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콘서트에 다녀왔습니다. 부산, 광주와는 달리 서울은 공연장이 작년과 다른 곳이라 설레는 마음이 더 컸던 것 같아요. 부산, 광주는 친근. 서울은 두근. 아하하하하;; 하여튼 올림픽공원, 널찍하니 좋았습니다. 들어가는 길과 공연장 앞의 공간과, 등등.
부스도 효율적으로 차려진 것 같고, 징짱이 찍은 광고들을 떠올릴 수 있는 공간도 있어서 추억을 쌓기에 적절했던 듯싶어요. 그리고 뜻밖의 마멜들 ! ㅋㅋㅋ 공연장주변의 이곳저곳에서 팬들과 촬영을 해주더라구요. 아아 마멜군들, 은퇴를 하는 순간까지 무대 밖에서도 헌신을..ㅠㅠ 참 신기해요. 이 친구들을 보면. 코도 없고 입도 없고 눈썹도 없고, 있는 거라곤 그저 커다란 두 눈뿐인데 어떻게 그렇게 표정이 다양할 수 있는 거죠. 은퇴식(?)을 하면서 고개를 푹 숙일 때는 정말 슬픈 듯, 우울한 듯..ㅠㅠ 그런데 해맑게 브이포즈를 하면 또 발랄명랑한 듯.. 이건 사진으로만 본 거지만, 가나전시장 앞에서 징짱 마냥 코트에 얼굴을 묻을 때는 수줍은 듯도.. 영혼이라도 있는 걸까요. 녀석들.
공연장 주변을 거니는 분들을 구경하는 것도 좋았어요. 뭔가 다들 징짱과 관련된 아이템들을 하나씩 장착하고 있더라구요. 보라색 후드, 뉴발 옷이나 신발, 소니 헤드폰, 이번 콘의 엠디 물품들 등등. 비록 면을 트고 말을 나누지는 않아도 마음이 훈훈했습니다.
생전 처음 가보는 곳이고, 우리나라에서 제일 큰 축에 드는 공연장이라는데 그 규모를 좀 느껴보자 하고 공연장을 한 바퀴 돌았습니다. 토요일에. 그런데 공연장 가까이 가니 체육관 안에서 이름에게가 들려오더라구요. 아아 징짱이 저기, 저 안에 있구나, 벌써부터 애를 쓰고 있구나, 곧 만날 수 있겠구나, 이런 생각이 들면서 몹시도 짠한 기분이 벌컥..ㅠㅠ 징짱과 내가 같은 곳에 있다,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아..ㅠㅠ
그런데 뒤이어서는 같은 곳, 같은 공간, 그 기준은 뭘까, 이런 생각도 들더군요. 비록 한 지붕 아래는 아니지만 마이크와 스피커를 통해서나마 음성이 들려오는 곳이라면 같은 공간일까. 그를 볼 수 없고 나를 보일 수 없어도 같은 공간일까. 아닌 것도 같고, 하지만 저곳에 있다는 걸 아는데, 무엇을 하는지도 아는데, 거리로 따지면 지척인데, 우리가 다른 곳에, 다른 공간에 있다고 할 수 있을까. 체조경기장을 기준으로 보면 우린 다른 곳에 있고, 하지만 올림픽공원을 기준으로 보면 같은 곳에 있고, 잉, 그럼 서울을, 우리나라를 기준으로 삼으면 ?? 그러다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드는 거예요. 같은 시간, 같은 시대를 살고 있다면, 징짱이 저 체육관 안에 있든 자신의 집에 있든, 다른 어디 외국이나 먼 곳에 있든, 그게 무슨 상관일까. 내가 그를 알고 그가 아티스트로서 뭔가에 매진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다면, 언젠가는 그걸 확인하고 느낄 수 있다면, 그러면 된 거 아닌가. 물론 보고 싶고 듣고 싶지만, 그래서 앵콘을 해주시기를 간절히 소망하지만, ㅋ 그렇지만 같은 공간, 가까운 거리, 시각이나 청각을 통한 확인, 그것만이 의미가 있을까. 난 징짱과 함께 산다, 살고 있다, 내 삶을. 이런 생각을 하고나니까 막콘이라는 사실이 주는 헛헛함, 허함, 이런 게 좀 줄어들더라구요. 체조경기장의 크기를 느껴보고 싶었을 뿐인데.. 토요일의 산책. 하길 잘했다는..
체조에서 한 가지 놀라웠던 건, 바로 화장실입니다. 사실 어딜 가든 여성들이 화장실 앞에 줄을 길게 선 모습을 보는 건 흔한 일인데요. 이번에 그것을 체험했습니다. ㅎㅎㅎ;; 남녀 모두 쾌적하게 생리현상을 해소할 수 있는 시설개선이 절실히 필요하구나, 하는 것을 통감 ! 비교적 최근에 리모델링을 했다고 알고 있는데 화장실은 크기도 그렇고, 시설도 그렇고, 전혀 손을 대지 않은 것 같아요. 이곳을 이용하는 여러 힘센 회사라든지 등등이 좀 건의를 해야하잖는가, 화장실을 개선하시오, 그런 요구를 어딘가에는 해야하잖는가,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무대는 크고 아름다웠습니다. 보이기도 잘 보였어요. 거리가 좀 있는 자리여서 걱정을 했는데, 토요일의 2층도, 일요일의 1층도 정말 잘 보였습니다. 물론 아이유님이 돌출을 적극 활용해주신 덕도 많이 보았지요. 아하하하하하;; 아아 징짱..ㅠㅠ 너무나 기뻤다는..ㅠㅠㅠㅠ
아무튼, 걱정했던 좌석은 큰 문제가 되지 않았고, 물론 징짱의 눈코입, 세세한 표정은 제 시력도 시력이거니와 당연히 맨눈으로 보이지 않았지만, 그렇지만 충분히 몰입해서 공연에 함께했고 충분한 감동을 느꼈습니다. 아무튼 그건 그렇고, 글쎄 이번에도 자리에 방석이 놓여있는데, 근데 이번에는 입으로 부는 그것이 아니라 천으로 만든 방석..ㅠㅠㅠㅠ 아아 너무나 감동인 것이지요. ㅠㅠㅠㅠㅠㅠㅠㅠ 이게 또, 1층 자리만 해도 그렇지 않은데 2층 자리는 의자가 너무 차갑더라구요. 차가운 의자와 대비되는 포근한 천방석. ㅠㅠ 그래서 더 따뜻했던 것도 같구요, 맘이..ㅠㅠㅠㅠ 부드럽고, 따뜻하고, 이 녀석이라면 마음껏 깔고 앉을 수 있어, 그래도 터지지 않아, 네 시간이든 다섯 시간이든 내 몸을 받아줄 거야, 뭔가 긴긴 시간 의지할 수 있는 친구가 생긴 기분..ㅠㅠㅠㅠㅠㅠ 게다가 일요일이 돼서야 안 것이지만 색도 달라요. ㅠㅠ 연보라와 진보라..ㅠㅠ 아아 이런 깨알이라니요. ㅠㅠㅠㅠ
하여튼 이번에도 그런 좋은 기분으로 공연을 즐길 수 있었습니다. 공연은, 정말 역대급으로 멋졌어요. 막콘이라서, 그냥 예의상, 규모가 컸으니까, 그런 이유로 하는 빈말이 아니구요. 정말, 레알, 진심, 진정 징짱의 노래가 최고였습니다. 맑고 청아하고 간드러지고 시원하고 착착 감기고.. 정말 최고였어요. 본공연은 물론이고 앵앵콜까지, 토요일 일요일 할 거 없이 양일 모두요. 진짜로요. 아 정말.. 정말 감동이었습니다. ㅠㅠ
이게 또 막콘이 돼놔서 그런지, 서콘에서는 신나는 노래에서 울컥하는 부분이 좀 있었어요. 잔소리. 익숙하고 친근한 전주가 나오고, 뒤이어 징짱의 높고 고운 노래와 관객들의 어마무시한 떼창이 함께하는데, 뭔가 뭉클하더라구요. 처음으로 일등을 했던 노래를 일만 명이 넘는 팬들과 함께 부른다, 데뷔 10주년에, 이것만으로도 이미 감동이지요. 징짱과 관객들의 열창은 말할 것도 없구요. 저도 양일 모두 안 되는 목으로 ㅋ 열심히 불렀습니다. 행복했어요. 정말로. 이번 콘 이후로 잔소리를 들을 때마다 10주년콘이 생각날 것 같아요.
좋은날도 물론 ! 하루끝도 물론 ! 이지금은 느릿한 곡 초반, 어김없이 응원법을 외치는 팬들을 보고 징짱이 웃으시던 게 특히 기억이 나네요. 뭔가 애틋..ㅠㅠ 징짱이 허공으로 올라가신들 스피커의 위치가 달라지는 건 아닐 텐데, 그런데도 뭔가 기구를 타고 노래하실 때는 그 소리가 더 크게 들리는 느낌이 들어요. 멀리멀리 퍼지는 듯한.. 금빛 폭죽에 둘러싸인 채로 더 놀라운 건 지금부터, 라고 노래하시는 징짱. 비단 이지금콘만의 얘기가 아니겠지요. ㅎㅎㅎ 여담이지만, 더 놀라운 건 지금부터야, 이 말. 좌우명으로, 인생의 지표로 삼아도 될 말인 것 같아요. 현재에 충실하다보면 내일을 잊기 쉽고, 미래를 떠올리다보면 붕 뜨기 쉬운데, 지금을 강조하면서도 더 놀라운 내일을 말하는 이 문장 ! 현재에 충실하면서도 또한 미래지향적인 구호가 아닌가, 이 문장은 ! 그런 느낌입니다.
잊한마를 부르시는 모습을 전체적으로 본 건 서울이 처음이에요. 늘 올려다보기만 했었거든요. 또 느낌이 다릅니다. 사실 꼭 어느 하루를 꼽기는 그래요. 그렇지만 일콘의 잊한마는 애잔하면서도 그 시원함(?)이 남다르지 않았나, 그렇게 생각합니다. 배경의 영상이 없대도, 노래만으로도 밤하늘, 수많은 별들이 빛나는 밤하늘이 떠오르는 느낌이었어요.
3부는 일단 의상이..ㅠㅠ 의상이..ㅠㅠㅠㅠ 일요일에 안경유를 못본 건 살짝 아쉬웠지만 ㅋ, 너무 멋지고, 섹시하고.. ㅠㅠ 아아 섹시유..ㅠㅠㅠㅠ 암튼 너무 잘 어울렸습니다. 원피스며 쟈켓이며 모자며.. 최고.. ㅠㅇㅠ bb
노래들도 더더 흥겹게 느껴졌어요. 익숙해져서일까요. 관객들의 호응이 좋아서였을까요. 더더더 신나는 3부였습니다. 한결 나아진 삐삐 응원과 함께..ㅋㅋㅋㅋ 이게 이렇게 다 같이 외치면서 듣고 부르다가 그냥 음원만 들으니까 심심하고 서운할 때도 있어요. 혼자 입으로 옹알거리기도 합니다. 밸런스 밸런스, 마마마마인, 아, 이, 유, 삐삐 !!
신나는 노래들이 연발하는 4부도 좋았습니다. 역시나 이것도 응원법의 힘이..ㅎㅎㅎ;; 사실 전 부는 좋아해왔지만 러브어택은 별로 듣지 않았거든요. 당최 취향 상..ㅎㅎ;; 좀 과하다, 심지어 시끄럽다(?!)싶은 편곡이랄지.. 그런데 공연장에서 징짱의 춤과 응원법을 경험하고 나니까 알 것 같아요. 왜들 이 노래를 좋아라하시는지.. 그런데 어쩌나요. 매력을 알자마자 더 못 듣게 된 경우라니..ㅎㅎㅎㅎ;;
뭐 그래도 가는 인연이 있으면 오는 인연이 있고, 우리에게는 20대의 징짱이 있으니까요. 일요일인 걸로 기억합니다. 징짱이 마멜군들을 보내고 “드디어 보냈다”고 말씀하신 다음에 좀 있다가, “가볼까요”하고는 곧장 “고 !”를 외치시고 관객들에게로 달려가는데, 뭔가 시사적(?)인 장면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당연히 앞서 “보냈다”는 말은 그냥 혼잣말이고, 말씀이 이어질 줄 알고 대기타던 짐승호님에게 다음 곡 가자는 사인을 보내느라 “이제 가보자”고 말씀하신 것이지만, 그리고 “원투쓰리 고”는 있잖아의 가사일 뿐이지만, 뭔가 상황이 말예요. 10대의 노래들과 추억이 담긴 상징을 웃음 속에 떠나보내고 다시 팬들에게로 달려가는 상황이 지금의 징짱, 10주년의 징짱, 이제 2막을 시작하려는 징짱과 통하는 것 같았어요.
그렇게 이어진 있잖아와 어젯밤이야기의 떼창은 정말이지..ㅠㅠ 사실 작년에도 부르신 곡이잖아요. 두 곡 모두. 근데 작년에는 이 정도는 아니었던 것 같은데.. 서울에서조차 말이죠. 뭔가 다들 벼르고 벼른 느낌이에요. ㅎㅎㅎ;; 하긴 작년에는 어젯밤 같은 경우에 첫 공연이었으니까요. 방송도 딱히 안 하셨고.. 저도 작년에는 그냥 옹알거렸는데..ㅎㅎㅎㅎ;; 하지만 저는 작년이 처음이었다구요 콘서트가 !! 혹시 올해 공연을 보러 오신 분들도 많은 경우 작년 유입 ?? 저랑 같은 케이스 ?? 그런 겁니까 ??? 아무튼, 이미 두 곳을 경험하긴 했지만 서울의 떼창은 정말이지 소리가 큰 정도가 아니라 웅장했다, 그렇게 생각합니다.
너랑나는 말할 것도 없구요. 아아.. 무려 징짱에게 앵콘을 결심하게 만든 그 무대..ㅠㅠ 이게 또 일요일에는 응원봉까지 확 꺼지니까 더 좀 뭐랄까.. 묵직하게 소리가 쾅쾅 찍히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되게 자랑스럽고 뿌듯했어요. 그 광경의 일부라는 사실이. 저도 한 명 분의 목소리를 보탰다는 사실이. 아아.. 아직도 귓가에 징짱의 목소리와 “아이유 참 좋다”는 울림이 들리는 듯. ㅠㅠ
너랑나에서 비밀로 이어지는 그 부분이 참 많이 감동적이면서도 애틋했습니다. 앵콘을 결심하셨단 말씀을 하시면서, 만 명에게서, 돌출에서 아참좋을 듣고 싶으셨다면서, 감동받았다고, 공연을 더하고 싶다, 또 하고 싶다, 이런 생각이 드셨다는 거예요. 아아..ㅠㅠ
그것도 그거지만 또 엔딩곡을 앞두고, 지난 십년 간 걸어온 길이 이랬다, 감개가 무량하다, 꿈도 못 꾸던 곳에서의 공연이 행복하고 감사하다, 이런 말씀들을 하시는데 그 얘기를 들으면서 흐르기 직전까지 눈물이 고였습니다. 막콘을 앞둔 하루 전, 아이유 팀과 징짱이 텅 빈 체조경기장에서 리허설을 하시는 광경이 떠오르면서, 그 때 징짱의 심정이 어땠을까, 처음 꽉 찬 체조를 보신 오늘은 ? 어제에 이어서 내 자리다 싶은 이 무대에 또 오르신 오늘은 ? 16살의 나이로 데뷔를 하셨던 그 날은 ? 그런 생각이 꼬리를 물더군요. 그런 제 앞에서 징짱은, 그동안 놀아줘서 고맙다고, 10년 더 잘 부탁드린다고 하시는데, 아아 정말..ㅠㅠ 만약 그 순간 눈을 감았다면 흘렀을 거예요. 눈물이..ㅠㅠㅠㅠ
서콘에서 해주신 이야기들. 이게 또 노래만큼이나 감동적이었습니다. 막콘이라서 더 그렇게 느꼈을까요. 그런데 더, 좀 더 짠한 말씀을 해주시기도 하셨어요. 이름에게를 부르시기 전에도 얘기를 하셨거든요. 나의 지난 10년을 1막이라고 치겠다, 나란 영화의 1막은 확실히 해피엔딩이다, 고맙다, 따흐..ㅠㅠ 멋지기도 멋지죠. 말씀 자체가. 하지만 뭐랄까, 말이, 표현이 어떠한지를 떠나서 징짱의 진심이 느껴졌습니다. 그냥 어떤 준비된 멘트, 감사를 표할 타이밍에 등장하는 형식적인 멘트를 접하는 기분이 아니라, 꼭 얼굴을 맞대고 대화를 하는 듯한, 당연히 징짱은 저를 모르시지만 꼭 저를, 그리고 저만이 아니라 한 명 한 명의 유애나들을, 그 눈빛과 마음들을 아시는 듯한, 헤아리시는 듯한, 그런 기분이 들었습니다. 실제로 그런 말씀도 하셨거든요. 일요일이었나. 여러분이 누군지 꼭 알 것 같다고. 당연히 모르지만 그래도 알 것 같다고. 그냥 허투루 하는 말, 기분 좋으라고 하는 말로 들리지 않았어요.
자존감이 높아지셨다는 거예요. 원래는 그러지 않았는데 작년부터 쭉 자존감이 높아졌다고. 그런데 그게 특별히 자신께서 잘나져서가 아니라 팬 여러분들의 사랑과 관심, 이런 식상한 표현이 아니었는데, 하여튼 팬 여러분들 덕분이라고, 자기 자신에게, 자신의 역할에 만족감이 들고, 다시 태어나도 지금의 나로 태어나고 싶다고..ㅠㅠㅠㅠ 아 얼마나 복된 삶인가요. 다시 태어나도 나이고 싶다, 얼마나 행복한 삶인가요. ㅠㅠ 너무 행복해요. 제가 사랑하는 분이 그런 삶을 살고 있다는 게..ㅠㅠㅠㅠ 10년 더 잘 부탁한다며 하신 말씀은 또 어찌나 소담하고 예쁜지.. 잘 지내자, 친하게 지내자, 앞으로도 재미있게, 흥미롭게 나를 봐 달라.. ㅠㅠㅠㅠㅠㅠ
그 동화가 생각났어요. 4부가 시작될 때 나오는 동화요. 웬 이상한 나라, “더” 이상한 나라에 사는 여왕과 마법사의 이야기. 대개 식상한 동화는 이런 식이죠. 공주는 어디 성에 갇혀 있거나 마법에 걸려있고, 왕자든 기사든 어느 싸움 잘하고 잘생긴 남자가 그녀를 구한다, 블라블라. 하지만 “이지금”이라는 동화는 그렇지 않잖아요. 서로가 서로를 구하니까요. 진정한 사랑을 만나지 못해 마법을 부릴 수 없는 마법사. 저주에 걸려서 원치 않는 춤을 추는 여왕. 그 두 사람 사이에 싹튼 진정한 사랑 덕에, 마법사는 비로소 마법을 부릴 수 있게 되고, 여왕은 비로소 자신의 노래를 하게 되고, 마법사는 여왕을 구하고, 여왕은 마법사를 구하고, 아아 이 얼마나 아름답고 바람직한 이야기인가..ㅠㅠ
헌데 아이유님과 유애나의 관계가 또한 그렇지 않은가 말예요. 서로가 서로에게 감동을 주고, 서로가 서로에게 감동을 받고, 사랑을 주고, 사랑을 받고, 행복을 주고, 또 받고.. 서로가 서로에게요. 어떤 구속이나 간섭도 없이요. 어쩌면 아티스트와 팬의 사랑은 오히려 친구, 애인, 가족 간의 사랑보다 더 아름다운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족이니까, 친구니까, 애인이니까, 그러니까 너는 내게 이래야해. 저래야해. 기대하고, 요구하고, 묻고 따지고, 그런 경우 얼마나 많아요. 그런 것 전혀 없이, 그저 얘기를 들려주고 들어주는 그런 관계. 바라보고, 마주보고, 주거니 받거니 감동을 공유하는 그런 관계. 그런 사랑. 참 아름답다, 소중하다 싶습니다.
밤편지도 이름에게도 돌출에서 부르셨어요. 너무 아름다웠습니다. 푸른빛으로 물든 드레스, 원형무대를 둘러싼 보랏빛 선들, 그 한가운데의 징짱. 그림 같았어요. 문자 그대로 “그림”. 그 모습을 보느라고 본 무대의 화면을 제대로 못 봤네요.
이름에게 무대를 보면서도 돌출무대의 위력(?)이랄지, 역할이랄지, 그런 걸 느꼈습니다. 돌출무대의 원형 화면에 만개한 제비꽃들. 징짱은 그 복판에 서계셨는데요. 그런데 화면 밖의 무대 주변으로는 현실의 제비꽃들이, 유애나들이 또 징짱을 둘러싸고 있는 거예요. 징짱의 앞이 아니라, 무대의 앞이 아니라, 앞에도 뒤에도 옆에도, 사방을요. 아아 참으로 아름다운 장면이었다는..ㅠㅠ 게다가 앞서 하신 말씀을 듣고서 한껏 감동한 채로 맞이한 무대여서, 그리고 징짱은 역시나 열창으로 무대를 마무리해줘서, 너무나 찡한, 짠한, 10주년 콘의 엔딩무대로 손색이 없는, 그런 무대였습니다.
특히나 일요일에는 꿈에도 그리던 기립박수를 칠 수 있었습니다. ㅠㅠ 슬로건을 준비하신 분들이 마음 합창과 함께 기립박수도 제안해주신 덕분에, 관객 분들이 벌떡벌떡 일어나주신 덕분에, 저도 일어나서 박수를..ㅠㅠ 넘 감사했어요. ㅠㅠㅠㅠ 아니 작년에, 서일콘에서 어떤 분이 거의 홀로 기립박수를 치시더라구요. 플로어에서. 저는 그 때 2층이었거든요. 아아 그 용기가 부러우면서도 소심한 저는 차마 일어날 수가..ㅠㅠ 다만 부러워했지요. 부러워만했지요. 이번에 그 한을 풀 수 있어서 너무 좋았어요. 어쩌면 마음 합창보다도 기립박수가 제겐 더..ㅠㅠ
일콘에서는 징짱이 마음을 같이 부르시면서 짠하고 등장하셨는데요. 토콘에서는 그냥 좀 느닷없이 등장을..ㅎㅎㅎ;; 불이 켜진 채로요. 관객들 얼굴이랑이 너무 잘 보이니까 쑥스러워하시던 모습이 귀여웠습니다. ㅠㅠㅋ 나름 절박하게(??) 요구를 하셨거든요. 빨랑 불 꺼달라고..ㅋㅋㅋㅋ
정말 이번 서콘의, 뭐 광콘도 그랬지만, 특히 이번 서토, 서일 양콘의 앵앵콜이 정말 최고였던 것 같아요. 발라드와 댄스의 비율, 신청곡과 징짱 초이스곡의 비율, 징짱의 앉음과 섬의 비율 ㅋ, 멘트와 노래의 비율 등등. 저는 또 징짱의 헐렁핏과 묶은 머리를 좋아하기 때문에 ㅠㅠ 더더욱 행복했던 앵앵콜이었습니다.
토콘의 앵앵콜에서는 할머님의 생신 축하, 또 비밀의 화원을 무반주로 부르시던 중 반주랑 코러스가 치고 나온 것 ㅋ, 짜릿했어요. 또 듣기 힘들었던 기차를 타고 무반주, 또 흔치 않은 신나는 엔딩무대, 블랙아웃, 이런 장면들이 기억이 납니다. 하나 더. 징짱이 야밤에 짜파게티를 드시고는 너무나 행복하셨다고, 그 힘으로 여기까지 왔다고 하신 것도. ㅠㅠㅋㅋㅋㅋ 잘 드세요. 징짱..ㅠㅠㅠㅠ 일콘 전에도 좀 뭘 드시지 않구요. ㅠㅠ 징짱이 배고프시면 애나는 웁니다. 흑흑 ㅠㅠㅠㅠ
아무튼, 징짱의 앵앵콜은 날짜, 무대를 따질 것 없이 진리죠. 하지만, 그래도, 일콘의 앵앵콜은 너무나 특별한 것. ㅠㅠ
유애나들과 징짱의 마음 합창도 좋았고, 그리고 이어진 디어문도 너무 좋았어요. 듣기 힘든 라이브지요. 디어문은.. 징짱의 목소리로 들으니 더 좋은 것. ㅠㅠ 원가창자에게는 죄송하지만, ㅋ 징짱 목소리에 더 딱인 것 같아요. 이 노래..ㅠㅠ
또 나저씨 팀들이 화면에 잡히셨는데 그 대목도 뭉클했어요. 뭐랄까, 나저씨분들은 가족 같아요. 근데, 가족은 가족인데, 날마다 얼굴보고 잘 알고 시시콜콜한 얘기도 나누는 엄마, 아빠, 형제, 자매, 이런 가족이 아니라 먼 친척. 어쩌다가, 일 년에 한두 번 명절에나 얼굴을 보는 가족. 근데, 그렇게 어쩌다가 얼굴을 보는 사이긴 하지만 좋은 소식이 들리면 반갑고, 가끔 생각도 나고, 잘 됐으면 좋겠다 싶은 그런 가족. 아무튼 간만에 뵙는 분들인데, 그분들이 또 흐뭇하고 초롱초롱한 눈으로 징짱을 바라봐주셔서 기쁘고 감사했습니다. 먼저 자리를 피해주신 것도 그분들의 배려가 아닌지.. 기왕 오신 거 더 보실 수도 있었겠지만, 뭔가 선배님들이 우르르 있으면 징짱이 충분히, 마음껏, 끝까지 달리는 데 불편할 수도 있고, 또 차피 막콘이라 아이유팀은 여기대로 뒤풀이를 할 텐데 회식을 섞어서 하는 것도 애매하고, 이래저래 피해주신 게 아닐까 싶어요.
그것도 좋았습니다. 미메크 ! 미리메리크리스마스 !! 아아..ㅠㅠ 너무 좋아요. 이 노래 진짜.. 질리지가 않아요. 캐롤풍 노래는 질리기 쉬운데도.. 이 노래도 신나는 노래지만 잔소리 마냥 뭉클했습니다. 헐렁한 츄리닝의 징짱이 머리를 질끈 묶고 통통 뛰면서 노래를 부르시는데, 그 모습도 너무 예쁘지만, 너무너무 예쁘지만, 목소리가요, 노래를 부르는 목소리가 왜 짠하게 들리는지 말예요. ㅠㅠ 음이 너무 높아서 그런가.. 전부 다 주고 싶어, 잘해주고 싶어, 다음 그 다음해 겨울도 너의 곁에 있을게, 이거 완전, 완전 징짱을 향한 마음인 거죠. ㅠㅠㅠㅠ 듣고 싶은 가사가 아니라 불러주고 싶은 가사인 거죠. ㅠㅠ
뭐 좀 많이 이른 크리스마스송이었지만, ㅋㅋㅋㅋ 그렇지만 사실 미메크는 크리스마스 전에 불러야합니다 ! “미리” 메리크리스마스잖아요 ! 닥쳐서 부르면 안 되는 것..ㅎㅎㅎ 아 대만분들 어떡해..ㅠㅠ 당일에야 이 노래를 들으시다니..ㅠㅠㅠㅠ
아무튼, 너무 좋았어요. 미메크. 레옹도 그렇구요. 기억하기론 작년에는 앵앵콜 때 잔잔한 노래들이 주를 이뤘던 것 같은데.. 이번에는 징짱이 작정을 하셨는지 신나는 노래들을 마구마구 베푸셨죠. 아.. 은혜로와..ㅠㅠㅠㅠ
특히 지치신 와중에도 불러주신 레드퀸과 블랙아웃 이연타.. 아 감동..ㅠㅠ 진짜 말이 안 돼요. 어떻게 그렇게 소리가 쫙쫙, 그냥 시끄럽게 지르는 노래가 아니라 제가 애정하는, 완소하는 그 음색의 노래가 그 시간에, 그 노래에 나오냔 말이죠. ㅠㅠㅠㅠ 노래도 너무 멋지고, 연주도 너무 멋지고.. 특히 그 블랙아웃의 기타요. 중간에서부터 끝까지 막 밀어붙이시던데 이거 뭐 음악에 대해서 전혀 모르니까 어떻게 평은 못하겠고, 그냥 멋지다, 짜릿하다, 이렇게밖에는 말을 못하겠습니다.
잠못비나 푸르던을 부르시면서 징짱이 보여주신 여유롭고 인자한(?) 무대매너에도 감동을..ㅠㅠ 정말 “프로”다운 모습. 느긋한 모습. 여유작작한 모습. 너무 멋지잖아요. ㅠㅠ 하긴 뭐 10주년을 맞은 가수에게 이런 반응이 오히려 엉뚱한 것일 수도..ㅎㅎㅎ 제가 징짱의 코앞에 있었던 건 아니지만, 그래도 그 모습을 보면서 덩달아 들떴습니다. 징짱이 웃는 걸 보는 것도 좋았구요.
잔잔한 노래들은 그것들대로 좋았습니다. 특히 느리게하는일이나 무릎, 썸데이는 초집중을 했다는.. 징짱이 찬찬히 발라드넘버들을 부르면 말이죠. 그냥 쉬이 들리지 않아요. 눈을 마주치는 것 같은, 대화를 하는 것 같은, 그런 기분이 든달까요. 저는 아이유님이, 나의 성량과 기교로 너를 압도해주마, 이런 유형의 가수가 아니어서 좋습니다. 본공연 때도 그렇고 앵앵콜 때도 너무 좋았어요. 발라드 넘버들. 아아.. 듣고 싶은 노래, 보고 싶은 모습들이 너무 많아요. 징짱에게서..ㅠㅠ 끝이 없어..ㅠㅠ 몹쓸 사람..ㅠㅠ
아무튼, 마지막 레인드롭 무대까지, 앵앵콜은 길고도 행복한, 뿌듯하고 흐뭇한 시간이었습니다. 본공연에 어울리는 앵앵콜. 10주년에 어울리는 본공연. 해서, 이번 10주년콘서트 이지금은 너무나 아름다운, 완벽한 공연이지 않았나, “10주년”이라는 타이틀에 걸맞은, “아이유”라는 이름에 걸맞은 공연이지 않았나, 싶습니다.
아이유님과 함께해주신 모든 분들, 지난 10년 간 아이유님과 함께 작업해주신 이나 이모님과 단짝 두 팀 및 모든 동료 아티스트분들, 아이유님의 정서함양과 동기부여에 큰 역할을 해주신 지오디님들, 아이유님을 응원해주신 모든 동료분들, 함께 콘서트를 꾸며주신 스텝분들과 모든 분야의(?) 아이유팀 멤버들, 모두 감사합니다. 고생하셨어요 !!
그리고 다른 무엇보다 그 누구보다, 인생 1막을 성공적으로, 해피엔딩으로 장식하신 아이유님. 정말 감사합니다. 덕분에 행복했습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2막도, 2막을 지나 언제까지나, 계속, 쭉쭉이요 !!
첫댓글 고생하셨습니다 ㅎ
감사합니다 !! 😌 일케 박아놓으면 몇 년 후에도 딱 지금 기분이 나려나 싶어서요.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