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라이온즈를 담당하고 있는 매일신문 채정민 기잡니다. 라이온즈에게 2016 시즌은 새 보금자리에서 야구를 하는 첫 해라 어느 때보다 의미가 깊습니다. 이 공간에서 푸른 유니폼을 입었거나 입고 있는 사나이들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 드리겠습니다.
[매일신문 채정민 기자] 투수는 상당히 예민한 존재다. 몸에 작은 이상이라도 느껴지면 구위가 달라지거나 제구에 영향을 받는다. 경기 상황에 따라서도 흔들리기 쉽다. 이처럼 다양한 불안 요소를 이겨내는 투수가 성공 가도를 걷는다.
특히 마무리 투수는 심한 압박감 속에 마운드에 오른다. 선발투수가 실수를 만회할 시간이 있는 반면 마무리 투수는 숨을 고를 틈이 없다. 마무리 투수가 무너지는 것은 곧 팀의 패배를 의미한다.
마무리 투수가 갖춰야 할 조건은 여럿이다. 자신이 던지는 공에 대한 자신감, 타자를 압도하는 구위, 날카로운 제구력, 확실히 승부를 마무리할 수 있는 결정구 등이 그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강인한 정신력이다. 메이저리그를 평정한 전설적 마무리 투수 마리아노 리베라도 은퇴 후 펴낸 자서전 '더 클로저'(The Closer)에서 그것을 강조했다.
좋은 마무리 투수를 얻기 쉽지 않은 것도 이 때문이다. 아무리 구위가 좋아도 긴박한 상황을 견뎌낼 정신력, 위기를 정면 돌파할 수 있는 배짱이 없다면 '소방수'로선 불합격이다. 삼성은 최근 이 같은 조건을 갖춘, 새 마무리 투숫감을 찾았다. 심창민(23)이 바로 그다.
6월 17일 두산 베어스와의 경기 전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훈련을 하고 있는 심창민. 채정민 기자
◆심창민, 삼성의 마무리 투수로 안착할까
"전 아직 제대로 된 마무리라고 하긴 어려워요. 마지막에 나오는 투수죠."
요즘 삼성의 뒷문을 잠그는 투수는 심창민이다. 2011년 1라운드 4순위로 지명, 푸른 유니폼을 입었다. 이듬해부터 바로 1군에 합류, 줄곧 중간 계투 요원으로 뛰었다. 본격적으로 마무리 투수 역할을 맡은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안지만이 부상을 털고 복귀한 뒤에도 구위가 예전 같지 않은 탓에 마무리는 심창민의 몫이 됐다.
심창민 스스로는 아직 갈 길이 멀다고 한다. 하지만 초보 마무리 투수 심창민에 대한 평가는 후하다. 코칭스태프는 물론 오랫동안 야구를 지켜본 방송 해설위원들도 대부분 그같이 말한다. 심창민이 이미 괜찮은 마무리 투수이고, 앞으로의 활약이 더 기대되는 투수라는 것이다.
삼성에서 선수 생활을 했던 홍승규 대구MBC 해설위원은 심창민이 제구만 좀 더 가다듬으면 마무리 투수로 대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홍 위원은 "잠수함 투수인데도 시속 150㎞를 넘나드는 빠른 공으로 타자를 압도할 수 있는 게 심창민의 가장 큰 장점"이라며 "공을 채는 동작도 좋아졌지만 최근에는 마인드 컨트롤 능력이 향상된 게 더 돋보인다"고 했다.
기록상으로도 마무리 투수 자리는 심창민에게 잘 맞는 옷처럼 보인다. 삼성에 따르면 심창민이 중간 계투 요원으로 마운드에 선 것은 개막 후부터 4월 30일까지 8경기다. 심창민이 이때 남긴 기록은 1승 4홀드, 평균자책점 6.43이다. 7이닝 동안 9탈삼진 5자책점을 기록하면서 홈런은 2개, 볼넷은 4개를 허용했다.
그런데 마무리 투수로 나섰을 때 심창민의 기록은 훨씬 뛰어나다. 5월 5일부터 6월 17일까지 심창민은 15경기에 등판해 1승 2패 8세이브, 평균자책점 1.57을 기록했다. 23이닝을 소화하면서 삼진은 26개나 잡았고 자책점은 4에 불과했다. 볼넷은 8개 내줬지만 홈런은 맞지 않았다.
사실 삼성 팬들은 심창민을 두고 뛰어난 구위를 갖고도 불펜의 핵으로 자리 잡지 못하는 게 아쉽다고들 했다. 그래서 '마무리 심창민'의 활약이 더욱 반갑다.
류중일 삼성 감독도 심창민이 마무리 투수로 나서는 데 자신감이 붙었다고 칭찬했다. 다만 류 감독이 아쉬워하는 부분은 팀 사정상 그에게 걸리는 부하를 줄여주기 쉽지 않다는 점이다. 6월 3일 한화 이글스전(3대4 패)에서 심창민은 3과 1/3이닝 3피안타 1볼넷 4탈삼진 1실점을 기록, 패전투수가 됐다. 이날 던진 투구 수는 61개로 데뷔 이후 가장 많았다.
류 감독은 "(심)창민이는 아끼고 아끼다 필요한 상황에서만 내보내고 싶은 심정이지만 팀 사정이 그렇지 못해 안타깝다"며 "아놀드 레온, 앨런 웹스터 등 선발투수들이 모두 복귀, 정인욱과 김기태 등이 불펜에 힘을 실어주면 심창민도 부담을 좀 덜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6월 4일 경기가 열리기 전 삼성 라이온즈의 더그아웃에 게시된 대기 투수 명단. 4일을 기준으로 앞선 경기에서 투수들이 얼마나 던졌는지 확인할 수 있다. 채정민 기자
◆'믿음을 주는 투수가 꿈', 심창민의 목표
마무리 투수는 늘 벼랑 끝에 서 있다. 그의 뒤에는 아무도 없다. 하지만 심창민은 중간 계투 요원으로 뛸 때보다 마무리 투수로 나설 때 더 마음이 편하다고 했다. 중간에 마운드에 오르면 조금이라도 흐트러질 경우 다른 투수에게 공을 넘겨줘야 하지만 마무리 투수는 확실히 맡아야 하는 이닝이 있으니 더 좋다는 것이다.
"중간 계투 요원은 밀어붙이기보다 최대한 어렵게 승부하면서 볼넷까지도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 많아요. 맞아선 안된다는 압박감도 크죠. 저는 마무리로 나설 때 뒤에 아무도 없다는 것보다 안 맞아야 한다는 게 더 부담스러워요. 그래서 마무리로 등판하면 자신 있게 정면 승부를 하려고 합니다."
부산 경남고 출신이지만 심창민의 고향은 포항이다. 초교 때 부산으로 가 친척 집에서 지내며 고교까지 졸업했다. 야구 선수로 성공하기 위해 포항보다는 야구 저변이 더 넓은 곳을 택한 것이다. 그의 부모님은 여전히 포항에 살고 있다. 포항은 삼성의 연고 지역. 그만큼 심창민 역시 삼성이라는 팀에 대한 애정도 크다.
그동안 오승환(현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임창용(현 KIA 타이거즈) 등 걸출한 마무리 투수가 삼성을 거쳐 갔다. 그들을 지켜봐 온 팬들의 눈높이를 맞추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쟁쟁한 선배들의 뒤를 이어야 하는 만큼 심창민의 어깨가 더 무거울 법도 하다. 하지만 심창민은 그들에게서 얻은 게 더 많으니 괜찮다고 했다.
삼성 라이온즈의 새 마무리로 자리잡아 가고 있는 심창민.
"너무 잘 하시는 선배들이 옆에 계셨죠. 훌륭한 선배들을 보며 훈련했으니 또래 다른 선수들보다 마운드에서 긴장도 덜 하는 것 같아요. '잘할 수 있을까'가 아니라 '잘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갖고 마운드에 섭니다. 요즘 (장)원삼이 형에게선 정신적으로 위안을 많이 얻고요, (안)지만이 형은 기술적인 부분에 대해 조언을 많이 해주세요."
심창민 자신도 빠른 공을 장점으로 꼽는다. 단점인 제구력도 예전보다는 좋아졌다고 했다. 애초 올 시즌 심창민의 목표는 홀드 20개와 2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젠 홀드 대신 세이브로 목표를 바꿔야 할 것 같다.
"불펜이라면 누구나 마무리 투수가 되고 싶은 꿈이 있을 겁니다. 아직은 '임시' 마무리지만 저 역시 그런 꿈을 꿉니다. 팬과 선수들에게 신뢰를 받았던 투수로 기억됐으면 좋겠어요. 심창민이 나오면 '무조건 막겠네' '경기가 끝났네'라는 말을 듣고 싶습니다."
첫댓글 잘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잘보고 갑니다