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세상을 잘 살았다.
우리집 뜰에 나무들이 하도 무성하여 이웃집 정순찬 아우에게 전정, 전지를 도와달라 청했다. 그런데 나무 전문가 한 분을 따로 불렀다고 한다. 어허, 그러면 최소한 현금으로 일당을 지불해야 하는데? 그런데 그냥 차 한 잔만 대접하면 된대나?
8:30분에 우리 집에 모였다. 전문가 함자는 서병우. 작업을 시작했다. 소나무만 해도 15그루, 섬잣나무, 자귀나무, 기타등등. 그 와중에 내가 할 일은 무엇인가? 불루투스 스피커로 7080 노래를 틀어드리고 두세번 휴식시간 찬물과 커피, 캔맥주 대접. 얼씨구, 아랫집에 차성민 아우가 동참한다. 순찬씨 아내 글로리아씨가 감자를 삶아 온다. 성민이 모친이 텃밭 수확물을 한가득 가져온다. 옆집, 뒷집, 뒷집 사는 마기완 사장이 오들깨(오디)를 가져다 준다. 그 집 옆집 사는 김희강 형님이 얼굴을 비치신다. 전지로 잘라낸 나무가지들, 집 뒤 '행복한절'의 도앙 스님 허락을 받아 절의 트럭을 빌려 깔끔히 해결.
12:30.
모두 읍내로 모시고 나가 콩국수 한 그릇씩 앵겼다. 다들 맛나게 먹었다. 그리고 내친 김에 서병우씨의 농장 구경을 가자고 합의. 20여 분 거리에 있는 가조면 장군봉 자락. 늦게 신학대학에서 공부를 했다는 서병우씨, 그 산자락에 한 수목원을, 아니 한 왕국을 건설해 놓았더라. 4년 여 동안 분투하여 이룬 그의 근면과 끈질김과 용기에 탄복하지 않을 수 없었다.
금강산이 별거더냐, 파이프 오르간 음악을 듣는 순간 눈물이 쏟아졌다. '논개'여사(안사람 고향이 논개의 출신, 전라도 장수)의 환대도 고마웠다. 하모니카로 '봄날은 간다' 한 곡, 성악으로 Summertime 한 곡 내질렀다.
재작년 집뜰 정리를 하면서 전문업체에 100만원을 지불했었다. 오늘은 대신 콩국수 한 그릇씩,
이만하면 내가 세상을 잘 살고 있지 않는가?
한 번 왔다 가는 세상, 살다 살다 이런 인연도 있더이다.
서정우씨의 노작과 논개여사의 환대에 화답하여 잘 아시는 정호승 시인의 시 한 편을 들려 드리고싶다.
방문객
정현종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는
그의 과거와
현재와
그리고
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부서지기 쉬운
그래서 부서지기도 했을
마음이 오는 것이다
그 갈피를
아마 바람은 더듬어볼 수 있을 마음.
내 마음이 그런 바람을 흉내낸다면
필경 환대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