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 소개
“닭을 기르고 시時를 기른다.”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일상 속 감사의 순간을
아름다운 감성과 문장으로 만나다!
“지금 행복한가요?”라는 질문을 받으면 어떻게 대답할 수 있을까. ‘행복’이란 단어가 너무도 거창하게만 느껴지는 탓에, 오늘날의 비루한 내 처지를 돌이켜보면 쉽사리 답이 나오지 않을 것만 같다. 그러나 일상 곳곳에 숨어 있는 자그마한 감사의 순간들을 톺아보다 보면 행복이란 게 그리 먼 곳에 있지 않음을 깨닫게 될 것이다.
책의 저자는 김포의 작은 마을 ‘이기울’에서 농사를 짓고 닭을 키우며 사는 평범한 아낙이다. 으리으리하고 대단한 이력은 내세울 것이 없다. 그러나 단언컨대, 아주 대단한 행복의 소유자다. 시골 할머니들이 파는 풋콩의 값을 굳이 깎지 않는 행복, 느릿느릿 대중교통을 이용하며 창밖을 바라보는 행복, 줄지어 기어가는 개미를 보며 배울 점을 찾는 행복… 추운 날도, 외로운 날도 있었건만 감사할 일들을 세어 보자면 이렇게나 끝없이 줄을 세울 수 있는 삶, 이 책은 바로 그에 관한 이야기다.
행복이란 놈이 너무나 어렵고 멀고 크게만 느껴질 때, 주방과 마당에서, 책상에서, 소리 없는 바람으로 생명을 보듬고 사는 이의 행복이 가득 담긴 이 책이 가닿기를. 자연을 벗 삼고 이웃을 벗 삼고 가족과 지지고 볶던 아픈 추억들마저 벗 삼아 기어이 오늘의 행복을 찾고야 마는 작가의 순수한 마음이 당신의 마음을 푸른 잎사귀로 어루만져 줄 것이다.
■ 목차
1장 삶은 鷄卵이다
못밥이야기
문수산에 물들다
새대가리
정유년 수탉이야기
貧者의 여름
삶은 鷄卵이다
병아리야 봄나들이가자
기적 살이
2장 행복이 따로 있나요
부르심聖召
소쩍새 우는 계절
행복이 따로 있나요
엄마가 아기를 낳았어요
먼데이야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편지 연필로 쓰다
천사들의 합창
3장 책속에서 중봉조헌을 만나다
반갑다 고니야
남자들이 사라졌다
말괄량이 대행진
별 것을 다 기억하다
칭찬 아끼지 말자
이기울의 겨울이야기
책 속에서 중봉 조헌을 만나다
나를 잊지 말아요
까미야 하미야
4장 어느 멋진 날
소소한 행복
좀머 씨 이야기
각방 예찬 론
꽃송이가 서른
딱새와 동거
건너다보니 절터
수컷의 반란
텃세 살이
어느 멋진 날
5장 꺼벙이의 가을
제비 하늘높이 날다
문수산의 마음밭
오천 원의 행복
개미와 동거
꺼벙이의 가을
아름다운 날, 아픈 기억
6장 땅에서도 이루어지소서!
땅에서도 이루어지소서
닭을 기르고 시를 기른다
■ 저자 소개
신상숙
김포 민통선 마을 이기울에서 생활하며 글을 쓰고 있다.
2009년 한국예총 예술세계 수필부문 신인상과 2010년 동서커피 문학상 시 부문을 수상하였다.
그동안 쓴 책으로는 수필집 《팔맹치마》와 시집 《꽃들의 수다》가 있다.
■ 책 속으로
소농(小農)으로 살면서 대농(大農)이 부럽지 않은 건 문수산과 수시로 마주할 수 있어서다. 계절마다 색다른 무늬로 다가오는 저 듬직한 산, 봄에 이 꽃 저 꽃들이 아름다워 좋고, 여름이 다하도록 소나무들이 푸르러서 좋은데, 참나무가 단풍 든 가을에는 낙엽을 밟아가며 산 정상까지 오를 수 있어서 좋다. 함박눈이 온종일 내리는 겨울날에는 문수산 바라보며 시 한 수 읊조릴 수 있으니, 이 얼마나 좋은가. 매달 초승과 그믐에 찾아오는 눈썹달을 남편과 둘이 바라볼 땐 여기가 바로 천국이다.
_<文殊山에 물들다> 중에서
어느 작가는 ‘삶이란 한 권의 책을 쓰는 것’이라 하는데, 나는 삶의 책을 무엇으로 채우기는 하는가, 지나친 욕심으로 책장을 허투루 넘기는 건 아닐지 싶다. 그러나 지금도 늦지 않았다. 그늘진 삶이 아니라, 햇살 바른 양지에서 웃음 가득, 기쁨가득으로 삶의 책장을 하나하나 꼼꼼히 채워나갈 것이다. 그리고 따끈한 계란 손에 든 가을에 고할 것이다. 나의 삶은 달걀이 아니라, 삐악 병아리 찾아 나서는 어미 닭의 자화상이라고 말이다.
_<삶은 鷄卵이다> 중에서
막내딸 책 읽는 소리에 흐뭇해하시며 새벽녘 이불 속에서 기도문 잘 따라 한다고 기뻐하시던 어머니, 찔레꽃 필 무렵에도 비가 내리고, 씨앗 넣고 비닐로 덮어씌워 예전처럼 땡볕 아래 김매는 일도 없는데, 이앙기로 모심기 하는 날 자동차로 새참 실어 나르는 나의 모습을 보여드렸으면 얼마나 좋을까 싶다. 들깨 모종 끝낸 후 새콤달콤한 자두를 두 접이나 땄다. 한 입 깨문 자두가 시어서 눈물이 나오는 것인지, 오늘따라 어머니를 보고 싶은 내 마음이 뭉게구름 저 너머 고향집 앞마당을 서성이는데, 대낮에 소쩍새가 끊임없이 노래하고 있다.
_<소쩍새 우는 계절> 중에서
욕심을 버려야 네게 다가온다는 작은 행복이란 말처럼 그렇게 느끼기가쉽지는 않다. 그러나 생각을 바꾸면 금방 달려오는 바로 그것, 오늘 서둘러 파란 고추이파리와 애 고추를 땄다. 너무 많은 고춧잎을 앞치마에 담았으니, 걸음걸이가 무척 불편하지만, 작은 행복이 치마 한가득 넘친다. 가스 불에 두 솥이나 삶아놓고 맛있게 먹어 줄 식구들을 생각하면서 행복이라는 이름의 그분도 함께하고 있음을 본다. 행복이라는 짧은 단어를 입에 올리는 순간만이라도 나도 남들처럼 행복의 주인공이 되고 싶다. 절반은 냉동실에 넣어 놓고 절반은 햇볕에 바짝 말려서 무말랭이장아찌를 담글 때 곁들여 넣으면 그 속에서도 가을볕같이 따뜻한 행복이 따라오지 않을까 싶다. 입맛을 돋워 줄 짭조름한 장아찌 생각으로 오늘 밤도 가슴이 들떠 영 잠이 오지 않는 이것도, 행복한 나만의 의미 있는 누림이다.
_<소소한 행복> 중에서
■ 추천의 글
시인에게 까미와 하미는 닭이요 학이요 바람이요 어미요 자식이다. 병아리에서 어미 닭으로 성장하는 모습과 보살핌에서 자식을 품어 기르고 뒷바라지하는 어머니의 따뜻함이 배어난다. 추운 겨울에는 손이 시린 대로, 따뜻한 봄에는 온풍의 기운으로 밭에서 주방에서 마당에서 책상에서 소리 없는 바람처럼 생명을 보듬고 살아왔다. 앞마당에 달이 뜨면 달이 예쁘고 앞산에 소쩍새가 울면 어머니를 그리며 하느님의 사랑을 가슴에 품고 기도하며 살아온 세월이다.
_<김포 문화와 역사>의 저자, 정현채 작가
■ 출판사 리뷰
닭, 개, 새, 풀, 꽃…
자연에서 하나둘 주워 모은 행복들
작품에서 수차례 등장하는 지명이 있다. 바로 ‘이기울’이다. 작가가 뿌리내리고 살고 있는 김포 용강리의 옛 지명이다. 소박한 마을이건만 작가의 시선으로 바라본 이기울은 그야말로 지상낙원이다. 그 힘든 농사일을 할 때마다 진귀한 야생조류들의 지저귐으로 피곤함을 달래고, 계절마다 색다른 무늬로 다가오는 문수산을 보고 있자면 저절로 시 한 수가 나온다. 매달 초승과 그믐에 찾아오는 눈썹달을 바라보는 짜릿한 순간도 놓칠 수 없다.
자연과 많은 대화를 나누며 사는 작가에게 가장 큰 기쁨을 주는 이가 있다면 바로 키우고 있는 청계靑鷄들이다. 그중에서도 까만 녀석과 흰 녀석이 마치 강아지처럼 주인의 목소리를 알아보고 곧잘 따라 그 애들에게 ‘까미’와 ‘하미’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 날마다 탐스러운 청란靑鸞을 낳아주는 까미에게 쌀 한 줌으로 보은하는 즐거움에 겨울철 얼어붙으려던 마음마저 포근해진다.
내 손으로 씨앗 넣은 농작물이 튼실하게 잘 자라주어 가을에 알차게 수확을 하는 광경을 보고 있노라면, 저절로 자연을 향해 고개를 숙이게 된다. 제 몫을 다한 오이 넝쿨을 걷어내고 꼬부라진 오이를 잘 다듬어 김치 한 통을 담가 놓으면 그렇게 흐뭇할 수가 없다.
이토록 아름다운 자연에 발 붙이고 살아가는 작가의 손끝에서 탄생하는 문장들은 풍요로울 수밖에. 자연에서 하나둘 주워 모은 작은 행복들이 차곡차곡 쌓여 오늘날을 버틸 힘이 되어 준다. 거저 얻은 행복이니 세상에 나눌 수밖에. 그리하여 작가는 다시금 책상 앞에 앉는 것이다.
사랑하고 또 미워하는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나만의 행복을 만들어가는 방법
언제나 아름다운 것만 보여주는 자연과 종종 대비되는 것은 바로 사람이다. 한없이 베풀어주는 자연의 사랑을 받을 땐 천국 같은데, 지나가다 던진 누군가의 말 한마디엔 곧장 지옥으로 곤두박질하게 된다. 죽고 못살 것 같이 친근한 이들과도 불현듯 멀어지기 일쑤다.
무정한 남편과 꼿꼿한 시모 앞에서 울음 삼키며 아이를 낳아 길러야 했던 젊은 날의 버거운 삶과 가슴에 쌓아둔 아픈 기억들은 차마 추억이라 이름 부르기도 고통스러울 정도다. 묵정밭을 옥토로 일궈내시느라 손발이 부르트고 허리 통증이 도져도 늘 침묵을 선택하셨던 그리운 어머니를 떠올리면 가슴이 사무친다. 어디 가족뿐이랴. 성당 최고의 봉사자로 손꼽히는 교우가 던진 날카로운 말이 칼이 되어 가슴에 꽂히는 바람에 우울증까지 얻을 정도였다.
그러나 작가는 이 모든 것들을 거름 삼아 다시금 재기하는 방법을 잘 알고 있다. 주님께 기도하며 그저 인내하는 것이다. 머지않아 겹겹이 쌓인 눈이 녹아내리듯 가슴팍을 옥죄는 불쾌감도 차츰 녹아내리고, 산과 들에 푸른 새싹이 돋아나면 상처받은 내 영혼도 푸르고 밝게 발돋움할 것을 믿으면서 말이다. 그것이 바로 나만의 행복을 찾는 비법이 아닐까.
자폐아에게 밥 한술 더 먹이려고 끼니마다 땀 뻘뻘 흘리는 봉사자의 얼굴에서 발견한 예수님, 핸드폰에 저장된 ‘남의 편’에서 ‘의’자를 하나 빼고 비로소 만난 ‘남편’, 막내며느리와 함께 두부 만들고 만두 빚는 풍경의 햇살, 다섯 여인들의 일탈과도 같은 짜릿한 일박 여행… 낙천적이고 소박한 삶에서도 우리는 위대한 감사의 순간을 길어 올릴 수 있다.
행복하기엔 역시 지금이 가장 좋은 순간이 아니겠는가! 마음의 빗장을 풀고, 단내 풀풀 나는 제철 과일 잔뜩 심어놓은 이기울의 텃밭으로 지금 당장 떠나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