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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생모 귀국했더구나....알고 있느냐?"
모든 것이 멈춘 듯 했다. 잊어버릴 수 있을 거라고 아니 잊어버리겠다고 다짐을 했건만 생모이라는 말에 또 다시 고통스러웠다. 어두운 집에 갇혀 지내면서 이곳을 빠져 나간다면 행복할 거라고 어린 나는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 생각은 착각이었고 끝없이 떨어지는 절벽 끝에 서있는 절박함에 내 눈물조차 이미 말라 버리고 없었다. 아니다. 울지 않으려고 참아내는 방법을 터득했다. 내 기억 속에 어머닌 아름답고 향기롭지만 나에겐 매정하고 비정한 향기 없는 가시 돋은 장미뿐이었다.
"왜 나타는 거야...빌어먹을...."
*
전화를 한다는 그는 12시가 넘었는데도 전화 한 통 없었다. 전화를 해봤지만 받지 않아 더욱 마음만 불안했고 아까의 얼굴 표정이 맴돌아 미쳐 버릴 것 같았다. 당신 무슨 일이야..제발 연락 달란 말이야....또 어디서 아파하고 있는 건 아니지? 지금이라도 괜찮다고 전화 한 통 줘...내가 숨이라도 쉴 수 있게....
'따르릉~~따르릉'
"여보세요? 어디에요?"
"집 앞 포장마차...나올래?"
"꼼짝 말고 기다리고 있어요..."
미친 듯이 방안을 뛰쳐나와 무작정 뛰기 시작했다.
"누나...이 시간에 어디가? 누나!!!"
*
동생의 외침도 귀에 들리지 않았다. 단순한 허공의 메아리로만 들릴 뿐이었다. 그와 우리 집 중간에 실내 포장마차가 하나 있다. 그가 그곳에서 혼자 술을 마시고 있는 듯했다. 가끔 술 생각나면 혼자서도 마신다고 했던 말이 문득 떠올랐다. 동네 슈퍼를 지나 세탁소를 지나서 포장마차가 보였다.
"우와~~~진짜 빠르네...발에 제트기라도 달았냐?"
"왜 전화 안 받아요?"
"미안...그럴 정신이 없었어..."
"무슨 일이에요?"
"그냥 내 인생에서 만나기 싫은 사람 만난 날...."
"무슨 소리에요? 만나기 싫은 사람이라니?"
"그런 게 있어...더 깊이 알면 다친다..."
분명 무슨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데 그는 내게 말을 해주지 않는다. 아직 내가 기대기에 부족한 거예요? 아님 얼마나 힘든 일이기에 나에게 말조차 해 줄 수 없는 거예요? 목구멍까지 올라왔지만 그의 얼굴에서 느껴지듯 묻지 않기로 했다. 몇 시간 만에 얼굴이 창백해져서 돌아온 그의 모습이 답변을 대신 해주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나마 이렇게 그의 술친구라도 될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오기 전 벌써 소주를 세병이나 마셔버렸다. 안주는 고작 어묵 한 그릇 그것도 거의 입에 대지 않은 상태 그대로였다. 빈속에 소주만 들이 붓고 있었다는 뜻이다. 나는 뭐라도 먹일 생각에 닭발과 잔치국수를 시켰다.
"빈속에 술 마시면 안 좋아요..."
"이거라도 안마시면 죽을 것 같아..."
"............."
"누굴 증오해 본 적 있어?"
"!!!!!!!"
"아니면 나를 버린 사람 죽도록 밉다가도 기다린 본적 있어?"
"강준씨....."
"한번 쯤 찾아 올 줄 알았어....그래도 자기가 낳은 자식인데 한번 쯤 보고 싶을 거라고..."
"................."
"근데 한 번도 오지 않았어...단 한번도..."
그 말만 하고는 그는 다시 소주를 마셨다. 가슴이 저며 온다. 그의 상처가 너무 아려서 내가 느껴 질 정도로 그가 아파하고 있었다. 그렇게 괴로우면 소리 내면서 울어요...그러면 고통을 조금은 덜어 낼 수 있단 말이에요...그렇게 울지 않으려고 애쓰는 당신이 가여워 미칠 것 같단 말이에요...
*
이른 아침 달그락 거리는 소리에 강준이 눈을 떴다. 어제 마신 술에 머리는 아프고 속은 창자와 내장들이 뒤섞여서 디스코를 추듯이 몹시도 괴로웠다. 어제 도대체 몇 병을 마신 건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수지가 온 건 기억이 나는데 무슨 말을 했는지 가물가물했다. 주방으로 가니 수지가 음식을 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이른 아침부터 어떻게 온 거야..?"
"속 쓰리죠..해장국 다 됐어요.."
"회사는?"
"먹고 가는 거 보고 가도돼요.."
"어제 내가 무슨 말 했어? 별 다른 말 없었지...?"
"...............네 설마 기억 안 나는 거예요?"
"가물가물해서..."
"그러니까 왜 그렇게 마셔요 술도 못 이기면서...."
"아침부터 잔소리....다 됐어..?"
"네......"
콩나물을 사서 청양고추를 넣고 얼큰하게 콩나물 국 끊었다. 그가 고춧가루가 들어간 것 보다 청양고추가 들어간 콩나물국을 좋아한다고 해서 만들어 봤다. 속이 많이 쓰렸는지 국을 두 그릇이나 먹어 치워버렸다. 한결 나아졌는지 아까보다 표정이 부드러워졌다. 어제 했던 말은 모른 척 할게요...당신의 활화산 같은 상처 건들고 싶지 않아요..당신이 말하고 싶을 때까지 기다려 줄게요..
*
아침부터 더워 당장이라도 물속에 뛰어들고 싶었다. 한손에는 아이스커피가 들려 있는데도 더워 목이 타들어갔다. 더위를 많이 타는 체질이라 여름이 내겐 가장 두려운 계절이었다. 나보고 노출이 과감하다고 하지만 그렇게라도 열을 빼지 않으면 내가 죽을 것 같아서 노출을 감행하는 것이다. 여름 시즌이 끝나고 겨울 시즌 준비에 박차를 가했다. 며칠 후에 밀라노에서 있는 패션쇼도 다녀올 예정이었다. 밀라노..... 강준이 또 떠올랐다. 그도 밀라노에서 패션쇼를 본 적이 했던 말이 스쳐 지나갔다. 바쁘게 일하가도 문득 문득 떠오르는 그 때문에 힘들어하는 내 모습이 하찮은 여자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내가 그렇게도 끔찍이 싫어하던 여자들의 모습 중에 하나가 집착하는 여자였는데 내가 지금 그 사람한테 집착하고 있어 말 그대로 어이상실이었다. 수지한테도 전화를 하지 않고 간신히 참고 있었다. 그녀에게 전화를 한다면 자연스레 그의 소식을 들을 것이고 또 다시 질투심에 폭발하는 내가 싫었다.
"하은아...."
"네...캡틴!!!"
"겨울 자료는 다 했니?"
"네...거의 다 되어가요... 올 겨울에는 캐주얼 패딩조끼가 유행 할 것 같아요..."
"패딩조끼도 물론이지만 아우터 스타일의 자켓도 핫이슈야..."
"알고 있어요....더 많은 아이템도 있지만 이 두 가지가 올해 아이템이라고 짐작하고 있는데 캡틴은 어떠세요?"
"나도 같은 생각이야...참!!! 밀라노 가서 잘 보고 와 많은 도움이 될 테니... "
"네...알겠습니다..."
"근데 요새 자기 무슨 일 있어?"
"아니요..."
"얼굴이 점점 나빠지네...살도 좀 빠진 것 같고?"
"요새 일이 많아서 그런 거 아니겠어요.."
"자기만 많나...? 그거하고 다른 일인데..."
"아니 없어요..."
*
특급 호텔에 들어서는 한 여자가 있었다. 명품으로 휘감은 그녀 바로 강준 생모 혜정이었다. 서울에서도 가장 비싸다던 호텔에 그녀는 짐을 풀었다. 여전히 아름답고 화려했으며 눈빛은 냉랭하지 못해 눈물 날 정도로 싸늘한 시선을 서울 시내로 향했다. 22년 만에 한국으로 돌아왔다. 너무 많이 변한 서울 모습에 낯설면서도 고국에 왔다는 안도감에 어느새, 그녀 손에는 와인이 들려 있었다.
여전히 많이 덥죠...
요새 제가 일러스트를 배우고 있는데
힘이 드네요
그나마 따라가고 있다는 것 만으로 위안삼고 있답니다...ㅠ.ㅜ
확실히 배우기 힘들어..ㅠ.ㅜ
늘 말하지만 글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첫댓글 재미써염ㅎ,ㅎ
감사해요....열심히 쓰겠습니다
하루에도 몇 번씩 들어와서 확인할 만큼 그다려져요...^^
사랑님 너무 감사해요...그렇게 기다리고 있을 줄은 몰랐습니다...^^;
잘보고 있어요~ 너무재밌어요ㅠㅠㅠㅠ일러스트 배우신다고요? 재밌겠다ㅠ 저도 한때 관심가졌었는데....힘내세요!ㅋㅋㅋㅋㅋㅋ
네네...배우고는 있는데 너무 힘들어요....ㅠ.ㅜ 열심히 그려보려구요
넘 잼 있어요 작가님 홧팅~!!
감사해요 러키걸님도 홧팅!!!
어휴... 앞으로 어떻게 될까요... 궁금해`~!!!!!
앞으로도 기대해 주세요....
ㅋㅋ 잼나요 더운데 더 화이삼
안녕하세요....님도 더운 날씨 조심하세요
아이런빨리준이가수지에게말해주길ㅋㅋ
재밌어요~~다음편도 기대할께요~
재미있어요!!! 다음편도 기대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