 선, 천사를 바라보며 입을 크게 벌립니다.
파란 머리에 왕관을 쓴 천사가 제일 앞에서 춤도 못 추는 애기 천사를 안고 갑니다.
그 뿐이 아닙니다. 그 뒤를 따르는 천사들도 반지르르 윤이 나는 하얀 예쁜 아기 천사들을 안고 따라갑니다.
어둠 속에서 둥근 해님이 솟아오릅니다.
밤하늘에 눈부신 햇살이 퍼집니다.
하나, 둘, 셋 넷 다섯.
“와! 아기 천사들이다! 하나 둘 셋....”
왕눈이는 춤을 추다 그만 와락 소리를 지릅니다.
“야! 왜 그래?”
누군가 왕눈이를 머리를 심하게 흔듭니다.
“왜 그래?
“무슨 일이야?”
여기저기서 부스럭 부스럭 소리와 함께 엄마의 뜰에 아침이 찾아옵니다.
“얘! 왕눈아! 무슨 일이야? 왜 소릴 질러?”
“으응?”
왕눈이가 눈을 뜹니다.
천사들의 모습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아기 천사들도 보이지 않습니다.
환 한 햇살이 엄마의 좁은 뜰에 내려앉고 있습니다.
바로 그 때입니다.
“왕눈아! 빨리, 빨리 와 봐!”
예쁜이 집 옆에 있던 용팔이가 잠에서 깨어나 큰 일 났다는 듯 급히 큰 소리로 왕눈이를 부릅니다.
“어? 어어...”
예쁜이 집 앞으로 급히 다가 온 왕눈이도 탱구도 입을 딱 벌리고 눈을 크게 뜹니다.
“예쁜이가! 예쁜이가 아기를...... 엄마!”
왕눈이는 너무 놀라 큰 소리로 급히 엄마를 부릅니다.
예쁜이 집 안에는 엊저녁 없었던 아기 강아지들이 눈을 못 뜬 채 이뿐이 품에 안겨 끙끙거리고 있습니다.
“하나, 둘 셋 넷 다섯!”
“이게 웬 일 이냐? 그럼 어제 밤에? 괜찮니?”
급히 달려 온 엄마는 몹시 놀란 엄마는 예쁜이를 바라봅니다.
“용팔아! 넌, 뭐했니? 나에게 급히 알려야지!”
“저도 몰랐어요. 그만 깜박 깊은 잠에 빠져....잘 못 했어요...”
용팔이도, 탱구도 왕눈이도 누구도 모르는 사이 예쁜이는 예쁜 아기를 낳았습니다.
“어이구, 다행이다.... 모두 건강한 것 같구나! 탱구도 용팔이도 몰랐니?”
엄마는 탱구와 용팔이를 바라봅니다.
“그만, 잠이 와서.....”
탱구가 고개를 푹 숙입니다.
“아! 참....아기 천사들이 엄마 품에 안겨 무지개다리를.....”
왕눈이 머리에 문득 지난 밤 꿈이 떠 오름니다.
“무슨 얘기니?”
엄마는 왕눈이를 바라봅니다.
“아, 내가 그 때 일어나야 하는데. 그 시간에 이쁜이가.....”
꿈에 본 그 아기 천사들은 예쁜이 아이들이 틀림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 맞아. 아기 천사들이 다섯, 다섯이었어!”
“무슨 얘기냐?”
엄마는 왕눈이의 이야기를 알아들을 수 없습니다.
“엄마, 내가 꿈을 꾸었는데....”
왕눈이는 꿈 이야기를 합니다.
엄마는 물론 여기저기서 달려 온 강아지들은 고개를 끄덕 끄덕하며 왕눈이 이야기를 듣습니다.
“그래. 그게 예쁜이 꿈이 맞다! 우리 예쁜이가 천사들을 낳았어! 아이고 예쁜아, 수고 많았다!. 조금 기다려라, 내가 곧 맛있는 밥을 만들어 올게! 용팔이 만 잘 지키고 다른 아이들은 모두 돌아가거라. 예쁜이가 신경 쓰지 않게!”
엄마는 급히 안으로 들어갑니다.
오늘 엄마는 쉬어야 하겠다고 생각합니다. 예쁜이에게 맛있는 먹이를 만들어 주고 싶기 때문입니다.
바로 그 때 입니다.
“계십니까? 아! 마침 계셨군요..... 매일 일찍 나가시기에 오늘 저희들도 식사하기 전에 찾아 왔습니다. 미안합니다.”
< 동물사랑 회> 아저씨들이 열린 대문으로 들어옵니다.
예쁜이 먹이를 준비하던 엄마는 조금 놀라는 눈치였지만, 잠시 아무 말이 없다가 혼자 빙긋이 눈인사를 합니다.
“어떻게 해!.....저 아저씨들 또 왔어!”
엄마의 집은 다시 조용 해 집니다 콩닥콩닥 가슴들이 뜁니다.
폐휴지로 꽉 찬 엄마의 뜰에 따스한 햇살이 넘실넘실 춤을 추기 시작합니다.
-어떻게 할까?-
“엄마! 저 아저씨들이 또 왔어요!”
안으로 들어서는 노란 단체복 <동물사랑 회> 아저씨들을 본 왕눈이가 급히 엄마에게 알림니다.
“으응, 그래 나도 안다. 너희들은 저쪽으로 가서 조용히 있어라.”
엄마는 먹이 창고에서 다시 나와 노란 옷차림을 한 아저씨들에게 다가갑니다.
“오셨어요.”
“네, 안녕하세요. 저희들이 너무 일찍 왔지요?”
“아니, 아니에요.... 제가 있을 때 잘 오셨어요.”
“매일 일찍 일 나가시기에......미안 합니다.”
소장 아저씨가 엄마를 보며 미안한 듯 공손하게 인사합니다.“
“다름 아니라..”
“네, 네.... 잘 알고 있어요.”
엄마는 아저씨들이 또 찾아 온 이유를 너무나 잘 알고 있습니다.
“끄응... 끄응- 끙 끙 끙....”
그 때입니다.
예쁜이 집 에서 아기 강아지들이 엄마 젖을 서로 먹으려고 다투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응? 할머니! 강아지가 새끼 낳았어요?”
모두들 소리 나는 쪽을 바라보며 눈을 크게 뜹니다.
“예, 그래요. 우리 예쁜이가 아기 강아지를 낳았어요. 하하하.”
엄마는 갑자기 하하하 웃으며 아저씨들을 바라봅니다.
“네? 정말?”
아저씨들이 모두 눈을 둥그레 뜨고 이뿐이 집을 바라봅니다.
“이리 와 보세요.”
엄마가 예쁜이 집으로 앞 서 갑니다.
아저씨들을 서로 얼굴을 쳐다보며 엄마의 뒤를 따라 갑니다.
“예쁘지요? 이 녀석들아, 천천히 먹어라 채 할라!”
엄마 젖을 찾는 아기 강아지를 한 놈 한 놈 엄마 젖가슴에 옮겨 줍니다.
“허어.....”
소장 아저씨가 하늘을 쳐다봅니다.
다른 사람들은 기뻐하는 엄마를 멍하니 바라봅니다.
“아, 저가 그래서 하루라도 속히 .....”
“아, 그 말씀..... 걱정하지 마세요. 아기 강아지들은 여기서 내가 키울 테니 걱정 마세요.”
“네?”
어이없다는 듯 소장 아저씨는 같이 온 사람들 얼굴을 바라봅니다.
“할머니, 이러시면 안돼요. 지금 있는 것도 엄청난데, 이 새끼들을 또 키우신다고요? 어이구 할머니도 참.”
모두들 놀란 듯 엄마와 소장 아저씨의 얼굴을 쳐다봅니다.
너무나 뜻밖의 일입니다.
지난 날 왔을 때도 아무도 몰랐었기 때문입니다.
“아무 걱정 마세요....내가 잘 먹여 키워야지요.... 우리 집에서 예쁘게 태어났는데...”
“안됩니다. 이제 숫자를 줄여도 어려운 판인데, 또 새끼까지 키운다니요? 힘 드십니다. 저희들이 잘 키울 테니 저희들한테 넘겨주세요.”
“그런 소리 하지 마세요. 좀 비좁지만 저 녀석들은 여기서 나하고 같이 지내야 해요. 그래야 마음이 편해요.... 내가 좀 더 부지런하면 되요.”
“할머니, 숫자가 점점 늘어나요.......”
“할머니는 점점 연세 때문에 힘 드시고요...”
“내가 늙어 더 힘이 들어 이 강아지들을 키울 수 없을 때, 모두 무두 다 넘겨 줄 것이니 걱정 마세요.”
“할머니, 우린 <사랑의 집>과 달라요.”
옆에서 다른 직원이 소장님을 거듭니다.
“우리는 모두 끝까지 잘 키워요. 늙어서 죽을 때 까지 한곳에서 키워요.. 키우면서 강아지를 기르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게 한 푼도 안 받고 분양만 합니다.”
“분양이 안 되고 또 몇 달이 지나면 뭐 자연사 시킨다던가 ...그런 것 없어요. 우린 <사랑의 집>과 성격이 다르니까요.”
“아무 걱정 마시고 저희들에게 넘겨주세요.”
“또 저 녀석들이 새끼를 낳으면 어떻게 하시려고....”
“그래요. 점점 마리수가 많아지고......”
“.......”
엄마는 한 동안 말을 못하고 빙 둘러 선 강아지들을 바라봅니다.
‘응....이런 일이 자주 생기면?’
사실 이번이 처음 아닙니다. 길에 버린 유기 견을 데려 온 것도 많지만, 그 사이 이곳에 와서 아기 강아지를 낳은 일이 딱 한 번 있습니다.
그때 주의를 주곤 해서 모두들 잘 지키고 있지만, 간혹 엄마의 부탁을 잊은 녀석들이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할머니가 단단히 주의를 줘도 말을 잘 듣지 않는 놈들도 있잖아요.”
“........”
바로 그때 입니다.
대문 밖에서 갑자기 꽤-액—하는 자동차 급정차 하는 소리가 아침 공기를 깨며 들려옵니다.
“무슨 일이야?”
모두들 밖으로 시선을 돌립니다.
“허어! 이놈이!”
굵은 남자의 목소리가 들리자, 노란 단체복 아저씨가 급히 대문 밖으로 나갔다 곧 안으로 들어옵니다.
“무슨 일입니까?”
소장은 엄마와의 이야기는 잠시 끊고 밖에 갔다 온 직원을 바라봅니다.
“강아지 한마리가...”
밖에 나갔다 들어 온 아저씨는 말을 끝내지 못하며 할머니를 쳐다봅니다.
“강아지가....왜?”
“사고입니다. 강아지 한 마리가 차에 치여 그 자리에서...”
“뭐요?”
그 순간 할머니는 아저씨들을 밀치고 대문 밖으로 급히 나갑니다.
엄마와 이야기를 나누던 소장님과 아저씨들도 그 뒤를 따라 밖으로 나갑니다.
“허어...이 놈이....차가 가는데 달려들면 죽을 줄도 모르고....”
트럭 운전사 아저씨가 바퀴에 치여 피를 흘리며, 죽은 듯 움직이지 못하는 강아지 한 마리를 장갑 낀 손으로 번쩍 들어 길 옆 밭으로 던집니다.
“이게 무슨 짓이에요? 그곳에다 버리면....”
엄마가 앞으로 획 나서며 운전사 아저씨 앞으로 다가섭니다.
“할머니 집개에요? 잘 단속을 해야지.,.... 이렇게 길에 내 놓고 키우면 어떡해요! 참, 재수 없으려니......”
운전사 아저씨는 자기 트럭에 올라 횡 하니 큰 길로 사라집니다.
“여보세요!”
엄마가 사라져가는 트럭을 향해 소리를 질렀지만, 트럭은 재빠르게 모습을 감춥니다.
“세상에 저런 강아지만큼도 못한 사람이.....쯧쯧쯧....”
“쯧쯧쯧”
따라 나온 소장님 아저씨가 혀를 차며 멍하니 사라져 간 트럭 쪽을 바라봅니다.
“에잇, 나쁜 사람!”
엄마는 내동댕이쳐진 피투성이 강아지 쪽으로 급히 걸어갑니다.
엄마의 가족이 아닙니다.
“얘, 왕눈아, 우리 집 식구가 아니지?”
뒤늦게 달려 온 왕눈이를 바라보며 다시 확인 합니다.
“아니에요.... 처음 보는 친구인데요.”
이리저리 살피던 왕눈이가 엄마의 가족이 아닌 것을 다시 확인합니다.
“할머니 댁 강아지가 아니면 또 유기견이군요!”
소장 아저씨가 혀를 차며 슬픈 얼굴로 엄마를 바라봅니다.
한동안 멍하니 서 있던 엄마는 피를 흘리며 숨이 끊긴 강아지를 두 손으로 받쳐 듭니다.
“자, 왕눈아 가자! 여기에 그냥 버릴 수 없잖아. 뒷동산에 묻어 줘야지...”
“허허 나쁜 사람들. 내 버릴 강아지라면 애당초 키우긴 왜 키워!”
“그러게 말입니다. 그래서 유기견 들이 생겨나는 게 아닙니까.”
노란 단체복 아저씨들은 혀를 차며 엄마를 바라봅니다.
“할머니, 이리 주세요. 저희들이 치우겠습니다.”
소장 아저씨가 엄마 옆으로 다가갑니다.
“그래요, 할머니.... 저희들이 가져가 처리할게요.”
“우리 단체에서 강아지들의 무덤 동산이 있어요. 그곳에다 잘 묻어 줄게요.”
“아니, 아닙니다. 우리들도 집 뒤 강아지들 무덤이 있어요. 비록 우리 식구가 아니지만, 같이 친구해 주면 좋아요. 자, 어서가자.”
엄마는 왕눈이를 앞세우고 다시 대문 안으로 들어갑니다.
“봐라! 이 녀석들아, 마음대로 길에 나가면 이런 일을 당할 수 있어! 그럴 일은 없겠지만, 큰 길에 함부로 나가지 마, 알겠니?”
엄마의 얼굴이 굳어져 있습니다.
엄마의 목소리는 차분한데 강아지들에게는, 우렁찬 번개 소리같이 들리며 좁은 마당에 퍼집니다.
“네. 우리도 잘 알아요.”
“그래서 우리들은 조금 좁지만 마당 안에서 놀아요.”
“암, 걱정 말아요.”
조용히 지켜보고만 있던 강아지들이 슬슬 엄마를 피합니다.
“할머니, 그렇게 고집부리지 마시고 저희들에게 넘겨주세요.”
엄마는 들은 척 만 척 합니다.
“........”
한동안 말을 못하고 죽은 강아지를 바라보고 있던 소장 아저씨가 작은 소리로 입을 엽니다.
“정 그러시면, 뒷동산에 묻는 것 제가 돕겠습니다.”
“아, 그럼 좀 도와줘요. 저쪽에 괭이와 삽이 있어요.”
엄마는 한쪽 팔로 창고를 가르킵니다.
“네. 알겠습니다.”
소장 아저씨는 창고로 가며 같이 온 직원들에게 한마디 합니다,
“자네들은 여기서 잠시 기다리게.”
삽과 괭이를 찾아 들고 소장 아저씨가 엄마의 뒤를 따르며 대문을 나섭니다.
대문을 나온 엄마와 왕눈이, 소장 아저씨는 낮은 동산으로 오릅니다.
얼마쯤 오르자 앞서가던 엄마가 척 늘어진 강아지를 내려놓습니다.
조금 평지인 곳에 몇 개의 작은 무덤 봉우리가 나란히 있습니다.
“여기에요?”
“네, 그래요. 여기는 우리 아이들의 무덤 터 입니다.”
“할머니 산이에요?”
“무슨.... 내가 무슨 돈이 많다고 산까지 사요?”
“그럼 산 주인이?”
“여긴 시유지이기 때문에 시의 허락을 받아야 해요.”
“시에서 허락이 났군요?”
“네, 그래요. 시청 담당부서에서 허락해 준 덕에 여기에 이런 자리를 만들 수 있었어.”
“아, 그렇군요. 고마운 분들이군요.”
“그 후 몇 차례 <사랑의 동물원> 아저씨들이 찾아와 강아지들을 모두 넘기라고 졸랐지만, 포기하고 말았어요.”
“왜 포기해요? 그리고 할머니도 그렇지, 그분들한테 넘겨주면 할머니도 편하고 동네도 조용하고...다 좋을 텐데.....”
<동물사랑 회> 소장 아저씨는 고개를 갸웃합니다.
“아! 이 양반, 생각 해 봐요 모두 가져가서 잘 돌봐주고 키워주면 왜 안 보내겠어요?”
“그럼 무슨 일이?”
“소장님도 잘 알잖아요? 가져간 강아지들이나 큰 개들을 얼마동안 보호하다 그 기간이 지나면 뭐,,,,, 안락사 시킨다고.....”
엄마는 어이없다는 듯 이야기를 합니다.
“네. 그래서 보내지 않았군요.”
“생각해 봐요. 가져가 키울 새로운 주인이 없다고 멀쩡한 개들을 사람이 일부러 죽여 버린다는 게 옳은 방법이에요?”
엄마는 어이없다는 듯 회장을 바라봅니다.
“......”
<동물사랑 회> 소장님은 말이 없습니다. 그런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그렇지 않아요 할머니.”
“나도 잘 알아요. 그 이야기는 그만하고.... 자, 어서 일 해요.”
“아, 네..... 알았어요.”
소장 아저씨는 들고 온 삽으로 작은 웅덩이를 파기 시작합니다.
구덩이가 만들어졌고 엄마는 그 안에 살며시 내려놓습니다.
“에이구 이 녀석아 길조심 좀 잘 하지.... ”
엄마의 목소리에 슬픔이 섞여 나옵니다
소장 아저씨는 다시 흙으로 무덤을 만들며 한숨을 쉽니다.
왕눈이도 자기 일을 보는 듯 눈물이 고입니다..
“왕눈아, 너도 조심하고, 우리 아이들이 이런 일을 당하지 않도록 잘 보살펴야 한다. 이젠 날 따라오지 말고 집에서 아이들이나 잘 지켜라.”
“아니에요...우리 아이들은 맹구가 잘 살피고 있어요. 걱정 마세요. 엄마는 나하고 같이 다녀야 해요.”
“그건 그렇다마는 아이들이 걱정이 되어서 그렇단다.”
“걱정 마세요. 내가 우리 아이들에게 단단히 주의주고 탱구에게 다짐을 받을게요.”
엄마와 왕눈이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소장 아저씨가 입을 엽니다.
“할머니, 걱정이 많이 되시죠? 그래서 다시 말씀드리는데.... 저희들에게 강아지들을 모두 넘기시고 몇 마리만 심심풀이로 기르세요.. 사고를 당하는 것을 보면 늘 이런 걱정이 생기잖아요.”
“아이고, 수고 많았어요. 왕눈아 어서 내려가자.”
엄마는 소장 아저씨의 말을 못들은척 하며 무덤 동산을 내려옵니다.
“........”
소장님도 아무 말 없이 엄마의 뒤를 따릅니다.
동산에 갔던 엄마가 내려오자 엄마를 기다리고 있던 강아지들은 빈손으로 들어서는 엄마를 조용히 쳐다봅니다.
“자 오늘 아침은 많이 늦었구나. 어서 아침밥을 먹자.”
엄마는 소장 아저씨랑 다른 사람들을 상관 하지 않고 먹이 창고로 가 먹이를 준비 합니다.
“..........”
소장 아저씨와 다른 사람들은 말없이 창고로 들어가는 엄마의 뒷모습 보며 자기들끼리 고개를 좌우로 흔듭니다.
“소장님. 안 되겠어요.”
“할머니 고집이.....”
“그럴 만도 해. 저렇게 버려진 개들이 차에 치여 죽고, 큰 개는 잡아다 xx집에다 팔고...”
“그러니 할머니가.....”
“맞아요 대단하신 할머니에요.”
“그래요.....그것을 알고 있는 할머니가 강아지들을 내 놓겠어요?”
“다음 도 한 번 다시 들리고 오늘은 그냥 가는 것이 어때요?.....”
“.........”
소장 아저씨는 아무 말이 없이 강아지들을 바라봅니다.
강아지들은 여기저기 흩어져 할머니가 주는 자기 밥그릇 앞에서 아침을 먹기 시작합니다. 그렇게 분주해 보이던 좁은 마당이 한 마리의 강아지도 없는 듯 조용합니다.
“이만 돌아가세요. 저는 아침밥을 먹습니다.”
한동안 이리저리 강아지들에게 아침밥을 모두 주고 난 할머니는 폐휴지가 여기저기 가로막은 현관을 겨우 열고 안으로 들어갑니다.
“소장님! 좋은 생각이 있어요!”
모두 할 말을 잊은 채 멍하니 할머니가 사라진 현관문을 바라보던 직원 한 사람이 소장 옆으로 다가옵니다.
“할머니께서 그간 정이 들고 또 헤어지는 것이 섭섭해서 그런가 봐요. 그래서 한 번에 모두 이동시킨다는 것은 도저히 안 될 일이고, 우선 몇 마리씩이라도 천천히 설득하면 어떨까요?”
소장 옆으로 다가 온 직원은 속삭이듯 작은 목소리로 소장님을 쳐다봅니다.
“몇 마리씩?”
“그래요. 오늘 우리가 보았잖아요. 새끼 난 강아지를...”
“그래서요?”
“앞으로 모두 그냥 두면 언젠가는 새끼가 계속 늘어나잖아요. 아무리 할머니가 강아지들을 단속하고 주의 준다고 해도 또 할머니 몰래 교미해서 또 새끼를 날 수 있어요....”
“그렇지요.”
“그래서.... 우선 그 이야기를 할머니에게 하고 매 달 몇 마리씩 수컷만 옮겨가면 강아지 숫자도 줄고 새로운 식구들도 늘어나지 않아요.”
“음, 그렇네요. 참 좋은 생각인데.... 할머니가.....”
소장님은 할머니가 들어 간 현관을 물끄러미 바라봅니다.
“그래,. 그게 참 좋은 생각이네.”
옆에서 조용히 듣고만 있던 다른 직원도 좋은 생각이라며 다가옵니다.
그때입니다.
현관문이 열리며 엄마가 나옵니다.
“아니, 아직 안 갔어요? 어머, 밥은 내 혼자 먹었네...”
“네, 식사 잘 하셨어요? 저기, 드릴 말씀이 조금 있는데...”
“아이고 또 그 얘기.... 이젠 안 들어도 잘 알아요....어서 돌아가세요.”
엄마는 사람들을 피하려 합니다.
“할머니 제 말씀 조금만 들어 보세요.”
“무슨? 또 같은 소리지 뭘....”
“아니에요.... 이러면 어떨까 해서...”
소장님은 할머니 곁으로 바짝 다가서 할머니의 눈치를 살피면서 조금 전 이야기를 조용조용 말 합니다.
“네?”
“그러니, 우선..”
모두들 할머니가 무슨 말을 할까 할머니 눈치를 살핍니다.
“......”
엄마는 이야기를 모두 듣고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잠시 생각에 젖어듭니다.
“수컷만 몇 마리...”
엄마는 혼자 강아지들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깁니다.
“아이쿠....내 정신 좀 봐. 내개 깜박했구나.”
엄마는 급히 창고로 가서 호미를 들고나옵니다.
엄마는 산으로 오릅니다.
“새 식구가 다섯이나 늘었으니... 다섯 송이 꽃나무를....”
산속에서 들꽃을 찾아 온 엄마는 엄마의 뜰에 있는 꽃동산으로 갑니다.
“아이고 예쁘구나! 새 아기들 잘 커야지....”
새로 심은 다섯 송이 꽃나무들이 방긋 방긋 웃자 폐휴지로 가득 찬 엄마의 뜰에 따스한 햇살이 넘실넘실 춤을 추기 시작 합니다.
남자들은 어떻게?
꽃이 피는 들풀 다섯 송이를 심고 난 엄마는 한 동안 높은 하늘을 바라보며 말이 없습니다.
강아지들은 모두 여기저기 뛰어다니며 자기들끼리 재미있는 술래잡기, 숨바꼭질을 하며 즐거운 하루가 시작 됩니다.
“할머니, 잘 생각해 보세요.”
“..........”
엄마는 한동안 아무 말 없이 소장님을 바라봅니다.
무엇인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밖으로 내 놓지 못하고, 다시 좁은 틈바구니 여기저기서 뛰노는 강아지들을 바라봅니다.
“할머니 염려 마세요....저희들이 잘 길러 드릴게요.”
“.........”
아무 말 없이 한동안 생각에 잠기는 듯 하던 할머니가 조심스럽게 입을 엽니다.
“그렇게 하세요..”
할머니는 말끝을 흐리며 뛰노는 강아지들을 바라봅니다.
“네, 할머니 잘 생각 하셨어요. 우선 수컷 몇 마리라도 저희 들이 잘 돌봐 드릴 테니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얘, 왕눈아, 네 생각은 어떠니?”
엄마는 강아지들과 같이 어울려 놀지도 않고 자기 곁에서 눈치를 살피며 걱정스러운 얼굴로 자기만 바라보고 있는 왕눈이를 쓰다듬으며 두 무릎을 꿇고 앉습니다.
“......?”
왕눈이는 엄마의 눈동자를 바라봅니다.
엄마의 두 눈에는 걱정이 가득 넘쳐흐르는 듯합니다.
“엄마, 엄마가 우리들 때문에 너무 고생이 많이 했잖아요. 그런데 앞으로 자꾸 새 식구가 한 번에 많이 늘어 날 때 마다 엄마가 얼마나 힘들어요...”
왕눈이는 엄마를 쳐다보지 못하고 고개를 숙인 체 힘없이 대답합니다.
“너, 어디 아프니? 왜 그리 힘이 없어 응?”
엄마는 왕눈이 등을 쓰다듬어 줍니다.
“........”
왕눈이는 아무 말이 없습니다.
“너도 반대하는구나. 그렇지? 너도 싫지?”
“아....아니에요. 엄마가 힘들 잖아요..”
왕눈이는 남자입니다.
엄마 곁을 떠날 수 있다는 생각이 처음 이야기가 나올 때부터 왕눈이의 마음을 무겁게 짓누르고 있습니다.
새로 태어나게 되는 아기 강아지를 줄이려면 남자 강아지를 없애야 한다는 소장 아저씨의 이야기를 들을 때부터 왕눈이는 엄마와 헤어지는 생각에 잠겼고, 그렇다고 엄마가 더 고생하게 그냥 있을 수는 없습니다.
“엄마, 전 괜찮아요. 엄마만 좀 편진다면....”
들릴 듯 말듯 한 목소리가 엄마의 귓바퀴에 맴돌며 찾아 듭니다.
“으응.... 네 가 그래서 ...”
엄마는 그때서야 왕눈이의 마음을 알아차립니다.
“녀석, 걱정은..너, 걱정했구나. 응. 그렇지?”
엄마의 얼굴에 미소가 흐릅니다.
“녀석.... 걱정하지 마!”
걱정으로 가득 찬 왕눈이는 자기 마음도 모르고 웃고 있는 엄마가 밉습니다.
“엄마, 나도 가야죠?”
왕눈이는 마음속에 끙끙거리며 참고 있던 한 마디를 불쑥 꺼냅니다.
“어디로? 아, 저 아저씨를 따라?”
엄마의 눈치는 빠릅니다.
고개를 끄덕이는 왕눈이의 가슴이 두근두근 뜁니다.
“녀석, 걱정 마! 모두 안 보낼 거야!”
“네?
너무나 뜻밖의 엄마 대답에 왕눈이는 자기 귀를 의심합니다.
“조금 더 생각 해 보자. 그리 급한 일이 아니잖니!”
엄마는 용팔이가 지키고 있는 예쁜이 집을 바라봅니다.
용팔이는 다른 강아지들과 어울려 놀지 도 않고 예쁜이 곁에서 아기들을 지키고 있습니다.
“저 소장님, 소장님께서 저를 걱정 해 주시는 것은 잘 알아요. 조금만 더 생각 할 시간을 주세요. 저도 <동물사랑 회>가 <사랑의 동물원>과 다르다는 걸 잘 알고 있어요. 참 고마운 분들이에요.... 아무리 짐승이지만 그들을 아껴주시고 또 끝 까지 지켜 주신다는 것 참 고마워요..... 그런데 제가 이 아이들 하고 오랫동안 정도 들고..”
엄마는 더 긴 얘기를 하지 못 합니다.
“네, 할머니. 잘 알 아요 할머니 마음을..... 그런데 너무 혼자 힘 드시는 것 같고 또 주위 환경도..”
소장님도 더 길게 이야기를 못합니다.
몇 번 같은 이야기를 할머니에게 했기 때문에 혹 할머니가 화를 내실 것 같고 아예 끝까지 거절할까 걱정이 되어서 입니다.
“안됐지만 오늘은 그냥 돌아가세요.... 몇 번 씩 발걸음을 하셔 죄송해요. 제가 결심이 되는 데로 연락드릴 테니 이젠 이곳까지 오시지 마세요... 연락처 하나 주시면 제가 알려 드릴게요.”
엄마는 왕눈이를 바라보며 자리에서 일어납니다.
“......”
소장님은 더 아무 말도 못하고 고개만 끄덕이며 우두커니 강아지들만 바라봅니다.
“소장님.... 돌아가시죠. 할머니께서 결심하시는 대로 연락을 해 주신다니.... 조금 더 기다리죠. 할머니께서 직접 결정하실 때 까지.....”
옆에 서 있던 노란 단체복 아저씨가 소장님을 바라봅니다.
“그럴 수밖에 없겠군...강제로 할 수 있는 일도 아니고.....”
소장님도 더 할 말이 없습니다.
“그럼 할머니 말씀만 믿고 저희들은 기다리겠습니다. 할머니 건강도 생각 하셔야지요. 그럼....저희들은 이만...”
“소장님, 연락처를.....”
“아, 참 그래요 연락처를 드리고 가야지.”
소장님은 깜빡 잊은 듯 연락처가 적힌 명함 한 장을 할머니께 건네줍니다.
“네, 결정을 하면 이쪽으로 연락드릴게요.”
할머니는 소장님이 건네주는 명함 한 장을 받아 주머니에 넣으며 어디선가 본 듯 한 생각이 듭니다.
“그럼, 안녕히 들 가세요.”
“네, 할머니.... 건강하시고요.”
“너무 힘 드시게 하지 마세요,”
“참, 그리고 이젠 더 새끼들이 나오지 않도록 신경 써 주시면 좋겠어요.”
“네 네 알겠어요.”
<동물사랑 회> 직원들은 좁은 마당을 빠져 나와 노란 봉고차에 오르며 손을 흔듭니다.
마당 여기저기에서 놀던 강아지들은 차 소리가 나는 대문 쪽을 바라보고 또 엄마를 바라봅니다.
엄마가 무엇인가 한 마디 할 것 같은 얼굴로 놀이를 멈춘 강아지들을 바라봅니다.
“너희들, 저 사람들이 왜 왔는지 알겠지?”
오늘 따라 엄마의 목소리가 무섭게 들려옵니다.
“..........”
“? ? ? ”
모두 겁에 질린 듯 한 얼굴로 말없이 엄마를 쳐다봅니다.
“끙 끙 끙....끙 끙 끙!”
그때 예뿐이 집 쪽에서 아기 강아지들이 서로 엄마 젖먹이 다툼 소리가 들려옵니다.
“왜 말들이 없니? 이 소리가 들리지!”
모두 쥐 죽은 듯 조용합니다.
“저기 저기를 봐라! 아기강아지들이 서로 엄마 젖을 먹으려고...”
엄마는 예쁜이 집 쪽을 바라봅니다.
“내가 그렇게 주의를 하고 또 부탁했는데.....”
“엄마, 미안해요. 모두 제가 아이들을 잘 감독 못 한 탓이에요. 이번만 용서 해 주세요. 앞으로 제가 더 모두 잘 살피고 감시해서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어요.”
엄마 앞으로 다가 선 왕눈이가 대장답게 납작 엎드립니다. 그러자 모두 겁에 질려 아무 말도 못하고 있던 강아지들이 여기저기에서 하나 둘 무릎을 꿇고 앉기 시작합니다.
“엄마! 제가 잘 못했어요.이제 다시는.....저 친구들은 아무 잘못이 없어요. 그러니...”
예쁜이 집 앞에서 아기 강아지들을 보살피고 있던 용팔이가 집 안 분위기를 눈치 채고 재 빨리 엄마 앞으로 달려 와 두 손을 싹싹 빕니다.
“시끄럽다! 네가 큰 잘못을 저질렀다. 내가 그렇게 부탁하고 또 주의를 줬는데....이젠 어쩔 수 없지만, 앞으로 이런 일이 또 우리 집에서 일어나지 않게 모두에게 다시 한 번 다짐을 받아야 한다. 모두들 내 말뜻을 알겠나?”
엄마는 다시 여기저기 엎드린 강아지들을 향해 입을 엽니다.
“내, 엄마 앞으로 더욱 주의 할게요.”
“그래요. 다시 한 번 더 약속할게요.”
“엄마의 고생을 우린 잘 알아요.”
“우리들이 서로서로 감시 잘 할 게요”
“우리들이 예쁜이 아이들을 잘 보살피겠어요.”
“ 엄마 너무 걱정 마세요.”
여기저기서 예쁜이 집 쪽을 바라보며 엄마에게 사정합니다.
“......”
엄마는 스스로 자신의 마음을 다스리듯 하늘 한 번 쳐다보며 말이 없습니다.
좁디좁은 뜰에 한 동안 고요함이 흐르는 속에서 이쁜이 아기 강아지들의 끙끙거리는 젖 먹이 싸움 소리는 계속됩니다.
얼마동안 조용하던 뜰에 엄마의 목소리가 조용히 들립니다.
“내, 더 얘기 안 할게...... 모두들, 이런 일이 다시없게 해라. 이런 일이 또 한 번 생긴다면 그땐 누구든 간에 절대 용서 안 한다. 아니 용서보다 여기를 아주 떠 날 생각을 해라! 알았나? 내가 몇 번째 하는 부탁이다.”
엄마의 목소리는 다시 부드러우면서도 결심이 가득 넘쳐있습니다.
“네, 엄마!”
“네, 절대 그런 일이 없을 거예요.”
여기저기서 강아지들의 큰 목소리가 엄마 귀를 파고듭니다.
“모두들 가서 놀아라. 그리고 왕눈이와 탱구, 용팔이는 나를 따라오너라.”
엄마가 이쁜이 집으로 향하자 그 뒤를 졸졸 따라갑니다.
“엄마, 미안해요. 용서해주세요 다시는....”
아기들에게 젖을 먹이던 이쁜이는 앞으로 다가 온 엄마를 향해 또 고개를 숙입니다.
“그래, 그래야지. 이왕 이렇게 되었으니 아기들이 잘 키워라.”
부드러워진 엄마의 말에 이쁜이는 눈물이 글썽입니다.
“그리고 너희들. 내가 더 이야기 하지 않아도 다 알겠지만, 너희 셋은 더욱 정신을 차려 아기 강아지들을 잘 보살펴 주면서 다른 친구들을 잘 살펴라. 또 이런 일이 생기면 너희들 셋은 모두 <사랑의 동물원>으로 보낼 테다. 알겠나?”
다시 엄마의 목소리가 무서운 명령으로 변하며 뒤 따라 온 왕눈이와 탱구, 그리고 용팔이를 바라봅니다.
“네, 꼭 엄마 말대로 실천할게요.”
“알겠어요. 앞으로는 이런 일이 없을 거예요.”
“제가 이쁜이와 아기들을 잘 지킬 테니 엄마 너무 걱정 마세요. 미안해요 엄마!”
“그래, 용팔이는 이제 아빠가 되었으니, 더욱 아기 강아지들을 잘 돌봐야 한다. 이쁜이에게 만 맡기지 말고. 아기들에게는 아빠로, 이쁜이에게는 더 좋은 남편으로 도와줘야 한다. 내, 이야기 무슨 말인지 알겠지?”
엄마는 용팔이 머리를 쓰다듬어 줍니다.
“네, 엄마 저도 잘 알아요. 착한 아빠가 될게요.”
용팔이는 껑충 엄마 가슴으로 뛰어 올라 엄마 얼굴을 부드러운 혀로 인사를 합니다.
“야, 간지러워........ 됐어! 알았어... 꼭 네가 한 말 꼭 실천해!”
엄마의 기분이 확 달라지며 용팔이를 덜렁 들어 안아 줍니다.
“자, 모두 가봐라. 난, 일하러 나갈 준비를 해야 한다.”
“엄마, 오늘 또 나가려고요?”
“그럼 나가봐야지. 너 또 따라 오려고?”
“그래요. 엄마 혼자는 않되요”
“너도 이젠 집에서 친구들을 돌봐라.”
“않되요. 엄마 혼자 힘으로 안 된다는 걸 엄마가 잘 알잖아요. 아이들은 여기 탱구와 용팔이가 잘 살펴 주면돼요.. 같이 가요.”
“........”
엄마는 아무 말이 없습니다.
사실 왕눈이와 같이 다니는 것은 엄마에게 큰 힘이 됩니다.
엄마 혼자 수레를 끌고 여기저기 다니는 것이 힘들다는 것을 왕눈이는 그전부터 잘 알고 있기에 엄마 혼자 보낼 수 없습니다.
“그래도 될까? 지금까지 너하고 같이 다니다보니 집안에 이런 일이.....”
왕눈이와 같이 나가려니 또 같은 일이 벌어질까 엄마는 걱정 합니다.
“걱정하지 말고 빨리 가요. 오늘은 매우 늦었어요.”
왕눈이는 앞장 서 좁은 대문을 빠져 졸랑졸랑 나갑니다.
마음이 안 놓이는지 엄마는 대문을 나오면서도 연실 강아지들이 놀고 있는 마당을 바라봅니다.
“정말 괜찮을까?”
“걱정 마세요. 엄마가 아침에 그렇게 주의를 주었잖아요. 모두 잘 알아들었을 거예요.”
엄마는 왕눈이와 큰 길로 나섭니다.
역시 폐휴지를 이미 누군가 한 번 쯤 실어 갔는지 들리는 상점마다 허탕을 칩니다.
폐휴지나 고물을 많이 모으려면 누구보다 일찍 나와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가끔 집에 무슨 일이 생기면 일찍 나올 수 없습니다.
다른 사람보다 늦게 나오면 고물도 많이 모으지 못한다는 것을 엄마는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생각하지 못했던 일이 일어나면 고물보다 강아지 일들이 더 급하기 때문에 일찍 나올 수 없습니다.
이곳저곳을 폐휴지를 찾아다니는 엄마의 마음은 폐휴지나 고물보다 집에서 놀고 있을 아기 강아지들 생각이 더 많습니다.
정말 <동물사랑 회> 소장님 말대로 일이 또 벌어지면 아기 강아지들은 더 많아지고, 또 집 식구들이 더 많아진다는 말이 귓속에서 맴 돕니다.
식구가 늘어나면 엄마의 할 일과 먹을거리 걱정도 그만큼 늘어납니다.
-정 그러시면 우선 수컷들 몇 마리라도 보내세요. 우리 <동물사랑 회>는 후원 해 주시는 고마우신 분이 있어 걱정하실 필요가 없어요. 그 분도 강아지들을 내 자식처럼 아끼고 사랑하는 분입니다. 강아지를 버린다거나 어디로 보낸다든가 하는 일은 한 번도 없어요. 자기들 목숨이 다 할 때까지 잘 도우라고 매달 큰돈을 저희들에게 보내주시고 가끔 저희들에게 찾아 오시 곤해요....할머니, 그러니 다른 곳처럼 보호기간이 지나면 없애버리는 그런 일은 없어요....할머니가 언제든지 오셔서 보고 싶은 그 강아지도 다시 만날 수 있고요.-
소장님이 하고 간 이야기가 자꾸 맴 돕니다.
“언제든지 연락 주세요......아니면 저희들이 또 찾아 와요 할머니.”
‘그럴까?’
“엄마, 왜 그래요? 어디 아파요?”
엄마의 모습이 다른 때와 다르다는 것을 금시 눈치 챈 왕눈이는 걱정이 되는 듯 엄마를 바라봅니다.
엄마는 확실히 보통 때와는 다른 것 같습니다.
“엄마, 오늘은 고물도 없고. 그러니 일찍 들어가요. 엄마가 무척 힘들어 보여요.”
“허허허. 녀석도.... 어쩌면 너는 내 마음을 그렇게도 잘 알아차리니?”
엄마는 뒤 따라 오는 왕눈이가 참 눈치 빠른 녀석이라고 생각하며 왕눈이를 돌아봅니다.
어쩐지 폐지나 고물도 많지 않는 가벼운 수레만 끌고 다니는 것 같아 엄마는 더욱 힘이 쪽 빠지는 듯합니다.
“내, 말이 맞지요?”
“녀석!‘
왕눈이를 뒤돌아보는 엄마의 얼굴에 잠시 빙그레 미소가 흐릅니다.
그때를 놓칠 왕눈이가 아닙니다.
“엄마! 오늘 그만 해요. 고물도 없어요!”
엄마 앞으로 다가 온 왕눈이는 다시 한 번 사정하듯 엄마를 쳐다봅니다.
“녀석. 그래, 오늘은 일찍 마치자....네 말마따나 늦게 나와 고물도 없구나. 자, 그만 집으로 가자.”
엄마는 다시 힘을 얻은 듯 수레를 끕니다.
“와! 우리 엄마 최고!”
“녀석, 그렇게 좋니?”
“엄마, 좋은 게 아니에요....사실 엄마도 걱정되고 또 이쁜이 아기도 걱정이 돼요.”
“그래, 사실 나도 마음이 영 불안하다. 어서 집으로 가자.”
늘 다니던 고물상도 지나칩니다.
“엄마, 고물상에 안 들리고?”
“그래, 오늘은 들릴 물건도 없잖아... 그냥 가자. 다음에 한 테 모아서 가자.”
“그래요.”
왕눈이는 다시 수레 뒤로 돌아갑니다.
오늘은 엄마 혼자 수레를 끌고 갈 수 있습니다
집으로 돌아 온 엄마는 수레를 마당 한 구석에 세워 놓자말자 곧 이쁜이 집으로 다가 갑니다.
마당에서 놀던 강아지들은 너무나 일찍 집으로 돌아 온 엄마를 보고 꼬리를 치며 반가와 하지만 그것도 잠시 모두 일찍 돌아온 엄마가 이상한 듯 물끄러미 바라봅니다.
꼬리 흔들며 반가워하는 이뿐이와 아직 눈도 못 뜨고 엄마 품 여기저기서 잠든 아기들과 이쁜이 집 둘레를 돌아보고 있는 탱구와 용팔이는 일찍 들어 온 엄마의 사정도 모르고 꼬리를 흔들며 반가와 합니다.
“아이구 녀석들! 엄마 젖 많이 먹었냐?”
엄마는 한 마리씩 아기 강아지 머리를 쓰다듬어 줍니다.
어느 듯 밤이 됩니다
모두 제각각 흩어져 하나 둘 잠이 들기 시작합니다.
엄마는 저녁을 먹고 좁은 방에 누웠지만, 잠이 오지 않습니다,
‘어쩌지? 정말 이대로 놔둔다면. 우선 남자 아이들을 아기강아지 수만큼 <동물사랑 회>로 보낼까?’
이 생각 저 생각 하던 엄마는 <동물사랑 회> 소장이주고간 명함을 찾아봅니다.
“으응?”
명함을 찾아 든 엄마는 고개를 갸웃 등 합니다. 어디선가 본 듯한 명함과 똑 같은 것입니다.
‘그래, 언젠가 차에 부딪혔을 때 병원에 가자고 하던 그 운전사가 준 명함과....’
엄마가 자동차 사고 났을 때 굳이 병원에 안 간다 하고 받은 운전사의 명함 입니다.
두 명함을 두 손에 든 할머니는 똑 같은 명함을 확인하는 순간 두 눈을 크게 뜹니다.
<동물사랑 회>소장 김기철.
소장이 준 명함 입니다
<동물사랑 회>후원회장 최보람.
승용차에서 내린 운전사가 준 명함입니다.
‘그럼 그 두 사람이 같이?“
갑자기 남자 강아지들이 엄마의 눈앞에서 뛰기 시작 합니다.
엄마의 표정이 갑자기 밝은 보름달처럼 환 해 집니다.
‘그래, 그래, 그 사람이면......’
어쩐 일인지 명함을 준 젊은 운전사의 얼굴과 집으로 찾아오는 소장의 얼굴에서 밝은 빛이 보입니다.
그 두 사람들 말을 믿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폐휴지로 가득 찬 엄마의 뜰에 밝은 보름달이 둥실 둥실 춤추기 시작 합니다.
-누가 가야해?-
좁은 방안, 겨우 밖으로 트인 창문에 밝은 달님이 빙그레 웃으며 엄마의 방을 들여다보고 있지만, 엄마의 마음은 왼쪽으로 오른쪽으로 왔다 갔다 합니다.
‘그래도 될까?’
‘아니야, 내가 어떻게 키운 아이들인데...’
밤이 늦었지만 엄마는 이리 뒤 척 저리 뒤 척 잠을 이루지 못합니다.
‘그 사람을 정말 믿을 수 있을까?’
‘아니야, 그 사람은 처음 보았지만 믿을 수 있을 것 같아.....’
‘그 명함을 주고 간 사람이 후원 회장이라니......’
엄마는 잠자리에서 일어나 앉으며 자동차 사고를 내고 병원으로 가야 한다고 걱정하던 그 명함을 주고 간 사람을 다시 떠 올립니다.
‘나쁜 사람 같으면 내가 싫다면 얼씨구 좋다고 얼른 자기 길을 갈 텐데.....’
얼마 전 엄마를 승용차로 치고 난 그 사람은, 엄마의 팔을 잡고 병원에 가 보아야 한다고 계속 조르던 얼굴 모습이 다시 눈앞에 어른거립니다.
“할머니, 정 안 가시겠다면 혹 언제든지 아픈 곳이 있으면 이곳으로 전화 연락 해 주세요. 아픈 것 참지 마시고요. 알았지요?”
정이 가득 넘치는 듯 한 그 굵은 목소리가 귀 바퀴에 뱅뱅 돕니다.
소장이 주고 간 명함과 똑 같은 명함 뒤에는 <동물사랑 회>후원 회장 이라는 글자가 더욱 크게 엄마의 눈앞으로 다가 옵니다.
명함에 찍힌 사진도 틀림없는 그 사람 얼굴입니다.
한 동안 의심이 갔지만, 보고 또 들여다봐도 그 사람이 분명합니다.
“우리를 후원 해 주는 분이 계셔서 유기된 개들은 찾아 잘 것입니다.
길에 헤매는 강아지들을 여자나 남자 강아지 둘 중 어느 한쪽만 데려 올 수도 없는 일입니다.
이대로 그냥 둘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차츰차츰 엄마를 걱정스럽게 만듭니다. 모두에게 단단히 주의를 주었지만, 언제 이런 일이 또 일어날지 알 수 없는 일입니다.
피곤한 엄마는 두 장의 명함을 손에 쥔 체 누워 눈을 감습니다.
‘어쩌지....이대로 놔 둘 수도 없고...그렇다고 보내기도.... 그 사람들을 믿고 보낸다면 누구를 보내야 하나? 남자 강아지들을 보내야 하지만 어떻게? 누구를 보낸단 말인가?’
좁은 방에서 이쪽저쪽 돌아누우며 엄마는 눈을 감습니다.
어떻게 했으면 좋을런지 엄마는 결정을 할 수 없습니다.
왕눈이도 용팔이도 탱구도....많은 남자 강아지들이 눈앞에서 어른거립니다.
엄마는 눈을 감고 생각에 잠기지만 어떻게 했으면 좋을런지 결정을 내리지 못합니다.
잠이 스르르 엄마 곁으로 다가옵니다.
“그렇게 해요! 그렇게 하는 것이 할머니에게도 좋고, 강아지들에게도 좋은 일이에요...결국 할머니는 혼자 점점 많아질런지도 모르는 강아지들을 모두 키울 수 없어요!”
“맞아요! 할머니 마음은 참 좋은데 그렇게 할 수 없어요.”
“좋은 곳에 가서 잘 살게 해 주세요!”
“그분들은 모두 착한 분들이에요.”
“나라에서 후원 한 푼 못 받으면서도 버림받는 개들을 잘 보살펴 주는 사람들이에요.”
“할머니, 그렇게 하세요!”
하얀 뭉게구름들이 여기저기 바람을 타고 와 엄마를 맴돌며 둥실 둥실 춤을 춥니다.
꽃구름 위에서 하얗고 긴 나래를 펴고 부채춤을 추는 선녀들이 엄마에게 소곤소근 속삭입니다.
“정말, 그 사람들을 믿어도 될까요?”
엄마는 빙글빙글 춤을 추며 엄마 곁을 맴돌고 있는 선녀들에게 다가 갑니다.
“그래요. 그 사람들을 우리들이 잘 알아요. 길에 버려진 강아지들을 모아 넓은 운동장 같은 마당을 둘로 나누어 한쪽은 남자 강아지를 또 다른 한쪽에는 여자 강아지들을 보살펴 주고 있어요.”
“집도 한 칸씩 따로 따로 만들어 줘 잘 때는 제각각 자기 집을 찾아 가 자고는 해요.”
“아프면 병원에 가서 치료도 받고...”
“그렇게 같이 살다가 강아지를 좋아하는 새 주인이 나타나면 따라가서 새 주인과 같이 살아요.”
“그뿐만 아니에요. 그곳 아저씨들은 새 주인을 만나 살게 되는 강아지들을 한 달에 한 번씩 찾아가 잘 자라고 있는지 확인도 한답니다!”
“정말이에요?”
엄마는 선녀들의 이야기에 귀가 솔깃하며 큰소리를 지릅니다.
“우리 말 못 믿겠으면 같이 가 봐요.”
“같이 가요?”
“네, 그래요 할머니. 우리하고 같이 가면되요.”
“그래요. 못 믿어서가 아니라 정말 그 곳에 가보고 싶어요.”
“그럼 이리 오세요.”
구름 위에 있던 선녀가 긴 부채로 엄마를 들어 올려 구름 위에 태웁니다.
엄마의 몸이 뭉게구름 위에 푹 빠집니다.
“어이쿠!”
마치 부드러운 솜털 같은 구름 속에 떨어지며 할머니는 소리를 지릅니다.
“얘들아 가자!”
선녀들이 탄 흰 구름들이 하나 둘 바람 타고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 합니다.
둥실둥실 떠가는 구름 아래로 강아지들이 뛰는 모습이 보입니다.
낮은 산언덕 끝에 재활용품으로 가득한 엄마의 집입니다.
따뜻한 양지쪽 여기저기서 뛰노는 강아지들 모습이 한 폭의 그림으로 스쳐갑니다.
엄마는 그 광경을 내려다보며 혼자 빙그레 웃습니다. 강아지들이 마음껏 뛰노는 모습은 언제나 엄마의 마음을 즐겁게 합니다.
“저기, 저기가 할머니 집이에요 강아지들과 함께 사시는...”
“네. 그래요 지금 보고 있어요. 참 보기 좋아요.”
엄마는 줄곧 까마득한 산언덕 아래에서 흘러가는 예쁜 그림에서 눈을 뗄 수 없습니다.
“아, 할머니, 저기 보세요.”
엄마는 선녀가 손짓하는 아래를 내려다봅니다.
“어머나!”
“잘 해 놓았지요?”
“그럼 저기가?”
엄마의 눈이 둥그레집니다.
“그래요. 저기가 그 유명한 <동물 사랑 회>에서 돌보고 있는 강아지들 쉼터에요.”
“어머나! 그 아저씨들이 말하는?”
엄마는 다시 입을 열고 열며 놀랍니다.
운동장 같은 넓은 터에 빨간 지붕으로 덮인 여러 채의 집들이 줄 서 있고 알록달록 강아지들이 뛰놀고 있는 모습이 한 편의 만화 영화를 보는 듯합니다.
“저렇게 넓은 곳에....”
엄마는 문득 강아지들이 살고 있는 엄마의 뜰이 떠오르자 가슴이 뭉클 해 옵니다.
“저곳에 살고있는 강아지들은 얼마나 좋을까!”
집에 있는 강아지들이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자 엄마는 더 말이 나오지 않습니다.
“할머니, 저긴 참 좋은 곳 같지요?”
엄마를 태운 선녀는 엄마의 마음도 모르는 듯 방실방실 웃으며 그림같이 아름답게 펼쳐진 강아지들의 쉼터를 가르킵니다.
“그, 그래요. 참 좋네요.”
“저기서 살고 있는 강아지들은 참 복 받은 녀석들 이이에요...소장과 직원들을 잘 만났고, 또 후원회장을 잘 만난 덕분으로 저렇게 좋은 환경 속에서 살고 있어요.”
“네. 그러겠네요.”
“저곳에서 살다가 또 새로운 주인을 잘 만나면 새집으로 옮겨가고요. 녀석들은 참 행운아들이에요.”
“.........”
엄마는 엄마의 뜰에 살고 있는 강아지들이 갑자기 불쌍하다는 생각이 머리를 스치자 아무 말도 못합니다.
넓은 벌판 같은 놀이터에서 장난치며 마음껏 뛰놀고 있는 강아지들이 너무 행복 할 것 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엄마는 자기도 모르게 고개를 돌리며 흰 구름 위에 파랗게 펼쳐진 푸른 하늘을 쳐다봅니다.
“불쌍한 녀석들....”
엄마는 자기도 모르게 혼자 중얼 거립니다.
“네? 불쌍해요?”
천사는 두 눈을 크게 뜹니다.
“아, 아니에요. 우리 집에 있는 아이들이.....”
“저기서 뛰놀고 있는 강아지들은 남자 여자 따로 모여 살고 있고 또 자기 방이 있어 비가 오나 눈이 오면 언제든지 자기 집에서 쉴 수 있어요. 참 행운아들이죠.”
선녀는 또 한 번 같은 이야기를 합니다.
“아, 네...”
“.........”
선녀는 엄마의 마음을 상하게 할까봐 더 말을 하지 않습니다.
“더 가까이 가 볼까요?”
선녀는 긴 부채를 높이 쳐들어 아래로 내려 갈 준비를 하며 엄마를 바라봅니다.
“아! 아니에요.”
엄마는 놀란 듯 황급히 손사래를 칩니다.
“이제 되었어요. 집으로 가야 해요. 우리 아이들이...”
엄마는 집에 있는 아이들이 떠오릅니다.
불쌍한 것 같은 아이들이 갑자기 보고 싶어집니다.
바로 그때입니다.
-쾅!-
어딘가 무엇이 부디 치는 소리와 함께 구름이 산산조각 부서집니다.
“어머나!”
선녀가 탄 흰 구름이 갑자기 나타난 먹구름에 부디 치며 산산조각 부서지며 넓은 강아지들이 운동장으로 떨어집니다.
선녀는 급히 큰 부채를 다시 활짝 펴고 날개짓을 하면서 하늘로 오르기 시작합니다.
“어마....난...난 어떻게 하라고! 선녀님, 같이 가요! 나도 우리 집으로 가야해요.”
엄마는 부채를 타고 하늘 높이 오르는 선녀를 향해 두 팔을 흔듭니다.
“같이 가요! 집으로 데려다줘요!”
있는 힘을 다 해 엄마는 하늘로 오르는 선녀님을 보고 외치지만, 선녀의 모습은 점점 조그맣게 멀어져 갑니다.
“안돼요! 선녀님, 안 돼요 선녀님!”
엄마는 두 팔을 더욱 힘차게 흔들며 사라져 가는 선녀를 향해 소리를 지르며 번쩍 눈을 뜹니다.
“아이쿠! 팔이야!”
한쪽 팔이 몹시 아픕니다. 잠자리에 누운 엄마 곁에 밥상이 보입니다.
“으응?”
엄마의 손에는 어제 밤에 들여다보던 두 장의 명함이 그대로 있습니다.
닫힌 창문이 밝아 오고 있습니다.
“내가.... 내가 꿈을 꿨나?”
사방을 휘 살펴봅니다.
휜 구름도, 천사도 그 넓은 강아지들의 놀이터도.....엄마의 눈앞에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허어....내가 꿈을 꾼 모양이군.”
엄마는 어제 밤, 두 장의 명함을 손에 들고 이 생각 저 생각 하다가 그대로 잠이든 것을 알고 혼자 빙그레 웃습니다.
‘정말 꿈속에서 본 그런 강아지들의 놀이터가 있단 말인가?’
“여기 살고 있는 강아지들은 참 행운아들이에요.”
큰 부채를 펄럭이며 꿈속에서 하던 선녀의 말이 떠오릅니다.
“우린 다른 곳과 달라요. 버림받은 강아지들이 살기 좋게 모든 환경을 잘 해 놓았어요. 새 주인 만나면 다시 새로운 가정으로 찾아가고, 보호 기간이 지났다고 처분도 하지 않아요. 그리고 남자 여자 모두 따로 살고 있기 때문에... 그러니..할머니 걱정마시고.....”
‘소장님의 말이 맞는 모양이야.’
엄마는 벌떡 일어나 밖으로 나갑니다.
강아지들은 벌써 여기저기 쫓아다니며 놀고 있습니다.
‘보낼까? 여기 보다 살기 좋다니.....이곳 남자 아이들을 따로 지내게 할 땅도 좁고....그렇다고 집도 제 각각 만들어 줄 수도 없고.... 식구가 점점 도 늘어난다면?’
강아지들이 뛰 노는 모습을 보면서 엄마는 생각에 잠깁니다.
‘그런데.... 보낸다면 누구를? 남자 아이들도 여럿인데....한 번에 모두 다 보낼 수는 없어.....’
근심에 쌓인 엄마는 밖으로 나와 이쁜이 집으로 갑니다.
아기들에게 아침 젖을 먹이고 있다가 엄마를 본 이쁜이가 벌떡 일어납니다.
“밥 주세요. 엄마 밥 줘요.”
아침밥을 먹던 아기강아지들은 깜짝 놀라면서 이곳저곳 잃어버린 엄마 강아지가 차려준 밥상을 찾느라 야단 법석 입니다.
“이쁜아, 이쁜아. 그냥 아이들 밥 줘라. 앉아! 어서 앉아!”
엄마는 일어선 이쁜이를 주저앉히면서 가까이 다가갑니다.
엄마의 목소리를 들은 용팔이가 어디선가 급히 엄마 곁으로 다가와 엄마의 얼굴에 아침 인사를 합니다.
“으응. 그래 그래. 너는 어디 갔다 오냐? 아기들 지키고 이쁜이를 돌보고 있으라 했는데...”
용팔이 등을 쓰다듬어 줍니다.
왕눈이도 달려와 아침 인사를 합니다.
“용팔아, 오늘도 좀 늦게 나가야겠다.”
모두 아침밥을 먹고 난 후 엄마는 수레를 끌고 나갈 준비를 하지 않고 용팔이에게 조그맣게 조금 떨리는 목소리로 속삭입니다.
수레 옆에 서 있던 용팔이는 고개를 갸웃 합니다.
“늦게 가면 그전처럼 또 누가 모두 가져가요. 빨리 나가야 해요.”
“응, 그래 나도 알아...그런데 생각을 해 보았는데.....”
엄마는 용팔이를 조용히 내려다봅니다.
“엄마, 왜 그래요? 무슨 일이 있어요?”
“.........”
한동안 말 없던 엄마가 소곤거리듯 말합니다.
“아무래도 우리 식구 중에 남자 아이들만이라도 몇을 그 사람들에게 넘겨야겠어.”
“네? 네...”
용팔이는 놀라며 엄마를 바라봅니다. 엄마가 무엇을 이야기 하고 싶은지 용팔이는 곧 알 수 있습니다.
“.........”
“네 생각은 어떠니?”
엄마의 얼굴에 어두운 구름이 보이고. 목소리는 큰 돌 덩이처럼 무겁습니다
“엄마 생각대로 해요....어쩜 그 아저씨들 말씀이 맞는지도 몰라요. 이렇게 앞으로 여기서 새 식구들이 태어난다면....”
“너도 그런 걱정이 생기지?”
“그래요, 저도 엄마처럼 걱정이 되요. 엄마는 더욱 힘들어지고..”
“그럼 우선 한 번만이라도 그렇게 해 볼까?”
엄마의 목소리가 조금 맑아집니다.
“그래요. 그렇게 한 번 해 봐요”
“그렇게 한다면 누구를?”
다시 엄마의 목소리에 힘이 빠집니다.
“엄마, 나도 밤 새 생각해 보았는데요...”
“으응, 그래 어떻게?”
“엄마의 계획대로 해요. 아무 걱정 말고요. 우리들은 엄마가 시키는 대로 할게요.”
용팔이는 힘없이 말하며 고개를 숙입니다. 어디서 달려왔는지 왕눈이도 옆에서 용팔이 이야기를 듣고 있습니다.
엄마의 두 눈이 커지며 용팔이와 왕눈이 이쁜이를 아무 소리 없이 바라봅니다.
한동안 가만히 혼자 무엇인가 생각에 잠겼던 엄마는 안으로 들어와 명함에 적힌 곳으로 전화를 합니다.
아침 시간이 흘렀습니다
해님도 한 참 힘차게 계속 천천히 하늘 높이 오릅니다.
“엄마, 엄마, 아저씨들이 오셨어요.”
용팔이가 달려와 알리자 전화를 끝내고 혼자 좁은 방안에 멍하니 해님만 쳐다보고 있던 엄마는 힘없이 밖으로 나옵니다.
“할머니 안녕하세요”
“네, 어서 오세요.”
엄마의 목소리는 힘이 쪽 빠져있습니다.
“오늘은 일 안 나가셨군요.”
“네.”
“결정 잘 하셨어요. 할머님이 못 믿어 하실까봐 오늘은 제가 말씀드린 우리 후원회장님을 직접 모시고 왔어요. 회장님, 이리 오세요.”
소장님은 같이 온 젊은 사람을 소개합니다.
“으응?”
후원회장이라는 사람을 본 엄마는 두 눈을 크게 뜹니다.
“아니! 할머니? 할머니가.... 얼마 전 제 차에 부디 치고 괜찮다고 하시면서 그냥가신?”
후원회장이라는 사람이 급히 엄마 앞으로 다가와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합니다
-햇살이 넘실넘실-
“응? 저 젊은이는...”
엄마는 소장님이 인사시켜 주는 그 사람을 본 순간 두 눈을 크게 뜹니다.
“아니, 할머니?”
그 후원회장이라는 사람도 놀란 듯 두 눈을 크게 뜨고 엄마 곁으로 다가 옵니다.
“할머니! 할머니가 맞지요? 그 때 제 차에....”
후원회장이라는 사람이 엄마의 두 손을 덥석 잡고 반가워합니다.
소장과 같이 온 노란 조끼의 아저씨들은 멍 하니 두 사람을 번갈아 바라보며 이상하다는 듯 바라봅니다.
“어디 아픈 곳은 없어요? 병원에 가 보셨어요?. 괜찮은 것이에요?”
후원회장이란 사람은 엄마가 말 할 틈도 주지 않고 계속 엄마의 두 손을 잡고 흔듭니다.
“아, 아 그 때 그 운전사 양반?”
“그래요. 할머니. 그 때 병원에 가시지도 않고..... 괜찮으세요? ”
“아이, 아무런 일 없어요. 괜찮아요. 쓸 대 없는 걱정을..... 보세요”
엄마는 힘자랑이나 하듯 두 팔을 번쩍 들어 보이며 웃습니다.
“아이 참, 할머니도.... 참 다행이네요.”
후원회장은 무척 반가운 듯 엄마의 두 손을 잡고 또 흔듭니다.
엄마의 얼굴에 밝은 해살이 내려앉습니다.
“그때 병원에 가 보셔야 했는데....”
“아니에요..... 지금 이렇게 아픈데 없이 잘 움직이고 있잖아요..... 쓸 대 없는 걱정 말아요..... 아 참, 내 정신 좀 봐, 그런데 여기는 어떻게?”
엄마는 운전사를 바라봅니다.
“아, 할머니.... 조금 전에 말씀드렸지요. 우리 <동물사랑 회>를 후원해 주시고 계신 후원회장님이라고.....”
소장이 가까이 다가서며 할머니를 바라봅니다.
“아, 참. 내가....”
엄마는 미안한 듯 다시 운전사의 두 손을 꼭 잡습니다.
“할머니, 이 분이 우리 <동물사랑 회>에 있는 강아지들을 후원해 주시고 계시는 분입니다. 언젠가 제가 자세하게 말씀드렸지요? 아무 걱정 마시라고....우리 후원 회장님 덕분에 우리 <동물 사랑 회>에 들어 와 있는 강아지들은 모두 즐겁게 지내고 있어요.”
“아, 네, 바로 이분이군요...”
엄마는 다시 자기 앞에 서 반가운 얼굴로 자기를 보고 있는 운전사를 다시 쳐다봅니다.
“고마운 분이군요. 참, 좋은 일 하고 계시네요.”
“할머니, 소장님한테 얘기 잘 들었어요. 혼자 그 많은 강아지들을 돌보고 있다니요 힘 드시죠? 그래서....”
“할머니 걱정 마시고 저희들한테 맡기세요. 할머니가 믿지 못하실까 봐 후원회장님을 직접 모시고 왔어요. 저희들이 잘 돌봐 줄게요.”
소장님이 엄마의 두 손을 꼭 잡습니다.
“..........”
엄마는 아무 말 없이 후원회장이라는 그 운전사 아저씨를 바라봅니다.
사실 몇 마리라도 우선 보내려고 먼저 전화를 했던 엄마지만, 막상 데려가라고 말이 나오지 않습니다.
“할머니, 결정하시기가 힘들지요?”
“사실...좀, 마음이 놓이긴 하지만 여기를 떠날 우리 강아지들이.....”
엄마는 이미 마음속으로 결정 해 놓았지만, 어쩐지 자꾸 무엇인가 소중한 것을 잃어버리는 것만 같은 생각이 마음을 뭉클하게 합니다.
“처음 헤어질 때는 좀 그럴 거 에요. 그러나 또 며칠 지나면 자연이 잊어버리게 되요. 할머니. 그러니 마음 든든히 하시고.... 이미 보내신다고 전화까지 해 주셨으니....”
소장님은 이미 마음으로 결정 해 놓고도 망설이는 엄마의 대답을 듣고 싶은 모양입니다.
“가만... 가만있어 봐요. 소장님.”
옆에서 엄마와 소장의 이야기를 가만히 듣고 있던 후원회장은 엄마와 소장을 번갈아 바라보며 한 참 무엇인가 생각 하는 듯합니다.
“네? 무슨....”
소장님이 후원회장님을 쳐다봅니다.
“아니에요. 소장님, 잠간만....할머니, 보내기가 참 섭섭하시지요? 정도 많이 들었을 테고 할머니 곁을 떠나야 하는 강아지들도.....”
“사실 보낸다고 마음 결정하고 연락을 드렸는데 막상.....”
“그러실 거 에요. 그간 얼마나 정이 많이 드셨겠어요.”
“.........”
엄마는 자기 마음을 알아주는 후원회장이 고맙기만 합니다
“저, 소장님, 제 생각인데...”
“무슨.......?”
“이렇게 하면 어떨까요?”
“네? 무슨 다른 방법이라도....”
“그래요, 할머니께서 저렇게 보내신다고 하셨지만......”
“네, 아침에 일찍 전화가 와서....”
“그런데, 막상 보내려니 마음이 안 좋으신 것 같아요.”
“네, 그렀네요. 그리도 이미 결심을 하셨으니 냉정하게....”
“그것이 아니라, 제 생각은 할머니께서 저렇게 망설이시니까. 우리가 없던 일로....”
“네?”
옆에서 서운한 마음을 참고 이야기만 듣고 있던 엄마는 회장님을 바라봅니다.
“?”
엄마는 후원회장님의 이야기를 속으로 혼자 중얼거립니다.
‘없던 일로? 그게 무슨 말이지?’
“할머니, 강아지들과 헤어지기 싫으시죠?”
후원회장님이 빙그레 웃음을 띠며 엄마를 바라봅니다.
“네, 사실 그래요.... 보낸다고 했는데 막상 보내려니.....”
자기의 마음을 너무 잘 알아주는 후원회장님이 퍽 고마운 사람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힘들지 않으세요?”
“네? 아, 그래도 잘 돌봐 줘야죠.”
“혼자 폐휴지 수집으로 이 많은 강아지들을 먹여야 하니....할머니 건강도 챙겨 셔 야죠.”
“아직까지는 괜찮아요. 우리 강아지들이 내 말을 잘 듣고 또 우리 왕눈이가 나를 잘 돕고 있어 힘이 덜 들어요.”
“그래도 힘 드시죠.... 더구나 소장님 이야기를 들어보니 새 가족들이 태어났다는데.... 그렇게 식구가 늘어나면 더 힘 드시죠.”
“그......그건 앞으로 제가 잘 관리하고 또 우리 강아지들이 다시 한 번 그런 일이 없도록 서로 다짐했으니까 앞으로는 괜찮을 거 에요.”
“네. 그래도....저, 소장님. 이렇게 하면 어떨까요?”
후원회장님은 소장님을 바라봅니다.
“무슨?”
“제 생각인데.... 할머니께서 저렇게 서운해 하시니....우리 쪽으로 옮기는 것을 그만두고 대신 여기 살던 곳에서 계속 살게....”
“네? 무슨...”
소장님의 두 눈이 동그래집니다.
옆에서 듣고 있던 할머니도 이상한 듯 후원회장님을 쳐다봅니다.
“사실 그래요. 동물이나 사람이나 모두 같이 살다가 헤어진다는 것은 서로가 섭섭한 마음들일 거 에요. 그래서 하는 말인데....”
“말씀 해 보세요 무슨 계회이라도?”
“네, 제 생각으로는 옮기지 말고 이곳에 따로 살면서 놀 수 있도록 우리가 터를 좀 정리해 드리는 것으로 하면 어떨까 해요.”
후원회장님은 큰 결심이나 한 듯 소장님에게 물어 봅니다.
“아, 네.....그런 방법도 있지만, 시설을 새로 하려면 경비도 들고...”
“네, 그래요. 그 걱정은 하지 않으셔도 돼요. 어차피 여기 강아지들을 앞으로 하나 둘 옮겨가도 들어가야 할 경비니까요...할머니, 할머니 생각은 어떻습니까?”
“네?”
엄마는 놀란 듯 후원회장님을 쳐다봅니다.
“무슨 얘기인지.....”
“할머니, 섭섭하시니까 우리가 안 데리고 가고 그 대신 여기 터를 조금 넓히고 남자 여자 따로 살게 해 주자 이 말씀입니다.”
“여기에서 따로 살게?”
“네 그래요. 그러면 할머니도 헤어지지 않아 마음 편하시고....”
“그럼 저도 좋지만....”
“걱정 마세요. 할머님만 허락 해 주시면 지금 여기에 조금 땅을 넓혀서 따로따로 놀게 해 주면 할머니 걱정도 없애고....”
“아이구, 그렇게 하면 좋고말고요!”
“소장님, 그렇게 합시다. 아무래도 할머니께서 많이 섭섭하신 것 같아요... 헤어진다는 것이. 그러니 제가 어차피 힘을 보탤 일이니 그렇게 하는 것이 어떨까요?”
“아이구, 회장님이 해 주신다면 이쪽저쪽 다 좋지요.”
“그렇지요? 그럼 그렇게 소장님이 할머니와 잘 의논 하셔서 일을 시작하세요.”
“네, 알겠습니다.”
“그렇게 만들어 놓으면 할머니의 섭섭한 마음도 없을게 아닙니까? 다 같이 살아갈 수도 있고.”
“그렇습니다. 그런데 먹이를 할머니께서 걱정하실 텐데.”
“아, 먹이는 걱정 마세요. 어차피 우리 강아지들이니까 내가 지금처럼 먹이를 사서 먹이면 되요.”
가만히 듣고만 있던 엄마는 너무나 뜻밖의 결정에 놀라고 반가와 어찌 할 줄 모릅니다.
“할머니, 괜찮지요?”
“그, 그럼요 그렇게 해 주신다면....그런데 후원회장님, 아니 운전사 양반 너무 돈 많이 쓰는 게 아니에요?”
엄마는 지금까지 이야기들이 사실처럼 느껴지지 않고 또 경비도 걱정이 됩니다.
“할머니 걱정 마세요.”
소장님이 빙그레 웃으며 엄마를 바라봅니다.
“우리 회장님이 그동안 우리 <동물사랑 회>에도 많이 도와 주셨고, 또 앞으로도 계속 도와주시기로 했어요..”
“할머니 돈 걱정은 하지 마세요....제가 얼마 되지는 않지만 도와드릴게요...그리고 할머니, 이젠 연세도 많으시니까 폐휴지 같은 것 줍지 마시고 강아지들만 잘 보살펴 주세요.”
“아, 아니에요. 제 강아지들은 제가 잘 돌봐야지요. 그러니 이곳 걱정일랑 하지마세요. 먹이도 제가 매일 준비하면 됩니다.”
엄마는 손사래를 치며 후원회장님을 바라봅니다.
“할머니께서 매일 힘 드실 것 같아서요.”
“아니에요. 늘 하는 일이고 힘 있는데 까지 움직여야지요.”
“하하하 할머니., 대단하시네요.. 하여간 우선 장소부터 정리하고 남자 여자 따로 따로 놀이터를 만들어야 하겠어요.”
“괜찮지요? 할머니.”
“으음. 고맙지만 내가 미안해서....”
“아니에요... 그럼 내일부터.... 아, 참 그리고 여기 모아 놓으신 폐휴지 또 고철 같은 것 내일 모두 고물상에 팔고 자리를 비워야 겠어요. 괜찮지요 할머니?”
“........”
엄마는 여기저기 모아 놓은 고물들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잠시 말이 없습니다.
“어차피 치워야 마당을 넓힐 수 있어서요.”
“할머니 그렇게 하세요. 내일 트럭을 가져 올 테니 그렇게 하세요.”
“그래요. 고물상에 넘길 것이니까.”
엄마는 고개를 끄덕입니다.
엄마 옆에서 지금까지 이야기를 듣고 있던 왕눈이는 자기도 모르게 꼬리를 흔들며 엄마를 쳐다보며 싱긋 웃습니다.
“와! 신난다. 엄마! 이제 되었어요.... 이젠 이 이름들도 필요 없어요!”
왕눈이는 보내야 할 남자 강아지들 이름을 적은 종이쪽지를 앞발을 들고 쭉쭉 찢어버립니다.
“얘, 왕눈아!”
엄마는 힐끗 소장님과 후원회장을 바라보고는 왕눈이를 힐끔 눈짓을 합니다.
그 종이에는 오늘 소장님을 따라 이곳을 떠나야 하는 남자 강아지들의 이름이 적혀있는 것입니다.
멀리서 쥐죽은 듯 조용히 자기 이름을 부를까봐 조마조마 마음 조리며 강아지들이 엄마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왕눈이는 이 반가운 소식을 친구들에게 빨리 알려 주고 싶지만, 엄마 허락 없이 그쪽으로 가서 알릴 수도 없습니다.
“할머니, 그럼 그렇게 하기로 하고 저희들은 그만 가보겠습니다. 아참, 소장님, 내일 부터 당장 작업을 시작하시고 이곳 할머니기 돌보고 있는 곳도 이제부터 우리 회에서 적극적으로 돌봐 주기로 하는 것이 어떻습니까? 물론 소장님이 좀 힘 드시지만.....”
후원회장은 소장님을 바라봅니다.
“아, 네... 그게 좋겠네요. 어차피 우리가 여기 강아지들을 데리고 오려고 했으니까....참 좋은 일입니다. 그런데 후원회장님이 더 많은 비용이....”
“아, 그건 걱정 마세요. 어차피 저 강아지들이 우리 쪽으로 와도 들어가야 할 비용이니까요.....”
“네, 알겠습니다.”
“우리 할머니는 참 마음씨가 고우신분 같아요....먼저 제 차에 부디 쳐 넘어지셨는데 다른 사람 같으면 엄살을 부리며 병원으로 가겠다고 야단법석 할 텐데 할머니는 한사코 괜찮다며 그냥 집으로 가셨어요... 그 폐휴지 수레를 끌고..”
“아, 그래요. 처음 듣는 이야기 입니다.”
“나도 그 자리에 있었어요 아저씨. 내가 얼마나 놀랐는지 아세요?”
왕눈이의 머릿속에 그날 할머니가 쓰러지는 모습이 생생하게 떠오릅니다.
그날 엄마는 엄살도 안 부리고, 또 병원에 가자고 붙잡던 그 아저씨, 아니 후원회장님의 인자한 모습을 떠 올리며 그 사람이 <동물사랑 회> 회장이란 것이 놀랍기만 합니다.
“그럼, 할머니, 제가 자주 못 오더라도 우리 소장님이 오셔서 다 뒤 처리를 해 주실 겁니다. 작업도중 무슨 부탁 할 일 있으시면 소장님께 말씀드리세요. 그럼...”
후원화장님이 앞서 나갑니다.
“할머니, 내일 아침부터 작업 차가 올 테니 그렇게 알고 계셔요.”
“아, 네.... 그럼 안녕히 가세요.”
엄마는 지금 무슨 꿈을 꾸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으로 인사를 나눕니다.
-부르릉!-
대문 밖에서 차가 떠나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왕눈아! 지금 우리가 누구하고 무슨 얘길 했니?”
“네?”
“내가 아침에 준 종이쪽지는?”
“엄마, 아까 엄마 보는데서 찢어버렸잖아요 엄마도 보았잖아요.”
“아, 그래? 내가 지금 무슨 꿈을 꾸고 있나?”
엄마는 그 사람들이 빠져나간 대문을 물끄러미 바라봅니다.
“엄마, 이제 되었어요. 우리 가족들을 그쪽으로 보내지 않아도 되요. 모두 여기서 같이 살 수 있어요.”
“그렇지? 그것이 사실이지?”
엄마는 믿어지지 않는지 왕눈이를 바라봅니다.
바로 그때 여기저기 숨어 숨죽이고 있던 강아지들이 우르르 엄마 곁으로 달려옵니다.
“엄마, 저 사람들이 왜 그냥가요?”
“오늘 우리 식구를 데리러 온다고 했잖아요?”
“누가 가는 거 에요?”
“난, 가기 싫어요! 저를 보내지 말아요. 엄마.”
“누구누구 데려가요?”
엄마 곁으로 몰려온 강아지들이 엄마를 뺑 둘러싸고 야단법석입니다.
왕눈이는 그냥 웃기만 합니다.
“왕눈아! 너는 뭐가 그렇게 좋아 웃고 있니?”
“우린 걱정이 되어 꼼짝 못 하겠는데.”
“애들아, 모두 걱정 마, 이젠 어디로 가지 않아도 돼.”
엄마는 자기를 삥 둘러싸고 있는 강아지들을 바라보며 빙긋 웃습니다.
“네? 안가도 되요?”
엄마의 말 한마디에 모두 두 눈을 크게 뜹니다.
“그래, 너희 모두 이곳에서 같이 살게 되었어!”
“와! 정말. 정말이에요?”
“그래, 다른 곳으로 이사 안가도 된다. 모두 여기에서 같이 살 수 있게 되었다.”
“와아! 엄마, 그게 정말이에요? 남자들이 다른 곳으로 이사 간다는 소문을 들었는데....”
“그래, 그렇다. 그러나 이젠 남자들도 다른 곳으로 이사 안가도 됀다.”
“와아! 엄마 만세!”
“와아! 신난다!”
“우린 헤어질까봐 마음이 조마조마 했는데!”
“남자들만 다른 곳으로 이사 가야 한다고 들었는데!”
강아지들은 두 앞발을 번쩍 치켜 올리며 한바탕 큰 손뼉을 치며 좋아 합니다.
“그러나 이젠 남자 여자 따로 따로 모여 살아야 해!”
“네? 그게 무슨 얘기에요?”
“허허허 녀석들, 그것도 몰라? 그러니 내가 그렇게 부탁했는데도 집 안에서 식구가 자꾸 늘어나지!”
“........?”
“.......?”
손 벽을 치며 좋아하던 강아지들은 엄마의 한 마디에 입을 꾹 닫습니다.
강아지들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엄마와 왕눈이를 바라봅니다.
“그래도 여기 같이 살게 돼 다행이야!”
“맞아, 남자들만 다른 곳으로 보내면.....”
여기저기서 남자 강아지들의 소곤거리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엄마의 뜰에 별들의 속삭임이 내리며 밤이 깊어 갑니다.
.
-별들이 소곤소곤-
“엄마, 우리 오늘부터 일 나갈 수 없지요?”
엄마보다 먼저 일어나 엄마의 뜰 여기저기를 한 바퀴 돌고, 엄마가 일어난 기척이 들리자 왕눈이는 잽싸게 엄마가 나오는 현관 앞으로 졸랑졸랑 꼬리치며 아침 인사를 합니다.
“으응, 일찍 일어났구나.”
“네. 엄마.”
“한 바퀴 돌아 봤니?”
“네. 아직 잠을 자고 있는 아이들이 몇 있지만 많이 일어났어요.”
“이쁜이 아이들은? 용팔이는 같이 있는 거니?”
엄마는 언제나 이쁜이 아이들이 걱정 되는가 봅니다.
“걱정 마세요. 용팔이가 옆에서 잘 지켜보고 있어요.”
“으응, 그래야지.... 오늘은 일 나가지 못하지. 그 사람들이 작업하러 온다고 했잖아.”
“ 당분간 일 나갈 수 없을 것 같아요.”
“그래도 그 분들에게 부탁 해 놓고 우린 일하러 나가야지.....하루 조금씩이라도 먹이 살 돈을 마련 해 놔야지.”
“엄마, 그 사람들이 우리 먹이도 챙겨 준다고 했어요.”
왕눈이는 무슨 새로운 발견이나 한 듯 활짝 웃으며 먹이를 걱정하는 엄마를 바라봅니다.
“녀석. 어떻게 그분들에게만 먹이를 맡길 수 있니? 우리들은 지금까지 해 오던 대로 우리 스스로 먹이를 준비해 놓아야지.”
“네. 그렇네요.”
“그 사람들이 오기 전에 어서 아이들 아침밥을 줘야겠다.”
엄마는 곧 먹이 창고로 갑니다.
아침 해 가 하늘로 떠오르며 밝을 햇살을 내려줍니다.
-부르릉.-
아침식사가 모두 끝나고 여기저기로 아침 산책을 하고 있을 때 대문 밖에서 자동차 멈추는 소리가 났습니다.
대문이 열리며 소장님과 또 한 사람이 들어옵니다.
“안녕 하세요 할머니?”
“아, 오셨어요?”
엄마는 두 사람을 번갈아 바라봅니다.
“오늘부터 무슨 일을 한다고요?”
“아, 그래요 오늘부터 해야지요.”
엄마는 다시 두 사람 을 번갈아 바라봅니다.
“네. 우선 작업하기 전에 할머니께 어떻게 여쭈어 보고, 그대로 작업 해야지요. 그래서 우선 할머니 생각을 듣고 오후부터 작업 차가 들어와요.”
“네. 그렇군요. 제가 뭘 알아요. 소장님 생각대로 하세요. 어제 하신 말씀대로....”
“아, 그렇게 할까요?”
“네.”
“하루 이틀 정도면 작업이 끝나요. 여기 고물들을 모두 한쪽으로 옮기고, 저쪽 땅을 울타리까지 넓히고 ....울타리도 새 철망으로 삥 돌리고....강아지들의 놀이터도 철망으로 둘로 나누어 한 쪽은 남자 강아지, 다른 한 쪽을 여자 강아지 놀이터로 하고 양쪽 모두 긴 지붕을 씌우고 칸을 막아 집을 만들어 주면 끝납니다.”
소장님은 엄마에게 자세하게 작업 할 내용을 이야기 해 줍니다.
“네. 소장님이 알아서 해 주세요.”
“지금 말씀대로 하면 되겠습니까?”
“그래요.”
엄마는 고맙기만 합니다.
강아지를 옮겨가지 않고 또 따로따로 살게 놀이터와 집도 지어준다니 그 사람들에게 감사 할 뿐입니다.
“그럼 나는 여기 없어도 되지요?”
“네?”
“내가 뭐 도울 일이라도?”
“아, 그래요 할머니가 안 계셔도 됩니다. 어디 가시게요?”
“네. 일하러 나가야지요.”
“할머니 이젠 일 안하셔도 되요. 어제 후원회장님이 먹이도 넉넉히 보내 준다고 하셨어요.”
“아니에요...그렇다고 제가 놀고 있으면 안돼요..그런 걱정은 하지 마세요. 여기 집만 잘 만들어 줘요.”
“참, 할머니 고집도..... 할머니 그럼 우선 오늘 이 강아지들을 임시로 한쪽으로 모아, 놀게 해 주세요. 차가 들어와 작업을 해야 하니.”
“아, 그래요. 그래야 일 하실 수 있겠네요. 내가 나가기 전에 그렇게 해 놓고 나가지요..”
“네, 그럼 저희들은 가서 작업 준비를 해 가지고 다시 오겠습니다.”
소장님과 같이 온 사람은 대문 밖으로 나갑니다.
“왕눈아. 아이들을 모두 불러 이쁜이 집 쪽으로 모이게 해라.”
엄마는 왕눈이에게 시키고 먹이 창고로 갑니다.
잠시 후 파란 긴 줄을 들고 강아지들이 불안한 모습으로 모여 있는 이쁜이 집 쪽으로 갑니다
“다, 모였니?”
“네, 그런데 아이들이 왜 그러느냐고 자꾸 물어봐요. 엄마가 얘기 해 줘요.”
한곳에 모여 웅성거리고 있던 강아지들이 모두 엄마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녀석들..”
엄마는 혼지 빙긋 웃으며 자기를 쳐다보고 있는 강아지를 향해 입을 엽니다.
“얘들아, 반가운 소식이야. 어제 잠간 얘기 했지만. 오늘부터 여기 작업이 시작된다. 그러니 작업이 끝나는 날 까지 너희들 모두 내가 여기에 이 파란 줄을 띄어 놓을 테니 그 밖으로 넘어가면 안 된다. 차가 와서 작업하니 위험하기도 하고 또 일하는데 방해가 되어서는 안 된다. 특히 탱구. 용팔이는 아이들이 이 선을 넘지 않도록 잘 지켜야 한다. 만일 나와 약속을 지키지 않는 녀석은 다른 곳으로 보내 버릴 테니, 내 말 실천해라! 알아들었나?”
“엄마! 무슨 작업을 하는 거 에요?”
“어제 얘기한 것 못 들었나?”
“무슨?”
“너희들 집이 다 되면 이제부터는 남자 여자가 따로 놀이터에서 놀고 그 놀이 터 집에서 잠을 자야 한다. 그전처럼 모두 한곳에서 놀 수 없다는 그 말이다.”
“네? 따로 따로?”
용팔이가 놀란 듯 두 눈을 크게 뜨며 이쁜이를 살며시 바라봅니다.
“어쩔 수 없다. 너희들이 내 부탁을 들어주기 힘들 것 같아서 아주 이 기회에 따로따로 살도록 한 거야. 그래야 우리 식구들이 더 이상 늘어나지 않아!”
“.........”
모두 서로 얼굴을 쳐다보며 아무 소리도 못합니다.
“에이.... 저 용팔이 녀석 때문이야.”
“그래 맞아. 용팔이와 이쁜이 때문이야. 쯧쯧쯧.”
어느 한쪽 모퉁이에서 소곤거리는 목소리가 들려오자 모두들 이쁜이와 용팔이를 바라봅니다.
“그런 소리 하지 마! 이제와서 그럴 소리하면 뭘 한 단말이야.”
다시 조용해집니다.
“너희들, 친구들하고 가깝게 놀지 못해 미안하지만, 그래도 같은 친구들이 한 곳에 많이 있으니 재미있게 놀면 된다. 알겠니?”
“네, 엄마, 이야기가 무슨 말인지 잘 알겠어요.”
탱구가 힘없이 대답합니다.
“처음에는 좀 섭섭하지만, 그래도 서로 얼굴은 볼 수 있으니 차츰 괜찮아질게다. 그러니 우리 온 가족을 생각해서 그전처럼 즐겁게 지내라. 왕눈아 너는 나하고 이 파란 줄을 띄우자.”
엄마는 할 말을 다 한 듯 용팔이를 불러 같이 파란 긴 줄을 한 줄로 길게 띄웁니다.
아이들은 하나 둘 아무 말 없이 반으로 좁아진 놀이터 여기저기로 힘없이 걸어갑니다.
“에잇, 저 용팔이 때문에..”
“엄마 말을 잘 지켰으면 이런 일이..”
“이제 어쩔 수 없지. 남자는 남자끼리 여자는 여자끼리 놀아 야지. 쯧쯧쯧.”
“그래도 훤한 칸막이로 서로 볼 수 있으니 다행이야.”
강아지들은 제각각 한 마디씩 하며 이쁜이 집 앞을 지나갑니다.
“얘 왕눈아, 이제 됐다. 일터로 가자.”
엄마는 줄치기를 마치자 곧 수레를 끌고 대문 밖으로 나갑니다.
왕눈이는 아무 말도 못하고 여기저기 힘없이 앉아있는 친구들을 힐끗 보고는 엄마의 뒤를 따릅니다.
“엄마, 오후에 일 하러 온다고 했잖아요.”
“그래, 나도 안다. 그 사람들이 와서 아침 얘기대로 잘 해 주겠지.... 우리가 있지 않아도 돼. 한 푼이라도 모아야지.”
엄마는 대문을 나와 큰 길로 들어서며 상점마다 들려보지만 역시 늦은 탓으로 고물과 폐휴지는 별로 없습니다. 그러나 하나 둘 모이면 한 수레를 얻을 수 있기에 엄마는 계속 차례로 상점 앞을 이리저리 살피며 갑니다.
“이쁜아, 미안해....이제 우리들은 헤어지는 거니?”
대문 밖으로 엄마와 왕눈이 모습이 사라지자 용팔이는 이쁜이 앞으로 다가서며 힘없이 입을 엽니다.
“.........”
이쁜이는 아무 말 못하고 품속에서 끙끙거리고 있는 아기 강아지들을 조용히 바라봅니다.
“우리 서로 헤어지기 전에 여기서 빠져 나갈까?”
이쁜이 옆으로 바싹 다가 온 용팔이가 사방을 살피며 속삭입니다.
“뭐? 여기서 빠져나가?”
“쉿! 조용.”
용팔이는 고개를 끄덕끄덕 합니다.
“큰 일 날 소리 하지 마! 여기서 빠져 나가다니?”
“오늘 따로따로 칸막이를 하면 우린 헤어져 살아야 해.”
“그건 나도 알아. 그렇지만 여기를 떠날 수는 없어... 우리 아이들은 어떻게 하고...이제 겨우 눈을 떴는데.”
이쁜이는 자기 등위에서, 또 뒤에서 꼼지락거리는 아기들을 바라봅니다.
“이젠 아기 들은 엄마가 주는 밥을 먹고 자랄 수 있어. 걱정 안 해도 돼.”
“.........”
아기 강아지들이 태어나기 전에도 용팔이는 이쁜이에게 여기서 나가자고 졸랐지만 이쁜이는 거절했습니다.
“집 나가면 고생이야!”
용팔이는 밖으로 나가 둘이 모여 살자고 합니다.
“넌, 이 아기들이 불쌍하지도 않니? 어떻게 이 아이들을 놔두고 그런 생각을 하니?”
“아이들은 이제 엄마가 잘 보살펴 줄거야. 그러니 우린 걱정 안 해도 돼.”
“뭐? 아직 내가 키워야 해!”
이쁜이는 자기도 모르게 와락 소리를 지릅니다.
“우리 아이들은 그냥 엄마에게 맡기고, 우리 둘이 지내고 싶어.... 먹이는 내가 찾아오면 너는 걱정 안 해도 돼!”
“그만둬! 난 여기를 떠날 수 없어.... 엄마도 그렇지만, 우리 아이들을 두고 나갈 수는 없어!”
“나도 같이 있고 싶지만, 이제부터는 우리들이 따로따로 살아야 하잖아.”
“어쩔 수 없어....... 엄마는 우리 같은 식구들만 자꾸 늘어 가는 것이 걱정되어 하는 일이잖아. 우리가 엄마 걱정을 덜어 줘야 해!”
“난, 우리 아이들에게 맛있는 음식을 먹이고 싶단 말이야!. 사람들이 먹고 버린 생선이나 먹다 남은 밥 같은 것을.”
“네가 그것을 어떻게 얻어 온단 말이야?”
“밖에 나가면 얻을 수 있을 거야. 음식물 쓰레기통을 뒤지면 찾을 수 있어!”
갑자기 용팔이의 목소리에 자신감이 넘칩니다. 그러나 앞으로가 걱정스럽다는 표정으로 아기 강아지들을 바라봅니다.
바로 그때입니다.
대문 밖에서 굵은 쇠 소리가 나며 대문이 열립니다.
“아! 안 되겠어! 대문을 임시라도 없애야 하겠어요.”
대문 밖에는 조그마한 바가지 차가 문 앞에서 서 있습니다.
“어차피 대문을 새로 만들어야 해요. 그러니 그냥 들어오세요.”
어제 찾아왔던 소장님이 한 팔을 들고 신호를 보내자 장난감 같은 바가지 차가 대문을 밀고 안으로 들어옵니다.
여기저기서 뛰놀던 강아지들은 놀란 듯 모두 대문 쪽을 바라봅니다.
마당 안으로 들어 온 바가지 차는 바로 엄마가 모아 둔 고물들을 한쪽 구석으로 밀어놓기 시작합니다.
바가지 차는 고물들을 한곳으로 밀어 놓고 엄마가 쳐 놓고 간 파란 줄 안으로 마당을 평평하게 고르기 시작합니다.
소장님은 어떻게 작업을 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어 엄마가 없어도 착착 일이 정리되어 갑니다.
여기저기에서 장난감 같은 바가지 차를 바라보는 강아지들은 다시 반쯤 줄어 든 파란 줄 안에서 뛰 놀기 시작 합니다.
아기 강아지들이 엄마 젖을 먹으려 이쁜이 앞가슴으로 하나 둘 모여 듭니다.
바로 그때입니다.
이쁜이 앞에서 소곤거리던 용팔이는 무엇인가에 놀란 것처럼 손 살같이 허물어 진 대문 쪽을 향해 달려 나가며 그 모습이 사라집니다.
“용팔아! 어디가?”
놀란 이쁜이가 소리를 질렀지만 용팔이의 모습은 이미 보이지 않습니다.
“왜 그래? 이쁜아!”
다른 쪽에서 파란 줄을 넘을까 감시하고 있던 탱구가 두 눈을 크게 뜨고 숨을 헐떡이며 이쁜이 곁으로 달려옵니다.
“용팔이가..... 용팔이가 저 대문 밖으로 나갔어!”
“뭐? 대문 밖으로?”
순간 탱구는 꼬마 바가지 차가 들어 온 쓰러진 대문을 향해 달려 나갑니다.
“용팔아!”
탱구가 큰 목소리로 소리를 쳤지만, 바가지 차 소리에 묻혀 아무도 듣지 못합니다.
밖으로 나온 탱구는 이리저리 고개를 돌리며 용팔이를 찾았으나 이미 용팔이의 모습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습니다
“아! 어떡해?”
탱구는 더 멀리 나갈 수 없습니다.
엄마가 쳐 놓은 파란 줄을 아이들이 넘어가지 못하게 지켜야 합니다.
이곳저곳을 한 동안 바라보던 탱구는 다시 집 안으로 들어옵니다.
“엄마 오면 어떡해... 엄마가 오기 전에 집으로 들어와야 할 텐데...어디로?”
탱구는 자꾸 큰 길 이쪽저쪽을 바라보며 이쁜이 집으로 다가섭니다.
“왜 그래? 둘이 싸웠어?”
“아니.”
“그런데 왜 갑자기 밖으로?”
“........”
이쁜이는 차마 이야기를 할 수 없습니다. 그렇게 엄마가 우리를 아껴 주었는데 엄마를 두고 집을 나가자고 했다고.
“알았어, 곧 돌아오겠지 뭐. 기다려 보자.”
탱구는 다시 파란 줄을 쳐 놓은 곳으로 힘없이 걸어갑니다.
“바보 같은 녀석. 아기 강아지들이 벌써 생선 뼈 같은 것을 먹을 수 있냐? 어이구 바보. 엄마가 주는 먹이와 젖을 먹어도 되는데....”
중얼거리는 이쁜이의 눈앞에 화난 엄마 얼굴이 크게 떠오릅니다.
해가 기울기 시작 했을 때 엄마는 수레 하나 가득 폐휴지와 고물을 싫고 들어옵니다.
“어마나! 어떻게 이런.....”
엄마는 아침 나갈 때와 너무 달라진 마당을 보고 놀라면서 우뚝 섭니다.
강아지들이 놀던 마당은 반으로 나뉘어 초록색 울타리가 쳐져 있고, 한 쪽으로는 한 줄로 강아지 집들이 마치 시장 상점처럼 비록 좁지만 나란히 만들어 져 있습니다.
“이제 오세요? 이쪽은 이제 완전히 끝났습니다. 내일은 지금 강아지들이 있는 저쪽에 집만 만들면 끝납니다. 내일 다시 한 번 더 오면 작업이 완전히 끝납니다. 작업이 모두 끝나면 더 좋아져요 할머니.”
“네,네. 고마워요. 이렇게 수고하시니 어쩌나....”
“아이, 할머니도. 그게 우리들이 할 일인걸요. 그럼 내일 다시 뵙겠습니다.”
소장님은 할머니에게 공손하게 인사를 마치고 타고 온 승용차를 타고 떠납니다.
“아, 참 좋구나....잘 만 들었네... 내일 이쪽만 하면....”
엄마는 활짝 웃으며 한쪽으로 모아 놓은 휴지와 고물이 모인 곳으로 가서, 싣고 온 폐휴지와 고물을 내려놓습니다.
그때 할머니가 돌아 온 것을 본 탱구는 힘없이 엄마 곁으로 다가섭니다.
“별 일 없지?”
옆으로 다가 온 탱구를 보면서 엄마는 부지런히 폐휴지를 내려놓습니다.
“엄마! 저...”
“왜, 탱구야 무슨 할 일이 얘기 있어?”
“네.”
“뭔데? 얘기 해 봐”
엄마는 힘없이 고개를 숙이고 있는 탱구가 오늘따라 이상하다는 생각이 스칩니다.
“뭐?”
엄마는 손에 잡았던 수례를 덜 썩 놓으며 탱구를 바라봅니다.
“용팔이가 밖으로 나갔다고?”
“뭐? 언제?”
엄마 일을 거들 던 왕눈이도 멈칫합니다.
-엄마를 부르는 노래-
엄마의 뜰은 밤이면 언제나 소곤소곤 별들의 속삭임이 가득 넘쳐흐릅니다.
밖으로 나온 엄마는 희미한 가로등 아래로 길게 뻗은 큰 길을 바라봅니다. 가끔 자동차가 분주히 지나 갈 때 마다 엄마는 가슴이 조마조마 합니다.
“용팔아, 이 녀석아! 어디로 갔니? 어서 돌아 와야지....”
엄마는 다시 하늘을 쳐다보며 긴 한 숨을 쉽니다.
“별들아! 우리 용팔이가 어디로 갔는지 좀 알려주렴.”
엄마는 별들을 바라봅니다.
“너희들은 높은 곳에 있으니, 잘 볼 수 있잖아. 용팔이가 어디 있는지 좀 찾아 봐 주렴!.”
“할머니 걱정마세요 용팔이는 돌아 올 거 에요.”
“그래요 할머니... 용팔이는 착하잖아요.”
“할머니도 있고, 또 이쁜이도. 아기들도 있잖아요.”
“그래요, 들어가 기다리세요. 이젠 예쁜 집과 운동장도 새로 만들어 놓았는데.”
별들은 눈을 반짝이며 할머니 귀에 소곤거립니다.
“아니다. 기다려야지.... 무슨 사고라도.... 너희들, 높은 곳에서 잘 찾아 봐 다오.”
한 동안 서 있던 엄마는 다리가 아픈지 자동차들이 지나가는 큰 길 옆에 쪼그리고 앉으며 별들에게 애타게 부탁 해 봅니다.
“엄마! 이젠 들어가요.... 용팔이는 틀림없이 돌아 올 거예요. 아직 맛있는 먹이를 못 찾은 것 같아요.”
언제 나왔는지 왕눈이가 엄마 옆으로 다가 옵니다.
“그렇게 아기들에게 맛있는 것을 주고 싶었나?”
엄마는 어린 강아지들에게 맛있는 것을 주지 못한 것이 마음을 무겁게 합니다. 그러나 아직 그런 것을 먹을 때가 아닌데..... 어이구 미련한 놈, 내가 어련히 알아서 해 줄 텐데... 바보 같은 녀석 쯧쯧.“
“왕눈아 이를 어쩜 좋니?”
엄마는 앉았다 일어서고, 일어서서 제자리를 뱅뱅 돌며 사방을 바라봅니다.
“집을 못 찾나? 아니면 이쁜이랑 아기들이랑 나를 버리고 도망간 것 아닐까?”
“아이 엄마도, 왜 그런 생각해요! 용팔이가 큰일을 저질렀지만 그럴 친구는 아니에요.”
“그렇지? 우릴 버리고 도망 갈 녀석은 아니지?”
“네, 맞아요..그러니 오늘은 이만 집에 들어 가 기다려요 엄마! 엄마도 피곤하잖아요.”
“......”
한동안 엄마는 말없이 길게 뻗어나간 큰 길 이곳저곳을 멍하니 바라봅니다.
“엄마, 제 말대로 해요. 오늘은 이만 들어가요.”
왕눈이는 엄마 곁으로 바싹 다가와 엄마의 얼굴을 따뜻한 혀로 어루만져 줍니다.
“그렇지? 용팔이는 반드시 돌아오겠지?”
엄마는 그래도 믿어지지 않는지 왕눈이를 바라봅니다.
“그럼요. 엄마 빨리 들어가요.”
“그래 그래.”
엄마는 큰 길 쪽을 계속 뒤 돌아보면서 집으로 돌아옵니다.
“이쁜이는?”
역시 이쁜이와 아기 강아지들이 걱정 되는 듯 엄마는 이쁜이 집으로 갑니다.
“어이구 우리 이쁜이 어떡하지?”
엄마는 이쁜이 머리를 쓰다듬어 줍니다. 아기 강아지들은 이쁜이 몸에 기대 벌써 잠이 들어 있습니다.
“ 엄마, 미안해요....용팔이가 손살 같이 달려 나가는 바람에 그만...”
“응, 그래, 그래, 네가 녀석을 잡을 수 있니, 내일 아침까지 기다려보자.”
“그래요 엄마.”
“왕눈아! 한 번 둘러보고 가서 쉬어라.”
엄마는 왕눈이를 바라보며 여기저기 자고 있는 강아지들을 바라봅니다.
“네, 엄마도 가서 쉬세요. 참, 내일 또 나가세요?”
“글세, 용팔이를 찾아봐야지. 혹 길을 잃고 못 찾아오는지도 모르겠구나.”
“내일 하루만이라도 쉬세요. 공사 일도 있고, 또 용팔이 일도 있으니.”
“그래 그래 알았다. 가서 쉬어라.”
왕눈이가 강아지들이 자고 있는 여기저기를 살피러가자 엄마는 한 동안 부서진 대문을 바라보다가 집 안으로 들어갑니다.
“쯧쯧,.녀석, 그렇게 아기 강아지들에게 맛있는 것 먹이고 싶었니? 자기 아기들이라고..”
엄마는 좁은 방에 누워 천장을 바라봅니다.
맛있는 것을 주지 못해 미안한 생각을 하며 엄마는 두 눈을 감고 스르르 잠이 듭니다.
“용팔아! 여기다. 여기 이리 오너라!”
엄마는 길게 뻗은 큰길 저쪽에서 이리저리 무엇인가를 찾고 있는 용팔이를 본 순간 손을 흔들며 달려갑니다.
“용팔아! 이리와! 엄마다! 그 쪽이 아니다 이쪽이다!”
용팔이는 엄마가 부르는 소리를 못 들은 듯 무엇인가 입에 물고 골목길로 손살 같이 사라집니다.
“그쪽이 아니야! 이쪽이야 용팔아! 이리와. 엄마다!”
엄마는 더욱 큰 소리를 지르며 있는 힘을 다 해 용팔이가 사라진 골목길을 향해 줄 다름 치며 용팔이를 잡았습니다.
그 순간입니다. 엄마 품속에 잡혔던 용팔이는 갑자기 힘차게 하늘로 치솟아 오르며 구름 속으로 사라집니다.
-용팔아!-
-쾅!-
달려가던 엄마는 쾅 소리와 함께 골목길 앞에 넘어지며 용팔이가 사라진 구름을 향해 두 손을 흔듭니다.
“어이쿠!”
눈을 번쩍 뜹니다.
밝은 햇살이 현관문을 두드리며 안으로 들어오고 있습니다.
골목길도, 용팔이도 보이지 않습니다.
“내가 꿈을 꾼 모양이구나. 쯧쯧....”
입에 무엇인가 큰 덩어리를 물고 구름 속으로 사라진 용팔이가 다시 머릿속에 떠오릅니다.
엄마는 정신없이 강아지들 아침밥을 준비합니다.
여기저기 밥그릇에 먹이들을 가득 채우면서도 엄마는 계속 대문 쪽과 구름 속으로 사라진 하늘을 바라봅니다.
“너는 어디갔다오니?”
대문 밖에서 들어오는 왕눈이가 엄마 곁으로 힘없이 다가옵니다.
“못 찾았어요...보이지 않아요. 엄마.”
“너 용팔이 찾으러 나갔다 오는구나.”
왕눈이를 본 엄마는 곧 알 수 있습니다.
“녀석.... 어서 밥이나 먹어라.”
용팔이는 엄마보기 미안한 듯 고개를 푹 숙이고 밥 그릇 쪽으로 갑니다.
모두들 아침 밥 그릇을 비웠을 때, 어제처럼 밖에서 자동차 소리가 들리고 소장님과 여러 사람들이 들어옵니다.
“할머니, 오늘은 이쪽에 있는 강아지들을 저쪽, 어제 새로 만든 놀이터 쪽으로 보내 주세요. 이제 이쪽은 집만 지으면 됩니다. 그리고 대문을 새로 달고 또 후원회장님이 밖에 외등도 설치하라고 했어요....오후까지는 모든 작업이 끝나니까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자 갑시다...”
“네, 고마워요. 전기까지..... 얘, 왕눈아 어서 아이들을 저쪽 새로 만든 울타리 문을 열고 그쪽으로 모두 가도록 해라.”
“네, 엄마.”
왕눈이가 새로 만든 넓은 놀이터의 울타리 문을 열고 강아지들을 부르자, 강아지들은 우르르 활짝 열린 새 놀이터로 달려갑니다.
엄마는 소장에게 다가 와 아기 강아지를 품고 있는 이쁜이 집을 바라보며 부탁합니다.
“여기 이쁜이 집은 그냥 두세요. 나중에 새로 이곳에 집을 지으면 옮기게요.”
“네. 알겠습니다. 또 나가세요?”
“네, 우리 아이 하나가 어제 집 밖으로 났는데 아직 안 돌아 와요.... 나가서 찾아 봐야지요. 그럼 제가 없더라도 잘 부탁해요.”
엄마는 강아지들을 어느 때는 ‘우리 아들’이라고도 하고 어떤 때는 ‘우리 강이지’라고도 부릅니다. 엄마에게는 강아지들이 귀여운 ‘아이들’로 보입니다.
“얘, 용팔아! 나랑 어서 밖에 나가보자!”
“어제 오늘은 안 나간다고 했잖아요?”
“응, 오늘은 폐품 줍는 것 보다 용팔이를 찾으로 나가는 게다. 너도 잘 살펴보아라.”
엄마가 앞장 서 부서진 대문 밖으로 나갑니다. 엄마의 뜰에 다시 기계 소리가 들리기 시작합니다.
하룻밤을 수풀 속에서 꼬박 밤을 새운 용팔이는 아침이 밝아 오자 다시 조심스럽게 눈을 뜨며 사방을 살핍니다.
옆에는 시장 골목에서 얻은 살코기가 붙은 한 덩어리 뼈가 놓여 있습니다.
고기 한 조각을 입에 물고 집으로 돌아오던 용팔이는 큰 길을 지나던 사람의 신고를 받고 갑자기 나타난 떠돌이 개들을 잡아가는 아저씨들을 만났습니다.
잽싸게 요리조리 용하게 그물을 몇 번 피하고 또 피하면서 가까운 산속으로 몸을 피했지만 걱정입니다.
사람들에게 잡히면 어디로 간다는 것을 용팔이는 잘 알고 있습니다.
겁이 난 용팔이는 그날 밤 산 아래로 내려가지 못하고 아기 강아지들을 생각하며 밤을 보냈습니다.
살금살금 갈 수는 있지만 집이 어느 쪽인지 알 수 없습니다.
고기 냄새를 맡으며 한 발작 한 발작 찾아간 곳이 처음 오는 시장 고기집들이 늘어선 음식점 골목이었습니다.
‘어쩌지? 그 아저씨들이 또 그물을 들고 찾으러 나올 텐데.....그래도 어서 가야해. 엄마랑, 이쁜이, 아기 강아지들이 얼마나 기다릴까!’
이곳에 더 숨어있을 수 없습니다.
아침 해도 높이 하늘로 솟아 있습니다.
‘어쩌면 아직 그 아저씨들이 아직 나오지 않았는지도 몰라.’
큰 고기 뼈 한 토막을 다시 입에 문 용팔이는 조심조심 산에서 내려와 큰 길로 나옵니다. 그리고 어제 집에서 나온 길을 다시 생각하며 달리기 시작합니다.
그물을 들고 나타날 아저씨들이 보기 전에 빨리 가야 합니다.
바로 그때 입니다.
“저기다! 저기 나왔다!”
크게 외치는 소리와 함께 언제부터 어디에 숨어있었는지 아저씨들이 그물을 들고 용팔이에게 달려옵니다.
“아! 엄마야!”
용팔이는 너무 놀라 크게 소리치며 큰 길로 달리기 시작합니다.
입에 물었던 고기가 떨어진 것도 모릅니다. 이 사람들에게 잡히면 다시 엄마와 이쁜이 곁으로 갈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용팔이는 있는 힘을 다 해 달립니다.
큰 길은 승용차들이 부르릉거리며 꼬리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그 때입니다.
“용팔이다!”
건너편 큰 길에서 쫓기고 있는 용팔이를 발견한 엄마는 큰 소리를 지르며 큰 길을 가로지르며 용팔이 쪽으로 달려갑니다.
“아! 용팔이다! 엄마 같이 가!”
왕눈이도 엄마의 뒤를 따라 달립니다.
-쿵! 끼이익! -
그 때입니다.
달려오던 자동차의 급브레이크 소리와 함께 엄마는 큰 길 가운데 나무토막처럼 순식간에 나동그라집니다.
뒤따르던 자동차들이 멈춰서고 사람들이 내려 웅성웅성 합니다.
“엄마! 정신 차려요!”
숨을 헐떡이며 용팔이가 달려오고, 왕눈이가 쓰러진 엄마 곁에서 엄마를 크게 부릅니다.
“아니? 너희들은? 할머니! 할머니 정신 차려요!”
놀란 목소리가 크게 들려옵니다. 회사로 가던 후원회장 아저씨입니다.
후원회장 아저씨가 달려 와 할머니를 흔들며 급히 119를 부릅니다.
엄마의 머리와 얼굴에는 붉은 피가 흐르고 있습니다.
“빨리 잡아!”
누군가 소리를 지릅니다. 그물을 들고 사람들이 용팔이에게 달려옵니다.
“왜 그러세요?”
“큰 길로 헤매던 유기견...”
“이 강아지는 유기견이 아닙니다. 우리 집 강아지에요. 어제 잊어버려 지금 한 참 찾고 있는 중이에요.”
“아, 그러세요? 우린 유기견 신고가 들어와서....미안합니다. 괜히 고생했네!.”
“아, 아닙니다. 신고가 들어왔으니....하여간 수고하셨습니다.”
그물을 든 아저씨들이 돌아갑니다.
“왕눈이라고 그랬지? 어서 용팔이를 데리고 집으로 가거라. 난, 할머니를...”
119구급차가 불을 반짝이며 멈추어 섰고, 할머니는 곧 구급차 안으로 옮겨집니다.
“빨리 가자! 용팔아! 여기 있으면 안 돼!”
“응, 알았어!”
왕눈이와 용팔이는 집으로 향해 달리기 시작합니다. 그러면서 왕눈이는 구급차가 사라진 쪽을 힐끔힐끔 돌아봅니다. 엄마가 걱정됩니다.
저녁 무렵에야 엄마의 뜰에는 작업이 모두 끝나고 두 곳의 놀이터와 새 집들이 그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일을 마친 소장 아저씨가 엄마를 기다렸지만, 엄마는 나타나지 않습니다.
“네? 그게 정말입니까?”
후원회장님의 전화를 받은 소장은 무척 놀란 얼굴로 왕눈이를 바라봅니다.
엄마는 새로 만들어 진 엄마의 뜰로 돌아오지 못하고 하늘나라로 가는 꽃구름을 타고 떠났습니다.
장례식은 <동물사랑 회> 아저씨들이 모두 나와 엄마가 마지막 가는 영구차를 따랐습니다.
엄마를 태운 까만 영구차는 새로 예쁘게 만들어진 엄마의 뜰로 갑니다.
새로 만들어 진 엄마의 뜰에 모여 있던 강아지들은 여기저기서 울음을 터뜨립니다.
“멍 멍 멍”
“머 어 엉! 머 어 멍!”
“엄마! 안돼요!”
“이렇게 집도 새로 만들어 놓았는데.....”
“으흐흐.... 끙, 끙, 끙! 엄마!”
여기저기서 흐느끼는 소리가 엄마의 뜰에 가득 넘칩니다.
엄마의 영구차는 뒷동산으로 오르는 길 옆에 멈춥니다.
“만일 내가 무슨 사고라도 나 죽거든 저 꽃동산에 먼저간 아이들 동산에 묻어라. 먼저 간 아이들과 같이 있고 싶으니..... 알겠니 왕눈아?”
“엄마, 그게 무슨 소리에요. 엄마가 죽긴 왜 죽어요.”
“허허 녀석. 그건 알 수 없는 일이지..... 하여간 내가 시키는 대로 해라.”
“그런 일 없을 거예요. 엄마.”
엄마는 오래전부터 자기가 영원히 살 곳을 마음에 두고 있었습니다.
엄마의 말이 떠올라 왕눈이는 병원에서 소장님과 회장님에게 엄마 말을 전했습니다.
“그래? 으음.... 참 할머니도..... 끝까지 강아지들과 같이 있으려고....”
“참, 대단하신 할머니....”
소장님이 말끝을 흐립니다.
피난 나와 외롭게 혼자 살아 온 엄마의 마음속에는 무엇인가 그리움에 가득 차 있는 듯 했습니다.
“그럼, 엄마 말씀대로 해야지....”
“잠시 만 기다려 줘요.”
동산으로 오르는 길에 영구차가 멈추자 왕눈이가 달려옵니다.
엄마는 영구차 앞 유리창 앞에서 빙긋이 웃으며 새로 만들어진 엄마의 뜰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모두 모여라. 여기로!”
왕눈이는 큰 소리로 눈물에 젖어있는 강아지들을 영구차 앞으로 부릅니다.
“엄마가 우리를 위해 고생하시다 마지막 가시는 길이다! 엄마가 편히 가시게 다 같이 노래를 불러 드리자. 모두 나를 따라 노래를 크게 불러라!”
왕눈이는 슬픈 얼굴로 영구차 유리창에서 빙그레 웃고 있는 엄마를 향해 노래를 부르기 시작하자 모여 선 강아지들은 제각각 목소리로 노래를 따라 부릅니다.
“머 어 엉 멍멍멍 머엉멍 멍멍 멍멍
(먼--- 길 떠나는 고마운 우리 엄마)
멍멍멍멍 멍-멍-멍-멍 으으 멍멍멍
(너무너무 고-마-워-요 고생 했어요)
멍멍멍 머엉멍 크응-킁 흑흑
(이렇게 좋은집 만들-어 놓고)
흑-흑 머엉머엉 으으으으 멍멍멍
(왜-왜 우리들만 남겨두고 가나요)
흑흑-흑흑 멍멍멍 으으 멍멍멍
(엄마-엄마 안돼요 가지 말아요)
멍멍-멍멍 왕왕왕왕 으흑 흑흑흑
(우리-하고 오래오래 같이 살아요)
끄응 끙-끙 머- 엉 멍멍 으흐 으흑흑“
(엉-엉-엉- 가지 말 아요 가지 말아요)
“으으흑!”
“멍멍멍”
“회장님, 부탁이에요. 할머니하고 같이 늘 폐휴지 줍던 곳으로 한 번만 모두 같이 가게 해 주세요.네!. 엄마가 우리들 위해 매일 돌던 길을 한 번만 돌아 줘요! ...흐흐흑.”
왕눈이는 엄마하고 잠시라도 더 같이 있고 싶습니다.
“.......”
회장님은 잠시 아무 말 없습니다.
“그래, 그렇게 하자. 할머니도 그러고 싶어 하실 거야.”
영구차가 대문 밖으로 나갑니다.
왕눈이도 탱구도 용팔이도...그 뒤를 이어, 엄마의 강아지들이 줄을 지어 뒤를 따라 갑니다.
“나도 갈 테야!”
눈물만 흘리고 있던 이쁜이가 영문도 모르고 있는 아기 강아지들을 밀쳐 내고 그 뒤를 따릅니다.
아기 강아지들은 졸졸졸 이쁜이 뒤를 따라 옵니다.
“엄마! 내가 잘못했어요! 내가 나가지 말아야 하는데....엄마, 잘못 했어요!”
용팔이는 눈물이 가려 앞을 잘 보지도 못하면서도 영구차 뒤를 따르며 흐느낍니다.
“괜찮다! 용팔아, 이제부턴 집 나가지 말고 네 아기들을 잘 돌봐줘라!”
어디선가 엄마의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대문을 나온 영구차는 큰 길로 항 합니다. 고개를 숙이고 눈물을 흘리면서 강아지들이 힘없이 따라 갑니다.
“응? 저게 뭐야?”
“영구차 뒤에 웬 강아지들이?“
길을 가던 사람들은 모두 발걸음을 멈추고 두 눈을 크게 뜨고 영구차 뒤를 따르는 많은 강아지들을 보고 놀랍니다.
“할머니 같은데 웬 강아지들이....”
“글쎄요.....”
“강아지들 주인인가?”
사람들은 모두 걸음을 멈추고 신기한 듯 영구차를 바라봅니다.
“할머니, 이젠 강아지 걱정이랑 하지 마시고 먼저 간 강아지들과 편히 계셔요.
여기는 저희들이 잘 돌보겠습니다.“
엄마의 장례식은 동네를 한 바퀴 돌고, 다시 돌아 와 먼저 간 아이들이 있는 뒷동산에서 소장님의 마지막 인사로 끝납니다.
엄마의 무덤 옆에는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큰 매화나무가 심어졌습니다.
추운 겨울을 잘 견디어 내고 어떤 나무보다 일찍 꽃을 피워 봄을 알려 꽃동산 무덤을 아름답게 해 주는 나무입니다.
“소장님. 이젠 할머니가 안계시니, 여기를 우리가 맡아서....”
“네, 무슨 말씀인지 잘 알겠습니다.”
장례를 마친 <동물사랑 회>는 엄마의 뜰을 그대로 두고 강아지들을 돌보기로 결정을 내립니다.
새로 만들어진 넓은 대문 옆 큰 기둥에 <사랑이 모여 사는 곳>이라는 큰 간판이 새롭게 아침 햇살을 받고 있습니다.
두 곳의 새 놀이터에도 새로운 간판이 붙었습니다.
<우리들 해님 뜰> -남자 강아지들이 모여 노는 놀이터.
<우리들 달님 뜰> -여자 강아지들만 같이 노는 놀이터.
이쁜이와 용팔이는 <해님 뜰>과 <달님 뜰> 사이에 놓인 초록색 울타리를 사이에 두고 언제나 소곤거리며 엄마를 생각 합니다.
먹이 창고에는 강아지들 먹이가 차곡차곡 쌓여있습니다.
후원회장님과 소장님은 하루 한 번씩 <사랑이 모여 사는 곳>에 들려 관리인에게 이것저것 부탁하고 돌아갑니다.
그때마다 왕눈이를 찾아 머리를 쓰다듬어 줍니다.
“왕눈아, 네가 할머니가 계시던 때와 똑 같이 아이들을 잘 돌봐줘야 한다.”
후원회장님과 소장님은 강아지들을 ‘아이들‘이라고 부릅니다.
폐휴지로 가득 찼던 엄마의 뜰에는 오늘도 따사로운 햇살이 넘실넘실 춤을 추고 내려옵니다.
햇살을 타고 온 엄마는 그때마다 아이들을 내려다보며 다정하게 말합니다.
"그래 그래 모두들 잘 있구나! 집나가지 말고...."
혼자 중얼거리며 빙긋이 웃습니다.
“엄마!”
“엄마, 보고 싶어요!”
새로 만들어진 놀이터에서 놀던 강아지들이 따사로운 햇살 속에 웃고 있는 엄마를 향해 두 팔을 번쩍 들고 꼬리를 흔듭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